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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간 직장생활을 마치고 조그만 회사를 차린 선배 K씨. K씨는 몇 년간 순탄하게 사업을 꾸려가다 어느 날 홀연히 서울을 떠나 강원도 Y라는 작은 도시로 떠났다. 거래 관계로 예기치 않게 확보해 놓았던 땅에 큰돈을 들이지 않고 간단한 주택을 지었다. 조그만 텃밭을 가꾸면서 지역 주민들과 막걸리도 마시고 때로는 골프도 치면서 그야말로 유유자적하고 있다.

K씨가 귀촌할 때 부인은 딸과 함께 서울에서 살겠다며 남편과 함께 내려가지 않았다. 남편을 보러 강원도에 갈 때는 골프 치러 가는 날이다. 남편은 귀촌하기 전 몇 천만 원을 주고 Y시 인근에 부부 회원 대우 골프 회원권을 구입했다. 부인은 남편과 한참을 떨어져 살다가 딸이 유학을 떠나자 강원도 원주에 전세 아파트를 구했다. 원주는 남편이 있는 Y시와 서울의 중간쯤이다. 부인은 원주에 살면서 서울에 있는 친구나 친지도 만나고 간혹은 남편을 보러 Y시로 가기도 한다.

K씨는 자신의 생활에 매우 만족한다. 30여 년간 서울에서 복작거리며 살다가 한적한 농촌생활은 신선놀음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베이비부머들의 은퇴준비에서 가장 큰 고민꺼리는 뭘까?

안정적인 은퇴자금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부부가 은퇴 후 생활방식에서 호흡을 맞추는 것도 무시 못 한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 ‘은퇴준비, 남편 따로 아내 따로’는 이와 관련해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우선 부부간 이심전심은 이제 옛말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물론 과거에는 부부간 마음이 잘 통했다는 것은 아니다. 옛날에는 속을 삭이면서 참고 살아왔을 뿐이다.

이제 더 이상 참지 않는 탓인지, 재산분할제도가 잘 갖춰진 탓인지 황혼이혼이 크게 늘고 있다. 최근 20년간 젊은 층의 이혼율은 10%이상 감소한 반면 결혼 20년차 이상의 중장년층 부부들의 황혼비율은 5배가량 늘어났다고 한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의 이번 조사에서 은퇴 후 생활에 대해 부부가 상당히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서울 및 신도시(일산 분당) 거주 30~40대 부부 40쌍을 대상으로 은퇴관련 인식조사를 실시했는데 절반이 넘는 52%가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은퇴 이후 월 생활비나 재무적 은퇴준비 자신감 등 경제적인 부분에서는 부부간에 의견 차이가 크지 않았다는 점이다. 은퇴 후 생활비에 대한 부부의견이 100만원 이상 차이를 보이는 경우는 35%에 불과했다. 서로 자신들의 호주머니 사정을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은퇴 이후 주거계획, 부부 공유시간, 가족관계 등 비 경제적인 문제에서 남편과 아내 사이의 시각차가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돈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는 이야기다. 주거와 관련, 10쌍중 8쌍이 은퇴 후 이주계획이 있다고 답변했지만 이주지역, 주택 유형에 대해서는 앞에서 보았던 K씨처럼 부부간의 생각이 많이 달랐다. 남편은 비교적 전원생활이 용이한 양평 가평 남양주 등 ‘서울 근교’나 ‘지방 중소도시(시골)’로의 이주에 강한 욕망을 갖고 있다. 반면 아내는 현 거주지내 이주(52%)와 대도시 생활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후 살고 싶은 주택유형을 묻는 질문에도 부부간의 의견차이가 그대로 반영돼 대체로 남편은 전원주택을, 아내는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악산 앞자락에서 노후생활을 즐기는 김태홍 씨 부부


남편은 은퇴 후 ‘공기 좋고 한적함’. ‘텃밭에서 소일거리’ 등을 원했지만 아내는 ‘서울 진입 1시간 이내’, ‘문화 레저 편의시설’, ‘친교모임과 쇼핑편의’등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부부간에 추구하는 바가 상당히 다르다. 대표적인 은퇴자 주거형태인 실버타운에 대한 선호도는 매우 낮았는데 400쌍 부부들 가운데 실버타운에 입주하겠다는 의견은 남편과 부인 각각 1%와 2%에 불과했다.

부부간 공유시간에 대한 의견도 5쌍 가운데 3쌍은 달랐다. 남편의 56%는 하루의 절반 이상인 6~10시간을 아내와 함께 지내고 싶지만 그러기를 원하는 아내는 10명중 5명에 불과했다. 은퇴하기 전에 아내랑 보내는 시간이 부족해서인지 퇴직한 남편은 아내랑 함께하면서 알콩달콩 살고 싶지만 정작 아내는 남편이랑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은 것이다. 부모님 봉양에서도 부부간 격차는 크다. 부부싸움으로 번질 우려가 크다. 남편은 정기적으로 재정적 지원을 하면서 도리를 다하고 싶고 간병이 필요할 경우 직접 모시길 바란다. 아내는 재정적 지원도 명절이나 생신 등 때에 맞춰 비정기적으로 하고 간병이 필요할 경우 타인이나 요양기관에 맡기길 바란다.

미래에셋은퇴센터는 부부간 은퇴관의 차이를 인정한 바탕 위에서 ‘부부가 함께 하는 성공 은퇴준비 5계명’를 일찍부터 실천하는 것이 은퇴설계의 중요한 핵심이라고 조언한다.

부부가 함께 하는 성공 은퇴준비 5계명을 소개한다.

1.공유보다 차이 인정이 먼저다. 부부 은퇴관의 차이를 인정하라.

남녀라는 이유로, 남편과 아내라는 역할의 차이로 부부의 은퇴관은 다를 수 있음을 먼저 인정하자.

2.부부 이심전심은 없다. 당장 은퇴에 관해 대화하라.

월 2회 정도 노후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대화할 때는 막연한 이야기보다는 구체적인 주제를 가지고 시작하자.

3.주거가 노후생활의 질을 결정한다. 은퇴 후 주거계획부터 합의하자.

주거계획은 은퇴준비에서 핵심 변수이지만 그에 대한 부부의 생각은 엇갈리기 십상이다. 꾸준히 대화를 통해서 경제여건을 고려하면서 최적의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4.남편은 은퇴 후 ‘나 만의 시간’을 기획하고 준비하라.

남편은 아내와 함께하는 인생 2막을 꿈꾸지만 아내는 가정으로부터의 탈출 혹은 자유를 꿈꾼다.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는 취미생활을 갖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특히 남편은 은퇴 후 구체적인 여가, 활동 계획을 수립하고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적으나마 수입과 연결되는 취미는 더욱 바람직하다.

5.부모봉양,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 이견을 줄여라.

부모봉양의 책임을 떠맡을 수 있는 재무적 현실을 냉정히 따져보고 균형점을 찾자. 형제자매가 있을 경우는 사전에 충분한 대화를 통해 부모봉양과 간병에 대한 준비를 함께 해놓는 것이 좋다.

 

윤형식자료제공 매일경제
발행일 2013.03.12기사입력 2013.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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