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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비싼 그림은 무엇일까? 현재까지는 파블로 피카소의 ‘누드, 녹색 잎과 상반신’이다(그림 ➊). 2010년 5월 경매에서 1억640만달러, 한화 약 1200억원에 낙찰됐다. 정말 이 작품에 그 정도의 값어치가 숨어 있는 것일까? 이 문제를 순전히 경제 논리로 접근해 본다면 의외로 명쾌한 답을 구할 수 있을 것 같다. 말하자면 ‘이 작품을 사서 돈을 벌 수 있을까?’라고 질문을 바꿔보자.

일단 이 질문의 답은 ‘예’다. 뉴욕의 미술품 경매 시장에서 피카소 작품 가격을 분석한 경제학자들이 있다. 이들의 견해에 따르면 피카소의 작품은 연평균 약 9% 정도의 수익을 낸다고 한다. 지난 50~60년간의 경매 시장에서 그런 패턴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앞으로 그대로 반복된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하지만 과거의 예로만 놓고 봤을 때, 충분히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주장이다.

 

연평균 9% 수익 내는 피카소 그림

피카소 경매 작품의 평균 수익률을 분석한 사람은 미국 뉴욕대의 지안핑 메이(Jianping Mei)와 마이클 모제스(Michael Moses) 교수다. 이들은 미국 뉴욕 경매 시장에서 거래되고 재판매된 피카소의 작품 총 111점의 거래가를 분석했다. 그리고 피카소 작품을 평균 16년 정도 소장한다면 연 9% 안팎의 수익이 난다는 주장을 폈다.

이들은 또 1955년부터 2006년까지 50년간 미국 내 미술품 경매에서 반복적으로 거래된 미술품의 가격 변동을 지수로 정리해 발표했다(메이 모제스 미술지수·Mei Moses Art Index). 이들은 미술품을 통한 수익률을 S&P500 지수와 비교했는데 둘은 꽤 근사한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재미있게도 그래프를 보면 미술 투자가 증권 투자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보여 주는 것은 아니다. 미술을 통해 벼락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증권 시장을 통해 버는 정도, 때로는 그보다 적은 돈을 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매가 미술 시장의 전부는 아니지만 경매를 통해 미술 시장의 변화를 어느 정도 객관화할 수는 있다. 예술을 돈으로 계량화하고, 투자 대상으로만 보는 것 같아 좀 속물적인 느낌도 들지만 뭐든지 분석하고 객관화하려 하는 서양식 합리주의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흥미롭기도 하다.

메이와 모제스 교수가 만든 표를 보면 지난 반세기 동안 미술 시장은 가격만 놓고 본다면 대단한 호황기였다고 볼 수 있다. ‘역사상 미술품 가격이 이처럼 상승 곡선을 그렸을 때가 언제였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길 정도다. 일반적으로 미술사학자들은 17세기 네덜란드를 미술 시장의 역사적 호황기라고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이보다 200~300년 전인 14세기에 이탈리아에서 미술품 가격 상승기가 있었다. 이때는 가격 상승과 양적 팽창이 동시에 일어나는 미술 거래의 현대적 패턴이 최초로 발생한 시기였다.

중세 이탈리아에서 미술품 가격의 급상승은 사실 경제 호황이 아니라 정반대인 불황의 상황에서 벌어졌다. 사무엘 콘(Samuel K. Cohn, Jr.)이라는 연구자가 중세 이탈리아 중부 지역에서 판매된 미술품 가격을 조사한 결과를 보자. 그의 분석에 따르면 1350년경 미술품 가격이 두세 배 정도 갑자기 올랐다. 14세기 전반 미술품의 평균 가격은 피렌체 금화 4피오리노(피렌체 금화 단위) 정도였는데 1348년에 이것이 갑자기 네 배 이상 치솟아 22피오리노까지 오른 후 1363년까지 두 배 이상으로 거래됐다.

 

미술품 가격도 시장논리에 따라 변동

1348년은 역사상 가장 참혹한 전염병으로 일컬어지는 흑사병이 창궐한 해였다. 흑사병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몰살되면서 사람들은 종교적 구원을 더 절박하게 갈망하게 됐다. 흑사병이 유행한 시기에 그려진 안드레아 오르카냐의 ‘스트로치 제단화(그림 ➋)’는 엄격한 좌우대칭과 딱딱한 인물 표현을 통해 당시 사람들이 겪었던 충격과 공포를 반영한다. 불황과 혼란 속에도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은 그림을 사서 교회에 자기 이름으로 기증하려 했다. 이에 따라 미술 시장에 갑작스럽게 수요가 몰리면서 미술품 가격이 급상승하게 된 것이다.

수요가 늘면 가격이 오르는 게 일반적인 양상이지만 중세 미술품 가격은 14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 다시 안정을 찾아 나간다. 이제 값싼 미술품 유통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흑사병 이후 미술품 수요가 사회 각 계층으로 광범위하게 확대된다. 중소상인이나 노동자, 농부, 가난한 과부조차도 미술을 통해 자신의 개인적 사건을 기념하려 하는 풍조가 생겼다. 이는 값싼 그림이 유행하는 결과를 낳았고 미술품 가격의 하락을 초래했다. 경제적 위기 상황 속에서 미술품의 대중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미술 시장의 여명기라 할 수 있는 14세기 미술품 가격의 변화 그래프는 오늘날의 미술 시장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사실 이 시기의 미술품 구매는 오늘날처럼 특정 스타 작가로 몰리지 않았다. 미술품 가격은 재료비와 노동력을 기준으로 하면서 최종적으로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조정됐다는 점에서 요즘보다 시장경제 법칙을 잘 따른 ‘순수의 시대’였다.

‘메이 모제스 미술지수’의 경우 미술 시장으로 치면 상위 1%의 제한적인 미술품 거래 데이터를 갖고 만든 것이다. 최근에는 유럽과 중국의 경매 가격도 포함하고 있지만 대부분 미국 경매 시장에서 거래된 고가의 작품에 대한 것이다. 이렇게 제한적인 작품만을 분석한 수치가 과연 세계 미술 시장을 대표할 수 있을까? 물론 최고급 마케팅이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겠지만, 미술 시장을 아주 제한된 스타 작가들의 시장으로만 좁혀버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감수성을 잡아내려고 노력하는 젊은 작가의 열정이나, 저렴하더라도 자기 맘에 드는 작품을 소유하려고 하는 보통 사람들의 미술 사랑을 왜곡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중세시대처럼 미술품 가격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보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미술품을 사고파는 시대가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미술품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지수나 데이터도 이런 대중성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여기에 ‘우리가 얼마나 예술을 사랑하는가’를 보여주는 지수도 나오기를 바란다면 필자의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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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무(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자료제공 매경이코노미
발행일 2012.02.28기사입력 2012.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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