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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송 노부부의 충격적인 선택

지난 13일 경북 청송에서 80대 노부부가 차를 타고 저수지로 돌진해 숨진 사건은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됐다. 특히 나이가 든 노년층이 받아들이는 충격과 당혹함은 대단했을 것이다. 80대 노부부가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다며 함께 목숨을 끊었다. 나이가 들어 기력이 약해진 남편이 치매를 앓는 아내가 홀로 남는 게 걱정돼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숨진 부부는 인근 마을에 사는 것으로 밝혀졌다. 남편은 자신의 방에 3형제인 자식들 앞으로 1장의 유서를 남겼다고 한다. 그는 유서에서 “내가 죽고 나면 아내가 요양원에 가야 하니까 내가 운전할 때 같이 가기로 했다. 미안하다. 이제 다시 못 본다고 생각하니 섭섭하다”고 적었다. 마지막으로 자식과 며느리, 손주들 이름을 꾹꾹 눌러쓴 뒤 “이 길이 아버지와 어머니가 가야 할 가장 행복한 길”이란 말을 남겼다.

마을 주민에 따르면 남편은 4년 전 아내가 건강검진에서 치매 진단을 받고부터 힘들어했다고 한다. 사과농장에서 같이 살아온 막내아들 부부가 간병을 도우려 했지만 아버지는 한사코 거부했다. 마을 주민은 “남편이 책임감이 강해 나이 들어 자식에게도 폐를 끼치기 싫어했다. 과수원을 같이 하며 금실이 참 좋았는데… 최근 많이 힘들었는지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말했다. 아내는 평소 요양원에는 절대 가지 않겠다고 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은 “아픈 장수는 축복이 아니다”라는 칼럼을 통해 이들 부부의 죽음은 세상 사람들에게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존엄’의 길을 선택한 것이라고 나름대로 해석했다. 김 고문은 앞으로 ‘청송 80대 노부부의 자살’ 같은 일이 일상처럼 다반사로 일어날 것이며, 늙은이의 자살 또는 동반 자살따위는 기삿거리도 되지 않는 세월이 조만간 닥칠 것이라고 우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그래서 이제 70~80대 노년층은 자신의 의지가 그나마 작동하고 있을 때 자기 인생의 마감방식을 결정하는 ‘유언장’을 만들어두는, 일종의 출구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유쾌하고 철없는 폭주 노인

얼마전 내 책상으로 한권의 책이 전달됐다. ‘미안하다, 나는 철없이 사는 게 좋다’는 다소 도발적인 부제를 단 ‘폭주 노년’이라는 책이었다. 1930년생 말띠인 저자 김욱 선생은 한국나이로 여든셋인데 엄마 뱃속에서 보낸 기억도 나지 않는 1년을 억지로 인생에 끼어넣고 싶지 않아서 어디가면 굳이 여든 셋으로 소개한다고 말한다.

그는 중앙의 일간 신문사 기자로 30여년을 일한 뒤 10여년을 월간지에서 기획기사를 집필했으며 각 기업의 사보에도 칼럼을 쓰기도 했다. 지금까지 200여권의 책을 번역하고 6권의 책을 집필할 정도로 말처럼 뛰어왔다. 김 선생은 앞으로 10년은 더 뜨겁게 일하며 살아야 한다고 자신을 다그치고 있다고 소개한다.

김 선생이 여든 셋의 나이에도 현역 작가,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지만 그에게도 시련은 무척 많았다. 40여년의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폼나게 글을 써볼 요량으로 전원주택을 지었지만 야박한 시골인심을 만나 무수한 고생을 했다. 여동생이 벌인 제주도 백화점에 전 재산을 투자했다가 IMF한파에 처참하게 꼬꾸라졌다. 전원주택이 믿었던 친구에게 경매로 넘어가고 수중에는 단돈 300만원 뿐이었다. 예순여덟에 모든 것을 잃고 빈털터리가 된 것이다.

살길이 막막해진 그는 결국 부인을 설득해 남양주에서 어느 문중의 무덤관리를 해주는 묘막살이로 공짜집을 얻어 일본어 번역으로 재기를 노렸다. 새벽 다섯시부터 원고지 80~90매씩을 번역하면서 3년만에 서민임대아파트 보증금을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김 선생은 여든셋의 나이임에도 현직에서 번역가, 작가로 맹렬히 살고 있다. 한때 잘나가던 친구들은 모두 전직이지만 자신은 아직도 현역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95살까지는 현역으로 살겠다는 각오다.

인구고령화에 맞서는 한국의 고령화 정책 대응 수준이 OECD 22개국중 꼴찌로 나왔다. 1990년대 이후 20년동안 상황이 거의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노인소득 확충과 노인복지 서비스 등을 위한 정책 대응이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고령화대응지수는 소득(공적연금지출, 노인빈곤율), 건강(공공의료지출, 65세 기대수명비율), 사회적 지원(노인서비스지출, 노인자살률), 지속가능성(출산율, 국민부담률)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아일랜드 덴마크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이 고령화 대응 1~5위에 올랐다. 우리나라는 종합 꼴찌의 불명예를 얻었고 부문별로는 소득과 사회적지원 부문에서 꼴찌를 차지했다.

고용부문에서는 7위를 차지했지만 이는 모아놓은 돈이 없어서 비정규직이라도 일자리를 얻는 노인들이 많은 덕택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기막힌 것은 지난 20년동안 고령화대응지수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후퇴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개인적으로 노후를 잘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비상한 각오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폭주노년’을 쓴 김욱 선생은 “나이가 들수록 세상에 너그러워져야 한다는 말은 싸가지 없는 젊은것들이 만들어낸 비상식이다”고 일갈한다. 경험과 연륜, 지식이 축적된 고수들 등쌀에 비루한 자기 밑전이 드러날까 겁을 집어먹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퍼뜨린 악의적인 율법이라는 것이다. 노땅들이 가슴속에 품고 있는 독을 뱉어내도 되는 시기가 됐다고 강조한다. 그들이 듣거나 말거나 쌓이고 쌓인 인생의 시간속에서 우리가 경험한 모순과 부당한 순리에 딴죽을 걸며 덤벼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늙은이의 분노는 권리가 아니다. 의무와 책임이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88만원세대, 삼포세대(취직 결혼 출산을 포기한 젊은이들)로 대변되는 젊은층의 분노도 점점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사회적 차원에서 ‘청송의 80대 노부부의 선택’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법도 찾아야 한다.

아! 어디에 젊은이와 노인들의 분노를 속시원하게 가라앉힐 수 있는 대단한 분 없을까?

 

 

윤형식자료제공 매일경제
발행일 2013.05.29기사입력 2013.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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