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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부부

장마를 재촉하는 듯한 가랑비가 내리긴 했지만 6월 중순 남도의 땅내음은 진했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순천을 거쳐 녹차의 고장으로 유명한 보성으로 승용차를 몰았다. 보성군 득량면 해평리의 오봉산 자락에 위치한 55만여평 땅에 은퇴자를 위한 ‘힐링 타운&발효명품단지’ 개발을 위한 사전답사를 위한 길이었다. 평소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이후 생활에 관심을 갖고 글을 쓰다보니 사전답사단 일행에 낄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서울서 3시간 20여분을 지나 순천시에 들어서니 ‘201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를 알리는 현수막과 깃발이 나부끼고 있었다. 당일치기 답사로 시간이 없어 둘러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지난 4월20일부터 열린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는 벌써 190만명이 박람회장을 방문했으며 행사가 마무리되는 10월21일까지는 무려 600만명이 방문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한다. 순천을 지나 마침내 보성에 도착해 10여분 동안 농촌 풍경을 만끽하다보니 어머니 품속을 연상시키는 6만여평 규모의 해평저수지가 우리를 반겼다. 오봉산이 저수지와 얕으막한 구릉지를 마치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데다 편백나무 단풍나무 왕벚나무 등 다양한 나무가 우거져 있는 ‘힐링타운&발효명품단지’ 후보지는 한눈에 보기에도 비밀을 간직한듯한 명당자리였다.

 

 

민간 프로젝트로 아직은 구상 단계이지만 개발 컨셉 자체는 무척 마음에 들었다. 천혜의 자연조건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고 활용하면서 은퇴자를 위한 시니어타운을 조성하되 부가가치가 높은 발효단지로 발전시켜 입주민들이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현지 답사에 동행한 전남도 투자유치팀장도 사업후보지의 입지여건은 물론 개발 컨셉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일본 농촌의 발효단지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농촌개발현장을 두루 경험한 투자유치팀장은 “주거와 여가만을 위한 은퇴촌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 은퇴촌에 들어와 지속적인 생산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돼야 하는데 발효산업은 매우 유망한 분야임에 틀림없다”고 평가했다.

 

 

50년전에 과거 땅 주인이 심었다는 수만주의 편백나무는 조림사업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현재 땅 소유주가 이곳에 힐링을 컨셉으로 하는 시니어 은퇴타운을 구상할 수 있었던 것도 50년전에 수만주의 편백나무를 심었기 때문이 아니었겠는가? 그래서인지 현재의 땅 소유주도 감나무 단풍나무 등등 수만주의 나무를 곳곳에 심고 놓고 있었다. 단지 주변의 산이 대부분 맥반석 성분이기 때문에 초대형 천연 맥반석 동굴을 활용한 저장공간을 조성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한다. 단지개발을 기획하고 있는 측에서는 물론 발효에 쓰일 원료는 단지 인근 논에서 생산되는 농산품과 득량만의 풍부한 해산물을 활용해 주변 경제를 살리는 역할도 할 수 있다는 설명한다.

 

 

전남도 지역에는 30여개 이상의 은퇴마을이 개발됐지만 성공했다고 할만한 프로젝트는 한곳도 없다고 한다. 단지 은퇴마을 부지만 조성했을뿐 어떤 농사를 짓든 알아서 생활하라고 하니 귀농 귀촌인들이 쉽게 뿌리를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경북 상주의 경우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귀농을 도와주고 있지만 은퇴마을 단위의 구체적인 프로그램 개발을 눈에 띄지 않는다.

 

 

필자가 얼마전 ‘농촌의 역습’이라는 책을 소개하면서 도농교류 커뮤니티 비즈니스로 성공한 일본의 야마나시의 사례를 소개한 적이 있다. 귀농인들이 마을단위로 공유가치를 창출하면서 마을기업의 성공적인 사례들이 적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도 귀농 귀촌 인구를 겨냥한 시니어마을이 갈 방향은 자명하다. 이번 답사에 참여했던 전역 공군 장성 한분은 “군인연금을 적지 않게 받지만 매달 일을 해서 일정액을 벌어들일수 있는 은퇴촌이 있다면 동료 전직 장군들도 상당수 입주할 것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은퇴마을 홈페이지 캡쳐
사진=영국 Audley 은퇴마을 홈페이지 캡쳐
 

매일경제신문 후원으로 6월 12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3 중장년 일자리 대박람회’에는 가랑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50~60대 은퇴자 및 은퇴예정자 1만1000여명이 몰려 주최즉을 당황케 했다. 이곳을 찾은 이들은 “조건도 임금수준도 상관없다. 일자리만 달라”고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았다고 한다. 유명 백화점의 판매직으로 1차 합격한 50대 중반의 신사는 “복권에 당첨된 기분”이라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중소기업에서 10년간 전자부품 판매일을 하다가 90년대초 한식당을 차린 그는 한때 연순수익이 3000만원까지 올랐으나 적자가 늘어나면서 지난해 문을 닫았다. 그는 “빚까지 지기 전에 접어야겠다 싶어 그만뒀지만 막상 앞길이 너무 막막했다”면서 “아들 둘 대학은 부인의 직장수입으로 충당한다하더라도 노후를 대비할 돈도 없고 아버지로서 체면도 서지 않아 그동안 괴로웠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금융권에서 은퇴한 지점장급 인력을 활용해 청소년금융교육사업을 하고 있는 단체의 한 간부의 말은 은퇴자의 절실한 상황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이 단체에서 초중고 학생을 상대로 금융교육을 실시하면서 강사들에게 지급하는 비용은 출장 거리에 상관없이 1회당 10만원. 강의를 요청받은 강사들은 정확하게 비용을 계산해서 차비와 점심값을 빼고 단돈 1천원이라도 남는다면 기꺼이 강의를 맡는다고 한다. 이 간부는 “강사들은 수입이 지출을 초과할 경우는 무조건 오케이 하지만 지출이 수입을 초과할 경우는 대부분 강의를 맡지 않더라”고 전한다. 강의를 나가지 않고 그냥 집에서 빈둥거리거나 밖에 외출할 경우는 자기 돈을 써야하지만 강의를 나가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자기 돈을 쓰지만 않는다면 자기 지갑의 돈은 굳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베이비 부머중 귀농 귀촌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시니어 마을도 여기서 성공 포인트를 찾아야 한다. 별다른 수입이 없는데 많은 비용이 필요하고 공기도 나쁜 도심생활을 굳이 하고 싶지 않다는 베이비 부머들이 많다. 그래서 귀농이나 귀촌을 고려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다만 그들은 귀농귀촌에 많은 자산을 투입하기도 부담스럽고 농사든 축산이든 지속적인 생산활동으로 돈을 벌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이 있다. 이 문제를 시니어마을 기획자들이 어느정도 해결해준다면 귀농 귀촌을 꿈꾸는 베이비부머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윤형식자료제공 매일경제
발행일 2013.06.14기사입력 2013.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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