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김지애 씨(가명)는 사고로 조수석 쪽 펜더 및 도어 부분이 망가져 정비업체에 수리를 맡겼다. 차를 찾으러 간 김씨는 펜더 부분 도색이 잘못된 것을 발견하고 업체에 요구해 다시 수리를 받았다. 겉으로 멀쩡해 보여 차를 가져온 김씨는 며칠 뒤 페인트가 제대로 칠해지지 않고, 소음도 커진 데다 실내 내장제가 훼손된 것을 발견하고 업체에 항의했다. 그러나 업체는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며 정 수리하고 싶으면 다시 돈을 내라고 요구했다.
운전자들은 크고 작은 사고나 고장으로 정비업체를 찾을 때 바가지를 쓰거나 제대로 수리되지 않아 골머리를 앓을까 걱정한다. 가벼운 접촉사고여서 수리비가 비싸지 않을 것이라 여겼는데 예상을 뛰어넘는 비용에 속이 상한다. 수리한 뒤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한 데다 정비업체가 모르쇠로 일관하면 화가 난다. 작은 고장이라 여겼는데 "여기저기 고칠 게 많은 문제투성이"라는 정비업체 직원 말이 미덥지는 않지만 "내 말대로 하지 않으면 사고 나도 나는 모른다"는 은근한 협박이 마음에 걸린다. 나들이를 위해 정비업체를 찾는 일이 많아지는 요즘, 양심 불량 정비업체에 속지 않는 비법을 총정리했다.
1. 손품ㆍ발품을 팔아라
정비업체에 가기 전 자동차 관련 소비자단체나 자동차 관련 사이트 내 `정비상담` 코너에서 정보를 얻은 뒤 업체를 방문하면 바가지를 쓸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여러 정비업체를 고른 뒤 비교견적을 내보는 것도 필요하다. 엔진오일이나 에어컨가스, 자동변속오일 등은 비교견적을 통해 비용을 많이 아낄 수 있다. 낯선 곳에서 갑자기 고장이나 사고로 차를 수리해야 할 경우에는 단골 정비업체나 다른 정비업체에 전화로라도 견적을 확인해 가격이 적당한지 따져봐야 한다.
2. 견적서와 명세서는 필수
정비업체에서 수리견적서와 정비명세서는 반드시 발급받아 보관해둬야 한다. 수리견적서를 통해서는 어떤 부품을 수리하는지 알 수 있고, 수리비용도 가늠할 수 있다. 수리가 끝난 뒤 정비 명세서와 비교하면 과다 수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수리 과정 중 정비업체로부터 견적서와 달리 추가 수리가 필요하다는 연락이 올 경우 바로 승낙하지 말고 다른 정비업체에 관련 내용을 문의한 뒤 수리 여부를 결정한다. 수리 이후에는 견적서와 명세서를 꼼꼼하게 비교해야 수리비 부당 청구 등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3. 견적서에 수리기간 기재
수리 견적서에는 수리기간을 기재해둔다. 정비업자가 정당한 사유를 통보하지 않고 약정한 날로부터 수리기간을 초과하는 경우 초과기간에 대해 교통비의 실비를 요청할 수 있도록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규정하고 있다. 차량 수리 요청 때 발행되는 견적서에 수리기간을 기재하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분쟁도 예방할 수 있다.
4. 싼값에 현혹되지 마라
비교견적했을 때 싼값에 정비해 준다는 정비업체는 조심해야 한다. 미끼상품을 내세워 과잉정비를 하거나 미끼품목 외에는 오히려 더 비싸게 비용을 물리는 업체들이 전국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비하기 전에 견적을 내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5. 부품의 품질도 중요하다
싼값에 고쳐준다면서 포장만 국산이고 실제로는 저질 중국산 등을 사용하는 업체들도 있다. 타이밍벨트, 필터, 전조등, 플러그, 연료펌프 등이 주로 국산으로 둔갑된다. 타이밍벨트의 경우 순정품은 8만㎞까지 쓸 수 있지만 저질 제품은 그 절반도 못 쓰고 끊어진다. 몇 만원 아끼려다 갑작스레 타이밍벨트가 끊어져 엔진헤드 손상이 일어나 100만원 이상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정비명세서에 부품 원산지를 적어두면 나중에 정비업체가 원산지를 속였을 때 피해를 보상받을 수도 있다.
6. 견인 입고 땐 임의 수리 방지
사고가 발생하면 누구나 당황하게 마련이다. 경황이 없고, 사고도 빨리 해결하고 싶은 마음에 긴급 출동한 견인차에 차를 맡기는 경우도 많다. 이때 견인된 차가 차주의 동의 없이 임의로 분해되거나 수리해 피해를 입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차를 견인한 뒤 정비업체에 입고할 때는 정비업체에 견적만 내달라고 할지, 수리를 할지 의사를 명확히 밝혀야 수리 뒤 발생하는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 휴대폰의 녹음ㆍ녹화 기능을 이용해 증거자료를 만들어두면 더 좋다.
7. 수리 문제 재발하면 보증수리 요청
수리가 제대로 안 됐지만 정비업체의 책임 회피로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자주 있다. 자동차관리법에는 정비업체에서 수리한 이후 최소 1개월에서 최대 3개월 이내 점검ㆍ정비 잘못으로 고장이 발생한 경우 무상 점검ㆍ정비토록 규정하고 있다. 차를 수리한 뒤에는 무상점검 기간 차량 상태를 꼼꼼히 확인하고 이상이 있을 때 해당 정비업체를 통해 점검ㆍ정비를 요청해야 한다.
8. 소비자단체 및 민원창구 활용
정비업체가 △점검 및 정비 견적서 및 내역서를 교부하지 않을 때 △소비자 의뢰 없이 정비업체 임의로 정비할 때 △신부품 및 중고품 또는 재생품 선택 여부를 알려주지 않을 때 △점검 및 정비견적서 및 내역서를 1년간 보관하지 않을 때 △정비업체 잘못으로 발생한 고장에 대해 차령에 따라 30~90일 동안 무상 수리해주지 않을 때는 얼굴 붉히며 다툴 필요가 없다. 한국소비자원이나 시ㆍ군ㆍ구청 자동차관리사업 담당자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
주행거리별 자동차 점검 요령
자동차는 소모품만 제 때 교환해주는 등 기본적인 점검만 잘해도 20만㎞ 이상 탈 수 있다. 반대로 점검을 소홀히 하면 1년된 차가 10년 된 차처럼 될 수도 있다. 전문가가 아닌 운전자들이 자동차를 점검할 때는 주행거리에 따르면 된다. 단, 운전 습관과 운행 여건 등에 따라 주행거리별 점검 시기를 앞당기거나 늦출 수 있다. 차종별 취급설명서를 참고하면 좀 더 정확하게 점검 사항을 파악할 수 있다.
수시 점검 항목은 엔진오일 및 오일필터, 변속기 오일, 연료라인 및 연결부, 냉각장치, 배터리, 브레이크, 파워 스티어링 오일 및 호스, 타이어 공기압 등이다. 단골 정비업체를 만들어 평소에 자주 방문해 점검해봐야 한다.
1만㎞마다 엔진오일과 오일필터는 교환하는 게 좋다. 엔진오일은 5000㎞마다 교환해줘야 한다고 알려져왔다. 하지만 한국소비자원과 한국석유관리원이 시험한 결과, 1만㎞를 주행한 뒤 교환해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 에어클리너는 무조건 교체할 필요는 없지만 필터가 깨끗한지 살펴봐야 한다. 브레이크 패드와 디스크 상태도 점검한다. 타이어는 위치를 바꿔주는 게 좋다.
2만㎞마다 변속기 오일 상태, 브레이크 호스 및 라인의 누유 및 파손 여부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브레이크 호스 및 파이프라인의 파손 및 누수 여부도 점검한다.
4만㎞가 됐다면 에어클리너를 교환해주는 게 좋다. 점화플러그, 브레이크 액도 교환할 시기가 됐다. 타이어업체를 찾아 휠얼라인먼트를 점검한 뒤 조정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10만㎞가 됐다면 자동변속기 오일의 수명이 끝났으므로 다시 넣어주는 게 낫다. 냉각수도 교환해야 한다.
자동차를 `가혹 조건`에서 자주 운전했을 때는 점검시기가 좀 더 앞당겨진다. 가혹 조건은 모래나 먼지가 많은 지역 운행, 오르막길이나 비포장길 주행, 짧은 거리 반복 운전 등을 말한다. 엔진오일 및 필터는 주행거리 7500㎞마다 상태를 점검해본 뒤 교환해준다. 에어클리너 필터, 에어컨 에어필터, 점화플러그, 브레이크 패드는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자동변속기 오일은 4만㎞마다 교환해준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