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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가 셋이라구요? 와! 애국자시네요." "그래도 나라에서 셋째는 다 키워준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키우느라 힘들겠지만 그래도 나라에서 주는 혜택은 엄청 많지 않습니까?"

 

#. "아이를 또 낳겠다구?" "언니는 도대체 미쳤어? 생긴다고 다 낳게. 언니가 짐승이야?"

 

#. "돈이 많으니까 아이를 셋씩이나 낳는 것 아니겠어요. 그런 집 아이들을 사회적 배려 대상자라고 해서 국제중 갈 때 따로 선발하고, 셋째 대학등록금을 나라에서 대준다니요? 말도 안됩니다. 누군 자식 예쁜 줄 몰라서 더 안 낳은 줄 아십니까." 

 

아이들

 

그런데 말이다. 경제 논리로만 따진다면 우리 나라에서 셋째부터는 안 낳는 게 답이다. 둘까지는 몰라도 셋 이상을 낳으면 그때부터 당장 가난해진다. 어떤 연구에 따르면 자녀 1명을 낳아 대학까지 졸업시키는 데 드는 양육비만 2억6000만원이 든다. 이중에서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6%다. 늦둥이 막내는 부의 상징이라고? 대단한 착각들이다. 부의 상징이 아니라 따져보면 차라리 닥쳐올 빈곤의 예감 쪽이 더 가깝다.

 

미시경제학 분석범위를 광범위한 인간행동과 상호작용으로 확장한 공로로 199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게리 베커(Gary S. Becker)의 말을 한번 들어보자. 베커는 모든 인간은 비용과 편익의 관점에서 행동하며, 부모들의 자녀 수의 선택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부모들이 선택하는 자녀의 수와 질 사이에는 서로 대체 관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자식을 잘 키우려는 부모일수록 아이를 적게 낳으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자녀의 질에 대한 수요는 부모의 소득과 교육 수준이 높아질수록 민감하게 반응한다. 아이를 한 명 더 낳아도 맏이와 똑같이 키우고 싶은 부모 입장에서 볼 때, 아이를 추가로 한 명 더 낳기 위해 드는 잠재비용(shadow price)은 자녀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더 크게 증가한다. 아이 한 명 더 키울 때 드는 비용은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놓는 문제가 아니다. 예산과 시간 제약이란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는 부모가 치러야 하는 대가는 아이 숫자가 늘어난 만큼 비례적으로 늘어나는 게 아니라 누적적으로 급증하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대졸자 비중이 높고 학력 경쟁이 심하며, 공교육이 아닌 사교육에 아이의 미래를 의존하는 사회에서 자녀의 질, 다시 말해 교육 투자에 대한 부담은 높을 수 밖에 없다. 어른들의 이기심 속 무너지는 공교육 현장에서 자식들이 뒤쳐지지 않도록 발버둥을 치는 부모들의 몸부림의 결과다. 1970년대에만 해도 4.53명에 달하던 합계 출산율이 2005년에는 1.08명까지 떨어지면서 세계에서 가장 아이를 안 낳는 국가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쓴 까닭이다.

  

통계

 

돈이 많아 아이를 많이 낳았다고? 베커는 이런 얘기도 했다. 부모가 자녀를 몇 명이나 키울 것이냐의 문제는 부모가 부자냐, 아니냐에 달려 있는 게 아니다. 어떻게 보면 자식을 한 명 더 추가로 낳을 때 드는 잠재비용(shadow price)는 부자이던, 아니던 간에 다 똑같다. 자식을 낳아 기르기 위해선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이를 흔히 우리는 기회비용이라 부른다. 부자들이나 가난한 사람이나 하루에 주어진 시간은 24시간 밖에 없듯이 말이다. 인간은 누구나 주어진 시간과 소득이란 예산 제약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돈만 있다고 아이를 공짜로 키우는 게 아니다. 아이를 하나 더 낳아서 키우려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던 기회, 더 높이 출세할 수 있었던 기회를 포기했어야 한다. 부자 입장에서 아이에게 돈을 많이 쓰는 것은 결국 고급 외제 승용차, 고급 주택에 돈을 쓰는 것과 같다. 따라서 가난한 사람이나 부자나 모두 자기 눈높이에 맞춰 아이를 키우는 것이지 남보다 돈이 많고 적어서 자녀를 많이 낳고 적게 낳는 게 아니다.

 

출산율이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지난 2006년, 다급해진 노무현 정권은 `새로마지플랜2030`이란 거창한 가족계획을 들고 나왔다. 그때부터 `다자녀가정에 대한 적극적인 사회적 우대 분위기` 조성, `셋째는 나라에서 키워드립니다`라는 등 달콤한 출산 장려책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 때 정책을 입안한 실무책임자 중 한 명이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이던 조원동 현 청와대 경제수석이다. 8년여가 지난 시점에서 볼 때 일반 국민 대상 정책 홍보는 당시보다 나아졌는지 모르겠다. 국민들 뇌리에는 다자녀 가정에 대한 국가적인 혜택이 아주 많다는 생각 하나는 제대로 박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다자녀 가족들을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은 시간이 흐르며 그나마 있던 것들도 다 소리 없이 사라지고 있다. 집 살 때 청약 가점 약간 주는 것 이외엔, 그것도 무주택자에만 한해서. 아마도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1.30명으로 올라섰다고 정부가 자화자찬한 뒤에 벌어진 일들이다. 정부 정책은 노령연금 등 보편적 복지에 우선 순위를 두느라 저출산 정책, 그 가운데서도 다자녀 가정 우대를 통한 출산 장려책은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12일자 한겨레신문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 같은 재벌가 자녀들이 국제중학교 등에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입학하는 길이 차단됐다. 정부가 소득 상위 20%에 속하는 이들의 자녀는 배제하기로 한 것이다." 여기엔 다자녀 가정도 포함됐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셋째 대학 등록금 지원도 결국 교육부 손을 거치면서 상위 20%를 배제한 반쪽 짜리로 판명이 나 버렸다. 그것도 대학 신입생 1년치만 주는 것으로. 국가장학재단에서 얘기하는 소득 8분위 구분 기준은 다자녀 가정 가운데 상위 20%를 제외한다는 얘기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를 키우는 도시 근로자 가운데 소득 상위 20%를 의미하지도 않는다. 부모의 월 소득, 자동차, 보유 주택 등을 연간 소득으로 환산해서 연 6801만원 이하인 경우에만 해당된다. 셋째를 대학 보낼 정도의 나이가 된 50대 부모, 노동 숙련도나 재테크 기술로 치면 정점에 달했을 때의 한 달 소득이 600만원을 밑돌아야 지원 자격이 된다는 얘기다. 통계청에서 내놓은 도시 근로자 1년 평균 연봉이 6000만원인 세상이다. 그렇다면 평균 정도의 소득을 버는 중산층 다자녀 가족들은 그냥 `셋째는 나라에서 키워드립니다`는 정부의 거짓말에 속은 셈이 된다.

 

이같은 정책 변화는 사실 정부만 나무랄 게 아니다. 그보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다자녀 가정에 대한 정부 지원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이 점점 차갑게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8년 전만 해도 "애국자네요"하며 바라보던 시선들이 이제는 "얼마나 돈이 많았으면"이란 식으로 외면하는 쪽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는 진보를 대변하는 한겨레신문이나, 보수를 대변하는 조선일보 어느 쪽을 봐도 비슷하게 느껴진다. 다자녀 가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노무현 정부 때만 해도 `장하다`는 수준에서 이젠 `웬 혜택을 그렇게나 많이?` 라는 쪽으로 변한 것 같다. 화장실 갈 때 다르고 나올 때 사람 마음이 다르다는 옛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그런데 말이다. 다자녀 가정의 곤궁한 삶은 그들이 어떤 집에 살고 있는지를 통해 유추해볼 수 있다. 국토연구원 천현숙 연구원이 지난 4월 발표한 `저출산 추세에 대응한 주택 및 도시정책 방향`이란 보고서에선 우리나라 세 자녀 이상 다자녀 가정들의 현 주소가 그대로 드러난다. 무자식 상팔자에서 자녀 수가 1명, 2명으로 늘어나면서 단독 주택 거주 가구는 점차 감소하고, 아파트에 거주하는 가구 비율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자녀 수가 2명까지 증가할 때는 자가 보유 가구 비율도 증가한다. 당장 삶에 찌들어 노후한 단독주택, 다세대 연립 등에 살 때는 아이 낳기가 버겁지만, 가족을 꾸리고 열심히 일해 돈을 모아 더 나은 집으로 옮겨갈 정도로 형편이 나아지면서 아이를 하나, 둘씩 낳으면서 행복한 꿈을 꾸기 시작한다. 그런데 말이다. 아이를 셋 이상 갖게 되면서 인생 재역전이 시작된다. 우선 자가 보유 가구 비율이 낮아진다. 저소득 3자녀 이상 가구의 경우 분석 대상 가구 중 전세 가구 비율은 가장 낮고 월세 가구 비율은 가장 높다. 아이 키울 공간을 위한 전세금 마련조차 쉽지 않은 것이다. 또 3자녀 이상 가구의 경우 2자녀 가구에 비해 자산 보유액도 적고 부채도 많다. 2자녀 가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에 속할 확률이 높아지고 소득에서 생활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지는, 이른바 엥겔 지수가 높아진다.

 

아이 둘까진 내 집 마련과 은퇴 후 노후 대비용 자산 축적이란 꿈을 꿀 수 있었지만 아이 셋을 키우면서 그런 꿈은 점차 접게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좀 더 편한 노후, 내 집 마련의 꿈을 셋째를 가지면서 맞바꾸게 된다. 아파트에 살 수 있었지만 포기한 채 다세대 주택으로 옮겨 살고, 서울 시내에 살 수 있었지만, 좀 더 싼 집을 찾아 수도권 신도시로 이사를 가야 하고, 부자라면 더 큰 부자가 될 수 있었지만 그럴 시간이 없고, 투자할 여윳돈이 없어 그 꿈을 버린 것이다.

 

사실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이른바 생애주기가설에 따르면 합리적인 경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50~55세에 연령대에 이르기까지 소득 증가와 함께 저축을 계속 늘리게 되며 이 과정에서 축적된 자산을 소비하는 과정을 통해 은퇴 이후의 노후생활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통계에 비춰진 한국 다둥이 가족의 삶은 다른 모습이다. 아이 둘까지의 경우엔 합리적이고 순조로운 인생 궤적을 꿈꿀 수 있게 되지만 아이를 셋 이상 낳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더 밑바닥으로 내려가지 않기 위한 몸부림, 악전고투를 감내해야 한다.

 

그렇다고 말이다. 다둥이 아빠들이여. 고개 축 쳐질 필요 전혀 없다. 기운을 내시라. 그리고 막둥이를 보며 활짝 웃어라. 세상 살면서 속은 게 어디 한 두 번이었나. 정부가 대 준다고 했던 그 돈, 까짓거 셋째 키우는 데 드는 비용으로 따지면 아스팔트에 붙은 껌 수준도 안 된다. 그리고 경제학자들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 놈의 돈만, 시간만 포기하면 된다. 그 대신 다들 외둥이만 낳아서 아이에게 매달려 전전긍긍할 때, 많은 아이들이 가져다 줄 긍정적인 외부효과를 기대하자.

 

사실 한계를 뛰어넘으면 그 다음은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아이를 낳으면 낳을수록 새로 태어난 아이는 더 부자가 되고 가족은 행복해진다. 일년에 5000만원 이상 소득을 올리는 중산층이 올해 아이를 한 명 낳아서 이 아이가 세월이 흘러 현재 자신의 아버지가 갖고 있는 경제적 지위와 비슷한 단계의 소득을 25년뒤에 갖게 된다고 생각해 보자. 향후 25년간 우리나라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2.3%씩만 된다고 해도 25년 뒤에는 평균 8900만원의 실질 소득을 올리게 된다. 그리고 이 아이의 아이, 즉 손자들은 그로부터 25년, 지금에서 50년 후에는 1억5800만원의 소득을 올리게 된다.

 

매년 2.3% 성장이라는 복리의 마술이 당신 아이들을 부자로 만들어 놓는다. 미래에 태어나는 아이들은 나올 때마다 경제성장이라는 `황금숟가락`을 물고 태어나기 때문에 아이를 많이 낳을수록 당신과 당신의 후손들은 가난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부자가 된다. 실질소득을 많이 창출하는 아이들을 많이 보유한 나라가 결국 경제대국이다.

 

스티븐 랜스버그 로체스터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의 저서 ‘발칙한 경제학(More sex is safer sex)’에서 19세기말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인류는 과거의 빈곤 상태를 벗어나 갈수록 부자가 되는 선순환의 고리에 진입했다고 단언한다.

현대 인류의 출현 시기를 십만년 전으로 볼 때 약 9만9800년 동안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간신히 목숨을 유지할만한 정도의 생활을 영위했다. 하지만 18세기 후반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사람들은 점점 부자가 되어 왔고 그리고 그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졌다.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20세기 초반 세계 최고의 부자였던 록펠러의 재산은 요즘 돈으로 2000억 달러로 빌 게이츠 재산의 2배가 넘는다. 하지만 록펠러는 TV를 보지 못했고 비디오 게임도 하지 못했고 자동차나 비행기로 여행하지도 못했다. 아파도 그 흔한 항생제 하나 먹지 못했다. 

 

록펠러경

 

세기의 부호 록펠러경. 미래의 당신 아이들도 록펠러 못지 않은 부자다.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엄청난 기술진보 덕택에 오늘날 평균적인 미국인은 100년 전 미국 최고의 부자인 록펠러보다 더 부자라고 주장한다. 물가상승률이 신상품 도입 효과를 반영하지 못한 상황에서 100년 전 2000억달러라는 화폐 개념은 시간이 흐를수록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이다.

 

아이를 더 안 낳는 이유에 대해 사람들은 대부분 ‘사교육비’ 부담이 무섭다는 핑계를 댄다. 하지만 사교육이 포화에 달한 상황에서 아이들의 교육비에 대한 추가 투자가 거둘 수 있는 생산성은 갈수록 떨어진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투자의 한계생산성 체감의 법칙이 어김없이 적용되는 것이다. 게리 베커식으로 얘기하자면 공장을 한 개 가동하면서 몰빵을 지르는 것 보다는 공장 3개로 업종을 다각화해서 분산투자하는 게 미래에 닥쳐올지 모르는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현명한 처사다. 강남 엄마들의 치맛바람이 아무리 거세도 세상엔 안 되는 일도 많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 자기 잘난 맛에 사는 것보다 팀웍과 끈기(grit)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시대다. 아이들끼리 서로 배우고 가르쳐주고 함께 노는 협력은 돈을 주고 살 수 없는 가치요, 내가 늙어가며 의지할 친구들이 자라 오르는 것을 보는 것 또한 기쁨이다. 제 각각 자기 먹을 밥숟가락은 들고 태어난 아이들이 미래에 록펠러만큼 부자가 되는 건 또 다른 축복이다.

 

이근우자료제공 매일경제
발행일 2013.12.17기사입력 2013.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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