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그림으로 보여주는 사물인터넷의 세계 

# 아침 6시가 되자, 집 안의 모든 등이 자동으로 켜진다. 일찍 일어난 A씨는 세면대로 향한다. 각종 센서가 장착된 스마트 칫솔로 양치질을 시작한다. 현재 치아 상태가 좋지 않다는 정보가 뜬다. 이 정보는 전담 치과 의사에게 자동 전송된다. 오늘 중 진단 결과를 받을 수 있다. 출근 전 목이 말라 냉장고에서 물을 마신다. 하지만 냉장고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았는지 주방 위에 설치된 조명이 빨간색으로 바뀐다. TV 화면에도 경고 메시지가 뜬다. 냉장고 문을 닫는다. 집을 나서자 집 안에 있는 불은 자동으로 꺼지고 ‘잘 다녀오세요’라는 안내 음성이 들린다. 주차장에 들어서자마자 A씨는 ‘아차!’ 싶었다. 자동차 열쇠를 집에 두고 나와서다. 하지만 다시 올라갈 필요는 없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시동을 걸고 A씨는 출근했다.

# 모두가 퇴근한 빌딩. 갑자기 빌딩 내부 온도가 올라간다. 이유는 알 수 없다. 이 빌딩 에어컨은 현재 상황을 바로 체크한다. 에어컨 환경 관리 업체에 이 사실을 알리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후 바로 기기 상태 분석에 들어간다.

“내부 온도는 25도. 1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온도 상승 중. 그대로 두면 2시간 뒤 29도까지 올라감. 내부 난방 기능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파악. 하지만 바로 수리 가능.”

에어컨은 스스로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30분 뒤, 이 빌딩 에어컨은 정상 가동됐다.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나타날 수 있는 가상 시나리오다.

사물인터넷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사물인터넷이란 사물끼리 유무선 인터넷으로 연결돼 정보를 주고받는 것을 말한다. 예전엔 TV, 냉장고, 책상 등은 특정 기능을 제공하는 하나의 ‘물체’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IT기기가 아닌 일상생활 제품에도 통신 기능이 탑재되기 시작하면서 사물인터넷이란 용어가 나오기 시작했다. 사물인터넷 시대에는 이런 사물들이 모두 네트워크로 연결된다. 여기서 발생한 데이터를 사물들이 스스로 분석해 우리 삶에 도움을 준다.

다양한 사물인터넷 세계

사물인터넷의 개념을 비교적 잘 설명한 TV 광고가 있다. SK텔레콤(SKT)의 ‘스마트 팜’ 서비스 광고다. SKT는 “비닐하우스가 식물들의 이야기를 알아듣는다”는 광고 문구를 통해 사물인터넷을 설명했다. 비닐하우스가 내부 환경을 스스로 체크하고 분석한 정보를 주인에게 전달한다. 주인은 외부에서 태블릿으로 비닐하우스 내부를 제어하면서 식물을 키울 수 있다.

사물인터넷은 갑작스럽게 등장한 개념은 아니다. 2009년에 처음 소개돼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특히 올해 1월 초 열린 ‘2014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는 전자·통신·네트워크·반도체·자동차·헬스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서비스가 소개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스마트 가전’ 통합 솔루션을 선보였다. 삼성 ‘스마트홈’ 서비스는 여러 가전제품을 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통합 관리할 수 있다. 집 안에서 ‘영화(Movie)’라고 말하면 조명이 어둡게 바뀐다. ‘굿나잇(Good night)’이라고 하면 TV가 자동으로 꺼진다. LG전자의 ‘홈챗(HomeChat)’ 서비스도 비슷한 원리다. 냉장고한테 어떤 음식이 보관돼 있는지 물어보면 무엇이 얼마나 있는지 알려준다.

이 외에도 CES에서 선보인 사물인터넷 서비스 사례는 다양하다.

인텔 ‘미모’는 아기 전용 옷이다. 아기에게 입히면 아기가 느끼는 기분과 건강 상태를 알려준다. 옷에 내장된 센서가 아기의 신체 상태를 측정하고 초소형 컴퓨터는 이를 분석한다. 아기가 호흡을 규칙적으로 하고 있는지, 언제 몸을 뒤집었는지 등의 정보를 부모 스마트폰으로 보내준다.

상용화된 대표적인 사물인터넷인 손목시계나 밴드형 웨어러블 기기는 점점 진화하고 있다. 구글은 아디다스와 함께 ‘말하는 신발’을 선보였다. 각종 센서가 운동화에 탑재돼 운동화가 움직이고 있는지, 얼마나 빨리 이동하는지를 감지한다. 그리고 상황에 맞는 메시지를 착용자에게 전달한다. 이를테면 사용자가 신발을 신고 움직이지 않으면 신발이 “지루하다”며 투덜거리는 식이다.

스포츠 용품 업체 리복이 선보인 ‘체크라이트’는 헬멧 안에 쓰는 모자다. 모자 내부에 이용자 현재 상태를 살펴보는 센서가 있다. 착용자의 머리 중 어디에 충격이 왔는지 분석한다. 사전에 지정된 충격 강도를 초과하면 불이 들어와 미리 경고한다.

자동차 분야에서도 사물인터넷이 적용된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는 ‘예측형 사용자 경험’ 시스템을 공개했다. 이 시스템에는 운전자가 자주 가는 길, 운전 습관, 출퇴근 시간 등을 학습해 운전자 기분에 맞는 장소를 추천하는 기능이 있다.

아기에게 입히면 아기 기분과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옷인 인텔의 ‘미모’. <인텔코리아 제공>  

사물인터넷 시장 전망

“(사물인터넷은) 단순히 기술적 문제가 아니며, 인류 생활방식 자체를 바꾸는 혁명적인 일이다. 향후 10년간 19조달러 규모의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다.”

존 체임버스 시스코 회장이 ‘2014 CES 기조연설’에서 밝힌 내용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20년 사물인터넷 기기가 260억대로 늘고 각종 제품과 서비스 공급업체 수익이 300억달러(약 31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로 인해 창출되는 세계 경제적 부가가치는 1조9000억달러(약 20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사물인터넷은 어느 한 특정 분야에만 적용되진 않는다. 모든 사물이 대상이다.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다는 얘기다. 통신서비스, 네트워크 인프라 사업자, 부품이나 가전 기업 등 IT 기업은 물론, 가구, 운동용품, 생활필수품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신규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사물인터넷 시대에는 제조사와 사용자 사이 관계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그동안 제조사는 제품을 사용자에게 판매한 후 대체로 그 이상 관계가 이어지지 않고 끝이었다. 사물인터넷 시대에서는 제품 판매 후에도 관계가 이어진다. 여러 사물을 사용하면서 발생된 데이터는 하나의 정보가 된다. 그 과정에서 데이터 센터, 정보 분석 등 새로운 사업 영역이 생겨난다.”

시장조사업체 IRS 김승훈 실장의 설명이다.

본격 상용화는 언제?

지금까지 여러 사물인터넷 서비스가 선보였다. 하지만 아직까진 한계가 있다. 사람들이 지시하거나 개입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물들은 같은 브랜드나 제품군, 혹은 동일 통신환경에서만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스마트홈 솔루션을 예로 들자. TV는 A사 제품, 냉장고는 B사 제품, 세탁기는 C사 제품이라고 하면 기기 간 정보 교환은 이뤄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아직 사물인터넷은 ‘반쪽짜리 서비스’다. 다른 브랜드 제품이나 통신 환경에서도 사물 간 정보 교환이 이뤄질 때 진정한 의미의 사물인터넷 시대가 열렸다고 할 수 있다.

임현수 효성ITX IT사업본부장(전무)은 “특정 브랜드 솔루션, 제품을 통한 사물인터넷 환경을 구축하는 시도는 이미 시작됐다. 다른 제품 간에도 호환이 되는, 진정한 사물인터넷 생태계가 구성되려면 약 3~5년 정도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표준을 확립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안토니오 비아나 ARM 부사장은 “사물인터넷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이제부터 중요한 일은 표준화 작업이다”라고 말했다.

보안 강화는 숙제

우리 생활을 보다 윤택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되는 사물인터넷도 치명적 약점이 있다. 바로 보안 문제다. 미국 보안 서비스 업체 ‘프루프포인트’는 올해 초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전 세계에서 75만건의 ‘피싱’과 ‘스팸’ 메일이 TV와 냉장고 등을 통해 발송됐다”고 발표했다. 공식적인 사물인터넷 첫 사이버 공격 사례다.

사물인터넷 산업이 발전하는 데 보안 이슈는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해커들은 PC, 스마트폰 등에만 침입했다. 이젠 가전제품, 자동차, 의류 등 공격 대상이 훨씬 넓어졌다. 특히 가전제품은 PC 대비 이용 빈도가 높고 보안 시스템이 취약한 편이다. 현재로선 해결 방법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 제조사와 네트워크 관리 업체들이 보안에 대해 보다 관심을 갖고 준비하는 것뿐이다.

“보안은 투자 개념이다. 관련 업계가 제품 개발 전부터 얼마나 잘 준비하느냐가 중요하다. 특히 자동차는 인간 생명과 직결되는 사물이다. 나의 무인 자동차가 해커 침입으로 외부 힘에 의해 마음대로 운전하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문종현 잉카인터넷 팀장의 경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