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구글이나 애플에서 자동차에 관심을 갖고있는 것은 시장 논리로 볼 때 당연한 일이다. 사람은 집과 사무실과 자동차(또는 지하철)에서 대부분을 보내지 않는가. 구글은 핸들 없는 자동차를 꿈꾸고 있고 애플은 안전한 운전을 도와주는 기기를 이미 완성해 전세계 자동차에 부착할 준비를 끝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닌 것 같다.

목숨 건 운전 중 곡예, 이젠 그만

운전 중 문자를 보내 본 적이 있으신지. 출근길 운전 중 FM 라디오를 듣다 보면 문자로 방송에 참여하는 코너를 흔히 경험할 수 있다. 안전을 기준으로 볼 때, 그 코너는 폐지돼야 마땅하다. 바쁜 출근길에 누가 차를 안전지대에 주차해 놓고 문자를 보내겠는가. 라디오에 참여하기 위해 문자를 보내다 사고가 날 경우 그 책임은 오직 운전자 자신이 져야 한다. 하지만 상품을 미끼로 50원 짜리 문자 참여를 유혹하는 인기 DJ의 달콤한 목소리를 무시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막히는 도로에서 저속 운전을 하며 문자를 보내다 앞차에 추돌하는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살살 달렸기에 망정이지 속도가 높았다면 즉사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운전 중 전화 통화를 하거나 문자를 주고받는 일은 그야말로 목숨을 건 무모한 일이다.

지난 3월 3일 제네바 모터쇼에 등장한 카플레이(CarPlay)는 아이폰 사용자가 운전 중 말 한 마디나 터치 한 번으로 운전을 하면서 전화를 걸거나 지도 앱을 보여주고 음악도 들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카플레이가 설치된 차량에 아이폰이 접속되면 시리(Siri)를 통해 전화번호를 검색하거나 전화를 걸고, 부재 중 전화나 음성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 시리는 음성 명령에 의한 요청을 응대하고, 운전자의 문자 메시지를 읽어주거나 음성을 받아써서 회신해주며, 전화를 거는 등 아이즈 프리(Eyes-free) 경험을 제공한다.

카플레이에 대한 세계 자동차 회사들의 반응도 좋다. 페라리, 메르세데스 벤츠 및 볼보는 최근 자사 자동차에 카플레이를 제공하기 시작했으며 곧 BMW, 포드, GM, 혼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재규어 랜드로버, 미츠비시, 닛산, PSA 푸조 시트로앵, 스바루, 스즈키, 토요타 등 그도 곧 카플레이를 제공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애플 카플레이는 iOS 7 업데이트가 필요하며 iPhone 5s, iPhone 5c, iPhone 5 등 케이블 연결이 가능한 아이폰으로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애플의 카플레이가 단순히 안전 운전을 도와주는 기능을 위해 탄생한 것일까? 내비게이션을 대체할 기기로만 쓸려고 이 프로그램을 10년 동안 연구해 온 것일까? 대부분의 IT 관련 미디어는 물론, IT 사용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자동차 안에 아이패드를 넣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렇게 된다면 현재 안전 운전을 도와주는 단순 기능은 끝없이 확장되어 자동차 중심의 라이프 스타일이 현실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말이다.

결국엔 구글이 추구하고 있는 핸들 없는 자동차를 향한 애플의 질주일 수도 있다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토록 치밀한 IT는 세상 어느 구석까지 스며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