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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치페이가 나쁘다, 옳다의 문제는 아니다. 다만 여럿이 함께 하는 조직생활에서, 상급자와 하급자 간의 과거와 현재의 모럴이 공존하는 가운데, 사람들의 기분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1 출근 후
막내 팀원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한다.
“저 커피랑 샌드위치 사올 건데요, 주문하실 분 있으세요?”여기저기서 “나는 커피” “나도 샌드위치” 주문을 하며 돈을 건넨다. 이때, 팀장도 거든다. “나도 샌드위치 세트 하나.” 만원 짜리 하나를 건네면서, 말한다.
“거스름돈은 지금 줘.”

#2 야근중
A와 B는 동기간이다. 야근중, 선배들 심부름으로 간식거리를 사러 둘이 함께 나가게 됐다. 늘 선배들에게 얻어먹는 게 미안했던 A. “오늘은 그냥 저희가 사올 게요”라며 선배들이 주는 돈을 거절했다. 물건을 고르고 계산대 앞에 서자 B가 말한다.
“네가 산다고 했으니 이건 네가 계산해.” 짜증이 일었지만 평소 워낙 짠순이라 그냥 참았다. 사온 간식거리들을 테이블에 펼치며 B가 선배들을 불러 모은다.
“선배님들~ 오셔서 간식 드세요. 저희가 산 거예요~”
아니, 뭐 이런 싸가지가...!!

#3 점심시간 전
오늘은 김부장이 점심 약속이 있단다. 그러면 이차장은 또 우리랑 밥 안 먹겠군. 물어볼 필요도 없지만 그래도 예의가 그렇지 않지.
“이차장님, 점심 안 드세요?”
“아, 난 뭐 처리할 게 좀 있어서 이따가 따로 먹어야겠는데.”
그래. 그럴 줄 알았어. 부장 없이 자기가 우리랑 가면 우리 밥값을 자기가 내야 하니까 피하는 거 알아.
그까짓 거 얼마나 된다고 사람 참 쪼잔하네, 쯧.

#4 점심시간
팀원들이 함께 점심을 먹는다. 다섯 명이 가서 메밀국수 한 그릇씩 먹으니 4만 원 정도 계산이 나왔다. 팀장이 “내가 내지”라며 앞선다. 커피를 마시러 간다. 각자 자신이 마실 커피를 주문하는데 팀장 바로 아래 박과장은 “나는 아메리카노”라며 이천 원을 낸다. 그러자 나머지 직원들도 각자 자기 커피값을 갹출하는 분위기로 전환. 막내가 수습한다. “쿠폰 다 채웠으니 팀장님은 안내셔도 돼요~”
그나마 다행인가?

#5 회식
부서개편이 있고 나서 첫 회식. 1차는 법인카드로, 2차는 부장이 계산한 다음 먼저 귀가. 모처럼만에 흥에 겨운 팀원들이 3차를 가자며 분위기를 띄우는 순간, 차장이 말한다.
“3차는 누가 계산하게? 더치페이면 가고.”
오대리 얼굴에 짜증이 확 돈다. 넉살 좋은 김 대리가 “뭐 어떻게든 되겠죠. 일단 갑시다~ 갑시다.” 달랜다. 그러나 차장은 계속 버티는 중.
“확실히 해. 더치페인지 아닌지. 나중에 나 바가지 씌우지 말고.”
혈기방자 오대리, 결국 못 참고
“그럼 차장님은 그냥 가시던가요!”
분위기는 일순 싸해지고, 결국 흥겨운 회식은 고성과 싸움으로 끝났다는 우울한 이야기.

이 외에도 온갖 종류의 더치페이를 둘러 싼 직장 내 에피소드와 신산고초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풍부하다. 연봉이 많다든지, 부서 경비가 풍요롭다든지, 영수증 처리가 잘된다든지 하면 무슨 걱정이랴. 그러나 대부분의 회사들은 경비 처리가 빡빡하고, 점점 빡빡해지고 있고, 앞으로 더 빡빡해지기 쉽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사회는 ‘윗사람’, ‘아랫사람’이라는 개념이 존재하게 마련. 여기에는 밥값, 술값, 커피값 따위는 윗사람이 내는 것이 당연하다는 전제가 포함돼 있다. 일종의 아노미다.

일단 부장 등 중간관리자들의 급여가 예전의 기준이 아니다. 숫자는 비슷하거나 더 높아졌을지 몰라도 잘 아시다시피 고물가와 사교육비 등 지출 비중이 크기 때문에 용돈 씀씀이는 몹시 타이트한 경우가 많다. 게다가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올랐다. 냉면 한 그릇에 만원, 김치찌개도 싸야 칠천 원이다.

“오늘은 부대찌개 어때?”라든가 “모처럼 칼국수 한 그릇씩 할까”라는, 직장인의 큰 기쁨인 ‘메뉴 고르기’를 하는 순간 인당 만원부터 시작이다. 서너 명이 가면 3~4만원, 대여섯 명이 가면 5~6만원이다. 가끔도 아니고 일주일에 몇 번씩은 정말 어려운 규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 리모델링한 대형 건물의 럭셔리한 지하식당가에서 가슴에 출입카드를 단 직장인들이 런치 메뉴 1만5000원, 2만원 메뉴를 즐기는 모습은 더치페이가 아니면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받으면 그만큼 내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운 마인드도 확산일로다. 차라리 안 받고 안 낸다는 주장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중. 특히 여직원들이 많은 경우 이러한 분위기가 일찌감치 정착돼 있기도 하다. 더치페이가 나쁘다, 옳다의 문제는 아니다. 다만 여럿이 함께 하는 조직생활에서, 상급자와 하급자 간의 과거와 현재의 모럴이 공존하는 가운데, 사람들의 기분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우수릿돈을 활용하라

윗사람이 기분 좋고 자연스럽게 계산해주면 가장 감사한 일이지만, 상사의 지갑이 화수분도 아니고, 늘 그러기는 힘들다. 전액을 계산하기 부담스러울 때는 우수릿돈을 제외한 나머지만 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셋이 가서 1만7000원 가량 나왔다면 1만원 정도만 내고, 2만8000원 정도 나왔다면 2만원만 내는 식. 

 

3·5·7 전략을 구사하라

한국인은 3·5·7이라는 숫자에 친숙하다. 반만 내겠다고 말하기도 뭣하고 “이게 다야” 구차하게 설명하기도 힘들다. 그냥 3만원, 5만원 씩 만 원짜리 몇 장씩을 홀수로 내준다. 현금으로 내줘야 분위기가 자연스럽다. 가급적 5000천원짜리 같은 것은 섞지 말고 만 원짜리면 좋다. 사전에 현금 준비 정도는 해두자.

 

얌체에게는 노력할 필요 없다

늘 받아먹기만 하는 사람들이 분명 존재한다. 윗사람한테는 얻어먹고 아랫사람들하고는 당당히 더치페이다. 형편이 어려워서, 라고 이해하기엔 큰 평수로 이사하기도 하고 동네도 좋은 데 살고 있다. 석연치 않다. 이런 사람들과 둘이 있을 때라면 굳이 5000원, 만원 더 쓸 필요는 없다. 과감히 자신이 먹은 것만 내고 자리에 일어서도 된다. 그렇다고 해서 본인이 다른 직원에게 “김부장은 내 설렁탕 값도 안 내주던 걸.”하고 욕할 처지가 아니다. 그렇게 했다가는 본인만 우습게 될 것이다.

 

더치페이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더치페이를 하면 편한 게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어렵게 고민해가며 명맥을 유지하는 까닭은 ‘정서’ 때문이다. ‘내가 지금은 좀 어려워도 이렇게 하는 게 나중에 부서 분위기에 도움이 되겠지’ 라는 생각이 대부분이다. 후배들 중에도 아랫사람들을 잘 챙기고 그렇게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후배와 있을 때 그런 선배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가끔은 솔직해도 된다

“나 이번 달 적자야.”, “지난 번 1/n 타격이 너무 큰데 당분간 김차장이 나 좀 챙겨 줘.” 이렇게 말할 수 있다면, 절반은 성공한 팀 생활 중에 있다고 생각해도 된다. “저 사람은 평소에 돈을 잘 썼으니까.”라는 인식이 있다는 얘기.

 

능력 안에서 해결하라

어차피 용돈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선배라서, 직급이 어느 정도 돼서 후배들과의 밥값 등에 대한 부담이 있다면 대략적인 예산 규모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일주일이나 한 달 용돈 중 대략 어느 정도까지 운용(?)이 가능한지를 체크해보고 그에 맞춰 일주일에 한번 정도 찻값이나 밥값, 호프집에 간다면 대략 얼마 선 정도… 이런 식으로 기준을 만들어 두면 도움이 된다. 막상 그 상황이 되면 그렇게까지 꼼꼼하게 따지고 실천하기는 어렵겠지만 기준이 있고 없고는 분명 차이가 있다.

 

늘 받기만 하는 것은 실례

꼭 상하 직급의 문제, 저 사람이 나보다 연봉이 많고 적고의 문제가 아니라 ‘늘 받기만 한다’면 가끔은 답례할 줄도 알아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윗사람이 밥을 샀다면 찻값 정도는 받은 사람이 대접하는 것이 도리다. 때로는 그 조차 윗사람들이 계산하려 들 텐데, 그 상황이 아니더라도 나중에 음료수나 간식을 따로 챙겨 준다든가 하는 식으로 감사의 뜻을 주고받는 것이 매너다.

 

그렇게 먹고나오면 인사 한 마디는 필수

앞서 얘기한 대로 상사의 지갑이 화수분이 아니거늘 일껏 먹고 계산하고 나오면 그것이 당연한 줄 아는 사람이 있다. 윗사람이든 아랫사람이든 누군가 돈을 더 낸 상황이라면 적어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인사 한 마디는 기본 예의다. 윗사람이 돈은 내는 것이 당연한 줄 알고 인사를 할 시간에 휴대폰 문자를 확인하거나 다른 짓을 하며 자리를 뜨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꼭 인사치레를 듣기 위해 돈을 내주는 아니지만 즐거운 인사는 돈을 내 준 사람 입장에서 ‘본전 생각’이 들지 않게 하는 것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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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선(기업커뮤니케이션&컨설팅그룹 네오메디아 편집팀장)자료제공 Citylife
발행일 2012.03.21기사입력 2011.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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