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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991년 서울의 번잡한 소음이 싫어 제주로 훌쩍 떠났다. 추계예술대 교수였던 그는 안식년을 빌미 삼아 연고 없는 섬에 둥지를 튼 것이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길어야 2년`이라는 호언장담이 오갔다. 그런 그가 제주에 머문 지 올해로 꼬박 20년째다. 이제는 `제주 화가` 하면 그의 이름을 떠올릴 정도로 제주뿐만 아니라 국내 화단의 대표적인 인기 작가가 됐다.

서귀포에 사는 이왈종(67) 이야기다. 그가 당시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을 때 그의 손에는 달랑 260자로 쓰여진 반야심경이 들려 있었다.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示空 空卽示色)`으로 요약되는 이 경전에 그는 온 마음을 빼앗겼다.

"모든 것은 마음의 조작에 불과하고 행복과 불행은 남이 만든 것이 아니라 내 속에 있다는 이야기죠. 그래서 내가 행복한 마음으로 그릴 때 그것을 보는 사람들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것이 화업 40년을 관통하는 그의 화론(畵論)이자 인생 철학이다. 그때부터 그는 `제주생활의 중도`라는 단일 명제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중도란 모든 것이 상호작용에 의해 연결돼 있다는 연기론에 바탕을 둔 불교 사상이다.

그의 신작 60여 점이 서울 신사동 갤러리현대 강남점에 걸렸다. 100호가 넘는 대작들에서 단순하고 소박한 삶의 행복이 전해진다. 5㎜ 장지의 화폭에는 새와 매화나무 동백나무 수선화 노루 골프 등이 들어와 앉아 있다. 그가 제주도에 둥지를 틀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들이다. 그의 그림에는 원근법도 없다. 실제 20~30㎝ 만 한 작은 수선화가 집 한 채보다 더 크게 그려져 있다. 사람의 눈이 아닌 세상 만물의 관점에서 그린 것이다.

그는 30대 젊은 나이인 1981년부터 이미 인기 작가 반열에 올랐다. 그가 그리는 족족 팔려 나갔다. 그로부터 30년간 그는 한번도 슬럼프를 겪지 않았다고 했다. "친구들이 예술이 어쩌구 떠들면 나는 예술가가 아니다. 처자식 먹여 살리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고 말해요. 작업하기 바빠 죽겠는데 그럴 시간이 어디 있냐고."

오랜 인기 비결에는 그만의 철저한 관리와 욕망을 비우는 자세가 있다. "마음은 늘 바닥에 놔둬요. 목표가 작으면 행복하지요. 항상 목표를 초과 달성하니까."

최근 달라진 변화라면 색채가 강해진 것이다. 밋밋하다는 한국화 편견을 깨기 위해 밝은 원색을 많이 썼다고 했다. 전시장에서는 새삼 그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미술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그의 그림 여러 점은 개막하기도 전에 노란 딱지가 붙었다. `이미 판매됐다`는 뜻이다. 그가 골프공에 그린 춘화도 인기 품목이다. 전시는 4월 1일까지. (02)519-0800 

■ He is…

1945년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났다. 중앙대 회화과를 졸업한 그는 그만의 독특한 실경산수로 30대부터 인기 작가 반열에 올랐다. 1979년부터 1990년까지 12년간 추계예술대 교수로 재직했다. 1991년부터 제주도 서귀포에 정착해 `제주생활의 중도(中道)`라는 단일 제목으로 작품을 하고 있다. 유일한 취미가 골프며 중절모를 쓴 멋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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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휘 기자자료제공 매일경제
발행일 2012.03.20기사입력 2012.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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