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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루칩 작가 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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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 시장이 팽창하면서 매해 10만명 이상의 대졸 미술가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상업화랑 소속작가가 아닌 신인들은 이목을 끌거나 개인전을 열기 어렵다. 오랜 경기 침체와 함께 위축된 청년 미술가들의 활동은 패러디와 일탈, 엉뚱함에서 오는 B급 정서로 폭발하고 있다.

 

무너진가슴
 
스파이더맨

 

1.이우성, 무너진 가슴, Gouache on canvas, 65.1×50.0cm, 2013

2.유은석 <스파이더맨>(사진출처 다음카페 여성시대)

3.아트스타 코리아

4.전시과정을 검증받는 ‘아마도 애뉴얼날레’에 출품된 이정형<겹쳐지는 부분-We>, digital image, 2013

5.아마도 예술공간 난상토론

 

나를 움직이는 당신

김현정<나를 움직이는 당신>(2014) 한지 위에 수묵담채, 콜라쥬, 130×196cm


대중과 만난 예술,

 

B급 병맛으로 돌아오다

 

얼마 전 부산의 한 백화점에서는 외관 벽에 설치된 작품이 풍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철거됐다. 거꾸로 매달린 스파이더맨의 신체 일부가 선정적이며, 원작에 대한 모욕이라는 항의전화가 쇄도한 것. 작가는 철거 전 “아침의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을 영웅에도 적용하여 거짓 없고 가식 없는 아침의 모습을 코믹하게 표현한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슈퍼히어로가 되기를 강요 받는 현대인의 일상을 빗댄 연작 시리즈 작업을 하고 있는 유은석 작가의 작품이었다. 어쩌면 그는 고뇌에 찬 영웅 대신 발랄한 영웅의 일상성을 보여주려 한 건 아닐까.

 

미션 수행과 순발력으로 예술가의 역량을 판단한다는 논란에 휩싸인 <아트스타 코리아>는 예술도 ‘대중미술’로 소비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흔히 ‘병× 같지만 재미있다’ ‘병× 같지만 어쩐지 멋있다’로 대변되는 병× 같은 맛, 일명 ‘병맛’은 어떤 대상이 ‘형편 없고 어이없음’을 상징한다. 디시인사이드 카툰 갤러리에서 처음 사용된 유행어로 중학교 미술시간에 배운 골계미(익살)와 일종의 풍자, 해학을 생각하면 된다. 이에 대해 미술 평론가 임금준은 SNS를 달군 ‘등신미’를 유의어로 소개하며 “과거 세대와 달리 예술가로서 역사에 이름을 남기겠다는 야심을 갖지 않는 청년들이, 지속 가능한 형태의 창작 방식을 모색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획일화된 제도에서 벗어난 신진 작가들이 열패감을 미학화해 현실을 극복하려 한다는 것.

 

미스터

 

1.미스터(Mr.)<딸기 목소리>(2007)_FRP, 철, 기타 재료_295×274×300cm

2.미스터(Mr.)<쾌청한 시월의 하늘>(2010)수채물감, 연필, 종이에 아크릴_41.9×29.7cm

3.우르스 피셔<누아제뜨>(2009)_다중 매체_가변 크기

4.우르스 피셔<세흐비스알라프랑세즈(Service a la francaise 모든 요리를 한꺼번에 내오는 서빙 방식)(2009)_반사 재질의 크롬 스틸에 실크스크린_가변 크기

 

패러디와 오타쿠의 ‘B급 병맛’

 

보여주는 전 세계 작가들

 

미술 전문 잡지 <아트나우>는 현재 왕성하게 자신의 작업세계를 전개하고 있는 현대미술 작가로 일본의 오타쿠 문화를 대표하는 회화 작가 미스터(Mr.), 스위스 조각가 우르스 피셔, 조사연구와 설치 작업을 병행하는 한국인 4인조 아티스트 SMSM(최성민, Sasa(44), 박미나, 최슬기) 등을 꼽았다. 이들 작가의 공통점은 패러디하는 것과 패러디되는 피사체 사이에 적절한 거리를 유지한다는 점.

 

팝아티스트 무라카미 타카시의 조수로 일하며 오타쿠 문화를 전수한 작가 ‘미스터’는 오타쿠의 외피적 특징을 가져온 무라카미와는 달리 미소녀 자체에 100% 집착한다. 그래픽 디자이너 최슬기와 민, 현대미술가 박미나와 Sasa(44)가 결합한 SMSM은 조사연구 프로젝트에 바탕을 둔 짓궂은 작업을 자주 한다. 예를 들면 서울-광주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판매하는 기능성 음료를 모두 모아 ‘종합 에너지 칵테일’을 만들고, 면책동의서에 서명한 관객에게 나눠주는 식(<에너지!(Energy)>)이다. 한편 현대미술의 여러 양상을 벤치마킹해 마치 그럴 듯한 현대미술 작품처럼 보이는 작품을 선보이는 우르스 피셔는 ‘설치미술로 사기를 치는 훌륭한 가짜’로 곧잘 불린다. 관객이 다가서면 혀가 튀어나오는 그의 작품 <누아제뜨(Noisette 고기요리의 일종)>를 보라.

 

잉여인간

 

1.김윤재 <금강전도 연작3>(2013) 강화 플라스틱 위에 혼합재료 34×34×40cm

2.하용주 <잉여인간11>(2012)80×60cm 한지에 먹, 채색

3.박미나<12색의 드로잉들 연작>(2013)_Colored pencil on coloring page[지구과학 색연필] 34.5×26.5cm_each(framed)

ⓒKukje Gallery

4.박미나 국제 갤러리 설치전경 2층 ©김상태, kukje Gallary

 

정형화된 12색 레디메이드

 

컬러는 가라!

 

약 100년 전 마르셀 뒤샹이 그 유명한 <샘>을 제출한 뒤로 ‘기성품’이라는 뜻의 ‘레디메이드(ready-made)’는 모던아트의 하나가 됐다. 헬로우 키티 캐릭터 위에 연필회사가 지정한 12가지의 컬러가 덧입혀진 박미나 작가의 <12색의 드로잉들 연작(12 Colors Drawings)>은 그런 의미에서 단순한 색칠공부를 초월한다. 해, 달, 별의 이미지가 있는 학습용 색칠공부 낱장 위에 유명 문구 상표 ‘모나미’와 ‘지구 슈퍼 색연필’ 12색으로 그린 작품은 각 물감회사에서 임의적으로 지정한 ‘기본색’이 실은 상업화 목적으로 유통된다는 점을 알려준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팝아트 작가 박미나는 국내에서 유통되는 총 7개의 물감회사에서 생산한 11개의 12색 유화 물감을 회사별 고유의 색채 명칭과 배열된 순서에 따라 나열했다. 상업적으로 생산된 원상태의 물감을 그대로 캔버스에 입힘으로서 ‘색의 레디메이드식 물성’을 비판한 것. 전통적인 수묵화와 채색화의 중간 기법을 사용, 머리 대신 문어가 붙어있는 인간을 그린 하용주 작가의 <잉여인간11>은 현대인의 소통 부재에 대한 상징이자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표현하고, 김윤재 작가의 <금강전도 연작3>은 과거의 풍경과 함께 기억 또한 상실하는 현대인의 인체를 산과 함께 표현했다. 이 두 작가의 작품은 7월 19일(토)부터 9월 21일(일)까지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에서 열리는 <고양 신진작가 초대전 19>에서 볼 수 있다.

 

수묵담채 미인도

 

1.<폼생폼사 : 순정녀>(2014)한지 위에 수묵담채, 콜라쥬, 112×134cm

2.<수고했어 오늘도>(2014) 한지 위에 수묵담채, 콜라쥬, 107×165cm

3.<내숭 : 우연을 가장한 만남>(2014) 한지 위에 수묵담채, 콜라쥬,각 129×153cm

4.<아차>(2014) 한지 위에 수묵담채, 콜라쥬 145×117cm

 

수묵담채로 그린 시스루 미인도, 한국화의 팝아트

 

속이 비치는 치마, 알록달록한 저고리, 진한 하이힐 고무신을 신은 소녀가 가즈 버너 위에서 라면을 먹고, 포켓볼을 친다. 그런가 하면 샤넬백과 스타벅스 커피를 옆에 두고 윗몸 일으키기를 하기도 한다. 참신한 발상과 주제, 표현기법으로 ‘당돌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김현정 작가는 정통 동양화의 이론과 기법에 기초하여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다. 젊은 동양화가들의 작품에서는 보기 힘든 수묵담채 기법으로 자화상을 그린 김현정 작가는 가나아트센터 오픈 후 최다 방문객 기록을 달성했다.

 

이번 <내숭올림픽> 개인전에서 작가는 작품 속 미인과 마찬가지로 색동 한복을 차려 입고 머리를 땋은 채 사인을 했다. 작가가 그려내는 21세기 풍속화는 ‘한국화도 팝아트처럼 핫해질 수 있다’는 평을 받았다. 작가가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 내숭시리즈 중의 하나인 <2014 내숭올림픽> 아이디어는 지난해 가을부터 양재동 시민공원에서 운동하는 시민들을 보며 얻었다. “타자의 시선에 스스로를 옭아 매는 우리의 자화상을 보여주면서, 그러한 인식을 계기로 속박된 자아의 해방을 지향한다”고 평한 서울시립미술관의 선승혜 교수는 “작가는 ‘내숭’이라고 하지만, 타자가 보기에는 ‘자기긍정의 에너지”라는 평을 남긴다.

 

“현학적인 수사는 필요 없다. 예쁜 얼굴에 대해 남자들은 본능적으로, 여자들은 경쟁적으로 반응한다. 몸에 눈이 간다. 작업의 인기만큼 많이 그린 노력이 보이고, 또 인기를 자양분으로 하는 지혜도 있다.”

 

INTERVIEW “내숭 시리즈는 타인의 시선 아닌 나 보는 작업”

김현정

 

포켓볼 치는 미인도…한국화계의 아이돌, 김현정

 

속이 비치는 한복을 입고 포켓볼을 치는 캐릭터는 서울대 동양화과를 졸업한 작가가 어릴 적부터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부터 압박감을 느꼈던 개인적 경험으로부터 유래했다. 1년 동안 <내숭올림픽>을 기획했다는 한국화가 김현정(27) 작가와 ‘발랄한 한국화’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내숭시리즈 연작을 진행하는 이유는? 내숭시리즈는 ‘시선’과 ‘통념’으로부터 일탈, 자유의 상태를 지향하는 저 의 고백적 자화상이에요. 청소년기부터 남의 시선을 무척 의식하는 편이었는데, 희미해진 자아를 찾기 위해 ‘내가 어떤 사람인가’ 혹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하는 자문으로서 ‘내숭시리즈’를 시작했죠.

 

미인도 작업과정을 알려주세요. 구상 스케치를 하고, 밑그림에 도움을 줄 사진을 찍은 뒤 자화상을 누드로 표현합니다. 반투명한 한복을 입히기 위해 직접 얇은 한지를 염색을 한 후 콜라쥬를 하죠.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한복은 내숭의 메타포가 됩니다. ‘시스루(see-through)’처럼 보이지만 하얀 윤곽선으로 가사를 그려 투명함을 표현한 고려불화의 기법을 응용했어요.

 

한국화지만 일종의 팝아트처럼 재미있게 다가옵니다. 우아하고 고상한 한복을 입은 채 격식을 차리지 않은 행동을 해보자라고 생각했어요. 전통 기법은 고수하면서 현대미술에 맞는 요소를 찾으려고요. 제 그림을 보고 한국화가 진부하고 고루하다는 편견을 버리고, 웃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미술이 대중음악만큼 많이 향유되길 원해요. 대중과 많은 소통을 하고 싶어요. SNS를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죠.

 

샤넬백, 스타벅스, 패션지 같은 첨단 소비재가 함께 등장합니다. 제 그림은 제목이나 소재 등에 최대한 솔직한 제 생각을 담은 자기 고백적 일기예요. 나 아(我)자에 모자랄 차(差)자를 붙인 <아차(Oops)>라는 작품은 빈틈이 있는 인물의 상태를 은유함과 동시에 “아차!”라는 의성어를 제목으로 붙여본 것입니다. 주인공은 커피가 흘러 내려 가방을 적시고 있는 것도 모른 채 라면을 먹는데 몰입해 있죠. 라면을 먹으면서 그의 몇 배의 가격이 되는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것도 약간의 유희로 볼 수 있어요. 전통적 의상과 현대적 소품의 대비를 통해서 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들이 때로 무비판적인 통념일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타자의 시선이 나에게 가하는 무분별한 지배로부터 자유로운 자아의 모습을 회복하는 것이 ‘내숭이야기’의 핵심이에요.

 

내숭이야기

 

TIP  왜 예술계에 B급 정서가 내려앉았나?

 

→ 현대미술 시장의 폭발적 팽창(2013년 경매 낙찰 총액은 2006년의 2배)

 

→ 작품 배출 주기가 짧아지고 있는 상황.

 

→ 장기적 불황으로 대중문화의 기틀이 흔들리고 있다.

 

→ 사람들 사이에 가난하지만 멋진 삶이라는 새로운 스타일이 창조됐다.

 

신인 아티스트의 폭발하는 B급 상상력을 볼 수 있는 곳들

 

아마도예술공간

 

한남동 아마도 예술공간 ‘가슴라운지’에서 이름을 바꾼 ‘아마도 예술공간’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비영리미술기관이다. 3층 구조의 주택을 개조한 이곳에선 대안적인 전시기획을 펼칠 수 있으며 10m거리의 아마도 예술연구소에서는 세미나 및 심포지엄과 같은 행사가 이뤄진다.

 

‘아마도 애뉴얼날레_목하진행중’ 전시는 프리 오픈(Pre-Open)에서 참여 작가들의 기존작업 혹은 새로운 작업을 위한 준비 과정들을 선보이고, 작가, 큐레이터, 비평가와의 여러 번에 걸친 난상토론을 통해서 설치된 작품을 변화시키는 ‘진행형 비엔날레’다. 기존 ‘비엔날레’에 대항한 개념으로 결과 중심의 상업 비엔날레와 달리 담론과 과정 중심의 전시라고 할 수 있다. 구세대 예술인과 신진 예술인의 미적 가치를 공유하고, 만 40세 미만의 신진 큐레이터와 작가를 발굴하기 위한 전시다.

 

아마도 예술공간 02-790-1178 http://amadoart.org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683-31 아마도 예술 연구소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683-94

 

커먼센터 COMMON CENTER 어떤 작가의 어떤 작품인지 설명하는 대신, 벽지가 뜯겨졌거나 아직 얼마 남아 있는 헐벗은 벽 위에서 그림 자체에 집중하도록 해준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곳으로, ‘컬렉터-딜러-작가’로 이뤄진 전통적 상업 갤러리가 아닌 ‘미술가가 운영하는 공간’으로서의 갤러리를 표방한다. ‘센터’라는 이름을 단 것 역시 미술관이나 갤러리라는 이름에서 자유로워지고자 한 것. 함영준이 디렉터를, 그래픽 디자이너 김영나와 그래픽 디자이너 김형재, 그리고 미술가 이은우가 ‘멤버’로 참여하고 있다. 운영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멤버의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작품 판매 수익은 최소 운영비를 제하고 새로운 전시를 위해 사용된다. 각종 기금이나 레지던시, 시간강사, 오늘만 볼 수 있는 회화 전시 ‘오늘의 살롱’이 열리고 있다.

 

070-7715-8232 www. commoncenter.kr 서울시 영등포구 경인로 823-2

 

박찬은자료제공 Citylife
발행일 2014.07.02기사입력 2014.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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