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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로 후끈한 공기마저 서늘하게 만드는 서사와 스릴이 추리소설의 미덕이다. 소설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대단한 몰입의 감정은 일종의 카타르시스다. 더불어 문장 곳곳에 배치된 단서를 근거로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퍼즐 게임은 강한 중독성을 일으키기도 한다. 소설보다 소설 같은 현실의 사건들 탓인지 올 여름은 추리소설 열기가 다소 잦아들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여름 밤의 추리소설은 내 방이건, 휴양지이건 동행하고픈 감정을 가득 일게 하는 마성을 발산한다. 

 

추리소설
 
추리소설 순위

 

아쉽지만, 그들만의 리그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다 말하는 이들이 손꼽는 작품은 대개 해외작가들의 것이다. 그렇다. 현재 추리, 공포, 스릴러 소설은 ‘외국 번역물’만의 리그다. 교보문고의 2003년부터 2013년까지 공포 및 추리소설 베스트셀러 집계를 살펴보면 각국 출판물 판매 순위 1위는 일본 소설이었다. 반면 국내 소설은 5.09%를 기록하고 있다. 10년 전과 상당히 달라진 분위기다.

 

우리 소설의 비중은 2003년 13.03%였는데, 일본 소설은 2003년에는 6.0%였고 2013년에는 43.96%로 10년 만에 7배 이상의 성장을 기록한 것. 2013년 히가시노 게이고, 미카미 엔, 우타노 쇼고, 혼다 테쓰야, 미쓰다 신조 등 일본 작가 작품이 전체 베스트셀러 소설 20위권 가운데 무려 10권이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2007년부터 시작된 ‘한국 미스터리 작가 모임’을 중심으로 소속 작가들이 발표한 작품이 꾸준히 입소문을 타면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훈민정음 살해사건> <경성 탐정 이상>을 선보인 김재희, <선암여고 탐정단: 방과 후의 미스터리>의 박하익, <더블>을 쓴 정해연, <하품은 맛있다>의 강지영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추리소설

 

뭔가 ‘남는 것’이 있어야 한다 

 

한국 독자들은 단숨에 읽고 지나가는 허구의 스토리보다는 사회, 역사 의식을 담아 읽은 후 뭔가 남는 것이 있는 추리 소설을 선호한다. 그래서 유럽에 흔히 등장하는 본격 탐정물 대신 리얼리즘 성향의 사회파 소설과 역사의식을 지닌 추리 소설이 한국형 추리의 두 가지 줄기를 이룬다. 국내 독자들의 막강 지지를 받고 있는 일본 추리소설은 다양한 주제와 형식으로 장르 문학의 한계를 뛰어 넘는다. 소설 전반에 녹아든 동양적 정서 역시 중요한 공감대를 자아내며 독보적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

 

일본의 추리소설에서 사회적 문제가 이야기의 중심축을 이룬다면 미국은 사회에 의해 개인이 입는 피해, 심리적 갈등을 조명한 작품들이 많다. 마이클 코넬리, 데니스 러헤인이 미국의 대표적인 사회파 추리작가라 할 수 있다. 또한 영국은 잭 리처 시리즈를 펴낸 리 차일드처럼 ‘셜록 홈즈’로부터 시작된 정통 추리의 틀을 이어 서서히 진행되는 흐름과 묵직한 주제 의식을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가지 흥미로운 건 빠른 진행과 재미를 강조한 제임스 패터슨의 작품은 미국에서 초대형 베스트셀러를 기록했지만 국내에선 상당한 온도차가 있었다. 반면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는 역사를 따라는 가는 학습 효과를 품어 그 해에 가장 사랑받은 추리소설의 반열에 올랐다.

 

추리소설

 

여름날, 신작들의 러시 

 

번역물이 지나치게 득세하는 씁쓸한 상황이지만 국내 작가들의 새로운 작품이 분위기를 전복시키길 기대해본다. 현직 부장판사 작가로 알려진 도진기의 추리 소설 <유다의 별>(황금가지), 디스토피아적(가공된 부정적 현실) 사회를 주로 다루는 김휘의 <눈보라 구슬>(작가정신), 온라인의 화제 작가 임허규의 <에뜨랑제>(그래픽노블)가 그 흐름을 이끈다.

 

미스터리물 <유다의 별>은 1920, 30년대 사이비종교 집단 ‘백백교’를 모티브로 삼아 지금의 현실과 닮은 잔혹한 상황을 긴박하게 드러낸다. <눈보라 구슬>은 인간의 어두운 속성에서 출발하는 공포에 주목한 중·단편 모음집이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뒤 특전사 장교, 삼성 전략기획팀 등의 다채로운 경력을 지닌 임허규가 지은 <에뜨랑제>는 온라인에서 먼저 돌풍을 일으킨 작품이다. 장르문학사이트 ‘문피아’(www.munpia.com)에서 2008년 연재를 시작한 뒤 애플 앱스토어 전체 매출 2위를 기록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특전사 대위와 여군장교가 훈련 도중 낯선 세계에서 빠져들어 처절한 생존을 벌이는 내용이다.

 

올 3월에 나온 <한여름의 방정식>은 히가시노 게이고 25주년 기념작이기도 하다. <용의자 X의 헌신> <방황하는 칼날>, <질풍론도> 등으로 한국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그가 여름을 맞아 새롭게 들고 온 건 장편 SF 미스터리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패럴렐 월드 러브스토리>(재인)는 현실과 기억의 두 ‘평행 세계’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고민하는 주인공의 내면 심리가 잘 드러났다는 평이다. 8월에는 <화차><모방범>으로 대표되는 미야베 미유키의 신작 ‘피리술사’가 1년 만에 국내독자를 찾아온다. ‘공포 거장’ 스티븐 킹(Stephen King)의 신작 <닥터 슬립(Dr.Sleep)>도 이달 등장할 예정이다. 영미추리소설 분야에서는 셜록 홈즈 ‘실크하우스의 비밀’로 알려진 앤터니 호르비츠의 신작 <모리어티>가 11월 출간을 예고하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추리소설

북유럽 추리소설의 매혹 

 

스타일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스칸디나비아 즉, 북유럽의 바람이 추리소설에도 불기 시작했다. <밀레니엄> <스노우맨> 등 북유럽 스릴러 소설이 몇 년 전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신작도 눈에 띈다. <스노우맨>으로 잘 알려진 노르웨이 작가 요 네스뵈는 올해 초 신작 <네메시스: 복수의 여신>을 들고 방한하기도 했다.

 

덴마크에서 온 스릴러 <슈트케이스 속의 소년>는 출간 3주 만에 200권 이상 판매되며 순항을 알렸다. 인기에 힘입어 ‘니나보르 시리즈’ 제 2권 <보이지 않는 이웃의 살인자>도 국내에 출간되었다. <슈트케이스 속의 소년>은 니나보르라는 이름의 여주인공이 중심이 되는 ‘니나보르 시리즈’의 첫 권으로, 덴마크 아동문학 작가 레네 코베르뵐과 저널리스트 출신 소설가 아그네테 프리스 두 여성 작가가 공동 집필한 것이다. 이 시리즈는 2008년 덴마크에서 출간된 이후 전 세계 30개국에서 번역돼 100만부 가량 판매를 기록하며 인기를 증명했다.

 

인터파크도서 문학인문팀 홍성원 MD는 “북유럽 추리소설은 눈 덮인 풍경과 혹독한 추위를 배경으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복지국가의 평화로운 모습 뒤의 숨은 범죄의 면면을 다루는 것이 특징”이라며 “특유의 어둡고 서늘한 누아르적 분위기와 세밀한 심리 묘사가 결합되어 몰입도가 강하다”고 인기 이유를 말한다.

 

마니아들이 손꼽은 걸작

 

그림자 소녀

 

<그림자 소녀> | 미셸 뷔시 저, 임명주 역, 달콤한책

 

<그림자 소녀>는 출간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올해 최고의 추리소설이라는 평단의 찬사와 함께 2012 메종 드 라 프레스 상, 2012 대중소설 상, 2012 프랑스 최고 추리소설 상, 2013 NVN 독자가 뽑은 최고의 추리소설 상 등 수많은 추리문학상을 휩쓸었다. 2013년 한 해에만 50만 부 가까이 판매되면서 미셸 뷔시는 아멜리 노브통 베르나르 베르베르 등 거장들을 밀어내고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 작가로 손꼽히게 된다. 특히 지리, 지형에 대한 섬세하고 사실적인 묘사가 소설의 디테일을 살리며 흡인력을 더하는 가운데 루앙대학교 지리학과 현역 교수라는 작가의 이력도 화제가 되고 있다.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수첩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첩 1, 2> | 오카자키 다쿠마 저, 양윤옥 역, 소미미디어

 

어둡고 차갑기만 한 작품이 식상하다면 말랑 말랑한 추리 소설도 있다. 이 작품의 장르는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하지만 ‘구르메 미스터리’ 중에서도 ‘커피 미스터리’라 부를 수 있을 것. 커피전문점 일본 다카라지마사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 히든카드상을 수상하며 주목 받았다. 일반적인 추리소설보다 오락성이 돋보이며 순수문학의 완성도과 진정성도 겸비한 작품이다. 신인작가의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현지 2012년 8월 출간 이후 현재까지 100만 부 이상 판매를 기록했다. 에스프레소와 드립커피의 차이점, ‘블랙커피’ 호칭의 동서양 차이, 베트남식 화이트커피 설명 등 커피에 대한 다양한 정보도 만날 수 있다.

 

패럴렐 월드 러브스토리

 

<패럴렐 월드 러브 스토리> | 히가시노 게이고 저, 김난주 역, 재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이다. 현실과 기억의 두 평행 세계(패럴렐 월드) 속에서 정체성의 혼란에 휩싸인 주인공의 갈등과 심리를 절묘하게 묘사한 장편 SF 미스터리이다. 즉 눈앞의 현실과 기억 속의 현실, 둘 중 어느 것이 진실인지 알 수 없는 ‘패럴렐 월드’는 할리우드 영화 <토탈 리콜>을 연상시킨다. <패럴렐 월드 러브스토리>의 주인공 또한 비슷한 상황에 빠지는데, 작가가 면밀하게 설계한 미궁을 통과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는 ‘기억의 재편’이라는 뇌 과학에서의 발견뿐이다.

 

인 콜드 블러드

 

<인 콜드 블러드> | 트루먼 카포트 저, 시공사

 

‘논픽션 노블’ 혹은 ‘세계 최초의 팩션’이라고 불리는 <인 콜드 블러드>는 저널리즘의 방법론과 소설의 작법을 동시에 적용한 작품이다. 사실 묘사에 머무르기보다는 주관적인 관찰과 상세한 묘사를 주로 하는 ‘신 저널리즘’을 논할 때 빈번하게 등장하는 소설이다. 트루먼 카포트는 하나의 잔인한 범죄가 일어나게 된 사회의 모든 파장을 섬세하게 재구성한다. 사형을 기다리며 단식 중인 범죄자에게 음식을 떠먹여가면서까지 인터뷰를 진행한 카포티의 집요함은 평범한 시선으로는 닿을 수 없는 인간의 내면으로 독자를 이끈다.

 

스노우맨

 

<스노우맨> | 요 네스뵈 저, 노진선 역, 비채

 

<스노우맨>은 노르웨이 출신의 뮤지션이자 소설가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형사 시리즈의 제 7편이다. 전 세계 40개국에 번역 출간된 추리 소설로, 눈사람이 사라질 때마다 여성들이 실종되는 의문의 사건을 다룬다. 외국 작가들의 작품이 진입하기 힘들다는 영국 서점가에서 무려 석 달 연속 베스트셀러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인기에 힘 입어 <렛 미 인>의 토마스 알프레드슨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로도 만나 볼 수 있게 되었다.

 

김성종 작가

 

Focus 현실에 경종을 울리는 추리소설계의 거장 

 

추리소설의 거장 김성종 작가가 고리 원전 폭발사고를 가상해 쓴 단편소설이 원전에 대한 경각심을 새삼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씨는 최근 부산일보에 실은 연작 단편소설 <달맞이언덕의 안개>의 25, 26편에서 고리원전 폭발사고로 폐허가 되고 대한민국이 공황상태에 빠져드는 모습을 그렸다. 소설은 인간의 탐욕에 기인한 원전사고 한번으로 세계에서 가장 살기 어렵고 희망도 없는 나라로 추락한 한국을 묘사하며 끝을 맺는다. 김성종 작가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국내 원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원전문제를 다뤘다”고 말했다. 그는 “소설 속 상황묘사는 최소한의 수준이다. 실제 원전이 폭발해 후쿠시마와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면 우리가 한 번도 상상한적 없는 대혼란이 발생할 것이다”라고 경종을 울린다.

 

추리소설의 ‘룰’

 

소설가 로널드 녹스가 밝힌 추리 소설이 지켜야 할 10가지 법칙을 들여다 본다. 

 

1. 범인은 이야기의 초기 단계부터 등장해야 한다. 그러나 그의 마음의 움직임을 독자가 미리 알고 있어서는 안된다.

 

2. 초자연적인 마력을 동원해서는 안된다.

 

3. 비밀의 방이나 통로는 하나면 족하다.

 

4. 아직 발견되지 않은 독물과 긴 설명을 필요로 하는 과학적인 장치 등은 쓰지 않는 것이 좋다.

 

5. 중국인을 중요한 인물로 등장시키지 않는 것이 좋다. 중국인들은 머리가 좋지만 도덕적으로 문제가 많다는 편견이 있기 때문이다.

 

6. 탐정이 우연히 죽을 고비를 넘기게 되었다든가 근거 없이 직감이 적중했다는 것 등의 일은 피하는 편이 낫다.

 

7. 추리소설에는 탐정 자신이 범인이어서는 안된다.

 

8. 탐정 자신이 발견했을 때는 즉시 독자에게 알려야 한다.

 

9. <셜록 홈즈>의 왓슨 역과 같은 인물은 마음 속의 생각을 숨김없이 독자에게 알려야 하며 독자보다 낮은 지능의 소유자라야 한다.

 

10. 쌍둥이 또는 닮은 사람을 등장시킬 때는 존재 이유를 충분히 독자에게 납득시켜야 한다.

 

Interview 

 

<유다의 별> 도진기 작가에게 물었다 

 

유다의 별

 

1920~30년대 실재했던 사이비 종교 집단으로, 그 잔학성으로 인해 영화와 TV다큐에도 등장했던 백백교 사건이 소설로 회귀했다. 99% 사실에 기반한 역사적 고증과 영민한 트릭으로 강력한 몰입감을 자랑하는 <유다의 별> 도진기 작가와 나눈 이야기.

 

Q. 신도들에게 각종 흉악한 범죄를 서슴지 않았던 국내 최악의 사교 집단 백백교(白白敎) 이야기로 돌아왔습니다. 이 사건을 중심으로 소설을 구상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역사 팩션은 대부분 초대형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는데, 제 취향엔 약간 부담스러웠습니다. ‘생활밀착형 역사 팩션풍 추리소설’을 쓸 순 없을까, 생각하다가 백백교 사건을 떠올렸습니다. 자료를 조사해나가면서 의문에 사로잡혔습니다. 수수께끼 투성이인 이 사건을 소재로 왜 여태껏 미스터리물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어서요. 백백교 사건의 전말, 국과수에서 보관하고 있는 교주 전용해의 목, 폐기 소송 등을 접하면서 <유다의 별>에서 제기한 가설은 거의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탈고는 1년 반 전에 했는데, 여건상 출간이 늦어지는 바람에 그새 누군가 먼저 백백교 이야기를 쓸 것 같은 조바심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도진기 작가의 서재

도진기 작가의 서재

 

Q. 실존했던 사건을 완전히 새롭게 재구성하는 경우 따르는 위험 부담이나 반대로 흥미 요소가 있나요?

 

A 가상의 사건이라면 머리속에서 얼마든지 개연성을 갖도록 편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사건을 두고 픽션을 만들려면 일단은 기록된 사실에 최대한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더 ‘그럴듯한’ 허구가 성립될 것입니다. 계산상으로 맞지 않는 음모론을 대충 던져놓는 건 너무 안일합니다.

 

설득력 있는 디테일을 갖추기 위해 백백교에 관련된 부분은 99%의 기록된 사실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혹시라도 남아 있을지 모를 후손들에게 누를 끼칠까 봐 백백교주 자녀의 이름과 신상은 살짝 바꾸었습니다. 그게 1%의 허구입니다. 물론 현대의 추리와 가설은 모두 창작입니다.

 

Q. 전체적인 소재뿐 아니라 철저한 밀실살인 등의 디테일한 트릭 개발은 어떻게 하는지, 작가로서 의도된 시선이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A 판사로서의 저와 작가로서의 저와는 철저히 분리하려 하고 있고, 그렇게 받아들여지기를 원합니다. 판사는 가장 고리타분한(?) 직업이고, 작가는 가장 자유분방한 직업입니다. 그런데, 이 상반되어 보이는 두 가지 일이 결과적으로 서로 긴밀하게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작가가 되지 않았다면 판사로서도 지금보다 못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본격 추리를 지향하기에 제 작품에서 트릭은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발상의 소스는 다양합니다. <어둠의 변호사―붉은 집 살인사건>에서의 핵심 트릭은, 당시 눈이 좋지 못했던 제가 ‘언젠가 내가 눈이 멀어 쓸모 없게 되었을 때 아내가 완전범죄로 나를 죽이려면 어떤 방법을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안국역을 걷다가 나온 것입니다.

 

Q. 무엇보다 <유다의 별>에서는 ‘용해운’이라는 강력한 캐릭터가 탄생했습니다. 이 인물이 상징하는 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유다의 별> 은 ‘광신’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거짓된 약속에 빠져버린 등장인물들의 인생이 독자들에게 어떻게 보여질까 궁금합니다. 광신의 무리들을 향해 혀를 차는 건 쉽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문제로 돌아온다면? 광신하면 사이비 종교를 떠올리지만 분야가 다르고 정도가 다를지 몰라도 우리 마음에도 다양한 광신이 깃들어 있지 않나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광신’이 과격한 표현이라면 ‘편향’이라고 해도 좋겠지요. 믿고 싶은 것만을 믿고, 보고 싶은 것만을 보는 마음의 일방통행 말입니다. ‘꼭두각시 마스터’ 용해운은 이처럼 우리가 갖고 있는 숨겨진 광신을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Q. 다양한 사건들을 한 작품 안에 녹이려면 강도 높은 자료 조사가 뒷받침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현직 판사로 재직하면서 추리 소설을 지속적으로 써낼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A 인간 좀비 사건 같은 경우는 형사정책학회 회지에서 읽었습니다. 백백교 사건은 판결문을 국가기록원에 신청해서 받아보았고, 옛날 신문도 찾아 읽었습니다. 꼼꼼한 성격이 못 되어서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지는 못하고, 기억해 두었다가 그때그때 작품에 반영하는 정도입니다. 소재든 발상이든, 무엇보다 제 마음이 강렬한 인상을 가질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제게는 밋밋했는데 독자한테는 통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소스로 거의 활용하지 않는 건 신문 기사입니다. 사람들이 다 아는 사건은 아무리 충격적이어도 더 이상 신선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제가 맡았던 사건들도 소스로 절대 활용하지 않습니다. 그런 판사는 곤란하겠지요.

 

판사와 작가의 병행이 어렵지 않을까 보시는 분들이 많은데, 시간 확보보다 중요한 건, 마음의 젊음과 상상력을 유지하는 일이었습니다. 몸도 마음도 닳아 세파에 찌든 인간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 그게 시간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현 사회의 단면을 추리와 날카롭게 결합해낸 <유다의 별> 어떻게 읽어주셨으면 하는지, 독자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있나요?. 

 

A 소림사가 부처님을 모시는 도량이지만 불공은 2순위고 1순위는 무술이라고 합니다. 제 소설도 문학으로서의 메시지보다 앞서 지향하는 것이 ‘지적 엔터테인먼트’입니다. 답이 안 나오는 골치 아픈 문제라고 해서 작가가 날것 그대로 독자에게 패스시킨다면 곤란합니다. 그건 어떻게든 작가가 몸부림쳐서 해결하고, 세상에 내놓을 땐 쉽고 재미있게 내놓아야 합니다.

 

저는 작가로 4년 살았지만 독자로는 40년 이상을 살았습니다. 여전히 독자 편입니다. 독자들은 소파에 누워 커피 한 잔 마시며 책을 펴들고 한가로운 시간을 즐기기 위해 돈을 지불하고 책을 삽니다. <유다의 별>도 그렇게 편안하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신정인자료제공 Citylife
발행일 2014.08.13기사입력 2014.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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