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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론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은 서병훈 번역본(책세상, 2013년)이 해제와 곁들여 이해하기 쉽게 구성돼 있다. 이진희의 번역본(풀빛, 2011년)은 소제목이 달려 있어 청소년용으로 읽기에 적합하다.

 

“곧 무너져 내릴 가능성이 있는 다리를 어떤 사람이 잘 모르고 건너려 한다고 치자. 이 경우 그 사람에게 미리 다리의 상태에 대해 설명해줄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사람을 강제로 가로막는 것이 자유의 원리에 부합된다. 어째서 그럴까? 자유란 ‘자신이 원하는 바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리가 무너져서 강물에 빠지는 것을 원할 사람은 없다.

 

존 스튜어트 밀(1806~1873년)이 쓴 ‘자유론(On Liberty·1859년)’에 나오는 내용이다. ‘자기가 원하는 것’에서 ‘원한다(desire)’는 것은 아무런 방향 없이 마음대로 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각자가 원하는 것은 진정 자신의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라야 한다는 것. 즉 자유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밀은 각 개인이 자신과 관련한 일에 대해서는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것은 각 개인의 절대적인 자유라고 봤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 관련된 일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각 개인의 자유를 행사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를 ‘위해(harm)의 원칙’이라고 한다. 타인과 관련한 일에 대해서는 자기 행위에 대한 법적·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자신의 자유를 주장하는 것은 자유의 범위를 넘어서는 방종이기 때문이다. 이게 밀이 주장하는 자유의 기본 원칙이다.

 

밀은 또 다른 사례로 술을 마시는 경우를 들었다. 술을 마시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술에 취해 다른 사람에게 폭력을 휘두른 끝에 한번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에게 법적 제한을 가하는 것, 이를테면 나중에 또 술에 취한 것이 적발될 때는 처벌을 하고 나아가 그 상태에서 또 다른 잘못을 저지를 경우 가중 처벌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본다. 술에 취해 정신을 잃고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술에 취하는 것 자체가 범죄 행위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을 때만 사회가 간섭할 수 있지만 여기서도 예외는 있다. 사람이 합법적인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합법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아픔이나 상실감을 줄 수 있다. 예컨대 공개 경쟁 시험에서 합격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밀은 이런 경우만 빼면 개인의 자유는 절대적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밀은 “전체 인류 가운데 단 한 사람이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일은 옳지 못하다”고도 주장한다.

 

“그것은 마치 어떤 한 사람이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나머지 사람 전부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일만큼이나 용납될 수 없다.”

 

밀이 특히 의견과 생각, 사상의 자유와 토론의 자유를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인간이 아는 진리란 대부분 반쪽짜리 진리일 뿐”이라면서 “의견 일치도 반대쪽 의견이 최대한 자유롭게 피력된 끝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의견의 자유에서도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진다는 단서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다른 사람들이 옳지 못한 행동을 하도록 하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의견의 자유도 무제한적으로 허용될 수는 없다는 것. 예컨대 어떤 사람이 ‘곡물중개상들은 가난한 사람들의 배를 곯린다거나 사유재산은 강도짓이나 다름없다’는 의견을 신문지상에 발표한다면 이런 행동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곡물중개상 집 앞에 모여든 흥분 상태의 폭도들을 상대로 그런 의견을 개진하거나, 그들이 보는 데서 그 같은 내용의 벽보를 붙인다면 그런 행동을 처벌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정당한 이유 없이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강압적인 통제를 받을 수 있고 심각하다면 반드시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자유론’의 핵심 내용은 ‘개인의 자유’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회적 자유(시민적 자유)’다. 고대로부터 자유는 정치 지배자의 압제에서 보호받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다 사회와 민주주의가 발전하면서 자유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는 것’으로 개념이 바뀌었다.

 

밀은 이 책에서 개별성 못지않게 사회성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사회와 개인의 관계를 대립적인 시각에서 파악하지 않았다.

 

밀은 사람이 ‘사회적 감정’을 타고난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사회적 감정이란 협력과 이타적 행위 등 사람이면 누구나 다 자연적으로 품게 되는 생각이나 느낌이다. 밀의 사회성 개념은 바로 이 사회적 감정을 토대로 해서 형성됐다. 밀은 “인간은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개인의 이익만 좇는 사회 제도에 물들어 이기적으로 살아가게 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사회가 바뀌고 교육이 적절하게 인간의 정신을 순화시키면 이기심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즉 인간은 개별성과 사회성이라는 두 날개를 갖고 살아야 참된 행복 즉 ‘자기 발전’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밀은 자기 발전에서 중요한 것으로 물질보다 정신적인 쾌락을 들었다. 여기서 그 유명한 ‘돼지 철학’이 나온다.

 

“결국 만족해하는 돼지보다 불만족스러워하는 인간이 되는 것이 더 낫다. 만족해하는 바보보다 불만을 느끼는 소크라테스가 더 나은 것이다.”

 

전통적인 공리주의 논리에 따르자면 사람들이 도덕 생활을 하고 봉사에 나서는 것은 궁극적으로 자기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밀은 이 논리에서 더 나아간다. 사람은 타고나기를 남에게 좋은 일을 하고자 하며 그렇게 할 때 기쁨을 느낀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이런 선한 생활을 되풀이하면서 인간은 성숙해진다. 이기심의 울타리를 뛰어넘음으로써 사람의 정신과 도덕심이 발전하게 된다는 것. 밀은 여기에 ‘공리주의 도덕률’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밀은 “인간이 이를 수 있는 최선의 상태에 최대한 가깝게 각자를 끌어올리는 것”이 우리 삶의 궁극적 기준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게 이른바 밀의 ‘발전 철학’이다.

 

밀에 따르면, 누구든지 최소한의 상식과 경험만 있다면 자신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설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 방식 자체가 최선이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자기 방식대로 살다 보면 손해를 보거나 실패할 때도 있다. 밀은 그래도 자기 방식대로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밀이 자유를 강조하는 것은 바로 이 ‘개별성’ 때문이다. 각자가 자신의 생각과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살 수 있어야 개별성이 진정으로 발휘될 수 있고 그래야 참된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논리다.

 

여기에는 밀의 개인적 경험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밀은 유부녀 해리엇 테일러와 사랑에 빠져 훗날 그녀의 남편이 죽자 45세 때 그녀와 결혼했다.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유부녀와 교제를 한 것도 따지고 보면 ‘자기 방식대로의 삶’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그런 선택이 행복을 가져다줄 수도 있고 불행을 가져다줄 수도 있지만, 이 선택에는 그가 말한 개별성이 있다.

 

해리엇과 참된 행복을 경험한 밀은 ‘자유론’의 첫머리를 해리엇에 대한 찬사로 시작하며 이 책을 바친다고 적고 있다.

 

최효찬자료제공 매경이코노미
발행일 2014.08.25기사입력 2014.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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