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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 종의기원

 

송철용 번역본(동서문화사, 2009년)은 해제가 자세하게 실려 있다. 홍성표 번역본(홍신문화사, 2009년)은 원문 중심이다. 양자오의 ‘종의 기원을 읽다(유유, 2013년)’와 재닛 브라운의 ‘찰스 다윈 평전(김영사, 2010년)’을 곁들이면 다윈의 사상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다.

 

찰스 다윈(1809~1882년)은 운과 복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는 초기 진화론을 주창한 의사이자 과학자인 할아버지(에라스뮈스)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진화론에 대한 지식을 접할 수 있었다. 또한 재테크로 재력가가 된 의사 아버지(로버트) 덕분에 결혼 후 직업을 갖지 않고 전문적으로 진화론을 연구할 수 있었다. 또 스승 헨즐로 덕분에 탐사선인 비글호에 승선해 세계를 돌며 진화론의 자료들을 축적할 수 있었다.

 

다윈은 22살 때부터 5년 동안 비글호로 여행하며 동식물과 인간에 대해 관찰했다. 다윈이 진화론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귀국 후 이듬해인 1837년부터다. 갈라파고스섬에서 가져온 핀치 새의 표본을 조사하다 부리 모양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관찰하고 여기서 ‘종은 변한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는 그리스도교의 ‘창조론’을 뒤흔드는 혁명적인 관찰이라고 할 수 있다. 다윈은 여기에서 출발해 1844년에 230쪽의 논문을 완성했다.

 

그런데 1858년 6월 11일 아침, 다윈은 앨프레드 러셀 월리스가 보내온 꾸러미에서 그가 쓴 논문을 접하고 경악한다. 그 자신이 지난 20년 동안 연구한 ‘자연선택’ 등 진화론의 핵심 주장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 다윈은 스승인 찰스 라이엘의 극적인 도움을 받게 된다. 바로 월리스의 논문과 다윈의 논문이 함께 ‘린네학회보’에 게재될 수 있게 조치를 취해준 것. 이로써 다윈은 연구의 ‘선수’를 빼앗기는 위기에서 간신히 벗어날 수 있었다. 다윈은 당시 유럽을 휩쓴 종교재판의 악몽으로 진화론 발표를 미뤄 오다 월리스에게 모든 연구 성과를 빼앗길 뻔했다. 마치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는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처럼.

 

월리스의 논문에 혼비백산한 다윈은 1858년 7월 초 ‘종의 기원’ 출간 작업에 본격 돌입했다. 그는 “13개월 10일 동안 중노동을 했다”고 기록할 정도로 서둘러 이 작업에 매달렸고, 이듬해 1859년 11월에 ‘종의 기원’이 출간됐다. 다윈은 월리스에 대한 ‘죄책감’ 때문인지 ‘종의 기원’을 출간하게 된 내막을 머리말에 ‘변명’처럼 싣고 있다.

 

“그것은 말레이 군도에서 박물학을 연구하고 있는 월리스 씨가 종의 기원에 대해 나와 거의 똑같은 결론에 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윈은 이 책에서 ‘종은 변화한다’는 기본 가설에 따라 자신의 논점을 수립했다. 그리스도교의 창조론자들은 오랫동안 역사가 인간에게만 있고 자연에는 없다고 여겨 왔다. 이런 관념 속에서 종이 변화할 공간은 없다.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생물 종이 존재한다. 여기에 다윈은 도전장을 던지며 이렇게 주장한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다양한 생물 종은 다른 종이 변화한 것이다. 종은 항상 이 종에서 다른 종으로 변화한다.”

 

예컨대 두 종의 청개구리가 있을 경우 외형이 흡사하면서도 사소한 부분에서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것은 그중 한 종이 다른 종으로부터 변화했기 때문이다.

 

종이 변한다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그가 내세운 게 그 유명한 ‘자연선택’과 ‘자웅선택’의 개념이다. 인간이 사육하는 가축이나 재배식물은 사람의 손에 의해 선택되고 개량돼 새로운 품종이 만들어진다. 다윈은 이것을 ‘인위선택’이라고 부른다. 인위선택은 또한 ‘무의식적 선택’으로 이뤄진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포인터를 기르려는 사람은 우선 될 수 있는 대로 좋은 개를 골라서 기를 것이고, 이 방법이 몇 세기 동안 계속된다면 틀림없이 포인터의 종은 개량되고 변화할 것이다. 이 경우 일종의 무의식적 선택이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다른 한편, 자연계에서 동식물 중 살아남는 것은 태어난 것 중에서 극히 적은 숫자다. 자연은 엄격한 ‘생존투쟁’의 장소고 이 투쟁 속에서 생존하는 것은 유리한 변이(동일종이나 동일집단의 개체들이 유전적 또는 비유전적 특성에 따라 여러 가지 형질로 나타나는 현상)를 가진 개체다. 이렇게 생존경쟁에서 적자(뛰어난 형질을 가진 자)가 생존하고 그 다음 세대에서도 적자가 생존해 가는 형태로 선택이 이뤄진다. 다윈은 이것을 자연선택이라고 한다.

 

그러나 인간의 사육가축이나 재배식물과 달리, 자연계에서 선택은 인간을 대신해 ‘자연’이 행한다. 이때 자연의 선택이 이뤄지는 생존경쟁에 대해 다윈은 이렇게 규정한다.

 

“나는 생존경쟁이라는 말이, 하나의 생물이 다른 생물에 의존한다는 것, 개체가 사는 일뿐 아니라 자손을 남기는 일에 성공한다는 것(이것이 더욱 중요한 일이다)을 내포하고 있으며, 넓은 의미에서 또 비유적인 의미로도 쓰인다는 점을 미리 말해 두겠다.”

 

예를 들면 사막에 돋아 있는 한 포기 식물의 생존은 ‘습기’에 의존한다. 기생목의 씨앗은 새들이 퍼뜨려 주기에 기생목의 생존은 ‘새’에 의존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을 비유해서 말한다면 기생목은 새를 유인하고, 그 나무의 열매를 새에게 먹여 씨앗을 퍼지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다른 나무와 경쟁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다윈은 특히 ‘생존경쟁은 자연과의 경쟁이나 다른 종과의 것이 아니라 같은 종끼리의 경쟁’이라고 강조한다.

 

“때때로 관계가 먼 생물끼리도 엄격히 말해 서로 생존경쟁을 벌인다. 메뚜기류와 초식동물 사이의 관계가 이렇다. 그렇지만 동종 개체 사이에 벌어지는 경쟁이 가장 필연적이고 치열하다. 이는 그들이 같은 지역에서 살고, 같은 먹이를 구하고, 같은 위험을 만나기 때문이다.”

 

사슴의 생존경쟁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은 호랑이가 아니라 다른 사슴이다. 그 이유를 동류의 개체가 똑같은 생존 조건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쉬운 예를 든다면, 두 친구가 숲 속에서 곰을 만난 경우다. 그중 한 명이 재빨리 내달린다. 옆에 있던 친구가 왜 나를 놔두고 너만 뛰었느냐고 묻자 “자네보다 빨리 뛰기만 하면 그만일세!”라고 대답하는 식이다. 그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곰과 투쟁하는 게 아니라 친구와의 생존경쟁이다. 자신이 살려면 친구가 곰에게 잡아먹히면 된다.

 

자연선택에서는 흥미로운 자웅선택 개념도 등장한다. 자웅선택은 한쪽 성 즉, 대개 수컷 개체 사이에서 암컷을 소유하려고 하는 경쟁에 의해 일어난다. 그 결과 패배한 수컷 경쟁자는 반드시 죽지는 않지만 자손을 조금밖에 남기지 못하거나 또는 전혀 남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윈의 ‘종의 기원’은 변이와 경쟁, 그리고 유전이라는 세 가지 핵심 키워드를 주축으로 한다. 그는 먼저 가축이나 재배식물과 자연의 생물을 비교한다. 여기서 변이를 전제로 해서, 생존투쟁에 의해 변이의 선택과 집적으로 변종이 생기고, 결국 새로운 종이 된다고 결론짓는다. 생물의 형질에는 충분한 변이가 존재하고 생존경쟁을 거쳐 같은 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변이가 다음 세대로 유전된다. 이로써 ‘종은 변화한다’는 가설을 논증한 것이다. ‘종의 기원’의 원제를 ‘자연선택 혹은 생존경쟁에서 유리한 종의 보존에 의한 종의 기원에 대하여’라고 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다윈의 ‘종의 기원’은 그리스도교의 창조론을 뒤흔든 혁명적인 책이었다. 이어 다윈은 ‘인간의 유래(1871년)’에서 ‘하등품종으로부터의 인간 유래의 증거’라는 도전적인 표제로 글을 시작함으로써 서구 세계에 큰 충격을 줬다. 인간은 원숭이와 같은 하등동물로부터 유래했다는 인간 자체의 위상 격하였다.

 

이렇게 해서 2000년 동안 서구 사회를 지배해온 플라톤의 이데아 사상, 즉 ‘하느님의 나라’는 영원하며 자연과 인간은 하느님에 의해 창조됐다는 사상은 다윈의 진화론에 의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최효찬자료제공 매경이코노미
발행일 2014.09.12기사입력 2014.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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