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전체 주제 보기
더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프린트      목록

마스네의 오페라 ‘마농’은 원작과 비교해 사치스러운 마농의 모습이 대폭 줄었다.
사진은 뉴욕 메트로폴리탄뮤지엄에서 열린 오페라 ‘마농’의 한 장면.  
 
지인의 자녀 결혼식에서의 일이다. 주례가 로만 칼라(Roman Collar·가톨릭 사제의 옷에 사용되는 폭이 좁고 딱딱하게 세운 칼라)를 한 신부님이었다. 이날 결혼식에 대체로 ‘신부가 멋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날 주인공이었던 신부에게는 불행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객들의 주목을 받았던 존재가 신부(新婦)가 아니고 신부(神父)였으니.

 

로만 칼라의 신부. 사람들은 여기에 특별한 환상을 갖는 듯하다. ‘독신의 정결’로 상징되는 사제, 그 남다른 이미지 때문이리라. 성직자의 길을 가기 위해 결혼하지 않는 삶, 그것에 대한 호기심도 있을 것이고.

 

아베 프레보(Abbe Prevost)라는 프랑스의 작가가 있다. 실상 그는 작가라기보다는 사제였다. 베네딕트회 수사(修士)였던 그는 자신의 젊은 날을 추억하는 ‘어느 귀인(貴人)의 회상’이라는 자전소설을 1731년 펴냈다. 그가 20대에 수도원을 떠나 영국과 네덜란드 등지를 유랑하며 체험했던 기록을 담은 8권의 대작. 그중 7권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기사 데 그리외와 마농 레스코 이야기(L`histoire du chevalier des Grieux et de Manon Lescaut)’였다.

 

‘데 그리외’라는 신학생과 수녀원에 가려던 ‘마농’이라는 아름다운 아가씨의 사랑과 이별을 담은 비극의 이야기. 프레보 자신의 사랑 이야기이기도 한 이 대목에서 사람들은 마농이라는 여성에 주목한다.

 

19세기 말 파리를 뒤덮은 퇴폐주의 물결 속에서 성공한 작곡가였던 ‘마스네’는 몬테카를로 오페라 감독 라울 군스부르의 거듭된 의뢰로 ‘기사 데 그리외~’를 살펴보게 된다. 그리고 일탈의 사랑과 향락을 구원의 사랑으로 승화시킨 오페라 ‘마농’을 5막의 오페라 코미크(프랑스 희가극의 총칭으로 반드시 희극적 내용이 아니더라도 대화로 이뤄지고 대사가 있는 오페라)로 완성했다.

 

소박한 시골의 평민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소녀 시절부터 아름다운 물건을 보면 소유하지 않고는 못 견뎠던 마농. 딸의 사치와 향락에 겁을 먹은 부모는 그녀를 수녀원에 보내려 했다. 하지만 수녀원 가는 길에 마농은 순수한 신학생 데 그리외와 만나면서 운명이 바뀐다. 결국 도박과 매춘도 일삼게 된 마농이 자신과 데 그리외의 삶을 파멸로 이끈다는 게 원작의 큰 줄기다.

 

마스네는 원작에서 마농의 성격을 일부 손질해 그만의 ‘마농’으로 재탄생시킨다. 무분별한 남성 편력과 향락, 사치에 빠진 마농의 모습은 대폭 줄었다. 또 원작에서 마농이 매춘 죄로 인해 미국 뉴올리언스로 유형을 가 죽는 장면이 사라졌다. 대신 마스네는 르 아브르 항구에서 출항 전 마농이 데 그리외의 품 안에서 마지막을 맞는 것으로 결말을 바꿨다. 덕분에 이 작품은 관능적인 마농의 매력이 한결 도드라지는 결과를 낳았다.

 

막이 내리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그리외는 그 후 행복했을까? 신부가 된 프레보에게 마농의 의미는? 뭐, 다 부질없는 상상이겠지만 그리외의 사랑, 마농의 비극, 사제가 된 원작의 주인공 등은 어쨌든 긴 여운으로 남는다.

 

로만 칼라의 신부를 ‘신부(新婦)’보다 주목하게 된 죄스러움(?)에서 떠오른 오페라다. 그래도 그 신부는 멋지긴 했다.

 

감상을 원한다면…

 

·CD 나르시소 예페스 - DG, 줄리안 브림 - RCA

 

[최영옥 음악평론가]
 

 

최영옥자료제공 매경이코노미
발행일 2014.10.10기사입력 2014.10.06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프린트      목록

최신 컨텐츠
라이프
1863년 12세 어린 나이로 왕위에 오른 고종(1852~1919..
여행
유럽의 주요 도시들은 11월 중순부터 형형색색의 조..
푸드
사람이 건강하게 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동의보..
푸드
옆구리 시린 추운 계절이 돌아왔다. 누군가는 썸을 타며..
라이프
한나라 무제는 주부언을 파격적으로 등용했다. 주부언은..
이슈
프리미엄고속버스가 운행을 시작했다. 항공기의 비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