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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장의 세계가 있는 곳, 동네 친구들이 모이는 곳, 지역 소식을 주고받으며 대화와 추천 목록들이 쌓여가는 곳. 서점은 주인장과 손님, 동네에 작은 우주가 열리는 곳이다.

 

동네 서점에 대한 추억이 있다. 그것은 마치 할머니의 품, 골목길에 대한 추억과 비슷하다. 휴식이 필요할 때 찾아갈 수 있도록 예비된, 각자의 다락방이라고 할까. 무엇이든 함께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안도감을 준다. 학창 시절 시간을 보내던 서점이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때도 그런 모종의 안도감이 있다. 그러나 운영자의 뜻과는 달리 현실에선 동네 서점이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킬 수 없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의 자료에 따르면 동네 서점은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그리고 그 감소폭의 주역은 20평이 채 되지 않는 작은 서점의 몰락이다. 대신 100평 이상의 대형 서점은 도리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오로지 ‘동네 서점만’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서점을 살리기 위해 필요한 것, 정책적 지원 

 

11월 21일부터 실시되는 도서정가제는 ‘동네 서점’을 살리겠다는 취지 또한 포함하고 있다. 지나친 가격 경쟁과 할인 경쟁을 막아 작은 서점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겠다는 얘기다. 지금까지는 할인에 대한 구분이 모호했다. 통상 18개월을 기준으로 해 이전은 신간, 지난 것은 구간으로 분류한다. 신간은 10% 할인에 마일리지까지, 총 19% 할인만 가능했다. 구간은 할인 폭 제한이 없었다. 게다가 실용서는 신간이어도 할인 폭에 제한이 없었다. 도서정가제는 이러한 구분을 없애고 신간이나 구간 모두 10% 할인, 5% 마일리지의 기준을 적용하려는 것이다.

 

여기까지 보면 ‘이제 정가제가 도입되면 동네 서점은 사라지지 않아도 되는 거구나’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실상 나아졌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여기에는 ‘공급률(보급률)’이라는 것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공급률이란, 대형·동네서점,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들어가는 책의 정가가 다른 것’이다.

 

정가제를 법으로 규정하는 곳은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스페인 등 9개 국가가 있다. 그 중 프랑스는 동네 서점을 살리자는 취지로 오프라인 서점에만 5% 할인을 가능케 했다. 사실 프랑스는 동네 책방을 위한 정책적 기반이 탄탄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도서정가제를 시행하고 있고, 오프라인 서점만을 위한 할인 기준도 있다. 이들은 무분별한 할인 판매를 규제하고, 우수 서점 인증제도를 도입해 오프라인의 작은 서점을 도왔다.

 

우수 서점이 되는 조건은 대략 이러하다. ‘지역에서 중요 문화 거점이 되고 있는가, 판매원의 서비스 질이 우수한가, 적정한 재고를 유지하는가.’ 이러한 조건을 충족한다면 정부는 세금 감면이나 무이자 대출을 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역시 경제위기와 온라인 대형 서점의 위협 등이 겹쳐 줄곧 마이너스 가도를 걷고 있다. 동네 서점을 예로 들 때, 빼놓을 수 없는 프랑스조차 흔들리는 형국이다. 이를 보면 최소한의 정책적 뒷받침이 있다 한들 작은 오프라인 서점을 운영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결론이 나온다. 공급률과 같은 문제들을 정확히 짚고 넘어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지점이다.

 

동네 서점 살아남기, 아이디어 그리고 협동조합

 

동네 서점은 각자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강구했다. 부산의 경우, 협동조합을 결성했다. 부산 금정구 서동에서 하나서점을 하던 이는 32개 동네서점과 함께 부산서점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에서 30년 넘게 한우리문고를 운영하던 이는 동부지역에 위치한 동네 서점과 합심해 동부서점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좀 더 장기적으로 두고 봐야 하겠지만,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파리 일부 서점들도 정보 공유 사이트를 만들어 재고가 있는 서점으로 찾아갈 수 있는 DB를 구축했다. 그것 또한 전에 없던 일련의 조합 유사 형태인 셈이다.

 

조합의 형태와는 조금 다르지만 의정부의 경우 자체적으로 동네 서점을 위한 제도를 도입했다. 공공도서관과 지역서점 간의 멤버십 포인트 제도다. 공공도서관 이용실적을 오프라인 서점에서 포인트로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으로, 독서 인구의 증가를 꾀하고 동네 서점 이용 사용자를 늘리겠다는 의도다.

 

서점이 사라지고 있는 요즘, 도리어 눈에 띄게 생겨나는 동네 서점도 있다. 멀리 미국에서도 동네 서점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한다. 서적소매상 단체인 미국서점협회(ABA) 집계에 따르면, 2008년 1600군데까지 줄어들었던 회원사 수가 올해 2022곳으로 6.4% 증가했다고 한다. 게다가 지난해 서적 판매량도 전년 대비 8% 증가한 수치라고 발표했다.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는 서점의 경우, 더욱 번창하고 있는 상태라 분점을 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외국까지 갈 것 없이 이와 비슷하게는 국내 ‘땡스북스’를 예로 들 수 있다. 홍대 인근 오프라인 서점에서 출발한 땡스북스는 현재 서울 주요 지역에 분점까지 내고 확장한 긍정적 사례를 남겼다. 좋은 아이디어가 활동력과 만나면 동네 서점도 사업성이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선례다.

 

책을 중심으로 한 문화 공간

 

 줄줄이 문을 닫고 있지만, 20~30대들의 꾸준한 개점도 주목할 만 하다. 서울을 비롯해 전주, 광주, 대전, 제주도 등지에서 생겨나고 있는 동네 서점은 비슷한 형태이면서도 기존 동네 서점과는 조금 더 활발한 오프라인 이벤트를 도모하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2개 점을 낸 ‘북바이북’의 경우, 지역 주민과 가까워지도록 부지런히 크고 작은 이벤트를 고안한다. 친구 다섯이 의기투합한 대구의 ‘폴락’ 역시 서점 운영 방식에 워크숍, 공연 등의 오프라인 이벤트를 적극적으로 기획해 실행하고 있다. 다섯 명이 함께 도모한 서점은 각자 직업이 있다. 열외로 즐거운 취미를 지속하고 있는 재미있는 집단이다. 전주에는 ‘조지 오웰의 혜안’이라는 인문학 서점이 생겨났다. 제주도에도 ‘소심한 책방’에 이어 최근 독립출판물 전문 ‘라이크잇’이나 ‘달빛서림’이 새로 문을 열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서점이 책을 사고파는 장소 이상의, 사랑방이나 문화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 있다. 그리고 그에 앞서, 무엇보다 책이 사람과 사람, 사람과 문화 등을 이어주는 즐겁고도 유용한 매개가 된다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동네 서점이라는 것이 본래 그렇다. 지역 주민과 호흡하고, 책방 주인의 기호를 공유하며, 때로 책을 고르기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는 책방 주인이 있는 곳. 더해서 동네 사랑방이자 모임의 시작점, 이벤트의 공간이 되는 곳. “책을 많이 읽거나 읽지 않는 이들 모두 책에 호감이 있다는 점에 있어서는 한결같다”는 서점 주인의 얘기가 있었다. 그러한 출발에서라면 어떤 식으로든 확장 가능한 공간이 동네 서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척박한 토양에서 아이디어로 돌파하는 동네 놀이터 같은 서점의 자생력은 누가 뭐래도 긍정적인 현상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나, 지역에 기반을 둔 작은 동네 서점의 움직임은 차차 보다 탄탄한 구조적 기반을 갖추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그로 인해 좀 더 다양한 서점의 형태가 나타나는 것을 기대할 수도 있다. 즐거운 시도, 움직임의 힘은 언제나 막대했기 때문이다.

 

책은 우리 동네에서 

 

 산책하며 서점에 갈 수 있으려면 여유에 앞서 무엇보다 동네에 서점이 있어야 가능한 일 아니겠는가. 누군가 시작한 동네 서점, 게다가 갖가지 이벤트를 고안해주는 곳. 정이 가는 동네 서점, 그리고 서점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동네 사람, 동네 서점 <북바이북>

 

자매가 운영하는 동네 서점이다. 지척에 있는 두 곳의 북바이북은 1호점은 종합서적을, 2호점은 소설점을 표방하고 있다. 소설 전문 서점은 국내에서도 처음. 본점에서는 맥주를 마실 수 있다는 게 특이하다. 책을 구분해 진열하되, 작가 별로 하거나 색깔 별로, 성격에 따라 구성해놓기도 한다. 이런 구성의 이점은 더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다는 것. 동네 주민은 물론 상권과 좀 더 면밀히 연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꾸준히 드로잉 강좌나 그림전시, 공연 등을 하고 있다.

 

웹사이트 : http://bookbybook.co.kr

위치 소설점 :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18-11번지, 본점 :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20-10번지

문의 02-308-0831

 

 

여행자를 만나는 서점 <소심한 책방> 

 

작은 집들이 나지막이 자리잡은 제주도 동쪽 마을 종달리에 일부러 찾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서점이 있다. 지난 5월, 두 친구가 마음을 모아 문을 열었다. ‘과연 누가 올까?’하는 의문으로 시작한 가게는 이제 제법 소문이 났다. 서점엔 두 주인장의 취향이 그대로 묻어난다. “잘 되지 않을 경우, 폐점하면서 나눠 가져가야 하니까”라는 게 그 이유라고. 향후 동네 주민들까지 포용하는 문화 공간으로 발전하길 바라고 있다.

 

웹사이트 http://sosimbook.com

위치 제주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737

문의 010-6374-1826

 

 

지역 문화에 숨을 틔우는 <도어북스> 

 

자매가 함께 문을 열었다. 독립출판물 전문 서점이다. 워크숍이나 공연을 하고 있다. 동시에 디자인사무실을 꾸리고 있다. 대전에서 독립출판물을 접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애로 사항이었다. 서울까지 가야 하는 어려움을 반복하다 아예 서점을 개업해버렸다. 점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는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함께 둘러 앉아 책을 읽을 수 있기를 지향하는 공간이다.

 

웹사이트 http://www.doorbooks.net

위치 대전광역시 중구 테미로 48

문의 042-626-6938

 

 

대구에 생긴 <더 폴락> 

 

동기 다섯이 함께 서점을 냈다. 독립잡지를 만들고자 하는 취향이 맞았다. 각자 생업이 있고 가겟세는 나누어 낸다. 워크숍이나 공연도 연계하고 있다. 독립출판 전문으로 200종 가량을 보유, 판매하고 있다.

 

웹사이트 http://blog.naver.com/thepollack

위치 대구 남구 대명동 2132-8

문의 010-2977-6533

 

 

만일의 세계를 꿈꾸는 책방 <만일> 

 

처음부터 서점을 하려던 생각은 없었는데, 그간의 관심사가 한결같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서점을 열게 되었다. 책을 판매하는 것보다는 책을 가지고 여러 문화적 이벤트를 연계하는 것을 고안하고 있다. 지난 8월, 오픈과 동시에 ‘멸종 위기’라는 타이틀로 관련 책, 원화 등을 전시했다. 오픈까지 그랬던 것처럼, 꾸준히 고민하고 있는 동네 서점이다.

 

웹사이트 http://twitter.com/bookshop_ifso

위치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 399-46

문의 070-4143-7928

 

 

어디선가 기다리는 시집 <사이드테이블> 

 

서점은 아니지만, 서점이나 음식점 등에 찾아가 기다리고 있는 시집 패키지다. ‘찾아가는 서점’의 작은 조각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김소연, 김민정 시인이 고른 시집에 사루비아 다방 차, 소이 왁스로 구성된 패키지다. 자작나무 상자 패키지와 투명 패키지 두 종류가 있다. 현재 책방 만일, 연남동 제리코바앤키친, 서촌 옷가게 엔드앤드에서 구입할 수 있다.

 

웹사이트 http://www.sidetable.co.kr

문의 031-8076-0836

 

추천합니다 

 

 동네 서점은 어떤 책을 권장할까. 개성이 묻어나는 각각의 추천 도서를 모아 봤다.

 

책방 만일이 열어주는 구체적 만일의 세계 

 

 

 

6호 갤러리 팩토리 발행

 

 이미지와 텍스트를 병치하는 다양한 실험과 작업들을 볼 수 있는 잡지다. 특히 6호에서는 백석, 김경주, 김홍중, 정영문 등의 시와 산문을 볼 수 있어 특히나 추천할 만 하다.

 

<시적 정의> 마사 누스바움 지음, 궁리 출판

 

 분노와 무력감만이 남은 시대에 문학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질문한다. 법과 사회적 담론, 문학의 경계를 구체적으로 진단하는 작가의 통찰이 유려하다. 문학적 상상과 공적인 담론의 풍부한 성찰, 문학의 사회적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기 좋은 책이다.

 

<지성인의 결혼> 한넬로레 슬라퍼 지음, 문예중앙 출판

 

 결혼식이 많은 계절에 웨딩 잡지를 봐야 할 상황이라면 가장 먼저 찾아 봐야 할 책이다. 막스 베버, 오토 그로스, 사르트르와 보부아르, 브레히트 등 시대를 앞섰던 이들의 고민과 다양한 관계 실험들을 담고있다. 관습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같이 살기 방식을 고민하는 동기가 되는 책이다.

 

채정선자료제공 Citylife
발행일 2014.11.05기사입력 2014.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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