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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미국의 셰익스피어’로 불리는 마크 트웨인(1835~1910년)은 어린 시절 치안판사였던 아버지가 돈벌이에 나서면서 플로리다에서 미시시피 강변의 해니벌이라는 마을로 이주해 살았다. 2013년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영화 ‘노예 12년’의 주인공 솔로몬 노섭이 뉴욕에서 미시시피로 납치돼 노예살이를 하다 구출된 1853년, 그즈음 마크 트웨인은 노섭과 같은 수많은 노예들이 신음 중이던 미시시피 강가에서 소년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해니벌에서의 어린 시절은 훗날 이 작가에게 문학적 영감의 원천이 된다.

 

마크 트웨인은 또한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당시 트웨인의 집에는 가족과 헤어진 샌디라는 어린 노예 소년이 있었다. 샌디는 일하면서 노래하고, 휘파람 불고, 웃고, 울며, 한시도 입을 쉬지 않았다. 트웨인이 어머니에게 그의 입을 다물게 해줄 것을 요구하자 어머니는 다음과 같이 타이른다.

 

“불쌍한 것! 그가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과거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러면 내가 마음이 편해진단다. 하지만 그 애가 조용히 있으면 그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걱정스럽고 그래서 내 마음이 아프단다. 그 애는 어머니를 다시 만나지 못할 거야. 그가 노래를 부르는 걸 나는 막지 않을 것이고 차라리 감사하게 여길 것이다. 네가 나이 들면 나를 이해할 수 있겠지. 그때가 되면 이 외로운 아이의 노랫소리가 너를 기쁘게 만들 거야.”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아버지의 폭력에서 탈출한 주인공 헉 핀이 우연히 ‘도망 노예’ 짐을 만나 뗏목을 타고 미시시피강을 따라 내려가면서 도중에 본 어른들 세계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어른들의 어리석음과 불합리함, 그리고 자유롭게 살 권리 등을 다루고 있다.

 

작가가 백인 소년과 흑인 탈주 노예가 펼치는 미시시피강의 여정을 소설로 쓸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이야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트웨인은 나이가 들어서도 그의 마음속에 어머니의 이 말이 한결같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고 회상한다. 비록 흑인들을 멸시해 부르는 어투인 ‘니거(nigger)’라는 단어로 인해 마크 트웨인의 이 소설이 공공도서관에 비치되지 못한 불상사도 있었지만. 실제 그는 반노예주의 성향을 지니고 있었다. 주인공인 헉 핀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도 탈주 노예인 짐을 끝까지 보호하는 ‘수호천사’ 역할을 한다. 그리고 헉이 느끼는 ‘양심의 가책’을 추적하다 보면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짐작할 수 있다.

 

헉은 짐과 여행을 함께하면서도 내면적으로는 혼란스럽다. 짐은 어느 날 멀리 두고 온 아내와 자식을 생각하며 비통한 감회에 젖는다. 이 모습을 보면서 헉은 자신이 흑인 노예를 도피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닫고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당시 노예를 도피시키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었기 때문이다.

 

“미안하지도 않아? 왓슨 아주머니의 검둥이가 네 눈앞에서 도망치려는 것을 보고 있으면서도 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지 않느냐? (…) 왓슨 아주머니는 너한테 글을 가르쳐주려고 했어. 예의범절을 가르쳐주려고 했어. 모든 방법으로 너를 도와주려고 했어.”

 

또 짐이 아내와 두 아이를 돈으로 사고 그게 안 되면 구출할 계획을 털어놓자 헉은 ‘검둥이는 안아주면 업히려고 든다’는 옛 격언을 떠올리기도 한다.

 

마침내 그는 짐이 탈주 노예라는 사실을 노예사냥꾼에게 알리기 위해 카누를 타고 강변으로 향한다. 그런데 이때 짐이 헉에게 이런 말을 한다.

 

“나는 이제 자유의 몸이지만 만일 헉이 없었더라면 자유를 찾지 못했을 거야. 헉이 나를 자유롭게 해줬다. 짐은 너를 언제까지나 잊지 않을 거야.”

 

이 말을 들은 헉은 마음이 흔들린다.

 

“자아, 가는구나, 배신을 모르는 헉이 가는구나. 너는 짐과의 약속을 어긴 일이 없는 단 하나의 백인 신사야.”

 

마치 짐이 헉의 마음을 읽고 독심술을 쓰는 것 같다.

 

헉은 때마침 탈주 노예를 잡으러 다니는 노예사냥꾼들을 만난다. 그러나 짐과 같은 좋은 친구를 배신하면 더욱더 양심의 가책을 느낄 것으로 판단한 헉은 끝까지 짐을 도와주기로 결심한다. 헉은 총으로 무장한 노예사냥꾼들이 접근하자 뗏목에는 천연두에 걸려 있는 자기 아버지가 타고 있다고 거짓말을 함으로써 짐을 가까스로 위기에서 구출해 낸다.

 

다음에 헉은 우연히 뗏목에 동승한 가짜 왕과 공작의 사기극에 다시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피터라는 사람이 거액의 유산을 남기고 죽었는데 가짜 왕은 자신을 영국에 있는 하비 윌크스라는 동생이라며 속이고 거액의 유산을 가로채려 한다. 가짜 왕은 우연히 행인에게 피터의 죽음과 유산, 동생에 대한 정보를 알아낸 후에 상가를 방문한 것이다. 이때 유산을 가로채려는 왕과 공작의 사기 행각을 눈감아 주던 헉은 다시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이 착한 아가씨(피터의 딸 메리제인)의 돈을 저 염치없는 영감이 가로채려는 것을 나는 지금 모른 체하고 있는 거야.’

 

헉은 가짜 왕 몰래 그 돈을 피터의 관 속에 넣고 메리제인에게 그 사실을 알려준다.

 

어찌어찌하다 가짜 왕과 공작은 사일러스 펠프스 집(톰 소여의 삼촌)에 짐을 탈주 노예라며 40달러에 팔아버린다. 헉은 짐이 펠프스 씨 집에 감금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짐의 주인인 왓슨 아주머니에게 이런 상황을 편지로 알릴 생각을 한다.

 

“어차피 노예로 지내야 한다면 가족들도 있는 고향에서 노예살이를 하는 것이 천배 만배 더 나을 것이 아닌가.”

 

그러나 헉은 그동안 짐이 자기에게 베풀어 준 갖가지 행동과 그의 착한 본성을 생각하고선 그 편지를 북북 찢어버린다. 그러고는 “좋아, 난 지옥으로 가겠어”라고 말한다. 지옥은 기독교인이 가장 금기시하는 곳으로 저주받은 자가 가는 곳이다. 이 정도면 헉이 짐의 수호천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헉은 사기극을 일삼아 곤경에 빠진 가짜 왕과 공작에게도 막판에는 연민의 정을 드러낸다. 이들의 사기가 탄로 나고 사람들이 그들을 처벌하려 하자 이를 먼저 엿들은 헉은 이 사실을 왕에게 알려주기 위해 달려간다. 그러나 그가 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마을 사람들이 그들을 처벌한 후였다. 가짜 왕과 공작의 죽음을 바라보며 헉은 “인간이란 다른 인간에 대해 이렇게 잔인할 수 있는 겁니다”라고 절망한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절로 ‘탈출’과 ‘자유’가 떠오른다. 헉은 숲과 섬에서 자연 상태의 자유를 즐기면서도 알코올 중독과 돈에 눈먼 아버지의 폭력으로 인해 타살을 위장한 채 섬의 오두막을 탈출한다. 이런 양면성은 기존 사회가 지니고 있는 획일성과 여러 가지 규제로부터 헉이 탈출하려 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인간 사회를 등지는 것은 아니다. 헉이 결국 자신을 양자로 삼으려는 샐리 아주머니(톰 소여의 숙모)의 제안을 거절하고 인디언들이 사는 지역으로 떠나면서 이 소설은 끝이 난다. 인간 사회를 등지지 않고서 자유롭게 살기 위한 일종의 타협인 셈이다. 그리고 짐은 소유주인 왓슨 아주머니의 유언에 의해 마침내 자유인이 된다.

 

이 소설은 이해와 노력을 통한 흑백의 조화, 자유로울 인간의 권리를 주제로 다루고 있는데 톰의 말이 이를 압축하고 있다.

 

“짐을 가둬 둘 권리 같은 건 없어! (…) 이 지구 위를 걷고 있는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자유로운 인간이란 말이야.”

 

그런데 미국은 아직도 이 외침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또한 헉의 선택처럼 편안함 속에서의 구속보다 불편함 속에서의 자유를 택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사투리, 비속어 등으로 영어 원문으로 읽는 게 바람직하다. 민음사(김욱동 옮김)의 경우 우리나라 사투리 표현으로 번역했는데 이 역시 한계를 지닌다. 여기서는 신원문화사 번역본(전봉룡 옮김)을 텍스트로 삼았고 김재신의 ‘마크 트웨인 : 생애와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참고했다. ‘톰 소여의 모험’을 먼저 읽는다면 더 도움이 된다. 

 

 
[최효찬 자녀경영연구소장·비교문학 박사 / 일러스트 : 정윤정]

 

최효찬자료제공 매경이코노미
발행일 2014.11.11기사입력 2014.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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