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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ada ⓒ Maloof Collection


40여 년간 거리로 나가 30만장에 이르는 필름을 완성했지만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채로 생을 마감한 여인이 있다. 화려함과 빈곤함이 뒤섞인 20세기 시카고와 뉴욕의 거리를 놀랍도록 서정적이고 생생하게 포착한 사진가 비비안 마이어는 본명조차 제대로 알려주지 않으며 철저하게 비밀스러운 삶을 살았다. 많은 이들이 멋진 앵글로 포착한 빛나는 일상을 전송해 타인으로부터 칭송받기를 지나치게 욕망하는 시절이라 더욱 눈이 간다.

 

누구에게도 공개된 적 없는 필름 15만장이 발견되었다. 2007년, 세상에 깜짝 공개된 매혹적 사진을 남긴 이는 사진가 ‘비비안 마이어(Vivian Maier, 1926-2009)’다. 발견 과정보다 더 미스터리한 건 사진가 자신이었다. 누구에게도 본명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채로 사진을 찍으며 비밀스러운 삶을 살았던 그녀에 대한 증언은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킨다. 우연히 발견된 사진들의 천재성을 추적하려 탐정, 계보전문가까지 나섰지만 보모, 가정부, 장애인과 노인 간병인으로 일하며 70대까지 수십만장의 사진을 찍었다는 것 이 외엔 거의 밝혀진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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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 Chicago, IL ⓒ Maloof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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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ork, NY ⓒ Maloof Collection

 


시카고 벼룩시장에서 발견한 보물상자

 

2007년 시카고 벼룩시장에서 부동산 중개업자이자 길거리 사진가인 존 말루프는 30만장에 달하는 네거티브필름과 소지품을 380달러에 구입한다. 2년 여가 지난 후에 필름을 정리하며 사진의 비범함을 감지한 말루프는 블로그를 개설해 ‘이 사진들을 어떻게 생각하나요?’라고 대중들의 의견을 묻는다. 2009년 10월 말루프는 마이어의 사진을 사진 소셜 네트워크 플리커에 올렸고, 점차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빈부, 특권, 젠더, 인종, 정치 등 묵직한 인류학적 주제가 드러나는 따뜻하지만 날선 시선의 사진들은 이내 폭발적 반응을 불러 일으킨다. 전 세계 사람들은 ‘좋아요’를 누르며 작품을 지지하기 시작했고 언론 역시 이름 없는 여인의 사진을 환대했다. 다른 수집가 제프 골드스타인은 약 1만5000장의 필름을 갖고 있었다. 사망한지 얼마되지 않아 유명해진 그녀의 사진은 미국, 영국, 덴마크, 벨기에 등에서 전시되어 대중들을 매료시켰다. 이렇게 비비안 마이어는 사진으로 환생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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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6, 1959. New York, NY ⓒ Maloof Collection

 


롤라이플렉스를 목에 건 보모

 

1926년 미국 뉴욕 브롱크스에서 입주간호사인 프랑스인 어머니와 전기 기술자인 오스트리아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났다. 그러나 4세 때 아버지가 집을 나갔고, 어린 시절을 거의 어머니의 모국인 프랑스에서 지냈다. 그 시절 그녀에겐 우연히 코닥 브라우니(Kodak Brownie)라는 상자모양 사진기가 생겼고, 그것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1951년에 뉴욕으로 돌아와 5년간 롤라이플렉스, 전문가들이 쓰는 6X6cm판 2안 리플렉스 카메라를 사용해 비밀스러운 작업을 한다. 마이어는 보모였다. 그녀를 고용했던 겐스버그 부인은 “마이어는 아이들을 돌보는 데 큰 열정은 없었지만 다른 할 일이 없어 보모로 일했다”고 그녀를 회상한다. 그녀를 고용했던 사람들 중 고집이 세고 무례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겐스버그 형제들은 그녀를 무척 잘 따랐다고 한다.

 

마이어는 보모를 하면서 비밀스럽게 작업한 엄청난 양의 필름을 상자에 보관했다. 점점 늘어나는 상자를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아 창고를 임대했지만 형편이 나빠져 2007년 경매에서 헐값에 넘기게 된다. 2008년 길에서 넘어져 병원으로 옮겨졌고, 음식을 거부하며 쇠약해졌고, 2009년 4월21일 숨을 거두었다. 이 정도가 비비안 마이어에 관해 알려진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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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ated ⓒ Maloof Collection, August 1975 ⓒ Maloof Collection

 


그녀를 찾아서

 

일관성 없고 부정확한 인적 기록, 사생활과 작품 활동의 엄격한 경계, 더불어 그녀를 알고 지냈지만 진정으로 잘 알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지인들의 오래된 기억 등은 비비안 마이어의 실체를 더욱 알 수 없게 만든다. 그럼에도 그녀의 삶과 사진을 알리고자 하는 이들의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녀를 세상에 알린 부동산업자 존 말루프가 만든 사진집 <비비안 마이어 : 나는 카메라다>와 다큐멘터리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가 그 증거다. <비비안 마이어 : 나는 카메라다>는 비비안 마이어의 수수께끼 같은 삶을 반추하며 그의 작품 세계를 조명한 사진집이다. 신문 판매대, 여배우의 사인회, 귀부인의 일상, 노숙인과 노인들의 삶, 아이들, 그리고 사진을 찍는 자신을 담은 셀프 포트레이트까지 235점을 세심히 골라 펴냈다. 주로 1950~70년대 뉴욕, 시카고 등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기발하고 감각적이지만, 동시에 지루하고도 불안한 일상을 드러낸다. 큐레이터 마빈 하이퍼만이 30여 쪽에 걸쳐 그녀의 ‘불운한 데뷔’와 작품세계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마이어의 생애를 담은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Finding Vivian Maier)는 2015 아카데미상 최우수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작에 선정되면서 작품의 가격은 수천 달러로 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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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1956. New York, NY ⓒ Maloof Collection, Chicago, IL ⓒ Maloof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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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31, 1954. New York, NY ⓒ Maloof Collection, Self-Portrait, Undated ⓒ Maloof Collection

 


아무도 모른다

 

마이어는 시간이 생기면 언제나 롤라이플렉스 카메라를 목에 걸고 거리에 나가 셔터를 눌렀다. 길을 걸을 때 마이어가 바라 본 것은 그저 거리 풍경이 아니었다. 사람들과 거리의 풍경을 남다르게 바라보았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특별한 면에 집중한 것이다. 마이어는 35m 카메라 대신 중형 롤라이 카메라를 사용해서 거리에서 포착한 인물의 디테일이 보다 잘 살아 있다. 마이어가 카메라에 담은 것은 대부분 그녀가 외출할 때 만난 사람들이었다.

 

 

그녀는 어린이와 여성을 많이 찍었다. 화려하게 성장을 한 미녀는 물론 빈곤한 할머니, 팔짱을 끼고 도도하게 카메라를 응시하는 여자 아이의 사진에서 여성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느낄 수 있다.

 

그녀의 자화상 역시 흥미롭다. 그녀는 자신의 그림자를 자주 찍었다. 그림자 같은 존재로 지내고 싶은 마음이 반영된 것이 었을까. 그녀가 자신의 작품을 왜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는가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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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7, 1956. New York, NY ⓒ Maloof Collection

 


Who is she?

 

비비안 마이어는 1926년 오스트리아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뉴욕 브롱크스에서 출생해 프랑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마이어는 미국으로 돌아와 평생을 독신으로 남의 집을 전전하며 보모, 가정부, 간병인 등으로 일했다. 큰 키에 마른 체형이었던 그녀는 늘 루즈한 남자 셔츠, 오래된 블라우스, 단순한 스타일의 중간 길이 치마를 입고, 돌돌 말아 내려 신은 스타킹과 끈을 묶는 든든한 신발 차림으로 성큼성큼 큰 보폭으로 걸어 다니거나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프랑스 억양이 섞인 독특한 말투와 자기주장 강하고, 직설적이며 무뚝뚝한 성격 탓에 가까이하기를 꺼려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오래 함께했던 사람들은 그녀를 가식 없고 놀랄 만큼 지적이었다고 평한다. 마이어는 보모로 일하며 아이들을 돌보는 틈틈이 사진을 찍었고, 그 중 25년 이상을 6X6cm 크기의 정사각형 사진을 만드는 롤라이플렉스 카메라를 사용했다. 평생에 걸쳐 수십 만 장에 이르는 사진을 찍었지만 죽는 순간까지 그녀는 아무에게도 자신의 사진을 보여주지 않은 채 눈을 감았다. - ‘나는 카메라다’ 中

 

[자료제공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나는 카메라다]

 

신정인자료제공 Citylife
발행일 2015.04.09기사입력 2015.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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