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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탄두리치킨이 뻑뻑하다며 영국인이 커리소스를 뿌린 게 ‘치킨티카마살라’의 시작이다.

 

카레를 생각하면 어릴 적 어머니의 주방에서 들려오던 맛있는 소리들이 떠오른다. 어머니의 기분 좋은 콧노래 소리와 함께 탁탁탁 리드미컬하게 들려오던 행복한 도맛소리! 어린 필자는 주방으로 달려가 감자와 사과, 당근을 볶다 카레가루를 개어 붓던 어머니 모습을 지켜보며 군침을 삼키곤 했다.

 

어린 시절 돈가스와 함께 가장 좋아했던 음식이 카레였는데 사춘기가 지나면서 지루해졌다고 할까. 카레와 차츰 멀어져갔다. 한참 뒤 일본에 유학을 갔을 때 카레가 다시 좋아졌다. 평범한 우리 카레와는 다른 맛, 치킨티카마살라(chicken tikka masala) 덕분이었다.

 

일본 도쿄의 작고 예쁜 마을, 마치야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우연히 인도 사람과 일본 사람이 함께하는 카레전문점을 발견하고 (사실 그다지 당기지는 않았지만) 공부 삼아 전통 인도 카레를 맛보러 갔다. 메뉴판을 읽는데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으며 특히 여성에게 인기 만점인 치킨티카마살라’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도대체 어떤 맛일까 궁금해 주문했다. 한입 먹는 순간 ‘오홋’, 동서양이 오묘하게 섞인 퓨전요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뒤 영국으로 짧은 유학을 떠났다. 영어를 배우러 간 것이 아니라 유럽의 음식이 궁금해서 찾아간 터였다. 그런데 막상 지내보니 영국인이 대중적으로 즐기는 음식은 피시앤드칩스, 매시트 포테이토에 피시파이, 미트파이 같은 것들에 불과했다. 얼마나 단순하고 맛이 없던지. 음식 값이 대체적으로 굉장히 비싼 데 비해 질이 형편없어 실망감이 컸다.

 

그때 지인을 통해 유명한 카레전문점 이야기를 들었다. 일본의 카레집 메뉴판에서 읽었던, 영국에서 제일 인기가 많다는 치킨티카마살라가 불현듯 떠올랐다. 그곳을 찾아가 다른 메뉴는 보지도 않고 곧바로 치킨티카마살라를 주문했다.

 


인도의 탄두리치킨이 뻑뻑하다며 영국인이 커리소스를 뿌린 게 ‘치킨티카마살라’의 시작이다.

 

눈으로 보는 비주얼은 별로였지만 풍기는 향이 예사롭지 않았다. 맛을 보니 ‘정말 대박’. 일본에서 먹던 치킨티카마살라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카레 특유의 향신료 맛과 산미, 풍미 등 3박자를 완벽하게 갖췄다고 할까. ‘그래서 영국 사람들이 이 음식을 그렇게 사랑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그릇을 싹 비웠다.

 

일본에 ‘나메로’라는 음식이 있다. 전갱이와 대파, 생강, 미소 등을 함께 다져서 먹는 음식인데 그 음식이 너무 맛있기에 접시까지 핥아 먹는다고 해서, 일본어로 핥는다는 뜻의 이름 ‘나메로’가 붙었다고 한다. 필자가 그날 먹은 치킨티카마살라도 옆에 손님만 없었더라면 접시까지 싹싹 핥아 먹지 않았을까 싶다.

 

음식은 그 나라의 문화까지 달라 보이게 한다. 이전까지 필자는 영국 하면 절대강국 또는 딱딱한 영국식 영어를 떠올렸다. 그러나 치킨티카마살라를 먹는 순간만큼은, 영국이 부드럽고 여유 있는 나라로 느껴졌다.

 

인도의 커리가 영국으로 전해진 것은 1772년 무렵,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 지배를 받던 시기였단다. 당시 초대 인도 벵골 총독이었던 워런 헤이스팅스가 인도의 혼합 향신료(mixture of spices)인 마살라와 쌀을 영국으로 갖고 간 것이 시초였다. 인도에서 먹던 커리 맛을 잊지 못한 영국인들이 귀국 후에도 커리를 즐기면서 인도의 커리는 영국 사람들 식탁에 자주 오르게 됐다. 처음에는 일부 상류층만 커리를 즐겼지만 일정한 비율로 조합해 만든 커리파우더가 생산되면서 일반 가정에도 급속도로 번져나갔다. 커리파우더만 있으면 매번 가루로 갈 필요가 없어 누구나 편하고 손쉽게 커리 맛을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먹는 영국의 커리는 오랜 시간 조리법의 변형을 거쳐 영국인 입맛에 맞게 변화된 것이다. 춥고 어두운 영국으로 건너온 커리는 인도의 것보다 좀 더 기름지고 녹진해졌다. 인도의 가벼운 코코넛밀크 대신 버터와 크림을 넣었기 때문일 것이다.

 

치킨티카마살라도 인도의 커리 요리기는 하지만 매운 것을 잘 못 먹는 영국 사람 입맛에 맞게 만들어진 음식이다. 치킨티카마살라는 1960년대 영국의 인도 요리점에서 태어났다. 인도 음식 ‘치킨티카(chicken tikka)’가 영국인이 먹기에 퍼석해 따로 커리소스를 주문한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부드러운 커리소스에 인도식 케밥 치킨티카를 넣은 치킨티카마살라는 별로 맵지 않고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덜 매운 노란 커리’ 카테고리에 포함되는 마크니(makhani)나 코르마(korma)보다는 좀 더 맵고 색이 진한 편이다.

 

영국인은 요리에 토마토를 즐겨 쓴다. 그래서 커리를 만들 때도 토마토퓌레를 넣어 달착지근한 맛을 냈다. 향이 강한 커리를 잘 먹지 못하는 영국인들은 설탕과 요구르트를 넣어 매운맛을 순화시켰다. 여기에 인도의 전통 화덕인 탄두르에서 구워 불맛을 제대로 입혀낸 닭고기를 먹기 좋게 잘라 넣고 보글보글 한 번 더 끓여낸 것이 바로 치킨티카마살라다. 이렇게 인도와 영국의 문화가 더해져 하나의 훌륭한 요리가 완성됐다.

 

▶커리에 토마토퓌레 넣어 달착지근한 맛

 

마살라는 인도 음식에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가루나 페이스트 형태의 혼합 향신료를 일컫는 말이다. 마살라의 기원에 관해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지만, 1000년경 여러 문명권으로부터 들어온 무역상들이 다양한 향신료를 인도에 전해서 발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장과 마찬가지로 인도 요리에서도 마살라에 따라 음식의 맛과 향이 크게 달라진다. 육두구, 강황, 회향, 고추, 팔각, 계피, 정향, 생강, 마늘, 레몬그라스, 고수, 고수 씨, 라임, 월계수 잎, 흑후추, 백후추 등 마살라에 쓰이는 재료만도 수십 가지다. 각 지역에서 주로 쓰는 향신료가 다 다르며 그 배합도 각양각색이다. 그래서 커리도 북인도와 남인도가 다르고 파키스탄과 인도가 또 다르다. 여기에 음식의 종류, 개인적 취향에 따라 다르니 커리의 맛이야말로 천차만별이다.

 

마살라는 원하는 배합의 향신료를 섞어 절구나 그라인더로 갈아서 만든다. 1780년대 영국에서 가루 형태 마살라에 ‘커리가루(커리파우더)’로 이름 붙인 제품이 판매되면서, 마살라는 커리가루로 알려지게 됐다. 한국에서 생산되는 커리가루는 우리 입맛에 맞게 향신료 배합이 조절됐을 뿐 아니라 전분이 혼합돼 있어 인도의 마살라와는 맛이나 조리 방법이 다르다.

 

인도 카레 하면 치킨티카마살라밖에 모르는 영국인이 많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인기가 좋은 음식이다. 우리나라의 짜장면 같은 영국의 국민음식라고 할까. 영국의 인도 커리 레스토랑에서 팔리는 메뉴 중 일곱에 하나가 치킨티카마살라란다.

 

2001년 영국 외무장관이었던 로빈 쿡은 치킨티카마살라야말로 진정한 영국의 국민요리며 영국이 외부 영향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적응해나가는지에 대한 가장 완벽한 예라고 언급했다. 이제 치킨티카마살라는 영국 이외에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도 가장 대중적인 인도 커리로 사랑받고 있다.

 

유럽인도 두루 좋아하는 세계인의 인기 음식 인도 커리, 오늘 저녁 한번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마살라나 탄두리치킨이 없어도 시판되는 즉석 카레를 이용하면 누구나 손쉽게 새콤달콤 부드러운 카레의 맛에 빠질 수 있다.

 

신동민 셰프의 Cooking Tip

 

치킨카레우동

 

 

재료

 

고베식당 치킨카레(즉석 치킨카레) 2개, 우동면, 닭가슴살 280g, 양파 1/2개, 페페론치노 4개, 다진 생강 1작은술, 다진 마늘 1작은술, 버터 8g, 식용유 약간, 토마토케첩 4큰술, 다시마 우린 물 4큰술, 생크림 140g, 이탤리언 파슬리 약간

 

*닭고기 재움 소스 : 플레인 요구르트 80g, 다진 생강·마늘 1작은술씩,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드는 법

 

➊ 닭가슴살은 큼직하게 썰어 잔 칼집을 넣고 닭고기 재움 소스에 30분간 재운 뒤 팬에 노릇노릇하게 굽는다.

 

➋ 양파와 페페론치노는 잘게 썬다.

 

➌ 팬에 버터와 식용유를 둘러 가열한 뒤 양파를 넣고 약 4분간 볶는다.

 

➍ 양파가 투명해지고 옅은 갈색빛이 돌면 다진 생강, 다진 마늘을 넣어 향이 날 정도로 볶다가 케첩을 넣고 볶는다.

 

➎ 다시마 우린 물을 넣은 뒤 고베식당 치킨카레와 페페론치노, 구운 닭가슴살, 생크림을 넣고 뚜껑을 덮어 약한 불에서 뭉근하게 끓여 농도가 생기면 불에서 내린다.

 

➏ 우동면을 삶아내 위에 완성된 카레를 올리고 파슬리가루를 뿌려 낸다.

 

 

 

신동민 슈밍화미코 오너 셰프자료제공 매경이코노미
발행일 2016.03.21기사입력 2016.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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