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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드라마/ 데이비드 O. 러셀 감독/ 제니퍼 로렌스, 브래들리 쿠퍼, 로버트 드 니로 출연/ 124분/ 3월 10일 개봉/ 12세 관람가

 

신은 견딜 수 있는 만큼의 고통을 준다고 하지만, 막상 내 일이 되고 보면 견딜 만한 고통이라는 건 없다. 소설가 김애란이 말했듯 ‘고통은 단수(單數)’다. 사과를 깎다 손을 벤다고 해도 그 느낌은 사람마다 다르다. 심지어 매우 희유한 경험이라면, 타인의 연민이나 공감을 얻기란 더욱 쉽지 않다. 영화 ‘조이’의 여주인공 조이가 겪는 일들도 그렇다. 그녀는 늘 힘들게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그녀 주변의 사람들은 도무지 그녀의 짐을 덜어줄 생각조차 없다.

 

그 주변 사람들, 조이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은 다른 이가 아니라 바로 가족이다. 도덕 교과서에서는 가족이 힘이고 치료라고 말하지만, 사실 가족만큼 상처가 되는 원인도 드물다. 조이의 가족이 그렇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혼하자 조이는 가족들과 흩어져 살게 된다. 아버지는 배가 다른 언니를 데리고 가고, 조이는 자연스럽게 엄마와 함께하게 된다. 그런데 엄마가 또 평범하지 않다. 이혼 이후 엄마는 TV 연속극에 파묻혀 산다.

 

일찌감치 생활 전선에 나선 조이는 빨리 결혼해 지긋지긋한 집에서 벗어나려 한다. 하지만 조이가 선택한 남자는 ‘음악’만을 사랑할 뿐 생계에 대한 계획도 능력도 없다. 결국 조이는 집의 유일한 수입원이자 가장으로 무거운 삶을 끌고 간다. 영화는 이 절망의 한가운데서 시작한다. 자기 삶이라고는 가진 적 없이 가족에게 파묻혀 살아가고 있는 불쌍한 여자 조이로 말이다.

 

‘조이’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과 ‘파이터’를 만든 데이비드 O. 러셀 감독의 작품이다. 데이비드 O. 러셀 감독은 인생의 아이러니를 평범한 삶과 기형적 가족에서 찾아내는 데 탁월한 솜씨를 발휘한다. ‘조이’에서도 그렇다. 조이는 괴팍한 아버지, 강박적인 엄마, 무능한 전남편 사이에서 자존감과 삶의 이유를 잃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녀가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계기는 바로 그 망가진 가족에게서 비롯된다. 조이는 가족 때문에 죽고 싶을 만큼 힘들지만 한편 가족 때문에 죽지 않고 견뎌나간다.

 

이 아이러니의 핵심에는 사랑에 대한 감독의 깊은 신뢰가 있다. 적어도 가족 중 단 한 사람이라도 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할 때, 살아갈 힘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조이의 외할머니도 그렇다. 외할머니는 언제나 조이를 응원한다. 인간이란 참 나약하면서도 갸륵해서 단 한 사람이라도 믿어주면 인생에 용기를 잃지 않는다.

 

‘조이’는 겉보기엔 단순한 여성 창업 신화지만 들여다보면 고통스러운 삶에 대한 격려와 위로로 가득 찬 작품이다. 그리고 아무리 밑바닥 깊은 곳까지 떨어진다고 해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사실을 믿고 또 응원하는 작품이다. 감독과 전작에서 여러 번 호흡을 맞췄던 제니퍼 로렌스는 이번에도 강인하면서 영리한 조이를 그럴듯하게 연기한다. 어떤 점에서는 섹스중독에 시달렸던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의 여주인공보다 더 속 깊은 연기를 보여주는 듯도 싶다.

 

특별한 로맨스도 대단한 왕자님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 역시 눈길을 끈다. 대개 여성의 사회적 성공 이면엔 언제나 로맨스가 있기 마련인데 ‘조이’의 성공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바로 ‘조이’다. 특별한 낭만이나 과장도 없다. 지리멸렬하지만 긍정할 수밖에 없는 삶, 그 삶에 지친 평범한 사람들의 어깨를 두드려주는 작품이다.


 

강유정 영화평론가자료제공 매경이코노미
발행일 2016.03.21기사입력 2016.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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