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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쯤이면 너도나도 나들이를 많이 떠난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출출해질 때 휴게소에 들러 많이 먹는 음식 중 하나가 ‘우동’이다. 달착지근한 국물에 오동통한 면발을 후루룩 들이켜면 금세 시장기가 가시니 빠른 시간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간편한 음식의 대명사가 됐다.

우리나라에선 우동을 간편한 분식으로 여기지만, 일본에서는 일본의 대표 음식으로 꼽는다. 우동의 기원은 중국이지만 먹는 방법만큼은 일본에서 독자적으로 만들어지고 발전했다.

 

우동은 지역과 만드는 방법에 따라 정말 다양한 종류가 있다. 먹는 방법으로 분류해보면 크게 히야시 우동과 가케 우동으로 나뉜다. 히야시 우동은 우동을 삶아 찬물에 비벼 씻은 후 체나 돈부리 그릇에 담고 잘게 썬 파와 와사비를 곁들인 쯔유에 찍어 먹는 것을 말한다. 가케 우동은 삶은 우동 면에 뜨거운 다시쯔유를 붓고 잘게 썬 파와 튀김 부스러기를 곁들여 먹는 방식이다. 그 외 양념을 한 유부, 덴푸라, 미역, 고사리 등을 고명으로 얹어 먹기도 한다.

 

우리가 아플 때 죽을 먹듯 일본 사람들은 우동을 먹는다. 우동 국물에 녹아든 다시마와 말린 생선의 영양 성분이 몸에 좋고 반죽된 면이라 소화도 빠르기 때문이다. 일본 유학 시절 단골집을 정해두고 월급날이나 몸에 좋은 걸 먹고 싶을 때면 일부러 찾아가고는 했다. 도쿄 닛포리역 근처 미카와시마역 맞은편에 있는 작은 우동집은 우동과 닭튀김이 얼마나 맛있는지 지금도 일본에 가면 항상 찾는다. 아홉 명이 겨우 앉을 정도로 작은 규모지만 갈 때마다 잘 지냈느냐며 따듯한 인사를 나누는 정겨움과 성실한 모습, 깔끔한 주방이 한결같아 단골이 됐다.

 

필자의 레스토랑에서 팔고 있는 인기메뉴 가라아게(닭튀김)도 여기서 영향을 많이 받아 완성한 메뉴다. 이 집에서 가라아게 우동세트를 주문하면 뜨거운 기름에 닭을 튀기는 동안 우동 육수를 만드는데, 염도계로 육수를 체크할 정도로 과학적인 정성을 들인다. 한국에 분자요리를 처음 들고 온 필자조차도 그런 사장님의 행동을 신기하게 하나하나 바라보게 된다. 그렇게 정신없이 바라보다 보면 어느 순간 테이블에 음식이 등장한다. 밥알이 잘 살아 있는 냄비밥 위에 닭튀김을 올려주는데, 튀김에 은은한 유자향이 감돌면서 식욕을 돋운다. 닭튀김을 한입 베어 물면 바삭한 튀김옷 안의 닭고기 육즙이 혀에 젖어들어와 탄성이 절로 나왔다.

 

이 집 사장님은 많은 말보다는 손님의 표정을 살피면서 소통한다. 손님이 배가 많이 고파 보이면 서둘러 음식을 내주고 뭔가 언짢아 보이면 서비스로 다른 요리나 신메뉴를 주면서 미소를 건네 기분을 풀어준다. 최고의 식당이란 바로 이렇게 손님을 배려하며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집이라 생각한다.

 

손님이 몰리는 식당은 다 이유가 있다. 맛 그 이상이 있는 것이다. 필자는 우동을 좋아해 일본에서 유명한 우동집 1위부터 15위 랭킹 맛집에 전부 가서 먹어봤다. 그 우동집들은 각각의 색깔이 확실히 있었다. 예를 들어 우동면이 맛있는 집, 육수가 맛있는 집, 분위기가 좋은 집, 특이한 재료를 사용하는 집 등이다.

 

그중 제일 좋았던 집은 할머니와 할아버지 부부가 하는 집인데 옛날부터 내려오는 맛을 잘 지키며 지금까지 그 맛을 유지해온 식당이다. 주방은 오래돼 보이지만 주방 기물 하나하나가 얼마나 번쩍번쩍한지, 식당 주인의 성실함이 한눈에 보인다. 그 집 우동을 먹어보면 좋은 재료를 많이 넣어 감칠맛과 깊은 맛이 오묘하게 잘 어우러져 있다. 그리고 간장을 잘 다뤄 간장의 군내가 하나도 나지 않는다. 그릇에 담아와 “맛있게 드세요”라면서 동시에 보여주는 조용한 미소까지. 사람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그 무엇이 있다.

 


많은 우동집이 시판용 쯔유를 사용해 우동을 만드는데 아쉬움이 많은 대목이다.

 

우동은 다시국물이 제일 중요하다. 국물을 먹어보면 그 식당의 맛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보통 맛이라고 하면 짠맛, 단맛, 쓴맛, 신맛 그리고 감칠맛만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것은 향이다. 향이 있는 음식이 곧 살아 있는 음식이다. 향이 없으면 맛도 없다. 코를 막고 음식을 먹어보자. 음식이 맛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것이다.

 

필자가 운영하는 슈밍화미코, 멘야미코 우동 육수의 비법도 육수의 향을 제대로 살려내는 데 있다. 여기서 초특급 비밀을 풀어놓자면 우선 재료를 좋은 것으로 준비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필자가 사용하는 육수는 멸치, 다시마, 가쓰오부시, 우스구치(국간장), 코이구치(양조간장), 미림(조리용 맛술)으로 만든다.

 

멸치는 큰 멸치가 아니라 볶음용 중간 크기를 쓰는데 일단 짜면 안 된다. 짜다는 것은 먼바다에서 멸치의 부패를 막기 위해 소금을 대량으로 부어 실어왔다는 의미다. 단 짜지 않은 멸치는 일반 멸치보다 가격이 몇 배는 비싸다는 점을 각오해야 한다. 큰 멸치는 육수를 뽑을 때 작은 멸치에 비해 비린 맛이 더 강하다. 큰 멸치를 써야 한다면 살짝 구워 쓰는 것이 좋다. 필자는 고향인 포항 죽도시장에서 오랜 시간 동안 건어물을 해온 전문가에게 멸치를 받는다. 좋은 멸치가 있다면 몇 백 상자를 주문해놓는다. 맛의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다시마는 부산 기장면에서 유명한 특 기장다시마를 사용한다. 기장다시마가 좋은 이유는 수심이 깊고 파도가 높아 물의 순환이 좋고 다양한 영양분이 잘 공급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다시마가 두껍고 다른 지역의 다시마에 비해 감칠맛이 풍부하다.

 

▶먹는 방법에 따라 히야시 우동과 가케 우동으로 나뉘어

 

일정한 물에 멸치와 다시마를 넣고 3시간 정도 불린다. 마른 멸치를 불려야 다시의 맛이 잘 빠져나온다. 3시간이 지나면 중불에 올려 40~50도 정도 따뜻한 온도에서 천천히 육수를 우려낸다. 너무 고온에서 하면 멸치맛이 나오기도 전에 향이 사라져버리므로 주의해야 한다.

 

시간이 되면 일단 멸치맛을 보고 단맛이 살짝 남았을 때 멸치를 걸러낸다. 그 이상 육수를 뽑아내면 멸치 내장의 쓴맛이 우러난다. 필자는 식당 오픈 당시에는 쓴맛을 빼기 위해 멸치 내장을 일일이 빼내고 육수를 뽑았지만 직원들이 너무 힘들어해서 연구 끝에 이런 방법으로 하고 있다. 멸치를 건져낸 다음에는 온도를 올려 가쓰오부시를 넣은 후 불을 끄고 10분 정도 육수를 더 빼낸다. 가쓰오부시는 85도에서 좋은 성분이 많이 나온다. 90도 이상 올라가면 쓴맛이 나오고 향이 사라져버린다.

 

이렇게 뽑아낸 육수에 미림, 우스구치, 코이구치 간장을 함께 혼합하는데 미림, 우스구치, 코이구치 간장은 80도 되는 물에 중탕으로 40분가량 미리 데워서 준비해둔다. 간장 특유의 비린 맛, 수분, 미림의 알코올을 날리면 감칠맛이 더 좋아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준비한 간장을 섞어 맛을 체크한 후 빨리 얼음물로 식힌다. 그래야 우동 육수의 향을 고스란히 보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진공포장을 해서 공기와의 접촉을 차단시킨다. 이렇게 해서 우동 육수가 완성된다.

 

현재 많은 우동집이 시판용으로 나온 우동 쯔유를 사용해서 만드는데 아쉬움이 많은 대목이다.

 

신동민 셰프의 Cooking Tip

 

치킨 우동

 

재료(2인분)

 

닭다리살 1장, 우동 생면 2개, 대파 1줄기

 

육수 : 물 1000㏄, 소금 1/2~1티스푼, 치킨스톡 큰 것 1개

 

만드는 방법

 

➊ 닭다리살과 대파는 한입 크기로 잘라놓는다.

 

➋ 냄비에 육수 재료를 넣고 끓인다.

 

➌ 육수가 끓으면 닭다리살과 대파를 넣고 거품을 걷어내면서 끓인다.

 

➍ 대파가 부드러워지면 우동면을 넣고 끓인다.

 

➎ 간을 보고 부족하면 소금으로 맞춰 우동 그릇에 담고 닭다리살을 제일 위로 올린다. 마지막으로 후추를 뿌려서 마무리한다.

 

 

명란크림 우동

재료(2인분)

 

우동 생면 2개, 명란젓 100g, 참나물 적당량

 

크림소스 : 멘쯔유 100g, 우유 300g, 생크림 100g

 

만드는 방법

 

➊ 명란젓은 얇은 껍질을 벗겨 준비한다.

 

➋ 우동면은 삶아서 물기를 빼놓고, 참나물은 가볍게 데쳐서 잘라놓는다.

 

➌ 크림소스 재료를 냄비에 넣고 따뜻하게 데워준다. 이때 끓지 않게 주의한다.

 

➍ 크림소스가 따끈해지면 삶은 우동면을 넣고 가볍게 저어준 후 그릇에 담고 참나물과 명란젓을 올려 마무리한다.

 


 

신동민 슈밍화미코 오너 셰프자료제공 매경이코노미
발행일 2016.04.04기사입력 2016.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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