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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자취하는 20대 직장인 여성 김나경 씨(29) 화장대 위에는 고급스러운 문양의 양장본 한 권이 놓여 있다. 화장대의 '격'을 높여주는 이 책은 디자인이 고풍스러워 일반 책과는 다른 느낌이 든다. 표지를 열어보니 글씨 빽빽한 책장은 온데간데없고 대신 칸칸마다 귀걸이가 담겨 있다.
이 양장본은 진짜 책이 아니라 지난해 한국에 처음 문을 연 프랑스 고급 디저트 전문점 '위고에빅토르'의 초콜릿 상자다. 일반 책과 비슷한 크기의 이 상자에는 본래 손가락만 한 수제 초콜릿들이 담겨 있었다. 초콜릿을 다 먹은 후에는 귀걸이 등을 담는 소품 상자나 서재 장식 용품으로 활용할 수 있다. 서재에 엽서 등 소지품을 담은 채로 책처럼 꼽아 두면 한층 분위기가 살아난다.
최근 '집방(집 꾸미기)' 프로그램이 인기를 모으면서 인테리어 용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디저트 매장을 중심으로 '먹방'과 '집방'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패키지를 단순히 고급화해 제품 가격을 높이는 차원이 아니다. 내용물을 다 소비하고 나서도 포장 박스 등을 활용할 수 있게끔 해 소비자들 만족도를 높여준다.
위고에빅토르의 초콜릿 케이스는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소설책에서 착안한 하드케이스로 아예 '노트북(Notebook)'으로 불린다. 겉표지를 19세기 출간된 책을 본떠 만들었기 때문에 집 꾸미기를 좋아하는 홈퍼니싱족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 브랜드를 처음 한국에 들여온 윤이나 롯데백화점 식품부문 바이어는 "외국 디저트 브랜드는 상품의 질뿐만 아니라 상품을 담는 케이스에도 브랜드 개성을 담으려고 애쓰는 경우가 많다"며 "백화점 디저트 매장에서는 일부 브랜드의 케이스만 구매하려는 고객 수요도 적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라꾸르구르몽드 틴케이스(왼쪽), 위고에빅토르 노트북
실제 프랑스 수제과자 브랜드 '라꾸르구르몽드'는 과자 등 제품을 담아주는 틴케이스(금속제 상자)를 찾는 수요가 많아 일부 사이즈 틴케이스를 6000~1만5000원 가격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수제 팝콘 브랜드 '가렛팝콘'도 팝콘을 담은 틴케이스가 국가·계절별로 다양한 한정판 디자인이 나와 케이스만 수집하는 '틴 콜렉터'가 생길 정도다. 팝콘을 다 먹고 남은 케이스는 소지품을 담거나 화분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에서도 '동전 초콜릿'이 인기인데, 사실 이 초콜릿이 담겨 있는 케이스가 내용물보다 더 인기가 많다. 일부 중고 온라인 장터에서 이 케이스만 판매하는 판매자도 있다.
단순한 수납용이 아니라 아예 다른 용도로 활용이 가능한 제품도 있다.
디자인 기업 '포듐'이 내놓은 가정용 원두커피는 나무케이스에 담겨 있는데, 일회용으로 나뉘어 담겨 있는 커피를 모두 먹고 나면 이 케이스에 스마트폰을 꽂아 공명 스피커로 활용할 수 있다. 음악을 듣지 않을 때는 스마트폰 거치대로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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