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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사찰 요리가 있다면 일본에는 쇼진(精進) 요리가 있다. 불교 용어인 '쇼진'은 도를 구하기 위해 잡념을 버리고 일심으로 정진해 나아가는 것을 뜻한다. 불교의 한 종파, 선종의 교리이다. 선종은 다도, 꽃꽂이 등 일본 문화의 중심에 있는 여러 의례들을 만들어낸 종교인데 요리도 수행의 일환으로 살생을 하지 않고 일체의 육류, 어패류, 달걀 등을 금지하여 식물성 재료만으로 만든다. 술도 마시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일본 사람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곡물과 채소, 두부, 낫토, 버섯, 해조류 등을 주로 이용한다. 단백질과 유지류도 식물성 재료에서 얻는다. 높은 칼로리의 튀김, 진한 맛을 위한 전분 이용이 일본 쇼진 요리에서 즐겨 이용하는 고급 조리법이다.

 

시작은 대중 불교가 시작되고 중국에서 세련된 식사법과 선종이 도입된 14세기 무렵인 듯 하다. 당시는 도시가 발달하고 모든 계급에서 각각의 문화가 발달하던 번성의 시기였다. 상차림은 일본의 정식 요리인 혼젠(本膳) 요리의 기본을 따른다. 혼젠 요리 상차림은 국인 즙과 반찬 혹은 요리인 채로 구분한다. 1즙 3채, 1즙 5채, 2즙 7채와 같은 형식으로 더해진다. 같은 종류나 맛이 비슷한 요리를 중복해서 내지 않는 것으로 중요하게 생각한다.

 

일본에서 쇼진 요리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은 많다. 최근 서구사회를 중심으로 젠(zen)이라 불리는 일본식 절제미를 숭배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쇼진 요리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졌다. 단순히 음식을 넘어 예술의 경지로 인정받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이제는 도시 중심 레스토랑에서 쇼진 요리를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역시 진짜는 오래된 사찰에서 먹어보는 것일 듯 하다. 지난 겨울 다녀온 14세기 선종 사원 텐류지(天龍寺)의 쇼진 요리 전문점을 추천한다. 바닥에 앉아 젓가락으로 두부를 먹는 것이 불편한 수많은 유럽 관광객들과 함께, 정원 속 다다미 방에 주저앉아 그림 같은 상차림을 받으면 '정말 이곳이 일본이구나!'하는 새삼스런 감탄이 절로 난다. 교토 서쪽 교외의 아라시야마는 고찰인 텐류지 외에 '달이 건너는 다리' 도게츠교, 빽빽한 대나무 산책로도 아름다운 곳이라 더욱 즐겁다.

 

서현정 뚜르 디 메디치 대표·문화인류학 박사자료제공 매일경제
발행일 2016.04.25기사입력 2016.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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