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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시크한 존재일까? 챙겨주지 않아도 혼자 행복을 찾아가고 고독감 같은 것을 전혀 느끼지 않을 만큼 고도의 정신세계를 갖고 있을까? 그러나 이것은 귀차니즘에 빠져있는 일부 집사들이 만들어 낸 핑계거리들이다. 사람이 고양이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많다. 함께 즐거우니 그 어찌 즐겁지 아니할까.
나에게는 고양이 세 마리가 있다. 녀석들은 내가 창고에 만들어준 캣츠하우스에 산다. 종이집과 잡동사니를 이용한 미로와 스크레처가 설치된 나름 좋은 집이다. 나는 저녁을 먹은 뒤 고양이들과 산책을 한다. 설거지를 끝내고 마당에 나가면 집안 어디엔가에 짱박혀 있던 녀석들이 후다닥 내 근처로 온다. 동네 공터를 향해 걸어가면 녀석들도 뒤따라 온다. 목줄? 그런 거 없다. 사람이 걸어가니 근처에 길냥이나 들개가 나타날 일은 없다. 고양이들의 안테나에도 위험 인자가 감지되지 않은 게 분명하다. 반경 100m 안에 낯선 냄새가 포착되면 고양이들은 외출하지 않는다. 그래서 마을 공터까지 걸어가 나는 체조를 하고 애들은 한쪽에 세워둔 트랙터며 농업용 트럭 사이를 돌아다니며 밤 공기를 즐긴다. 공터에서의 시간이 끝나면 집까지 전속력으로 달려가는데, 이때 고양이들도 대개 우렁차게 따라 달리곤 한다. 나도 행복하고 고양이도 즐거운 순간이다. 집에 들어간 뒤에 녀석들은 구르릉구르릉 소리를 내며 몸 단장(그루밍)을 시작한다. 더 이상 기분이 좋을 수 없다는 뜻이다.
고양이를 행복하게 해 주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인터넷쇼핑사이트 이베이의 콘텐츠에 올라온 ‘고양이를 행복하게 해 주는 25가지의 방법’을 보면 턱 부위를 살살 긁어주기, 고양이를 환장하게 하는 캣닢(catnip, 고양이가 좋아하는 풀) 장난감 선물하기, 종이 뭉치 던져주기(고양이들은 펄프향을 굉장히 좋아한다), 고양이가 높은 곳에 있거나 집안에 있을 때 손가락을 재빨리 보였다 숨겼다 하며 녀석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함께 낮잠 자기(이거 냥이들이 매우 좋아한다. 배 위에 올라오기도 한다), 빗질 해 주기 등이 있다.
경험에 의하면 녀석들은 따사로운 햇살은 물론 한여름에도 가끔 틀어주는 전기스토브의 열기에 행복해 한다. 최근 제주의 날씨는 초여름을 방불케 하지만 캣츠하우스에 난로를 켜주면 녀석들은 어디서 전열 냄새를 맡았는지 살금살금 다가와 난로 앞에 서로의 몸을 기대곤 졸기 시작한다. 누구나 아는 내용이지만, 줄 장난감은 고양이들의 호기심과 승부욕을 깨워줌은 물론 적당한 운동 효과도 볼 수 있다. 하루에 한 번은 줄 장난감을 까불거리며 아이들과 놀아줘야 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TV 시청도 즐기는 편이다. 특히 스포츠 경기를 좋아하는데, 공이 빠른 속도로 오가는 축구, 테니스, 농구 게임의 경우 대부분 게임에 완전 몰입해 수시로 앞발을 움직여 공을 잡으려고도 한다. 모니터에 상처가 날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녀석들은 실질적인 위협을 받았을 때만 발톱을 꺼내고 평소에 발톱을 움쿠린 발등으로 톡톡 건드린다. 고양이 집을 가끔 바꿔주는 것도 녀석을 행복하게 해 주는 길이다. 제일 좋은 게 택배 상자다. 앞 부분에 작은 구멍을 만들어 주면 냉큼 그 안으로 들어가 니앙니앙 웃어댄다. 조금 더 성의를 보이고 싶다면 택배 상자보다는 골판지로 만든 집을 구입하거나 만들어주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다. 하지만 골판지는 녀석들의 최적화된 스크레처이므로 종이 조각이 흩어지는 상황을 각오해야 한다. 이렇게 수많은 ‘행복 조건’ 가운데 최고는 무엇일까? 역시 ‘간식’이다. 특히 신상 간식을 좋아한다. 신상 간식이 발견되면 일단 2~3 봉지만 사서 반응을 본 뒤 바꿔줄 것인지 중단할 것인지를 결정하면 된다. 필자 역시 최근에 발굴한 간식 과자로 고양이들의 셀프 부비부비를 매일 받고 있다. 녀석들이 오도독오도독 과자를 먹는 모습을 보면 고양이도, 집사도 기분이 좋아진다. 이 맛에 고양이랑 함께 사는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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