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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적 위력이라는 면에서 셰익스피어는 성경에 맞먹는 유일한 인물이다."
미국의 저명한 문학평론가 헤럴드 블룸은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를 이렇게 설명한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가로 꼽히지만 그의 삶은 정작 베일에 싸여 있다. 그의 작품들을 쓴 작가는 따로 있다는 음모론까지 끊이지 않는 건 그 때문이다.
그는 장갑 제조공의 8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다. 재산도 없고, 좋은 가문 출신도 아니었고, 대학 교육도 받지 못했다. 1580년 무작정 런던에 상경한 촌뜨기는 아주 짧은 시간 만에 역사상 가장 위대한 극작가가 된다. 엘리트와 문맹자를 모두 만족시키고, 촌부부터 여왕까지 매혹시키는 작가. 상업적 성공으로 50대 초반에 은퇴해 고향에서 여유로운 여생을 보낼 만큼 큰돈도 벌었다.
그에 관한 손꼽히는 연구자이자 '노턴 영문학 개관'의 편집자인 스티븐 그린블랫 하버드대 인문대학 교수가 쓴 평전은 여기에 소설적 상상력을 더해 그의 삶을 파헤친다. 작품 외에 개인적 기록은 찾기 힘든 이 흐릿하고 비밀스러운 작가의 삶을 파헤치기 위해 재산 거래 내역, 결혼허가증서, 세례 기록, 연극의 출연자 목록, 세금 고지서 등을 광범위하게 조사했다.
예를 들면 그의 고향 스트랫퍼드의 목사는 1594년 4월 26일 셰익스피어의 세례를 교구 명단에 기록했다. 출생 3일 뒤 세례를 받던 세태를 반영해 우리는 셰익스피어의 생일이 4월 23일일 거라고 추측한다.
평전이지만 출생부터 죽음까지 시시콜콜하게 파고들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작품을 통해서 인간 셰익스피어의 본 모습을 추측한다. '한여름 밤의 꿈'을 통해 그가 당대의 축제와 미신을 즐겼던 면모를, '햄릿' '맥베스' '오셀로' 등을 통해 그의 결혼관을 알 수 있다는 것. 18세의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한 후 힘겨운 결혼 생활을 이어간 그의 작품 속 결혼관은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절대 서둘러 결혼해서는 안 되며, 젊은 남자라면 연상의 여자를 피해야 할 것이고, 등 떠밀린 혼인은 곧 지옥이다. 긴 결혼 생활의 대부분을 아내에게서 떨어져 살았던 그의 삶과 작품은 동일한 맥락으로 읽을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셰익스피어의 위대함이란 보통 사람들을 위한 연극을 추구해 '한 시대가 아니라 영원히 남을 작품'을 썼다는 데 있다.
그런 이유에서 이 책은 셰익스피어의 가장 빛나는 재능은 '현실감각'이었다고 말한다. 셰익스피어는 이국적인 지리, 고대의 문화, 전설과 역사 속 인물에 매료됐지만 그러한 비범한 것들의 중심에서 평범성을 드러내기를 좋아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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