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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픽사베이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킬레우스가 죽었다. 영웅의 죽음에 사람들은 탄식했고, 영웅이 남긴 갑옷에 사람들은 욕망했다. 총사령관 아가멤논은 그리스군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자에게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주기로 했다. 이에 아이아스와 오디세우스는 자신이야말로 영웅의 갑옷을 받을 만하다고 확신했다. 아이아스는 용맹함과 성실함으로 동료들 사이에 신망이 두터운 장수였고, 오디세우스는 뛰어난 지략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끌 비범한 지휘관이었다.

 

아가멤논은 배심원단이 두 사람의 우열을 판결하게 했다. 배심원의 구성이나 발언 순서 등은 추첨으로 공정하게 결정됐다. 그러나 '트로이의 목마'로 적군까지 속여넘긴 두뇌를 우직한 아이아스가 당해낼 수는 없는 법. 배심원단은 만장일치로 오디세우스 손을 들어줬고, 아가멤논은 갑옷을 오디세우스에게 수여했다. 아이아스는 배신감에 분노하고 절망했다. 그는 광란에 사로잡혀 닥치는 대로 살육을 자행했는데, 그가 실제로 죽인 것은 사람이 아니라 양이었다. 제정신이 돌아온 아이아스는 자신의 행동에 수치심을 느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미국 고전학자인 폴 우드러프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교수는 아이아스 이야기를 통해 기업을 경영하는 리더들이 직면하는 딜레마를 고찰한다. 아이아스는 충성스럽고 믿음직하며 인기도 많은 직원이다. 그러나 오디세우스는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머리를 가진 회사의 인재다. 아이아스와 같은 직원은 많지만, 오디세우스와 같은 혁신자는 구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오디세우스에게 상을 주면 아이아스와 그를 따르는 많은 직원들이 좌절하고 질투해 사기가 떨어질 터이다. 그러면 누구에게 상을 주어야 할 것인가? 바로 이것이 '아이아스 딜레마'다.

 

오디세우스는 충분히 상을 받고도 남을 인재였으므로 아가멤논의 결정은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 결정으로 그리스군은 아이아스와 그를 따르던 병사들의 충성심을 잃었다. 무엇이 문제였는가? 우드러프는 기계적이고 형식적인 성과주의가 조직에 득보다는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직원들의 실적을 평가하는 매뉴얼대로 상벌을 내리면 된다고 여기는 것은 치명적인 오류라는 것이다. 아가멤논도 나름의 공정한 규칙과 절차에 따랐으나 그 결과는 조직 전체의 동요였다.

 

우드러프는 '아이아스 딜레마'를 해결하는 것은 오직 리더십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진정한 리더라면 어떤 결과에 대해 나는 원칙대로 했고 따라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리더는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판단하고 선택하며 그 결과에 책임을 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많은 '아이아스들'에게 동정심을 갖고 조직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전력을 다한다.

 

우드러프는 리더의 자질에 대해 더 이상 논하지는 않지만 다른 책들에서 현대에 망각된 고대의 위대한 덕성들을 설명하고 있으니 참고할 가치가 있다. 예컨대 '숙고(euboulia)'는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좋은 판단을 내릴 수 있게 하는 미덕이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정의(dike)'와 '경의(hosiotes, aidos)'다. 정의는 단순한 형평성과는 다른 것으로 개인에게 모욕이나 굴욕을 주지 않으면서 구성원들의 소속감과 연대감을 강화하는 원리다. 또한 경의는 자기 자신에 대해 부끄러워하고 타인의 뛰어남을 우러러보며 초월적인 것에 두려워할 줄 아는, 겸손하고 온화하며 신중한 감정이다. 이처럼 새로이 기억된 덕성들은 공동체의 조화를 이루며 구성원들의 헌신을 이끌어내는 리더십의 가치를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물론 이런 덕성들은 초인적인 자질이 아니다. 신화에 따르면 제우스는 인류가 공동체를 이루는 법을 몰라 멸종될까 우려해 정의와 경의를 사람들에게 줘 도시를 이루게 했다. 이때 전령 헤르메스가 그런 미덕을 소수에게 줄지, 모두에게 줄지 묻자 제우스는 모두에게 주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는 잠재적 리더이며, 위대함은 평범함에서 솟아나오는 것이다.

 

 

장문석 영남대 역사학과 교수자료제공 매일경제
발행일 2016.05.20기사입력 2016.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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