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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 유학을 온 한 중국인 청년은 지난해 졸업 후에 고향에서 취업하기 힘들어지자 현지에 남기로 한다. 평범한 직장을 구해 생활 하던 그에게 지난해 말 경 먼 향 친척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용건인 즉 홍콩에서 보험을 하나 들려고 하는데 알아봐 달라는 부탁이었다. 이 청년은 보험을 대신 들어주느니 수당이라도 챙길 목적으로 대형 보험사 모집인으로 등록을 한다. 홍콩에서는 자격시험만 치르면 바로 보험 영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이 이 처럼 홍콩 보험 상품을 이용한 지는 꽤 오래 전 부터다. 중국기업이 홍콩에 상장하기 시작한 1993년부터는 주식을 비롯해서 은행과 보험 등으로 확대된다. 중국과 홍콩의 자본시장의 일체화에 따른 현상이다.

 

홍콩 보험시장의 경우 영업 한계에 다다르면서 최근에는 아예 중국 시장을 대상으로 영업을 강화하는 추세다. 주요 고객은 중국 증시 붕괴로 열 받은 중산층이다.

 

특히 지난해 8월 11일 전격적으로 단행된 환율개혁의 여파는 컸다. 중국 부자들이 재테크를 위해 홍콩시장으로 눈을 본격적으로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홍콩 보험업계에서는 중국시장에서의 반응이 뜨거워지자 중국의 고학력 재무 설계사를 확보해가며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홍콩의 재무 설계사는 고수입 전문직이지만 알고 보면 보험 영업 위주다. 그러다보니 보험사들도 재무 설계사를 뽑을 때 학력이나 전공보다는 집안 배경을 따진다고 한다. 홍콩 대형보험사의 한 전직 재무 설계사는 “면접관이 교육 배경이나 업무의 연관성 등에는 관심도 없고 오로지 부모가 무슨 일을 하는지 등 인맥에 관심을 보이더라”며 고개를 흔든다.

 

이런 입소문이 퍼지면서 요즘은 보험 구매자들이 알음알음 보험사 창구로 찾아 올 만큼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중국 부자들을 중심으로 홍콩에서 사치품이나 화장품 우유 등을 구입하듯 보험에 들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고객들은 수백만에서 수천만 달러의 거금을 들고 와서 일시불 보험에 가입한다. 보험사는 이들의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민간은행과의 약정을 맺고 대출이나 은밀한 자금 이전을 도와주는 식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의 영업이 본격화된 것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부터다.

 

홍콩 보험감독기관인 보험업감리처(保险业监理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중국인들이 홍콩에서 가입한 보험은 개인 신규계약 기준으로 전체 보험료의 24.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지난 10년 사이 가장 양호한 실적을 냈다”고 말한다.

 

홍콩의 3대 보험사인 여우방(友邦) 바오청(保诚) 훙리(宏利) 가운데 여우방의 경우 올 2월 말 기준으로 신규 계약은 5.78억 달러였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36%나 증가한 수치다. 회사 설립 된 이후 최대 성과를 낸 여우방 측은 공시를 통해 “중국시장에서의 업무성과에 따른 것”이라고 발표했다.

 

답은 이외로 간단하다. 중국에서 부자들이 위안화 환율 절하와 주식시장 부진에 따른 손해를 대체할 투자 수단으로 홍콩 보험을 선택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 마디로 중국 부자들이 자산을 해외로 빼돌리는 수단으로 홍콩 보험을 활용하는 것이다.

 

지난해 중국인이 홍콩에 가입한 보험은 신 계약 기준으로 316억홍콩달러(약 4조4250억원)였다. 개인보험의 4분의 1이다. 지난 2010년에는 44억 홍콩달러로 전체의 7.5%에 불과했다. 2012년에 100억 홍콩달러를 겨우 넘기더니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폭발적인 성장세다. 특히 보험 상품은 해외 가입 한도가 없다. 부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해외로 자금을 유출하는 수단으로 활용가능하다. 중국의 외화 해외 반출 한도는 1인당 한 해 5만 달러로 엄격히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홍콩에서 거액의 보험에 드는 목적은 해외 어디에서나 돈을 인출할 수 있다는 점을 빼고 설명하기 힘들다. 뿐만 아니라 얼마든지 자금을 다른 용도로 전용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홍콩 보험의 주요 고객은 기업인들이다. 업계에 따르면 베이징이나 상하이 동남 연해지역에서 성공한 기업인들이 주요 고객이라고 한다. 이들은 홍콩을 경유해 외국으로 자산을 이전할 수도 있고 재산증식과 보장을 동시에 노리는 1석3조를 노리는 셈이다.

 


홍콩 보험업계에서는 이런 수요를 겨냥해 아예 비자금을 관리할 수 있도록 민간 은행과 약정도 맺어놓고 있다.

 

개인이 민간은행에 100만 달러 이상의 계좌를 개설하면 보험사는 이들과 보장과 투자 비율을 상담한다. 보험료는 최하 50만 달러부터 1000만 달러 넘는 상품 등 다양하다. 전 세계 민간은행과 약정이 돼있기 때문에 인출지역은 맘대로 선택할 수 있다. 중국 부자들이 선호하는 유럽 등지로의 은밀한 지금 이전을 도와주는 영업방식이다.

 

보험계약자가 돈이 없을 경우에는 민간은행에서 보험 증권을 담보로 약관 대출도 해준다. 일시불의 경우 8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부자들은 이 방식을 일종의 레버리지 상품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민간은행 우대 대출이자는 1.2%에서 2% 사이다. 부자들은 거액의 보험을 활용하면 3년 평균치로 3.8%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거액보험에 가입하고 싶지만 수중에 현금이 없을 경우는 담보대출도 받을 수 있다. 대출을 잘 받을 수 없는 중국 민영기업인들을 겨냥한 상품의 일종이다.

 

물론 민간은행의 위험 관리는 매우 엄격해서 주식을 담보로 할 경우 주식시가의 70%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 주식가격이 내려가면 고객이 돈을 보충해 놓아야 한다. 보험사도 가입자의 신체상황이나 재무능력 외에 돈세탁 가능성 등에 대한 관리를 한다. 실제 한 해 적발되는 불법거래도 수 십 건 이상이다.

 

이런 뉴스가 나오면 오히려 홍보효과로 보험시장으로 흘러들어가는 자금이 늘어날 정도다.

 

금융당국도 알고 있지만 보험을 통한 자금의 이전규모가 크지 않다고 판단하는 눈치다.

 

지난해 1년 간 중국에서 해외로 이전한 자금 규모는 공식적인 것만 6680억 달러 규모다. 이에 반해 홍콩 정부 통계처에 잡힌 2015년 상반기 홍콩 수입보험료는 237억 달러다. 아직까지는 규모면에서 미미한 편이다.

 

당국에서도 이에 따라 홍콩 여행을 갔다가 신용카드로 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신용카드 해외사용 한도만 제한하고 있다. 한도를 5000달러로 정하고 10회 이상 못 쓰도록 하는 은행 차원의 규제 정도다. 여기에다 중국 은행연합회 차원에서 해외사용 식별 번호인 MCC 관리를 강화하는 추세이긴 하다. 자금의 해외 이전을 감독기관에서 이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침묵을 지켜오던 중국보험감독원도 지난 4월 22일 발표문을 통해 홍콩 보험 가입자들에게 수익이 불확실하며 중간에 해약하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고지했다. 그러나 이런 조치가 중국 부자들의 홍콩 보험 매입 움직임에 영향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특히 홍콩보험은 중국보험보다 보험료가 싸면서 보장 범위가 넓은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의 경우 재테크 차원에서 홍콩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도 많다. 자금을 해외로 이전하는 기능도 있지만 보험 상품 자체의 경쟁력이 크다는 이야기다.

 

요즘 중국인이 가장 즐겨 찾는 중대질병보장보험의 경우 2만 홍콩달러(약 280만원)씩 10년 내면 중대 질병 발병 시 100만 홍콩달러를 받는 구조다. 중국에서 판매하는 보험 상품에 비해 보험료는 30%에서 40%가량 싸고 보장은 많다. 저축기능도 있는 데다 중국내 ‘3급 갑’ 이상 병의원에서 발행하는 진단서를 첨부하면 본인이 홍콩에 안가도 보험금이 지급된다. 또 매년 일정액을 내면 몇 년 지난 후에 연금 향식으로 받는 보험은 일반인들에게 특히 인기가 있다.

 

홍콩 보험업계의 전략은 중국의 상황과 반대로 가는 것이다. 해외 자금이전을 제한하는 정책을 활용해 자금이전을 돕는 상품을 개발해 불경기를 헤쳐 나가는 게 기본 전략인 셈이다.

 

이런 전략은 보험만이 아니다. 개혁개방 초기에는 중국산 제품을 서방 시장에 내다팔고 수입을 해주는 무역 창구 역할을 했다.

 

중국이 무역을 하려면 국제 무역 질서나 신용이 필요하다는 점을 활용한 비즈니스다. 이어 중국에서 해외기업의 투자를 허용하자 바로 직접 투자를 주도한다. 임가공 공장에서 내수용 소비재 공장을 건설하는데 투자하면서 중국을 세계의 공장으로 만드는 데 기여한다.

 

1993년 이후에는 주로 주식 금융 보험 등 자본시장을 활용한다. 중국기업을 H주 시장으로 끌어들여 중국 국유기업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덩치를 키우는데 일조하는 한편 홍콩은 국제 자본사장으로 성장한다. 홍콩 보험이 중국에 의지해 성장한 배경 이면에는 중국의 시장을 활용하려는 홍콩 식 전략이 숨어 있는 것이다.


중국 등 중화권은 예로부터 보험에 대한 수요가 크기로 유명하다. 고생해서 일군 부를 위험 없이 관리하거나 보장과 저축을 동시에 해결하려하는 중국인들로서는 보험만 한 게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물론 최근에는 무분별한 보험 모집이나 보험 사고로 인해 시장질서에 대한 인식은 나빠졌다. 그러나 자발적으로 보험사 창구를 방문할 정도로 돈이 되는 재테크 상품에 대한 관심도 날이 갈수록 거지는 추세다. 홍콩 보험사의 이런 중국시장 진출 전략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문학 매일경제 영남 취재 본부장자료제공 매일경제
발행일 2016.05.30기사입력 2016.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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