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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바보란 의미를 지식 검색해 보면 자신의 아들을 각별히 아끼는 부모를 가리키는 신조어라고 나온다.

물론 딸바보도 있다. 자식을 끔찍이도 사랑하는 부모를 지칭하는 바보라는 단어가 그리 나쁘게 들리지만은 않는다.

오직 자식에만 국한 될까 싶다. 자신이 만드는 음식을 각별히 사랑하고 아끼는 요리사도 그에 해당될 것이다.

우리 시장 최고 맛집을 찾기 위해 전국 지인들에게 수배령을 내려놓은 상태다.

소식을 전해 들은 지인에게서 냉면밖에 모르는 냉면바보가 분당 금호시장 안에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가게 입구에는 냉면 육수를 뽑는 비법에서부터 양념 소스에 들어가는 재료까지 빼곡히 적어서 빈틈없이 여기저기 붙여 놓았다.

할 말이 무척이나 많아 보였다. 10여 개의 테이블이 있는 아담한 식당은 너무 깔끔해 먼지 한 톨 용납하지 않을 기세다.

입구 왼쪽에 있는 주방은 안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주방 식기는 물론 바닥까지 빛이 난다.

인상 좋은 백발의 주방장이 면을 삶고 있다. 이미 눈으로 맛의 신뢰가 느껴진다.

 

백발의 주방장은 종로의 유명한 곰보냉면에서 36년간 함흥냉면의 맛을 지켜 온 조완영 사장이다.

4년 전 자신의 이름을 걸고 냉면집을 열었다. 하지만 시장 가장 구석진 곳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외면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처음 가게 문을 열었을 때 여름에는 그럭저럭 장사가 되었지만 겨울에는 종일 세 그릇 판 날도 있었다고 한다.

정성 들여 준비한 재료를 다 버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눈이 펑펑 쏟아졌었다. 아내는 눈보다 더 많은 눈물을 훔쳤다고 한다.

아내의 손을 힘주어 잡은 경북 안동 사내는 평생 냉면밖에 몰랐다.

 

안동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상경해 무작정 일거리를 찾았다. 첫 직장의 인연이 냉면집이었다.

설거지 3년 후에 처음으로 면을 뽑는 기술을 배울 수 있었다. 7년 만에 양념 소스를 만드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기회가 겨우 주어졌다.

눈 저울이 전부인 시절이라 주방장의 권위가 하늘을 찌를 때였다.

냉면에도 과학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계량화·정량화를 시키고 조리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주경야독 냉면 공부 덕분에 70명의 직원을 이끄는 주방장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하지만 자신의 가게를 운영하는 것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남편이 음식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아내는 직장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장사에 뛰어들었다.

 

냉면바보가 만든 함흥냉면은 어떤 맛일까 궁금해진다.

빨간 비빔 옷을 입고 나온 냉면 위에는 소고기 편육 두 점과 어슷하게 썬 오이채와 배, 그리고 삶은 달걀 반쪽이 예쁘게 담겨 있다.

'후루룩' 입안에 면발이 빨려 들어가는 순간, 달콤한 맛이 먼저 입안에 감돈다. 달콤함이 과하지 않다.

이어서 매콤하면서도 새콤한 맛이 따라온다. 지나치게 맵거나 자극적이지도 않지만 한 젓가락을 먹으면 다 먹을 때까지 멈출 수 없는 맛이다.

 

빨간 비빔 양념에 들어가는 재료를 보니 놀랍다.

설깃(소의 뒷다리 바깥쪽 엉덩이 부위) 삶은 물에 간장, 양파, 마늘, 생강 등 갖은 재료를 넣고 끓인다. 그 육수에 고춧가루를 넣고 버무리고 사과와 배, 매실청을 넣고 아주 곱게 간다.

 

그렇게 해야 면발에 양념이 골고루 스미고 이빨에 고춧가루가 끼지 않는 것이다.

과하지 않은 단맛은 바로 배와 사과에서 나온 것이다.

또 면에 감칠맛을 더하기 위해 빨간 양념에 삶은 소고기를 갈아 넣은 육수로 조화를 부린다.

가벼운 냉면 한 그릇이 나오기까지 결코 가볍지 않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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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육수의 물냉면도 별미다. 양지 육수에 꿀, 오미자, 감초, 월계수에 각종 채소를 넣어서 끓인 후 식혀서 동치미 국물을 더한다.

거기에 숙취 해소에 그만인 헛개나무와 뻘나무를 한의원에 가서 직접 달여 육수에 넣는다.

이야기를 한참 듣다 보니 가게 입구에 왜 그렇게 많은 글을 적어 놓았는지 이해가 된다.

한 그릇의 냉면에 건강을 담기 위해 애쓴 40년 세월이 어떻게 몇 줄 글자로 표현될 수 있을까.

일단 먹어 보면 조박사 냉면바보가 될지도 모른다.

이제는 아들이 그 비법을 전수받고 있다. 함흥냉면, 물냉면, 회냉면 모두 8000원이다.

 

 

 

이랑주 시장 큐레이터자료제공 매일경제
발행일 2016.06.23기사입력 2016.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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