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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때림’. 이것이 이 시대에 필요한 키워드가 될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었다.

멍 때린다는 것은 생각을 내려놓는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그것은 또한 무아지경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불교에서는 해탈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새삼 왜 ‘멍 때리기’가 필요해졌을까?

양평 두물머리에 앉아 그 이유를 생각해 보다 저절로 ‘멍아지경’에 빠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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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끌어당기는 두물머리 당산목

 

두물머리는 서울 수도권 사람들이 간혹 찾게 되는 본향 같은 곳이다. 그곳에 바다처럼 넓은 물이 있고 먼 산이 있고 그리고 사람이 있다.

두물머리로 들어가는 길은 느닷없이 등장한다. 양평읍 양수로에서 두물머리길로 접어들면 바로 왼쪽에 공용주차장이 있다.

대개는 이곳을 지나 두물머리 바로 앞 유료주차장으로 가곤 하지만 공용주차장에서 두물머리 지점까지 이어지는 직선 가로수길을 걸어본 사람이라면 당연이 이곳에 주차를 하고 걸을 채비를 한다.

 

두물머리까지 가는 10분 동안 좁은 길 한쪽으로는 읍내와 연결되는 샛강이, 한쪽에선 비닐하우스가 보여 농촌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이 길은 ‘두물머리 물래길’이라고 명명된 도보 여행 코스이기도 하다.

조금 더 걸으면 세미원으로 향하는 배다리도 만나게 되는데 다리를 받치고 있는 강물은 남한강이다.

강원도 금대봉 기슭 검룡소에서 발원한 샘물이 어느덧 이곳 두물머리 초입까지 흘러온 것이다.

 

연못을 지나자 저 앞에 두물머리 당산목이 모인다.

언제나 그랬듯 우뚝하고 조용히 서 있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소원을 빌게 되는 영험한 곳이다. 이 느티나무의 나이는 약 400살. 1600년대 초반에 누군가에 의해 심어져 오랜 세월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1600년대 초반이면 1598년 임진왜란이 끝난 뒤 조선 전체가 국가 재건을 위해 땀흘리던 때다. 이 나무도 그 당시 어떤 이의 꿈과 함께 이곳에 뿌리를 내렸을지도 모른다.

이곳은 원래 높다란 언덕이었다. 한강은 저 아래로 흘러가고 있었고 강변에는 소소한 마을도 있었으리라.

그러다 팔당댐이 건설되고 담수호가 생기며 느티나무는 갑자기 물과 거의 수평을 이루는 위치에 있게 된 것이다.

 

당산목 아래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서성이고 있다.

고목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조상이니 노스탤지어니 따위의 단어를 떠올리지 않아도 누구나 무성한 나무를 보면 그 아래로 들어가고 싶어진다.

평상이라도 하나 놓여있다면 벌렁 누워 햇살에 반짝이는 이파리를 보다 잠들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두물머리 당산목은 보호수로 지정돼 있어 가까이 접근할 수도, 만질 수도, 기댈 수도 없다.

단지 나무 앞에 서서 새로운 소원을 빌기에는 더없이 넉넉한 공간이다.

매년 음력 9월2일에 이곳에서는 가족과 지역의 안녕을 축원하는 도당제가 열리는데, 이 민속신앙의 상징적 거목 앞에서 종교단체의 선교 활동이 한창 벌어지고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자전거 타고 훑어보는 두물머리 작은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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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물머리나루터는 지금은 표시석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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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물머리가 있는 이곳은 밤섬, 을숙도, 중지도처럼 강 가운데에 있는 섬이다.

강물이 밀고 온 모래가 쌓이고 또 쌓여 섬을 이뤘고 그 위에 작은 도시가 생긴 것이다.

그 섬 위에 마을이 있고 아파트가 있고 도로와 철길도 지나간다.

두물머리뿐 아니라 양수리 환경생태공원도 있어서 한 바퀴 둘러볼 만한 곳이다.

걷기에는 무리이고, 두물머리 초입에 있는 ‘카페 공감’에서 자전거를 한 시간 정도 빌려 슬슬 돌아다니면 된다.

 

서울에서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곳에 이렇게 한가하고 무료한 시골이 존재한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다.

‘경의중앙선’ 기차를 이용하면 문산, 파주, 일산에서도 환승 없이 이곳까지 올 수 있다는 것도 놀랍다.

양평 일대에는 자전거도로도 잘 조성되어 있어서 자전거 여행자들의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오늘 자전거 타기는 두물머리를 벗어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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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도 물도 사람도 고요해지는 곳


섬의 서쪽 끝으로 가보니 그곳에 ‘두물머리 표시석’이 있다.

‘두물경’이라는 이름이 붙은 표시석은 남한강과, 금강산에서 시작해서 이곳에 이른 북한강이 만나는 정확한 그 지점 앞에 있다.

강물과 강물이 만나 한강을 이룬게 어떻게 보면 자연현상의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개인의 마음에 따라 수천 만 가지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도 있으리라.

 

자전거를 타고, 걸으며 마주친 여행자들의 모습은 다른 곳에서 보는 여행자들과 조금 다른 분위기였다.

필자 또한 마찬가지였는데, 딱 한 곳에 마련해놓은 포토존 이외의 곳에서는 떠들석하게 셀카를 찍는 사람도 거의 없고 삼삼오오 무리를 이룬 사람들도 수다보다는 소곤소곤거리는 경우가 많다.

 

두물머리의 영향인가 보다. 이곳에서는 동적인 것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두물머리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곳이지만 저 아래 팔당댐이 수문을 몽땅 열지 않는 한 특별한 충돌도 물길 충돌도 일어날 일이 없다.

순환을 위한 수문 개방은 이뤄지고 있지만 거의 담수호 수준의 물살이라고 보면 된다.

사방팔방에 물이 있는데 파도 한 점 없으니 그곳에 들어간 사람들도 저절로 고요해지는 것이다.

강가 벤치에 앉아 고요한 강물과 건너 용마산, 정암산의 숲을 보고 있노라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무아지경에 빠지게 된다. 이러다 바보가 되는 건 아닌지, 불안이 앞설 정도다.

 

 

▶두물머리 ‘삼대’ 먹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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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지 인근 상점의 인기 메뉴인 ‘연핫도그’


아무리 고요한 곳이라지만 여행이 있는 곳에 먹거리가 빠질 수 없다.

연꽃지 근처에 있는 몇몇 상점에서 파는 연핫도그, 팥빙수, 연잎소프트아이스크림 등의 인기가 좋다.

수제소시지와 연잎 원료 반죽에 머스터드, 케첩, 설탕 등을 한꺼번에 묻혀주는 핫도그는 혼자 먹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우람한 크기가 특징.

중장년층도 많이 찾는 곳답게 팥빙수엔 각종 견과류가 듬뿍 넣어 푸짐하게 나온다.

핫도그 하나에 팥빙수 한 그릇이면 한끼 식사한 것보다 더 배가 부를 수도 있다.

연잎 원료가 들어간 소프트아이스크림은 여행을 끝내고 가볍게 맛보기 좋다고 소문났지만, 결국 포기.

 

 

▶상선약수의 진리를 배우는 곳, 세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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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원 연꽃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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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물머리는 ‘세미원’에 속한 지점 중 하나다.

보통은 두물머리와 세미원을 별개의 공간으로 생각하기도 하지만 굳이 행정적 개념으로 따져보면 두물머리도 세미원의 일부이다.

 

세미원은 양평군에서 이 일대를 무위자연, 철학적 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재단법인을 설립해 운영하는 곳인데, ‘물을 보며 마음을 씻고(觀水洗心) 꽃을 보며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觀花美心)’는 성현의 말씀에서 ‘세미원’이라는 이름을 만들었다고 한다.

배다리 북쪽에는 두물머리와 상춘원이, 그리고 배다리를 건너 남쪽으로 가면 연꽃박물관, 불이문과 팔괘담, 국사원과 우리내, 장독대분수, 파고라 주련, 페리기념연못, 검은잉어연못, 홍련지, 빅토리아 연못, 옹기정원, 열대수련연못 등 특별한 의미가 담긴 자연 공간들과 꽃밭을 만날 수 있다.

두물머리만 걸을 경우 무료로 접근할 수 있지만 세미원 전체를 보기 위해서는 성인 4000원, 어린이 2000원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

 

 

▶양평에 가면 꼭 들르게 되는 빵집 긴즈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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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신장개업했을 때 시티라이프에도 소개했던 집이다.

긴즈버그라는 이름의, 건포도와 호밀로 만든 천연효모에 캐나다와 호주산 유기농 밀가루로 매일 빵을 만드는 집이다.

‘노버터, 노밀크, 노슈가’가 캐치프레이즈로, 개업하자 마자 동네 주민은 물론 양평군 서종면에 주로 살고 있는 보보스족들에게 큰 인기를 끌며 이제 전국적으로 유명한 천연효모 빵집이 되었다.

 

무화과빵, 캐슈넛빵, 모닝롤, 건포도빵, 호두빵, 흑깨벌꿀식빵 등 대여섯 가지의 천연효모빵을 하루에 200개만 판매하고 있어서 오후 3시 쯤이면 동이 나버린다.

작년부터 운영하는 ‘긴즈버그 천연효모 빵만들기 교실’에서는 1주차 ‘건포도로 천연효모 만들기’, 2주차 ‘천연효모빵 만들기’, 3주차 ‘천연효모 흑깨벌꿀식빵만들기’, 4주차 ‘두유메이플바나나머핀 만들기’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위치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무내미길 62

 

영업시간 수~토 11:00~18:00/ 일 11:00~15:00(월·화 휴무)

 

문의 031-771-8798

 

 

 

이영근(여행작가) / 사진 양평군청자료제공 Citylife
발행일 2016.06.23기사입력 2016.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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