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맛의 향기
전체 주제 보기
더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프린트      목록

여름이면 간편하게 후루룩 먹을 수 있는 차가운 국수 요리를 자주 찾게 된다.

그중에서 제일 인기 있는 음식이라면 단연 냉면과 막국수다.

 

필자는 두 가지 면 요리를 다 좋아하지만 개인적으로 냉면을 더 즐겨 먹는다.

시원한 국물이 먹고 싶을 때는 평양식, 칼칼하게 입맛을 돋우고 싶을 때는 함흥식 등 각양각색 냉면을 입맛대로 골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은 오래전부터 한겨울 따듯한 온돌방에 둘러앉아 차가운 냉면을 즐겨왔다.

김장철 담근 동치미가 알싸하게 익어 깊은 맛이 나는 한겨울, 살얼음이 살짝 언 동치미는 훌륭한 육수가 됐다.

국자로 얼음을 톡톡 쳐서 면이 담긴 대접에 담고 알맞게 익은 무를 얇게 썰어 고명으로 올리면 그 자체로 속까지 시원한 동치미 냉면이 완성되는 것이다.

 

냉면의 본고장인 평양에서도 ‘이냉치냉(以冷治冷)’으로 한겨울에 냉면을 즐겼다고 한다.

냉면이 여름 별식이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처음 등장했던 냉장고가 우리나라에 보급되면서부터라고 한다.

냉장고에 동치미 국물을 얼려뒀다가 언제든 시원하게 먹을 수 있고 얼음도 마음껏 공급할 수 있게 되자, 더위에 지친 사람들이 겨울 계절식이던 냉면을 여름 별미로 즐기기 시작했다.

 

 기사의 0번째 이미지
△평양냉면은 메밀로 뽑고 함흥식 면의 재료는 전분이다.


요즘 우리나라 냉면은 평양식 냉면과 함흥식 냉면이 양대 산맥을 이룬다.

평양식은 깔끔한 물냉면, 함흥식은 맵게 양념한 비빔면이라고 대강 알고는 있지만 자세한 차이를 모르는 이가 많다.

 

평양 근방에서는 밀이 귀하고 메밀이 많이 나서 냉면도 메밀을 재료로 해 조금 굵게 뽑는다.

메밀면은 부드럽고 잘 끊기는 특징이 있다. 이에 비해 함흥식 면의 재료는 전분으로 가늘고 질기게 뽑는다.

평양냉면은 시원한 양지머리 국물과 동치미 국물을 섞어 차가운 육수를 만든다.

메밀가루와 녹말가루를 섞어 만든 면을 삶아 건진 다음 찬물에 헹궈 사리를 만들고, 찬 육수에 말아 김치와 돼지고기 편육을 얹는다.

기호에 따라 식초, 설탕, 겨자, 삶은 달걀, 무, 배를 곁들여 더 개운하게 즐길 수 있다.

 

같은 북한 음식이라도 함흥냉면은 평양냉면과 여러모로 대조적이다.

사실 함흥에는 함흥냉면이 없었다. 한국전쟁 후 함경도 실향민들이 명성 높은 평양냉면에 대항하기 위해 자신의 고향 음식에 붙인 이름이다.

이름이 어찌됐든 함흥냉면에는 척박한 고원지대에서 추운 겨울을 견디며 살던 함경도 사람들의 강인한 정신이 녹아 있다.

함흥 특산물인 감자 전분으로 만든 질기디 질긴 면을 가자미나 홍어회와 함께 매운 양념으로 얼큰하게 비벼 먹는다.

 

함흥냉면의 특징 중 하나는 면수가 없다는 것이다.

평양냉면집이 메밀면 삶은 물을 주는 것과 달리, 함흥냉면집은 구수한 고기 육수를 준다.

면수를 주지 않는 건 전분 때문이다. 전분 함량이 높은 면을 삶은 물은 맛이 없다.

 

경상도 출신인 필자는 평양냉면보다는 함흥냉면의 매콤함에 익숙해 있었다.

물론 고기 육수에 부드러운 면발, 한여름에 보양되는 기분까지 드는 시원한 물냉면도 좋아한다.

서울 생활을 하면서 평양냉면이 맛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평양냉면 잘한다는 집을 찾아갔다.

점심시간이어서 그런지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30분 정도 기다린 뒤에야 먹을 수 있었다.

평양냉면은 살짝 뿌연 육수에 가지런히 말린 면 그리고 사뿐히 놓인 수육이 정갈해 보였다.

평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육수를 먼저 맛봤다. 그런데 한입 먹는 순간 생각보다 엷은 맛에 좀 당황했다.

진한 육수와 동치미 맛이라고 듣고 기대했던 터라 밍밍한 냉면 맛이 이해가 안갈 정도였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맵고 진하고 짠 음식만을 선호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평양냉면은 그런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한국 사람들이 이런 맛을 어떻게 이해할까? 왜 이런 맛의 평양냉면을 좋아할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이틀 뒤에 또 그 식당을 찾았다. 다시 육수를 들이켜는 순간 비슷한 느낌이긴 했지만 그 엷은 맛에서 느껴지는 깊은 맛을 조금 느낄 수 있었다.

신부가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는 모습처럼 깔끔하면서도 재료 본연의 맛을 잘 나타낸 요리라는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그런 노력 끝에 몇 년이 지나서야 평양냉면이 왜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지 비로소 알게 됐다.

너무 과하지 않고 돌아서면 서서히 생각나고 먹을수록 자꾸만 먹고 싶은 맛. 그런 맛으로 지금까지 오랜 전통을 이어왔던 터다.

 

요즘은 맛집이라고 어느 한 곳만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곳을 두루 다니며 그 집만의 매력을 느껴본다.

냉면도 그렇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른 데다 냉면집 각각의 특색이 뚜렷하니 직접 다니면서 우리나라 냉면의 다양성을 즐겨보시기 바란다.

 

다음으로 막국수 이야기를 해보자.

 

▶강원도의 100% 메밀국수는 8분 이내에 만드는 게 비결

 

막국수는 왜 막국수라고 불렀을까? 그 이름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설이 있다.

먼저 ‘닥치는 대로 대충 해 먹는 국수’라는 의미에서 비롯됐다는 말이 있다.

둘째는 ‘순식간에 뽑아서 금방 먹어야 하는 국수’라서 그런 명칭이 붙었다는 설이다.

메밀국수는 시간이 지나면 들러붙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빨리 먹어야 한다.

마지막은 메밀가루의 품질에서 비롯됐다는 설이다.

재래식으로 맷돌에 타서 껍질을 벗기던 시절에는 갈아진 메밀 알을 키로 까불러서 과피가 벗겨진 것과 벗겨지지 않은 것을 선별했다.

그때 잘 벗겨지지 않은 알을 따로 모아서 제분한 것을 막가루라 했는데 그것으로 만든 국수를 막국수라고 했다는 것이다.

 

막국수에서는 동치미 육수와 메밀면이 중요하다.

시원한 동치미에 잘 만든 메밀면 한 그릇이면 한여름의 더위가 싹 가신다.

필자도 동치미를 너무 좋아해 옛날에는 면보다 동치미를 잘하는 집으로 막국수를 먹으러 다녔다. 

요즘에는 냉면과 마찬가지로 시판용 육수가 잘 나오기에 집에서도 간단하게 즐길 수 있어 좋다.

 

필자가 맛본 막국수 중 인상 깊은 곳이 있다. 약수동에 있는 ‘처갓집’이라는 식당이다.

이 집이 서울에서 유명한 막국수집이라는 소문을 듣고 친구들과 함께 갔다. 역시나 손님들이 시원한 막국수를 먹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이 집은 동치미 맛이 특히 좋다. 육수를 한입 먹는 순간 “와~ 맛있다”라며 입에서 탄성이 절로 나온다.

면발은 생각보다 식감이 좋고 육수하고도 잘 어우러졌다.

 

또 하나의 장점이 있다면 닭백숙도 정말 잘한다.

먼저 닭백숙을 먹고 시원한 막국수 한 그릇으로 마무리하면 여름철 건강한 별미식으로 안성맞춤이다.

 

강원도에 가면 삼군리메밀촌, 남북면옥, 옛날공이메밀국수 등 100% 메밀면을 고집하는 막국수 맛집이 많이 모여 있다.

강원도의 100% 메밀국수는 8분 내에 만들어야 면이 불지 않고 메밀 특유의 향과 맛 그리고 식감을 즐길 수 있다.

그만큼 메밀면은 정말 어려운 요리기에 주방장만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기회가 된다면 강원도 유명한 막국수집들을 둘러보며 막국수 공부를 제대로 하고 싶다.

그리고 막국수 특집으로 필자의 레스토랑에서 내 색깔을 담은 막국수를 만들어 선보이고 싶다.

 

 

신동민 셰프의 Cooking Tip

 

양념막국수

 

재료 : 메밀국수 180g, 양배추(슬라이스) 50g, 상추 적당량, 김채 약간, 삶은 계란 반쪽

 

소스 : 사과주스 1/2컵, 간장 4큰술, 고춧가루 4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식초 4큰술, 설탕 3큰술, 사이다 100g, 깨소금 적당량, 아몬드나 땅콩가루 2큰술, 겨자 1작은술

 

만드는 법

 

➊ 소스를 전부 넣고 잘 섞어 냉장고에 보관한다.

 

➋ 상추, 양배추는 채 썬 후 찬물로 헹궈 물기를 뺀다.

 

➌ 달걀을 삶아 반을 갈라서 준비한다.

 

➍ 면은 삶아서 찬물로 헹궈 물기를 뺀다.

 

➎ 국수 그릇에 삶은 면을 담고 소스를 적당히 뿌린 다음 상추, 양배추, 김채, 계란 순으로 올려서 마무리한다.

 

냉면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재료 : 시판용 냉면 육수, 냉면용 면, 배 1/4개, 달걀 반쪽, 오이 1/2개(멸치액젓 1작은술, 고춧가루·다진 마늘 조금씩), 쇠고기나 닭가슴살 적당량(소금 조금, 대파잎 적당량)

 

만드는 법

 

➊ 냉면 육수는 냉장고에 차게 보관한다.

 

➋ 면은 삶아서 찬물로 헹궈 물기를 뺀다.

 

➌ 배는 먹기 좋게 썬다.

 

➍ 오이는 반을 가르고 얇게 썰어서 멸치액젓과 고춧가루, 다진 마늘을 섞어 무친 후 준비한다.

 

➎ 쇠고기나 닭가슴살은 소금 약간과 굵은 대파잎을 넣고 삶은 후 식혀 먹기 좋게 자른다.

 

➏ 국수 그릇에 면을 담은 후 육수를 붓고 오이무침, 배, 고기, 계란 순으로 올려서 마무리한다. 겨자와 식초를 취향껏 곁들인다.

 

 

 

신동민 슈밍화미코 오너 셰프 / 사진 : 김성중 기자자료제공 매경이코노미
발행일 2016.06.27기사입력 2016.06.27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프린트      목록

최신 컨텐츠
라이프
1863년 12세 어린 나이로 왕위에 오른 고종(1852~1919..
여행
유럽의 주요 도시들은 11월 중순부터 형형색색의 조..
푸드
사람이 건강하게 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동의보..
푸드
옆구리 시린 추운 계절이 돌아왔다. 누군가는 썸을 타며..
라이프
한나라 무제는 주부언을 파격적으로 등용했다. 주부언은..
이슈
프리미엄고속버스가 운행을 시작했다. 항공기의 비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