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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프랑스 여행을 하려면 렌터카를 이용해야 한다는 상식을 뒤엎어보니 알뜰하고 효율적인 여행방법이 보인다.

자유여행, 뚜벅이여행, 원데이투어를 이용해 프로 방스를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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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 뚜벅이여행의 시작은 이랬다.

 

운전능력자인 동행자가 없었으면 나는 애초부터 남프랑스 여행을 엄두도 내지 않았을 것이다.

운전을 하는 친구 대신 난 ‘톰톰(tom tom,프랑스 내비게이션)’을 열심히 봐 주기로 했다.

각자의 일정으로 프랑스에 도착한 우리는 아비뇽에서 만나 렌터카로 남프랑스를 열흘 동안 돌아볼 예정이었다.

 

아비뇽에 미리 도착해 있었던 나는 파리에서 고속전철인 TGV를 타고 온 그녀를 마중 나갔다.

역에서 만나 한바탕 반가운 인사를 끝내고 나서 친구가 하는 말, 국제면허증을 한국에 놓고 왔단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면허증을 항공우편으로 보내기로 했으니, 3~4일 정도 기다려’ 보잔다.

별수 있나. 열흘간의 일정이었으므로 며칠간 면허증을 기다리며 버티기로 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시작하게 된 ‘버스타고, 기차타고 프로방스 여행’.

2유로짜리 로컬버스를 타고 남프랑스를 동서로 가로지르며 마르세이유, 생트로페까지 다녀오는 긴 여정을 무사히 마치게 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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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의 시작, 아비뇽(Avignon)

 

아비뇽은 프랑스 남동부 론강역에 위치한 중세도시다.

도시가 작고 아담해 성벽으로 둘러싸인 시가지를 걸어다니며 보기 충분했다.

아비뇽은 1309년부터 거의 70년간 교황청이 옮겨왔었던 곳이다.

로마에 있던 교황청이 무력에 의해 아비뇽으로 옮겨온 이 사건을 역사적으로는 ‘아비뇽 유수’라고 한다.

 

교황청(Palais des Papes)과 아비뇽 다리(Saint-Benezet bridge)는 서로 가깝게 위치해 있었다.

역에서 호텔도 걸어갔고, 호텔에서 시내관광지도 도보로 둘러보는 것이 가능했다.

지도 하나만 들고 호텔을 나서 교황청과 아비뇽 다리를 차례로 둘러보았다. 아비뇽 다리는 ‘끊어진 다리’로 잘 알려져 있다.

‘셍베네제교’라고도 불리며 원래 아비뇽과 빌뇌브 데 자비뇽(Villeneuve des Avignon)을 잇던 다리였는데, 17세기 말 홍수로 인해 절반이 떠내려갔고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아비뇽 다리 끝에서 바라보는 교황청과 시내의 모습은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로 아름다웠다.

중세 도시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 아담하고 예쁜 도시 아비뇽을 남프랑스 여행의 시작으로 잡길 잘했단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 프로방스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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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뇽의 메인 도로는 역부터 광장까지 식당, 카페, 맥도날드, 슈퍼마켓, 숍, 갤러리 등이 줄지어 있어 걸어다니면서 구경하기 좋았다.

메인 도로에서 한 블록 벗어난 호텔에 머물렀는데, 호텔 프론트에서 직원이 이렇게 제안했다.

 

“아비뇽에 왔는데, 시내에만 있지 말고 컨트리사이드를 봐야하지 않겠어?”

 “Why not? 왜 안되겠어?”

 

즉석에서 예약을 마치고 그 다음날 아침 시작하는 ‘프로방스원데이투어’를 하게 되었다.

‘컨트리사이드’가 아비뇽 근교를 보는 거라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우리가 차를 타고 돌아보고 싶었던 바로 그 ‘프로방스의 작은 마을들을 모두 볼 수 있는’ 투어였다.

 

얼떨결에 시작한 프로방스 여행! 차가 없으면 돌아볼 수 없던 작은 마을들을 가이드와 함께 하이라이트만 둘러봤다.

시간도 절약되고, 정보도 많이 얻을 수 있는 일석이조 여행.

우리를 포함해 멕시코에서 온 총각 하나, 남태평양 타히티에서 온 노년의 커플 이렇게 손님 다섯 명과 영어가 능숙한 가이드, 운전사와 함께 프로방스 시골투어가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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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씨옹

 

▷# 루씨옹(Roussillon)과 고르드(Gorde)

 

창밖으로 펼쳐지는 시골마을의 풍경은 노란 유채꽃과 하얀색 사과꽃, 초록 들판에 양탄자처럼 깔린 울긋불긋한 작은 꽃들로 덮여 꿈결 같은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라벤다는 아직 피지 않아 사진으로 보던 보라색의 바다를 보지는 못했다.

대신 프로방스의 울긋불긋한 봄 풍경을 마음에 가득 담았다.

 

현지인들의 말에 따르면 프로방스의 사계는 일년 내내 아름다운데, 라벤다 시즌에만 여행을 오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게 안타깝다며, 라벤다 시즌엔 호텔 예약도 힘들고 사람들이 많아서 다니기도 불편하다고 한다.

라벤다밭은 무수히 지나쳤지만, 아직 보라색을 머금지 않은 희끄무리한 녹색을 띄고 있었다.

라벤다를 배경으로 한 엽서사진 스폿인 세낭끄 수도원을 지나치며 ‘이 밭이 다 보라색이면 감동이겠다’ 싶긴 했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은 컬러풀한 ‘프로방스의 봄’을 목격한 것으로 만으로도 이미 나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차가 달려 도착한 곳은 붉은 힐탑마을 루씨옹. 이곳은 와인산지로도 유명한데, 주변의 포도밭 풍경과 어울린 황토와 붉은 건물들이 중세 마을의 독특함을 자아내고 있었다.

20분 거리의 ‘고르드’도 힐탑 마을 중의 하나로 루씨옹과 함께 프랑스의 가장 아름다운 마을 중의 하나로 선정된 곳이다.

요새처럼 석회 바위 위에 마을을 지은 것이 참 멋져 보이지만, 과거 로마시대에 적의 침략에 대비하기 위해 그렇게 지었다 하니 주민들은 참 불편했겠다 싶다.

 

고르드는 마리옹 꼬띠야르와 러셀크로우가 출연한 아름다운 영화 <어느 멋진 순간>의 배경지로도 유명한 마을이라 기대가 컸다.

작은 골목의 양쪽으로는 액자에 걸고 싶을 만큼 아기자기하고 예쁜 숍과 갤러리들이 즐비했다. 마리옹 꼬띠야르 같이 아름다운 아가씨가 서빙을 하고 있는 작은 레스토랑도 몇 곳 보였다.

고르드의 식당에 들어가 프로방스의 전통요리인 ‘아이올리’를 주문했다.

아이올리는 마늘과 올리브 오일로 만드는 프로방스의 대표 소스다.

마늘을 빻아 달걀 노른자와 섞고, 기름을 한 방울씩 떨어뜨려 만드는 이 소스에 야채, 생선, 소금에 절인 대구 등을 발라 먹는다.

 

유쾌한 주인 아저씨는 ‘아이올리’는 스페인의 카탈루나 지방에서도 먹는데, 거기선 ‘알리올리’라고 부른다며 프로방스에 왔으면 ‘아이올리’ 정도는 먹어줘야 하지 않겠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현지에서 와인 한잔과 같이 먹으니 분위기 탓인지 금방 나른해졌다.

가격도 관광지인 것 치고는 비싼 편이 아니었다.

 

아름다운 고르드와 루씨옹에선 카메라 셔터를 너무 많이 눌러 손이 아플 지경이었다.

왜 수많은 화가들이 프로방스를 그토록 사랑했는지, 이곳에 오니 저절로 이해가 된다.

이 눈물나게 아름다운 풍경을 화폭에 얼마나 담고 싶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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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퐁 뒤 가르드(Pont Du Gard)

 

고대 로마인들의 뛰어난 솜씨를 볼 수 있는 수도교다.

50km 떨어진 도시 님므에 물을 공급해 주던 역할을 하던 다리인 퐁 뒤 가르드를 처음 마주할 때의 감동은 고르드와 루씨옹에 도착했을 때와 비교해, 결코 적지 않았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압도적인 풍경.

높이가 49m, 길이가 275m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사이즈의 퐁 뒤 가르드 전체를 다 담기 위해서는 멀리멀리 뛰어가야 했다.

 

이 다리는 서기 1세기 중반쯤 세워졌으리라 추정하는데, 19세기부터 복원이 이루어져 오늘날에 이르렀다고 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되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남프랑스의 대표적인 유적지다.

예상한 것보다 훨씬 웅장하고 멋진 다리를 보고 나니 보너스를 받은 듯한 기분이 들어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날씨도 좋고, 사진도 잘 나오고, 주차 걱정도 안하고! ‘가이드 투어가 이렇게 좋구나’, 새삼 느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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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벤다 뮤지엄(Musee de la Lavande)

 

‘남프랑스’ 하면 보라색 라벤다가 자동적으로 떠오른다. 그래서 그런지 일정에 라벤다 뮤지엄이 들어있었다.

쇼핑센터에 들르는 건 아닌가 해서 처음엔 썩 내키지 않았지만, 막상 가보니 왜 이 곳이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관광지가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프로방스인들의 삶이 녹아 있는 라벤다 경작부터 품종 및 제조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박물관이어서 나름 유익했다.

라벤다에도 종류가 많아서 품종별로 용도가 다르다.

지대가 높은 곳에서 자라는 ‘파인라벤다’는 주로 에센셜오일이나 의료용 목적으로 사용하고, 낮은 곳에서 대량 수확하는 ‘와일드라벤다’는 섬유유연제나 방향제 같은 곳에 쓴다고 한다.

 

프로방스 파인라벤다 전문 브랜드인 샤또르브와(Chateau le bois)의 숍을 아비뇽 거리에서 본 기억이 났는데 알고 보니 이 박물관을 운영하는 브랜드였다.

브랜드가 교육적인 정보를 가감없이 제공하는 것도 좋은 마케팅의 예다.

브랜드와 상품에 대해 확실한 지식을 전달해 신뢰감을 얻는다.

뮤지엄을 떠나는 내 손엔 나도 모르게 파인라벤더로 만든 에센셜 오일도 몇 개 들려 있었다.

 

오전에 출발한 투어는 오후 6시 즈음 끝이 났다. 아비뇽으로 돌아오는 차에서 가이드가 한 말이 생각났다.

 

“프로방스엔 ‘미스트랄’이란 바람이 불어요, 북풍이지요. 강하고 추워서 프로방스에 온 사람들은 이 바람을 잊지 못해요. 그리고 라벤다와 프로방스 사람들의 특유의 사투리도 기억하지요. 여러분들이 프로방스 사투리를 못 알아듣는 것이 많이 아쉬워요. 우리 프렌치들은 그 정감 있는 사투리가 프로방스 여행의 40%는 차지한다고 믿거든요”.

 

피터 메일은 저서 <프로방스에서의 1년>에서 “미스트랄은 사람만이 아니라 짐승까지 미치게 만드는 바람이었다… 보름 동안 계속해서 불어대면서 나무를 뿌리째 뽑아내고 자동차를 뒤집어버렸다. 창문을 깨뜨리고, 노파를 도랑에 날려버리며, 전신주를 산산조각내고, 쌀쌀맞고 고약한 유령처럼 집 안으로 숨어 들어와 기분 나쁘게 울어대는 바람이었다.” 라고 묘사했다.

 

아침에 호텔 발코니 문을 여니 큰 화분이 넘어져 있었다.

밤새 미스트랄이 분 것이다.

난 기다린 손님을 맞이한 듯 반가웠다.

 

‘내가 정말 프로방스 한 가운데 있긴 있구나.’(계속)

 

 

 

조은영(여행작가/무브매거진 편집장)자료제공 Citylife
발행일 2016.06.30기사입력 2016.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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