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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은 그야말로 팔색조 같은 매력을 지닌 곳이다.

어떨 때는 사색에 잠기기 좋은 거리로, 어떨 때는 예술가들을 위한 동네로 변한다.

최근엔 꼭 가봐야 할 장소가 많은 핫플레이스로도 이름을 알리고 있다.

하루 만에 이곳을 구경하기엔 너무나 시간이 부족했다.

이틀 동안 성북동 이곳 저곳을 거닐어보기로 했다.

볼 곳도, 쉴 곳도, 다녀볼 곳도 많은 이곳에선 발 닿는 데가 곧 볼거리였고, 앉은 곳이 곧 쉼터가 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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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골목’을 거닐다

 

한성대입구역 앞. 정거장에는 02번과 03번 마을버스가 보인다.

02번은 길상사 방향으로, 03번은 북정마을 방향으로 향한다.

오늘의 목적지는 북정마을. 03번 버스에 몸을 실었다.

차창 밖으로 구경을 하는 새, 마을버스는 오밀조밀 모여있는 집들을 따라 좁은 오르막길을 거침없이 지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내려야 할 곳의 안내방송이 나왔다.

‘슈퍼 역’ ‘노인정 역’. 친숙한 정거장 이름이다. 가장 먼저 북정마을을 살펴보고자 노인정 역에서 하차했다.

마을 입구를 알리는 표지판처럼 ‘북정카페’란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어떻게 마을을 둘러봐야 할까, 우선 마을의 이곳 저곳을 둘러봤다. 마을엔 크게 눈에 띄는 요소는 많지 않았다.

결국엔 맨 처음에 만났던 북정카페에 가보기로 했다.

더운 여름을 본격적으로 알리는 듯한, 가게 앞에 놓여진 파라솔 몇 개가 마을의 대표 테라스 공간인 모양이다.

음료수 하나를 사 들고 그늘 아래 서서 사장님께 마을 구경을 어떻게 다녀야 하는지 여쭤봤다.

 

“심우장은 들렀어요?”

 

나중에 내려가는 길에 들르려고 한다는 에디터의 말에 사장님은 고개를 저으며 “심우장부터 갔었어야 했는데…. 그리고 골목을 올라오면서 북정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는 거죠. 날이 조금 시원했으면 와룡공원에 올라가서 마을과 서울의 전경을 살펴보면 좋았을 텐데요”라는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높은 곳부터 아래로 내려가며 살펴보려 했던 건 마을을 온전하게 구경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었나 보다.

 

“최근 마을에 있던 사진관과 미술관이 문을 닫았어요. 그래도 마을이 가진 옛 골목의 정취를 찾아 외부인들과, 사진을 찍으러 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죠.”

 

사장님의 이야기엔 아쉬움과, 마을을 사랑하는 주민의 마음이 동시에 느껴졌다.

그렇게 잠깐의 땀을 식히고 마을을 살펴봤다. ‘조금은 시원해진 계절에 한번 더 이곳에 오자….’ 속으로 약속을 하며 심우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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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님의 침묵’ 심우장이 주는 위로

 

성북동에 굳이 ‘사색’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골목이 지닌 분위기 때문이다.

북정마을에서 내려오는 거리엔 도시의 소음 대신, 공터에 나와 햇빛을 쬐고 계신 어르신들이 적적함을 달래고자 틀어놓은 라디오 소리가 간간히 들리는 것이 전부다.

 

심우장과 북정마을 사이엔 비둘기 쉼터가 있다. 김광섭 시인의 대표작인 <성북동 비둘기>에 등장한 비둘기다.

공원 한 편에 성북동 비둘기가 쓰여있는 구조물이, 그 위에는 색색의 비둘기 동상이 자리해있다.

이제는 얼마 남지 않은 성북동의 옛날을 짧게나마 보여주고 있는 것만 같았다.

 

심우장은 멀리서 볼 때 곧장 알아보기에 힘들다.

현대식 대문이 서있고, 인근 주택 골목 사이에 위치해 있어 ‘심우장(尋牛莊)’이라 쓰인 현판이 없었다면 그저 오래된, 멋스러운 한옥이라 생각될 정도였다.

 

심우장은 만해 한용운 시인의 거처로,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의 위치에서 등을 지기 위해 북향으로 지은 가옥이다.

심우장에 들어서면 양쪽 대문의 세워진 나무 중 오른쪽 모서리에는 한용운이 직접 심은 향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안내문은 ‘소를 찾는다’는 뜻의 ‘심우 尋牛’가 깨달음에 이르는 10단계에 대한 뜻이라는 설명을 하며, 이곳을 찾는 이에게 <님의 침묵>을 읊어보며 지혜로 가는 단계를 깨달아보라 권유하는 글귀를 보여준다.

 

다섯 칸에 불과한 작은 집에는 대청을 중심으로 서재와 부엌 등이 보존돼 있다.

자유롭게 드나드는 것이 허용돼 있어 마을 주민들에겐 이곳이 잠시 쉬어가는 사랑방인 듯 싶었다.

사람들의 두런두런 나누는 이야기도 제법 달갑게 들렸다. 신발을 벗고 대청에서 정원을 둘러봤다.

 

“자유는 만유의 생명이요 평화는 인생의 행복이라”

– <조선독립에 대한 감상의 개요> 中 -

 

만해가 바라던 자유와는 다를 지 몰라도, 잠깐의 자유와 평화를 느끼기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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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도심 속에 어우러진 자연의 길, 길상사

 

성북 03번 버스와는 반대 방향으로 향하는 멀지 않은 곳에 길상사가 있다.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은 시간에 오히려 놀란 것은 에디터였다.

이곳을 종점으로 버스는 다시 순환을 하는데, 늦지 않게 사람들을 따라 길상사 정거장에 내렸다.

 

경내 앞에는 짬을 내서 이곳을 찾은 듯한 동네 주민들과 인근 회사원들이 보였다.

합장을 하며 조용히 인사를 한 후 카메라와 MP3는 꺼둔 채 사찰을 거닐었다. 방문객들을 위한 의자가 여기저기 놓여있는데, 그곳 나무에 걸려 있는 한 구절을 빌려본다.

 

‘여기 침묵의 그늘에서 그대를 맑히라/ 이 부드러운 바람결에 그대 향기를 실으라/ 그대 아름다운 강물도 흐르라/ 오 그대 안 저 불멸의 달을 보라’

 

경내를 돌아다니면 ‘참선 중, 말 없이 소리 없이 지나가세요’ 라는 문구가 자주 눈에 띈다.

사찰 예절이라 이곳에선 온 몸의 신경이 나도 모르게 예민해지는 듯했는데, 더운 땀을 식혀주는 바람이 어디선가 불어오나 싶더니 옆에 작은 물가가 보였다.

참선은 스님들에게뿐만 아니라 어쩌면 방문객들에게도 무심코 지나가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았다.

나무 숲 아래, 물길 위, 여기저기서 실외 참선 공간이 보였다.

이곳을 자주 찾는 방문객들에 따르면 예전엔 일반인들도 사용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막아놓았다고 한다.

굳이 정해진 곳이 아니어도 어디서든 참선 공간이 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길상사 도서관을 끝으로 다시 도시의 소음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동네 예술가들을 모으는 ‘예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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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일대를 다니다 보면 간송미술관을 비롯, 성북구립미술관, 우일요, 성북동 작은 갤러리 등 인사동과 삼청동 못지 않은 미술관 갤러리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그 옛날 시인들과 예술가들이 모였듯이, 최근들어 성북동에 예술가들이 다시금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하며 이곳을 ‘성북예술동’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지난 5월부터 6월11일까지, 성북예술동에는 ‘이웃트기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2015년부터 시작된 ‘이웃트기 매핑 프로젝트’는 올해 2회를 맞이하며, 예술동의 다양한 면모를 볼 수 있는 13개의 프로젝트들을 소개했다.

프로젝트는 성북동 일대에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아카이브 전시가 꾸며졌고, 자신만의 지도를 만들어보는 워크숍 코너도 마련됐다.

그 밖에 시민들과 함께 즐기고 참여 가능한 각종 전시, 퍼포먼스, 플리마켓, 예술동시장, 전시 등이 함께 진행되었다.

성북동 작은 갤러리(혜화로88길)에서 열린 ‘생각가게2’에서는 이러한 프로젝트의 목표가 잘 녹아져 있다.

 

초반에 10명의 순수예술작가들로 문을 열기 시작한 ‘생각가게’는 작가들의 생계유지, 일반인과의 소통부재에 대한 대안을 고민하던 상황에서 비롯, 이후 작가들의 참여가 늘어나며 시민들과 함께 예술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사유의 시간을 가진다.

또한 예술성과 실용성이 가미된 물건도 함께 공개했다.

현재는 성북예술창작터에서 하반기에 진행되는 ‘2016 성북 도큐멘타 3번째 시리즈’ 성북 도시한옥과 관련된 전시가 진행 중으로, ‘성북 도시한옥과 삶’ 강좌 진행을 알리는 포스터가 동네 여기 저기에 붙어 있었다.

서울에서 두 번째로 많은 한옥을 보유하고 있는 성북 지역.

이곳의 예술인들과 도시 한옥들은 사람들과의 거리감을 줄이며 도시에 한층 녹아들 준비가 되어 있었다.

 

▶▷가장 핫한 미식가들의 성지

 

성북동은 인근엔 주택가들이, 그리고 혜화동 대학로와 한성대학교, 성균관대학교와 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해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부쩍 큰 기라성 같은 핫플레이스와 마찬가지로 이곳에선 다양한 콘셉트의 음식점들을 만나볼 수 있다.

한국 최초의 제과점 중 하나인 ‘나폴레옹 과자점’은 성북동 테이스티 맵의 시작점이 된다.

 

터줏대감인 ‘쌍다리 기사식당’, 단골들 사이에 입소문 자자한 ‘누룽지 백숙집’ 그밖에 ‘금왕돈까스’, ‘오박사네 왕돈까스’, ‘성북동 국시집’ 등은 오랫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가게들이다.

마치 보물찾기처럼 주택들 사이에 숨겨진 맛집들을 찾노라면 어느 정도의 웨이팅도 감수할 수 있다.

최근 미식가들이 주목하는 성북동 핫한 음식점들을 찾았다.

 

▷후식은 이곳에서! 초콜렛콘츄러스 & 알렉스 더 커피

 

맛있는 디저트를 원한다면 초콜렛콘츄러스를, ‘공간과 브랜드 이미지, 커피’ 이 세 가지가 두루 어울리는 카페를 찾길 원한다면 알렉스 더 커피를 찾아보자.

초콜렛콘츄러스에선 갓 튀겨낸 다양한 츄러스를 커피와 즐길 수 있다.

츄러스 특유의 기름 향이 적고, 그마저도 커피와 함께 즐기면 깔끔한 뒷맛을 자랑한다.

성북구립미술관 근처에 자리한 알렉스 더 커피는 진한 향기의 커피와, 넓게 트인 창가 자리가 유독 기억에 남는 장소다.

낮과 밤, 햇볕이 좋은 날이나 비 오는 날 각각의 운치를 뽐낸다.

두 곳 모두 사람이 붐비는 주말보다는 평일에 찾아볼 것.

 

▷후회 없는 선택을 원한다면, 꿀맛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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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집 사이에 나지막하게 자리해있는 꿀맛식당.

이곳에 들어선 순간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와 폴폴 풍기는 음식 향이 손님들의 맘을 설레게 한다.

메뉴는 단출한 편이다. 추천 음식은 매콤커리와 두겹 함박스테이크.

음식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지만, 어떤 메뉴도 쉽게 만들어지는 맛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듯 한입 맛보면 풍부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

가게가 멋들어진 영어 이름이 아니듯, 그만큼 정겹고 구수한 맛이다.

웨이팅이 길 수 있으니 식사시간 대엔 서두를 것.

 

위치 서울 성북구 성북동 184-84 시간 월~토 11:30~22:00, 브레이크 타임 14:00~17:00

 

▷초콜렛콘츄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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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서울 성북구 성북동 124-5

 

시간 매일 11:00~23:00

 

▷알렉스 더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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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서울 성북구 성북동 260-38 시간 평일 10:00~21:00, 주말 10:00~22:00(매월 첫번째 월요일 휴무)

 

▷음식 앞에 심각할 게 뭐 있어? 시리어스 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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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어스 델리를 직접 가보기 전에는 ‘쌍다리 옆에 있던 가게’로 떠올렸겠지만, 이곳에 피자나 수제 버거를 맛봤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음식 사이즈부터 남다르다. 접시 대신 미니 프라이팬 위에는 수북이 쌓인 신선한 채소와 패티, 빵, 그리고 감자튀김이 시선을 강탈한다.

앞 접시를 이용해 차곡차곡 쌓아 먹던, 하나하나 따로 먹던 자신의 기호에 맞게 먹으면 된다.

어떻게 먹어도 맛있다. 어느 순간 시원한 맥주가 당기지만, 1.5인분에 달하는 양 때문에 배에 자리가 남지 않아 아쉬울 뿐이다.

 

위치 서울 성북구 성북동 114-7 시간 화~일 11:00~22:30, 브레이크 타임 15:40~17:00

 

 

 

이승연 기자자료제공 Citylife
발행일 2016.06.30기사입력 2016.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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