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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만 느껴지던 전시회가 친절해졌다.

예술 소재에 손수 해시태그(#tag)를 걸고,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에 친절히 ‘각주’를 단다.

지난해 메르스로 취소된 오픈 스튜디오에 참여 예정이었던 13명의 작가는 지금은 사라진 오픈 스튜디오를 통해 관객들과 공유할 수 있었을지도 모를 ‘무엇’-작품, 문서, 소리-으로 긴 설명을 붙였다.

기획전에선 오픈 스튜디오에서 가져온 것들로 작품에 ‘각주(footnote)’를 붙였다.

금천예술공장에서 열리고 있는 <장소와 각주>전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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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예술공장 <다빈치 크리에이티브>전 당시 광경

 


▶해시태그 코드 ‘#금천예술공장’

 

지난 2009년 독산동의 한 인쇄공장을 리모델링해 개관한 금천예술공장.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으로 인해 개막 이틀 전 취소된 오픈 스튜디오(작가들이 자신의 작업을 일반에 공개하는 것) 작가들이 1년 뒤인 지난 6월 다시 만났다.

국내뿐 아니라 영국, 일본, 대만, 아랍에미리트 등 총 5개국 28명(팀)의 예술가들이 창작활동을 공개하는 <제7회 오픈스튜디오-해시태그(#tag)>와 입주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기획전시 <장소와 각주>에 참여한 것.

 

‘해시태그[ #, hash tags ]는 요약단어나 여백 없는 구절 앞에 해시 기호 #을 붙이는 형태의 표시 방법 혹은 메타 데이터(meta data) 태그로, 마이크로블로깅(microblogging) 혹은 트위터(Twitter), 인스타그램(Instagram)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사용된다’(두산백과).

 

작가들은 ‘해시태그(#tag)’가 단순한 기호에서 벗어나 온라인 트렌드로 자리 잡은 용어라는 점에 주목했다.

‘공유’와 ‘연결’을 갈망하는 사용자들의 용어라는 점에 착안한 것.

관람객을 수동적인 감상자에서 능동적 사용자 또는 태거(tagger)로까지 확장시켰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예술가, 작업실,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오픈 스튜디오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해시태그로 작품들을 묶었다.

 

▷해시태그1 #미디어_아티스트의_스마트한_작업실

 

한국 작가 손미미와 영국의 엘리엇 우즈로 구성된 미디어아트 프로젝트 팀 ‘김치앤칩스’는 대형 사진작업을 선보였다.

국제미디어아트 페스티벌 수상작들이 만들어낸 빛의 순간적인 움직임을 포착한 것으로, 작업공간을 있는 그대로 공개한 것.

떠오르는 미디어 아트 프로젝트 그룹 ‘팀 보이드’는 ‘젠틀몬스터’와의 콜라보로 이슈가 된 팀으로 무엇보다 스타일리시한 아트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고전무용 또는 연극을 하는 로봇과 같은 패기 넘치는 발상을 미디어아트에 접목하기도 했던 전력이 있는 만큼 스타일리시한 쇼룸이 눈길을 끌었던 것.

아날로그 태엽과 미디어를 연결하는 인터랙티브 작품 및 핸드폰에서 쓴 글이 창문 블라인드에 나타나는 광경이 장관이었다는 평가다.

 

▷해시태그2 #작업실에서만_공개하는_비하인드_스토리

 

모하메드 카짐(Mohhamed Kazem)은 2013년 베니스비엔날레 참여 작가로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전시를 하는 등 전 세계 미술계가 주목하는 아랍작가다.

‘작업실에서만 공개하는 비하인드 스토리’로 그와 함께 태그로 묶인 이원호 작가는 노숙자들이 실제로 사용한 종이 상자를 새로운 집으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그는 <부(浮)부동산>과 한동안 TV 미술품 감정 프로그램 <진품명품>의 비하인드 영상을 함께 선보였다.

노숙자들의 종이 상자 집을 구매, 가격을 흥정하고 계약서를 쓰는 일련의 과정, 진위 감정행위 전후에 드러나는 애장품 소장자들의 태도 변화를 담은 영상을 작업실에서 선보였다.

이와 함께 유럽 미술계가 사랑하는 작가 홍영인은 해외에서 선보였던 퍼포먼스들의 비공개 영상을 최초 공개했다.

 

▷해시태그3 #미술계의_떠오르는_젊은작가들

 

‘젊은 작가들’이라는 태그로 분류된 정지현 작가는 설치, 퍼포먼스, 영상작품을 선보였고 2015년 금호 영아티스트에 당선되는 등 신진작가로서의 역량을 과시한 박광수 작가는 직접 촬영한 영상에 한 장면 한 장면씩 1:1로 대고 그린 로터스코핑기법으로 제작한 애니메이션을 상영했다.

오픈 스튜디오에 착륙한 ‘해시태그’라는 키워드는 미술계 내부에서도 매우 이색적이었다는 평가다.

 

 

▶오픈 스튜디오에서 가져온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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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footnote, 脚註): 본문(本文) 아래쪽에 작은 활자로 쓴 주해(註解). 너무 길어 본문에 기입하기 부적당할 때 사용되며, 대개 기술하는 내용의 출처를 밝히는 데 사용된다’(두산백과).

금천예술공장에서 열리고 있는 <장소와 각주> 전은 2014년 하반기부터 2015년 상반기까지 금천예술공장에 머무르며 작업했던 레지던시 6기 작가들이 참여한 기획전시다.

금천예술공장 및 인근 지역의 역사에 대해 직접 리서치한 내용을 기반으로 하는 작업(권혜원, 이혜인)을 비롯하여 서울에 숨겨진 여러 공간과 상징 및 도시적 삶에 대한 시선(연기백, 신지선, 여다함), 소외된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옥정호, 김기라) 등이 공개된다.

 

1975년 서울 구로공단에 지어진 이 3층의 시멘트 건물은 70년대 전선공장, 90년대 인쇄공장을 거쳐, 현재는 예술가들이 머무는 레지던시가 됐다.

만약 이 장소에 삶의 흔적이 저장될 수 있다면 그것은 어떤 이야기가 될까?

공장들이 가득한 금천 지역에는 작은 구멍가게들도 많다.

이혜인 작가는 지난 해 금천예술공장 레지던시에 있는 동안 구멍가게 앞에 앉아 라면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면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았다.

그중 김밥, 라면, 커피, 담배 이 네 가지가 단골 메뉴라는 사실을 발견한 작가는 이 단어만으로 가사를 쓰고 코드를 대입해 간단한 음악을 만들었다.

기타가와 타카요시(Kitagawa Takayoshi)의 <하루를 찾자–할머니!!>는 금천지역 할머니들의 하루 일과를 1000여 장의 사진으로 구성한 고속 슬라이드쇼와 즉흥연주 퍼포먼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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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가와 타카요시의 퍼포먼스


연기백 작가는 금천예술공장 입주건물과 건물 사이에 서가를 마련했다.

책 속 메모를 통해 유일하게 찾아온 방문객인 한 여성과 이야기를 나눈 것을 작품 속에 담았다.

‘매우 만족, 만족, 보통, 불만족, 매우 불만족’ 중 하나를 묻는 통신사 전화를 자신의 작품에 활용한 여다함 작가는 도시에서 하나의(혹은 한 ‘개’의) 삶이 위의 다섯 문항으로 풀이될 수 있는지를 묻는다.

7기 홍영인 작가는 금천예술공장에서 만난 작사가를 꿈꿔왔던 일반인과 과거 피아노를 하루 종일 쳤던 작가의 협업으로 곡을 완성하는 작업을 선보였다.

설치작가 황수연은 평소에 주로 사용하는 도구와 재료 작품을 늘어놓고 배치하면서 만들어지는 과정과 환경을 드로잉 하듯이 설치했다.

쪽방촌의 버려진 창틀과 식물을 활용해 대체정원을 제안하는 설치작품인 이수진의 <공동선을 위한 사선지대>와 작업실 창문에 조형물을 설치해 관람객이 그 위로 직접 오갈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인 정혜정의 ‘세계목록’ 같은 부대 프로그램 역시 ‘관객과의 공감’이 토대다.

 

-눈에 띄는 작품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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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호 <부부동산> 영상, 설치 | 노숙자들이 실제로 사용한 종이 상자를 새로운 집으로 재구성하는 이원호 작가.

노숙자들의 종이상자 집을 구매, 가격을 흥정하고 계약서를 쓰는 일련의 과정, 진위 감정행위 전후에 드러나는 애장품 소장자들의 태도 변화를 담은 영상을 관련 오브제와 함께 오픈 스튜디오에서 선보였다.

그는 금천예술공장 입주기간 동안 진행한 <부(浮)부동산>과 TV미술품 감정 프로그램 <진품명품>의 비하인드 영상을 선보였다.

 

-눈에 띄는 작품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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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라 작가 <이념의 무게-한낮의 어둠> 영상 | 영상 속엔 1980년대 그린 걸개그림 때문에 겪은 고문으로 인생이 거의 망가지다시피 한 화가가 실제로 등장한다.

김기라 작가가 주선한 신경정신과 의사와의 최면 치료를 통해 회복되어 가는 과정을 기록한 이 영상은 개인에게 자행된 국가의 폭력을 적나라하게 들려준다.

그의 또 다른 작품 <위재량의 노래>는 서울시에서 청소관리직 9급으로 공무원 생활을 한 후 은퇴한 위재량 시인의 시에 힙합 뮤지션이 답가를 만든 영상과 음원이다.

부조리한 현실 정치, 부의 양극화 등 현대 사회의 문제를 날카롭게 담고 있다.

 

-눈에 띄는 작품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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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승 영상, 사운드 | 천천히 회전하는 거대한 건축물 같은 구조체는 이예승 작가의 과거 작업물에 대한 메타포로 수많은 데이터, 참고자료 등을 사용한 방대한 자료를 모아놓은 것이다.

전시가 끝난 이후에는 해체되어 영상 혹은 사진으로만 남는다.

구축에서 해체까지 작업과정을 모두 보여주며 그 아래에는 작업을 설명하는 다양한 오브제가 놓여진다.

 

 

 

박찬은 기자 / 사진 서울문화재단 금천예술공장자료제공 Citylife
발행일 2016.07.07기사입력 2016.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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