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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쉐린은 조사관들을 보내 시식하고 평가한 다음 등급을 매기죠. 1, 2, 3등급 혹은 0등급. 아무도 그들이 누군지 모릅니다. 아무도요. 그냥 와서 먹고 가 버려요. 하지만 특징이 있죠. 그들은 일정하게 행동하는데 모든 레스토랑에 공평하게 적용됩니다. 미쉐린 조사관은 항상 두 명이 와서 먹어요. 예의 바른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잘 들으세요. 만일 잘못된 게 하나라도 발견된다면, 우린 끝장이에요. 이제부터 모든 게 완벽해져야 해요. 괜찮은 것도 안 되고, 훌륭한 것도 안 돼요. 완벽해야 합니다. 머지않아 우릴 보러 올 거에요.”

 

미슐랭 3스타를 받기 위해 도전하는 셰프를 다룬 영화 ‘더 셰프(원제 Burnt)’의 한 장면이다.

 

요즘 국내 외식업계에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풍문이 하나 있다.

고급 레스토랑에 갈 때 외국인 친구와 함께 가면 대우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다름 아닌 미슐랭 가이드 서울편 선정을 평가하는 조사관이 외국인과 한국인 한 명씩으로 구성됐다는 소문 때문이다.

 

‘전 세계 미식가들의 성서’라 불리는 미슐랭 레드 가이드 서울편 발간을 앞두고 국내 외식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운 채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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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 가이드 발간 소식에 ‘술렁’

 

셰프들의 꿈…맞춤형 준비 작업 한창

 

지난 3월 10일 미쉐린코리아는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미슐랭 레드 가이드 서울편 발간을 공식 발표했다.

전 세계에서 27번째, 아시아에서는 일본, 홍콩·마카오, 싱가포르에 이어 4번째다.

베르나르 델마스 미슐랭가이드사업부 아시아태평양 총괄 부사장은 “한국의 높아진 미식 수준을 반영해 서울편 발간을 결정했다.

서울 시내 거의 모든 식당이 대상이다. 신분을 감춘 평가원들이 앞으로 수개월에 걸쳐 엄밀하고 공정한 평가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소문만 무성하던 미슐랭 가이드의 연내 발간이 확정됐다는 얘기에 국내 외식업계 안팎에서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며 술렁였다.

미슐랭 가이드가 뭐길래 도대체 이 난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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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파인다이닝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연내 발간 예정인 미슐랭 레드 가이드는 파인다이닝 문화 확산의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미슐랭 가이드는 현존하는 가장 권위 있는 레스토랑 평가서로 꼽힌다.

1900년 파리만국박람회를 계기로 프랑스의 타이어 회사 미쉐린이 타이어를 산 고객을 위한 여행 가이드북으로 만든 것이 시초다.

처음엔 간단한 숙소와 식당 정보를 담은 무료 책자였으나, 여행객 입소문을 타고 인기가 높아지면서 1920년부터는 돈을 받고 팔기 시작했다.

레스토랑 수준에 따라 별을 매기는 평점 제도를 도입한 것은 1933년.

무려 110년 넘게 전통을 이어오면서 미슐랭 가이드는 미식가의 절대 지표이자, 최고의 셰프를 상징하는 훈장처럼 여겨지게 됐다.

최고 평점인 별 세 개를 받은 레스토랑이 전 세계에 100여개 정도에 불과할 만큼 엄격한 평가는 미슐랭 선정의 가치를 더욱 높였다.

 

미슐랭 가이드 서울편 발간 소식과 함께 국내 외식업계는 올 초부터 들썩거렸다.

서울의 내로라하는 고급 레스토랑 가운데 일부는 이미 준비 작업을 완벽하게 끝냈다.

실내 인테리어와 식기 교체, 서비스 보강 등 미슐랭 평가단 방문에 초점을 딱 맞춰 대비한 곳이 적지 않다.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새 메뉴 개발은 기본이다.

 

미슐랭 가이드 선정을 위해 아예 맞춤형으로 새로운 식당을 여는 경우도 있다.

서울 청담동에서 퓨전 일식당 ‘슈밍화미코’를 운영하고 있는 신동민 셰프는 “테이블 3~4개 규모의 고급 한식당 오픈을 준비 중이다.

아무래도 일식보다는 한식이 미슐랭 선정에 유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놓고 미슐랭 스타를 노린다고 말하는 곳은 별로 없겠지만, 웬만한 고급 레스토랑은 다 신경 쓰고 있을 걸요. 미슐랭 스타를 받는다는 건 셰프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갖는 꿈이니까요.”

 

가로수길에서 프렌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한 오너 셰프는 미슐랭 가이드를 둘러싼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미슐랭 스타 획득을 위해 아낌없는 투자를 퍼붓는 것은 단지 명예 때문만은 아니다.

일단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 선정되면, 전 세계 미식가들의 주목을 받게 된다.

‘음식을 맛보기 위해 여행을 떠날 만한 식당’이라는 의미의 별 세 개를 받지는 못하더라도, 그 파급력은 상상 이상이다.

 

“미슐랭 원스타가 됐을 때는 매출이 20% 정도, 투스타를 받았을 때는 2배로 뛰었다.”

 

뉴욕에서 한국인 최초로 미슐랭 투스타를 받은 정식당의 임정식 셰프가 밝힌 미슐랭 선정의 효과다.

미슐랭 스타가 된다는 건, 셰프로서 최고의 명성과 부를 함께 거머쥘 수 있는 징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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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와 한식 레스토랑은 미슐랭 스타 획득에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고 평가된다.

프렌치는 미슐랭 가이드의 본고장이고, 한식은 우리나라 고유의 음식이라는 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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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호텔 한식당 라연(P.114)과 롯데호텔 프렌치 피에르가니에르서울(P.115)은 미슐랭 스타 획득 가능성이 높은 레스토랑으로 꼽힌다.

 

 

▶진화하는 식문화

 

응답자의 83% ‘가격보단 맛’

 

미슐랭 레드 가이드 서울편 발간은 국내 외식산업의 발전과 관련이 깊다.

글로벌 비즈니스 자문회사인 알릭스파트너스가 발표한 ‘2016년 한국 외식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7년간 한국의 외식산업은 연평균 6% 이상 성장해왔으며, 시장 규모도 80조원을 넘어섰다.

한국식품산업협회 설문조사 결과, 한국인은 매월 9.1회 외식을 하고 수입의 8%를 외식비로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7명은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외식을 하고, 거의 매일 외식을 한다는 응답자도 40%에 달했다.

 

‘식(食)’에 대한 인식도 진화하는 중이다.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3%는 음식의 맛이 레스토랑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답했다.

가격(64%)은 그다음 요소였다. 흥미로운 부분은, 만약 훌륭한 음식을 맛보기 위해서라면 먼 거리라도 기꺼이 찾아가겠다고 밝힌 응답자가 적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식욕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지만, 현대사회에서 더 이상 그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먹는다는 것이 단순히 허기를 때우는 행위를 넘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먹고 싶다’는 원초적 욕망에서 ‘잘 먹고 싶다’는 한 차원 높은 욕망으로의 승화다.

넘쳐나는 맛집 블로그나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먹방·쿡방 열풍이 모두 이 연장선상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식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대중들 눈높이도 자연스럽게 한 차원 상향 평준화됐다.

맛은 기본에 최상의 재료와 서비스, 분위기까지 다 갖춰지기를 원한다.

이른바 ‘파인다이닝(fine-dining·화려한 정찬)’ 전성시대다.

파인다이닝 붐은 외식산업의 양적·질적 성장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외식업체의 매장 수뿐 아니라, 점포당 매출 역시 2007년 1억300만원에서 2013년 1억2500만원으로 20% 넘게 증가했다.

맛있는 음식에 지갑을 열 준비가 된 소비자가 점점 늘고 있다는 의미다.

 

윤덕노 음식문화평론가는 “파인다이닝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무조건 비싸다고 고급이 아니라 먹는 사람의 만족도를 감안했을 때 보편타당한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곳이라고 보면 된다. 맛, 분위기, 가격, 서비스 등 모든 요소가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 회복과 스타 셰프 등장 기폭제

 

외식산업, 5년 내 2배 성장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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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파인다이닝 문화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적잖은 식대를 지불해야 하는 만큼, 파인다이닝은 경제 상황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2000년대 초반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비로소 파인다이닝이 첫선을 보였다.

 

주로 호텔 레스토랑 위주로 형성되던 국내 파인다이닝 문화는 2000년대 후반 해외 명문 요리학교를 다녔거나 국내 일류 레스토랑에서 실력을 다진 젊은 스타 셰프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개화기를 맞았다.

버즈알아랍호텔 수석총괄주방장 출신인 에드워드 권, 런던 쥬마레스토랑 수셰프와 두바이 고든램지 헤드 셰프를 거친 강레오 등이 대표적인 이들이다.

이를 기점으로 청담이나 압구정, 서래마을 등 강남 일대 고급 상권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파인다이닝을 표방한 레스토랑 개업이 줄을 잇기 시작했다.

 

국내 최초 레스토랑 평가서인 블루리본서베이의 김은조 편집장은 “파인다이닝을 보면 그 나라의 식문화 수준을 판단할 수 있다. 문화는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파인다이닝 저변 확대는 국내 식문화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2000대 후반 이후 가파르게 성장한 국내 파인다이닝 시장은 미슐랭 가이드 발간을 계기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기대된다.

외식업계 전문가들은 미슐랭 레드 가이드 서울편이 발간되면 국내 외식산업이 5년 안에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앞서 미슐랭 가이드가 발간된 미국과 일본의 외식산업 시장 규모가 각각 7090억달러, 3100억달러인 것과 비교해 한국 외식산업(800억달러)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다만 연평균 성장률은 미국(4%)과 일본(1%)보다 높은 6%로 빠르게 몸집을 키워가는 중이다.

 

한국외식산업협회 관계자는 “현재 국내 경기가 저성장 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외식산업은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좋다. 또 안정적인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어 투자자산으로도 상당히 매력적인 요소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팔색조처럼 변화하는 프렌치

 

파인다이닝의 시작과 끝

 

미슐랭 레드 가이드 발간을 앞두고 미식가들의 가장 큰 관심은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의 영광을 안을 곳이 어디가 될 것인가에 쏠려 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곳은 프렌치와 한식 레스토랑이다.

프렌치는 미슐랭 가이드의 본고장이고, 한식은 우리나라 고유의 음식이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한국 파인다이닝의 최전선에 있는 레스토랑은 어떤 곳들일까.

 

프렌치 레스토랑을 얘기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곳은 바로 롯데호텔의 ‘피에르가니에르서울’이다.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의 오너 셰프인 피에르 가니에르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운영하는 이곳은 한국에서 가장 최고급의 프렌치를 경험할 수 있는 레스토랑으로 꼽힌다.

트러플(송로버섯), 푸아그라, 캐비어 등 세계 3대 진미를 비롯해 평소에 맛보기 힘든 고급 식재료를 아낌없이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본점에서 파견된 조리장이 피에르 가니에르가 개발한 조리법에 따라 요리를 하기 때문에 맛의 차이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2~3시간에 걸쳐 식사를 하는 동안 입뿐 아니라 눈도 호사를 누린다.

루브르 박물관의 카페 마리를 디자인한 올리비에 가니에르가 인테리어를 맡았는데, 베르사유 궁전의 비밀 정원을 모티브로 삼았다.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을 그대로 재현해내려고 했다”는 배병일 총괄매니저의 말마따나 거장의 손길을 경험해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프렌치에서 와인은 빠질 수 없는 요소다. 일류 프렌치 레스토랑은 전속 소믈리에를 두고 있는 것이 기본.

한국 프렌치 레스토랑의 대부라 불리는 ‘팔레드고몽’은 보유하고 있는 와인만 1만병이 넘는 것으로 유명하다.

국내에 파인다이닝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1999년에 처음 문을 연 이후 프렌치의 격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높은 층고와 고풍스러운 실내 장식, 세월이 녹아 있는 빈티지한 분위기는 신규 레스토랑이 흉내 낼 수 없는 깊이를 느끼게 한다.

예약자 명단에 따라 매일 그날의 음악 콘티가 새로 짜여진다는 사실에서 고집스러울 만큼 완벽을 추구하는 서현민 대표의 운영 철학을 읽을 수 있다.

 

팔레드고몽이 ‘클래식’한 프랑스 요리의 진수를 보여준다면, 류태환 셰프의 ‘류니끄’는 프렌치를 기본으로 일식과 한식이 가미된 ‘컨템포러리 퀴진’의 대표주자다.

튜일과 크랜베리 치즈를 바른 월계수 잎을 유칼립투스 줄기에 붙여 내오기도 하고, 훈연기구에 메추라기를 담아 눈앞에서 볏짚에 훈연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야말로 오감이 만족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지난해 영국 외식전문지 ‘레스토랑’이 발표한 ‘2015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A50B)’에서 27위에 선정되는 등 해외에서 먼저 인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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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 스타 획득을 위해 실내 인테리어와 식기 교체, 신메뉴 개발, 서비스 보강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레스토랑이 적지 않다.

사진은 1세대 프렌치 레스토랑인 팔레드고몽.

 


▶파인다이닝 새바람 일으키는 한식

 

정통 한식부터 뉴 코리안 퀴진까지

 

한식은 국내 파인다이닝 문화의 성장과 함께 가장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분야다.

전통적인 한식을 한층 업그레이드해나가는 것은 물론이고 일식, 양식 등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다.

이창일 농림축산식품부 외식산업진흥과 사무관은 “한식의 세계화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파인다이닝 문화 자체가 서양에서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낯설 수 있는데, 한식을 통해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울신라호텔의 ‘라연’은 가장 한식다운 한식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28년 경력의 김성일 셰프는 궁중음식부터 반가음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면서 한식의 전통과 정통을 새롭게 구현해냈다.

시그니처 메뉴인 신선로는 각종 재료가 어우러지면서 나오는 은은하고도 깊은 맛이 일품이다.

신선로 특유의 기물은 외국인 고객에게 한국의 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라연은 호텔 한식당이 갖는 풍부한 인프라와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7명 안팎으로 구성된 식재료TF팀은 일 년 내내 전국을 돌며 제철, 제산지에서 나는 최고의 재료를 찾는다.

 

도자기 업체 광주요에서 한 차례 실패를 딛고 압구정동에 다시 문을 연 ‘가온’은 다크호스다.

조태권 광주요 회장은 오래전부터 한식 파인다이닝의 세계를 꿈꿔왔다.

그러나 너무 일찍 선구자의 길을 걸은 탓에 적자가 심해 접어야 했다.

그러다 지난해 말 한식당을 다시 연 것은 이제 다시 도전해볼 만한 시기가 됐다는 판단에서다.

조 회장은 “가온을 미슐랭 가이드의 인정을 받는 대표적인 한식 레스토랑으로 자리매김하게 만들고 싶다”며 공개적으로 욕심을 드러냈다.

 

‘모던 한식’ 열풍을 이끌고 있는 ‘정식당’과 ‘밍글스’도 빼놓을 수 없다.

‘뉴 코리안 퀴진’이라고도 불리는 모던 한식은 한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요리를 의미한다.

익숙한 모습이지만 새로운 맛, 새로운 모습이지만 익숙한 맛을 갖고 있다면 큰 거리감 없이 한식의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는 발상에서 출발했다. 결과는 대성공.

 

정식당에는 김치국물 소스 스테이크, 매생이 리소토, 훈제 마늘국 등 먹어보기 전에는 맛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메뉴들로 가득하다.

뉴욕에서 문을 연 ‘정식’은 한식당으로는 최초로 미슐랭 투스타 레스토랑 목록에 이름을 올리면서 한식의 세계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슐랭 가이드 서울편이 발간되면 스타 획득에 가장 근접한 식당 중 하나로 꼽힌다.

 

밍글스는 서로 다른 것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다는 밍글(Mingle)의 의미만큼이나 재기발랄하고 색다른 맛의 세계를 보여준다.

특히 한식의 모태소스인 ‘장’을 새로운 방식으로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된장에 재웠다가 구운 양갈비와 된장, 간장, 고추장을 이용해 만든 장 트리오 크렘브륄레 아이스크림이 가장 인기다.

 

“담음새나 형태가 새로워도 한국적인 맛, 감성을 담고 있다면 한식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는 한식의 폭을 넓혀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미슐랭 스타 둘러싼 과도한 경쟁 자제해야

 

파인다이닝…그들만의 리그 비판도

 

미슐랭 가이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긍정적인 시선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우선 미슐랭 선정에 목매는 외식업계의 과도한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국내 외식 시장이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제 살 깎아 먹기 식 경쟁’은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인지도가 좀 있다 뿐이지 미슐랭 가이드는 특정 기업의 마케팅 수단에 불과하다. 국내 호텔, 외식업체들이 과한 경쟁을 벌여 부화뇌동하는 것은 아닌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슐랭 가이드가 미식의 절대 기준처럼 여겨지는 것에 대해 의문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있다.

그동안 미슐랭 가이드의 신뢰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꾸준히 이어져왔다.

철저히 베일에 가려진 평가 방식을 놓고 객관적 기준이 도대체 뭐냐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지극히 프랑스적인 잣대로 평가하다 보니 레스토랑의 개성이나 셰프 개인의 독창성을 저하시킨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음식을 직접 다 먹어보긴 한 것이냐는 의혹까지 제기한다.

미쉐린사의 재정 상황을 고려했을 때, 가이드북에 수록된 고급 식당의 식비를 모두 충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논리다.

최근에는 미국의 자갓서베이나 한국 블루리본서베이 등 이를 대체할 만한 다른 평가 수단이 등장하면서 “미슐랭 가이드에 꼭 얽매일 필요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중이다.

 

무엇보다 미슐랭 가이드의 대상이 되는 ‘파인다이닝’과 대중과의 괴리감은 가장 큰 장애물이다.

주로 고급 요리나 미식가들을 위한 독특한 음식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일반 대중이 파인다이닝을 즐기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

한 끼에 10만~20만원, 술이라도 곁들이면 그 이상을 훌쩍 넘는 가격대 역시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이 나오기 일쑤다.

아무리 좋은 재료와 특별한 조리법, 훌륭한 서비스를 갖췄다고 해도, 식사 한 끼에 대한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은 만만치 않다.

이른바 ‘가성비의 시대’에 파인다이닝이 설 자리는 그리 넓지 않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파인다이닝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고급 문화의 확산은 궁극적으로 식문화가 발전하는 토양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미슐랭 가이드는 스타 레스토랑에 선정됐다는 자체만으로 국내뿐 아니라 외국인 고객까지 유치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미슐랭 가이드가 현존하는 가장 권위 있는 레스토랑 평가서인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일식과 태국 음식이 세계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는 데 30년 이상이 걸렸다. 이번 미슐랭 가이드의 발간은 파인다이닝의 역사가 짧은 한국이 세계 시장에 어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단순히 고급화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한 단계 성숙한 식문화 정착을 위한 밑거름으로 활용해야 한다. 파인다이닝의 대중화와 함께 K푸드가 한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 김지형 르꼬르동블루-숙명아카데미 총괄팀장

 

천편일률 호텔 요리 아쉬워…

문화 콘텐츠처럼 투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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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꼬르동블루는 전 세계 20개 나라에서 매년 2만명 이상의 외식 전문가를 배출하는 요리 교육기관이다.

주로 프랑스 요리를 다룬다. 국내에선 지난 2002년 숙명여대와 파트너십을 맺고 처음 교육 사업을 시작했다.

 

Q 글로벌 기준에서 한국 파인다이닝 수준을 따져본다면.

 

A 미슐랭 3스타 프렌치 레스토랑인 ‘피에르 가니에르’가 들어오는 등 파인다이닝을 접할 기회가 늘어나면서 국내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일본, 유럽 등 선진국과는 격차가 크다. 서비스를 받는 소비자도 파인다이닝 수준을 결정짓는 요소다.

파스타를 먹을 때 소리를 내지 않아야 하고, 테이블에 동석한 사람의 요리가 모두 나오기까지 기다리는 등 기본 매너 교육이 중요하다.

식전 와인 시음 때 무조건 괜찮다고 하지 말고 이상하면 교체를 요구하는 등 소비자의 권리 역시 숙지할 필요가 있다.

 

Q 국내 파인다이닝 시장의 과제는.

 

A 미식에서는 무엇보다 창조성이 중요하다. 특급 호텔 파인다이닝의 창의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어 아쉬움을 느낀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호텔 레스토랑에서는 특히 오랫동안 고착된 시스템에 따라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 듯 천편일률적으로 요리하는 경우가 많다.

파인다이닝 문화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음식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파인다이닝 평론이 활성화돼야 셰프들이 이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더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Q 참고할 만한 선진 파인다이닝 사례는.

 

A 한국에선 수익성 때문에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을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핵심은 와인이다. 와인 소비 수준이 파인다이닝 시장을 육성시킨다.

해외에서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 보통 요리 하나당 와인 한 병을 마시기 때문에 그만큼 테이블당 매출이 높다.

반면 국내에선 많아 봤자 코스요리에 화이트, 레드 와인 각 1병씩 시키면 끝이다.

해외와 국내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의 음료 매출을 비교하면 대략 2~3배 차이가 난다.

 

Q 파인다이닝 문화 성숙과 안착을 위한 해법은.

 

A 대기업과 중소 자영업자 역할을 나눠볼 수 있다.

대기업은 수익 사업이 아니라 문화예술콘텐츠를 지원하듯 CSR 차원에서 파인다이닝 시장에 투자, 접근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업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활용할 수 있다.

특히 한식 뷔페 프랜차이즈를 늘리는 등의 접근은 중소업자 경쟁을 불가능하게 하고 창의적인 파인다이닝 문화 발전을 해칠 수 있다.

레스토랑 운영 자영업자의 경우 일정한 수익성을 유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만큼, 단품 요리와 음료 매출을 보강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인터뷰 | 여민종 블루리본서베이 대표(발행인)

 

셰프·서비스·손님 수준 모두 높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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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리본서베이는 국내 최초로 발간된 레스토랑 평가서다. 2005년 시작돼 10년 넘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최고의 셰프를 뽑는 ‘블루리본 어워드’를 개최하는 등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국내 미식 문화를 한 단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Q 국내 미식 문화의 변천사를 요약한다면.

 

A 2005년 첫 발간을 할 때만 해도 국내에는 이렇다 할 미식 문화가 없었다.

블루리본서베이의 최고 점수인 리본 세 개를 줄 만한 레스토랑이 없어 고민을 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후 10년 남짓한 기간 동안 미식 인프라는 눈부실 정도로 발전했다.

이전에는 외국 음식이라면 경양식집이나 중식당밖에 없었지만 파스타 전문점, 이자카야 등 다양한 종류의 외식 문화가 급속도로 발전했다.

인도 음식이나 타이 음식 등 세계 각국의 음식을 맛볼 수 있게 되면서 소비자들의 수준도 높아졌다.

 

Q 블루리본서베이의 평가 방법과 기준은.

 

A 이렇다 할 미식 문화가 없었던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히 미식 평론 분야도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전문 평론가에게 평가를 맡길 만한 환경이 아니었기 때문에 독자 평가에 전적으로 의존해 가이드북을 만들었다.

다만 리본 세 개 최고 점수의 경우는 일반인 평가가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경향이 있어 음식전문기자나 기타 미식가들의 평을 참고한다.

 

Q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고가 레스토랑 위주로 미식 문화가 형성된다는 비판이 나오는데.

 

A 미식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먹는 행위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다.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문화적 배경과 스토리, 음식이 접시에 담기는 모습, 서빙되는 분위기, 그리고 음식을 즐기는 사람의 자세 등 모든 것이 어우러져 하나로 완성된다.

어떤 분야든지 하나의 문화가 형성되고 발전하려면 많은 자본과 인재가 몰려야 한다.

미식 분야도 마찬가지다. 고급 레스토랑이 선도하는 수준 높은 문화는 결국 아래로 흘러서 전체적인 미식 문화를 발전시킬 것이라 생각한다.

 

Q 국내에 파인다이닝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A 재능 있는 셰프들이 등장하면서 이제 질적으로는 어느 정도 세계적인 수준에 근접했다고 본다.

다만 양적인 면에서 미식 선진국을 따라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편이다. 더욱 많은 인재들이 외식업계로 진출해야 한다.

또 파인다이닝은 만드는 사람의 수준만 높아져서 되는 것이 아니다.

서비스의 수준도 함께 높아져야 하는데, 일부 호텔을 제외하고는 서빙 문화가 아직 후진국이다.

음식을 즐기는 손님의 자세도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노쇼나 와인 반입 문제 등은 파인다이닝 문화가 정착되는 데 큰 걸림돌이다.

 

 

 

류지민 기자 / 사진 : 윤관식·류준희 기자자료제공 매경이코노미
발행일 2016.07.08기사입력 2016.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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