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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서 계속 아래위를 훑어보던 50대 아저씨, 자리도 넓은데 옆에 바짝 붙어 내 얼굴에 대고 트림을 해댄다.

40대 인터뷰이, 말하다 막히면 ‘몇 살이냐?’고 묻는다.

화장실은 ‘우리 땐 안 그랬어. 뭘 해봤어야 알지’ ‘커피는 여자가 타야 제 맛이지’라고 말하는 직장 상사를 욕하는 여자들로 그득하고, 한국에서 가장 큰 장학재단의 60세 이사장은 “빚이 있어야 학생들이 파이팅을 한다”고 말해 공분을 산다.

 

속칭 ‘개저씨’로 불리는 이들은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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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이렇게 분 냄새 흘리고 다니니까 조심하라는 거잖아. 내가 딸 같아서 하는 걱정이야”

SBS <스페셜> ‘개저씨’편에서 ‘개저씨’의 대표적 예로 언급된 <미생> 마부장 캐릭터


개저씨 ‘개+아저씨’의 준말로, 남성 우월주의나 권위주의에 기대 여성이나 약자에게 갑질하는 40~50대 중간 관리자급의 남자를 지칭하는 신조어다(책 <남자의 품격>).

권력이나 지위, 나이를 바탕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불쾌감을 주는 언행을 하며 쾌락을 느끼는 40~50대 무개념 중장년층을 이르는 말이다.

 

 

▶개저씨, 당신은 누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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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기도 민망한 ‘개저씨’는 지하철에서 다리를 쩍 벌리고 앉고, 한때의 무용담을 시도 때도 없이 늘어놓으며, 성차별적 발언도 서슴지 않는 ‘민폐 캐릭터’다.

빅데이터 전문기업 다음소프트가 2011년부터 2016년 5월 19일까지 SNS에서 ‘개저씨’가 언급된 회수를 조사한 결과 188개(2013년)에서 1만7868개로 증가한 것이 2014년이다.

트위터를 중심으로 개저씨 경험담 및 개저씨 눈빛 퇴치법이 공유되면서 2015년 7만6766건, 올 3월에 SBS <스페셜>에서 개저씨 다큐가 방송되며 2016년 5월19일까지 6만6056건 등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개저씨와 함께 언급된 ‘감성’ 연관어는 ‘오지랖’, ‘폭언’, ‘여혐’, ‘역차별’ 등으로 조사됐다.

이 결과는 일반 사람들이 개저씨를 어떤 눈으로 바라보는지 드러낸다.

 

왜 그들은 ‘개’에 비유되게 됐을까.

SBS <스페셜-‘아저씨, 어쩌다 보니 개저씨’> 편은 주변에서 개저씨라고 생각하는 주변의 사례들을 드라마로 재구성했다.

방송에 따르면 가장 많은 개저씨 행동이 나타나는 것은 회사로, 남성이라는 성별, 연령대와 교수, CEO 등 지위나 권력을 이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공개한 ‘개저씨 체크리스트’를 보자.

 

‘내가 ~했을 때’라는 말을 자주 쓴다.

 

‘요즘 젊은 애들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젊은이들을 보면 못마땅하다.

 

식당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에게 반말한다.

 

상대방을 잘 알기 위해(지나치게) 사생활을 묻는다.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가벼운 스킨십이나 성적 농담을 한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아랫사람에게 폭언 또는 폭행한다.

 

회식은 업무의 연장!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

 

직장 후배에게 업무 외의 (개인적인) 일을 시킨 적이 있다.

 

자신의 가부장적인 생각이나 가치관을 주변에 강요한다.

 

대한민국 40~50대 중 이 리스트 중 몇 개나 체크를 할 수 있는가를 보면, 어떤 성향이 개저씨로 불리는지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개저씨는 왜 개저씨가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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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는 <코리아 엑스포제>라는 영문 사이트에 ‘Gaejeossi Must Die(개저씨는 반드시 죽어야 한다)’라는 영문 칼럼이 등장했고, ‘꼰대 꺼져’라는 노래도 나왔다.

프랑스 작가의 동화책 <나몰라 아저씨, 여기서 이러시면 안돼요!>에는 남이야 불편하건 말건 인도에 차를 주차하고, 자신의 개가 똥을 싸도 치우지 않고 지나가는 아저씨들이 등장한다.

법과 규칙이 왜 필요한지, 수직사회가 아닌 수평사회를 이루기 위해 지켜야 할 규칙은 무엇인지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책이다.

 

리서치 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지난 1월 20대~40대 일반인 성인 여성 921명을 대상으로 ‘주변 남성들이 개저씨로 보일 때’를 조사한 결과 ‘여성이나 학생, 종업원, 아르바이트 생에게 성희롱하거나 함부로 대할 때’ ‘노상방뇨하며 길거리에서 담배 필 때’ ‘‘여자가 말이야~”로 시작하는 오지랖’ ‘지하철 임산부석에 앉아 행패부릴 때’ ‘남의 말은 안 듣고 자기 말만 주장할 때’ 등이 나왔다.

 

‘한국 남성들을 개저씨로 만드는 요인’에 대한 질문에는 ‘뿌리 깊은 가부장주의와 남성우월사상’ ‘권위 상실 및 자격지심에서 나온 약자에 대한 울분 표출’ ‘비상식적 행동을 눈 감는 무의식적 사회 분위기’ 등을 꼽았다.

 

‘개저씨’라는 키워드는 어쩌다 이렇게 뜨거운 사회적인 이슈가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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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인기 끈 <시바 아저씨>

 

남자들이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려갈수록 시바견(일본의 전통 견종으로 우리나라의 진돗개처럼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의 모습으로 변해간다는 설정의 <시바 아저씨>는 한국의 ‘개저씨’처럼 취급 받는 중년의 일본 샐러리맨의 웃픈 일상을 그린다.

주인공 시바야마 타로(43세)는 위에서 까이고 아래에 받히며 버블경제 붕괴 후의 불경기를 간신히 버틴 끝에 중간관리직 과장으로 승진한다.

비록 출퇴근 4시간의 만원 지하철을 견뎌야 하고 자기 주장 강한 부하 직원 때문에 메신저로 대화를 청하기도 하지만, 이 모든 게 가족을 위한 것이므로 희생한다.

그럼에도 불구, 녹초가 되도록 일하고 도착한 집엔 포장도 안 벗긴 생 소시지 옆의 메모 한 장 달랑 남겨져 있다.

 

‘모두 놀러 나갑니다. 이거 먹어요.’

 

집에서 담배 피다 쫓겨난 아빠들이 강둑에 하나 둘 모여들고, 냄새 나고 덥고 불쾌하다는 이유로 지하철 ‘아빠 전용 객차’ 칸을 이용해야 하며, 권력 순위에서 도둑 고양이에게 밀려 생선회를 빼앗기는 신세에 처하기는 시바야마는 걸 그룹을 꿈꾸는 사춘기 딸에게 무시 당하고, 아내에겐 늘 쓰레기봉투만 붙들리는 신세이지만 그래도 가족을 생각하며 힘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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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끼리 왕년에 잘 나갔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일본이나 한국이나 변함이 없다.

작가는 어린 시절 보고 느낀 아버지의 모습과, 현재 40대를 보내고 있는 동년배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위로와 감사의 마음을 담아 그렸다고 한다.

 

 

▶난 이럴 때 당신이 개저씨 같다!

 

SNS나 메신저를 통해 모은 ‘개저씨 사례’에 대해 이렇게 뜨거운 반응이 올 줄 몰랐다.

종합해보면 개저씨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은 엘리베이터나 지하철, 기차, 버스 등 대중교통이나 다중이용 시설 등으로 회사 내에서도 자주 목격된다.

평소 다음과 같은 행동을 자주 했다면 당신도 개저씨라는 오명을 쓸 지도 모른다.

 

현실 속엔 영화 <아저씨> 속 원빈은 없고 <열정 같은 소리 하네>의 개저씨 하부장 같은 이들만 많다.

마초, 부성, 연장자 우선 의식에 가정을 책임진다는 ‘가장’의 책임감 때문에 비상식적 행동은 종종 용서된다.

모두는 아니지만 너무 많은 아저씨가 개저씨처럼 행동하는 세상에서, ‘두려움’이 아닌 ‘혐오’로 ‘개저씨’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 자체가 변화를 향한 작은 신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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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발언이나 외모 지적을 농담처럼 하고, 참다 못해 정색하면 ‘농담도 이해 못하는 쿨하지 못한 사람’으로 치부한다. 딸이나 아내한테는 하지 못할 말을 수시로 한다. “넌 다리는 예쁘다. 그렇게 옷 입고 다니니까 조심하라고 한 거잖아. 딸 같아서 하는 소리야.”

 

-새벽이든 밤이든 주말이든 메신저로 계속 업무 지시를 하고, 어깨나 등을 툭툭 건든다.

 

-화장실이 떠나가도록 구역질을 해서 복도를 지나 사무실까지 공룡 울음 같은 소리가 들려올 때.

 

-룸살롱 접대 안 해서 섭섭해하는 우리 클라이언트 본부장님, 개저씨 같다.

 

-일 때문에 만나는 사인데 본인이 굉장히 섹스어필하다고 믿고 김칫국 마시는 아저씨. 김치도 없는데 배추 심을 밭을 갈고 있다.

 

-‘우리 때는 더 어려웠어. 지금 얼마나 배려하고 있는 줄 아니’라고 말하는 상사.

 

-대놓고 바지 안으로 사타구니 긁는 아저씨.

 

-분명 셀프 주문인데 좌석에 앉아서 “아가씨~” “어이~” 라고 부르는 아저씨.

 

-지하철 내 자리까지 다리를 벌리고 옆자리 차지한 아저씨. 빈 자리도 많은데 굳이 내 옆에 와서 앉아서 허벅지 밀착해오는 아저씨. 지하철에서 괜히 눈 싸움 하며 뚫어져라 쳐다보거나 일부러 팔 흔들면서 걸어와 엉덩이나 가슴 치고 가거나 내리면서 팔꿈치로 가슴치고 가는 40대 아저씨.

 

-지하철이나 버스 임산부 좌석에 앉기, 화장실에서 나오면서 벨트 채우기, 식당에서 물수건으로 겨드랑이 닦기는 개저씨의 삼종 세트다.

 

-우리 부모님도 아닌데 자꾸 내 인생을 설계하려 든다.

 

-강남역 화장실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에 대해 “밤늦은 시간에 다니지 말라” “공용화장실을 왜 가서 저런 일을 당하냐”고 이야기하는 남자 선배.

 

-내 사생활을 지레 짐작하는 오지랖 넓은 동네 정육점 아저씨.

 

-부서원들 아무도 안 웃는데 자기 농담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부장. 일이 바빠 죽겠는데 계속 자기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보챈다.

 

-지하철에서 자고 있는 여학생 깨워서 자리 비키라고 하거나, 술 먹고 학생들에게 훈수 놓으며 고래고래 목소리 키우는 사람. 꼭 약해 보이는 사람에게 시비를 건다.

 

-문을 밀 때 뒷사람이 부딪히건 말건 대차게 밀고 가버리는 아저씨들.

 

-민소매 차림으로 돌아다니고, 길가다 침 뱉고 휴지 없이 땅에다 바로 코 푸는 아저씨.

 

-뭐든지 본인 말만 맞다고 우기는 상사. 자신의 실수엔 관대하고 남의 실수엔 엄격하며, 잘못을 절대 인정 안하고 끝까지 억지 쓴다. 게다가 한 실수를 또 한다.

 

-쇼핑몰에서 잠시 한눈 판 사이 1층에서 갖고 온 카트 자기 것이라며 우기고 가져간 아저씨.

 

-걸으며 담배 피시는 아저씨. 걷다 보면 길에 가래도 뱉고 결국 꽁초도 버린다.

 

-편의점 밖이 아니라 안에서 술 마시는 것(알바생이 벌금 낸다).

 

-술자리에서 ‘원샷’ 강요하기. 특히 여직원한테 강요하기. 심지어 몇 살 되지도 않은 직원이었다.(안 하면 난리 남. 술 마시랴 허풍떨랴, 남의 잔 체크하랴, 그들은 바쁘다) 술 먹으면 모든 여성들을 ‘아가씨’라고 부르는 남자.

 

-축제기간에 20대 여대생 보고 좋다고 침 흘리는 4~50대 대학원생들. 회식할 때도 자리를 지정해서 옆에 앉힌다.

 

-직장 후배를 김기사처럼 부리는 건 다반사에다 비행기 안에서 신발 벗고 앞자리에 발을 올린다.

 

-명절, 출장 선물을 가져오지 않으면 한 달 동안 언어폭력을 쓰며 괴롭힌다.

 

-병원에 다녀오겠다고 하면 웃으며 비꼰다. “김대리, 쉬어. 내가 할게. 어차피 당신 하는 거 없잖아. 푹 쉬다 와”

 

-나이 값 못하면서 나이로 대접받고 싶어하고 나이로 누를 때.

 

- 말 안해도 알아서 잘해 왔는데 위신에 안맞게 꼬치꼬치 점검하는 상사 때문에 신경쇄약에 걸릴것 같다.

 


 

 

박찬은 기자 / 일러스트 포토파크 자료제공 다음소프트, 마크로밀 엠브레인 사진 학산문화사, SBS, CJ E&M, 한빛비즈, 라온북, 매경DB, 영화 스틸컷자료제공 Citylife
발행일 2016.07.15기사입력 2016.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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