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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에 투자한다는 것은 자신들이 상류층이며 월스트리트의 똑똑한 사람들 틈에 끼여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일이었다. 세상이 온통 투자에 대해 떠들 때 옆에 비켜 서서 내 자산을 신중하고 예리하게, 그리고 소담스럽게 부풀려주는 젊고 박식한 헤지펀드 매니저 이름을 조용히 언급하는 일보다 더 스릴 넘치는 일이 또 어디 있는가?" `천재들의 실패(로저 로웬스타인 저)` 중에서

증시가 칠흑 같은 어둠에 빠져 있다. 다시 스멀스멀 번져오는 스페인발 위기, 희미해진 미국 경기 회복 신호, 중국 경기 침체, 스태그플레이션 위협….

삼성전자와 현대차, 이른바 전차(電車) 군단을 제외하고 나면 증시는 정말 시계 제로 상황이다. LG화학, OCI 등 한때 세상을 호령했던 주식이 이젠 지난해 8월 유럽발 재정위기 당시까지 밀렸다. 동 트기 직전 새벽이라 가장 어두운 것일까. 아니면 투자자들을 또 한 번 실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야 마는 거짓된 새벽(false dawn)인 것일까. 지난해 말 출범한 한국형 헤지펀드 매니저 10인에게 올해 한국 증시 방향을 묻기로 했다.

프로 중 프로만을 엄선해 놓은 헤지펀드 세계는 진검승부다. 좋은 주식을 `사놓고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Buy&Hold)`, 몸을 낮추고 기회를 노리는 아웃복서형 투자를 그들은 거부한다. 시장과 정면으로 맞서 오를 주식은 사고, 내릴 주식은 공매도를 해야 하는(롱숏 전략) 인파이트형 투자다.

증시 전문가들에게 시황을 물으면 열이면 열 대답이 장기엔 결국 오른다다. 그들 업이 그렇다. 장이 오르면 돈을 벌고 빠지면 잃는 구조다. 반면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솔직하다. 장이 상승해도 벌고 빠져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장이 올라도 잃고 빠져도 잃을 수 있다. 투자에 성공하면 매수ㆍ매도 포지션 모두에서 이익을 내고 거꾸로 흐름을 탔다간 위험은 두 배로 커진다. 게다가 레버리지 차입거래까지. 흐름을 제대로 탄 헤지펀드 입가엔 득의에 찬 미소가 완연하지만 로스컷에 걸린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지르는 비명은 처참하다. 5개월도 안 돼 벌써 한 명은 링 밖으로 쫓겨났다.

세상의 투자 고민을 한 몸에 다 짊어진 것 같은 10인에게 우선 물었다. 올해 상반기 증시는 오를까요, 하락할까요? 질문은 좀 점잖게 비틀었다. 6월 말까지 보유할 목적이라면 증시 상승폭 대비 2배 차익을 낼 수 있는 레버리지 ETF(주가지수펀드)에 투자하겠습니까. 아니면 증시 하락폭만큼 수익을 내는 인버스 ETF를 사겠습니까라고.

헤지펀드 매니저 10명 중 5명은 인버스 ETF에 베팅했다. 레버리지 ETF에 베팅한 사람은 3명. 나머지 두 명은 둘 다 재미 없는 투자라고 했다. 한마디로 올해 상반기까진 하락 전망이 우세한 셈이다.

그렇다면 올해 말까지 투자 목적으로 투자한다면.

이번엔 헤지펀드 매니저 가운데 8명이 레버리지 ETF를 사겠다고 대답했다. 둘은 인버스 ETF나 레버리지 ETF 둘 다 별로라고 했다. 그런데 인버스 ETF에 투자하겠다고 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시장이 단기 조정을 받은 후 재차 상승하면서 박스권 상단까지 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단기적으론 불확실성이 크지만 악재는 대부분 시장에 반영돼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헤지펀드 매니저들 의견을 종합하면 올해 상반기 증시가 스페인 위기, 중국 경기 침체 등 악재가 터지면서 조정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조정 폭은 크지 않을 것이다. 조정 과정에서 적절하게 매수 타이밍을 포착한 후 하반기까지 쭉 보유하는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 밖에도 궁금한 게 많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독주 구도를 계속 이어갈까, 삼성전자와 애플 가운데 누가 최후 승자가 될까.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어떤 냉철한 분석을 내놓을지 궁금하지 않은가.

 

 

電車보다 수익률 높을 주식은 삼성SDI·현대위아

펀드매니저는 주식을 사는 직업이다. 헤지펀드 매니저는 주식을 살 뿐만 아니라 팔기(공매도ㆍ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행위)도 한다. 공매도한 주식이 떨어지면 이들은 이득을 얻는다. 예를 들어 화학업종은 중국 수요 둔화를 예상하고 쇼트 전략(공매도)을 사용하고 정유업종은 유가 강세를 예측해 롱 전략(매수)을 취하는 식이다.

쇼트 전략(공매도)은 주가 하락에 기대 이득을 취하다 보니 시장을 교란시킨다는 악평을 듣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시장을 정화시키는 순기능이 있다. 이런 전략을 쓰는 헤지펀드 매니저는 기존 펀드매니저와 시장을 보는 시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국내 대표적인 헤지펀드 운용사 10곳 펀드매니저들에게 최근 전차(電車ㆍ삼성전자와 자동차) 쏠림현상이 지속되며 횡보하는 증시에 대한 다양한 투자 의견을 물었다.

 

◆ 삼성전자 롱(매수) 60%

증시는 시가총액 1위와 2위인 삼성전자와 현대차에만 쏠려 있다. 너무 가파르게 올랐다는 지적에도 "실적이 나와 주니 살 수밖에 없다"는 반론이 증시를 지배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경쟁관계가 아니지만 두 종목이 과연 언제까지 질주를 계속할 것인지가 핵심 관심사다.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투자수익률 면에서 현대차보다 삼성전자에 더 점수를 줬다.

`올해 말까지 삼성전자를 보유하는 것이 낫느냐`는 질문에 6명이 `롱(매수)`이라고 답변했다. 중립이 3명, 쇼트(매도)는 1명에 불과했다. 깜짝 실적이 올해 말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감 덕분이다. 한 매니저는 "6년이 넘는 투자 사이클이 끝나고 어닝 사이클로 접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비하면 현대차에 대한 평가는 다소 인색하게 나왔다. 롱(매수)은 3명이었고 중립 의견이 7명이었다. 다만 쇼트(매도)는 없었다. "실적이 괜찮을 것으로 보이지만 생산설비에 한계가 있는 만큼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 지금 산다면? 삼성전자>애플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와 애플이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주가가 너무 오른다는 일부 주장을 비웃으며 올해만 해도 삼성전자는 26.7%(8일 종가 기준), 애플은 40.2% 급등했다. 명품 주식으로 꼽히며 펀드나 랩이 아닌 애플과 삼성전자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슈퍼리치들도 적지 않게 나타났다. 글로벌 펀드매니저로선 하나를 늘리면 하나를 줄여야 하는 경쟁 관계이기도 하다. 과연 애플과 삼성전자 중 어느 종목이 더 유망할까.

설문에 응한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압도적으로 삼성전자에 더 높은 점수를 줬다. 10명 중 8명이 향후 삼성전자 주가수익률이 더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하드웨어 경쟁력이 뛰어난 데다 반도체까지 턴어라운드하면 성장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이들은 평가했다. 반면 애플에 더 높은 점수를 준 매니저는 단 한 명이다.

현대ㆍ기아차는 글로벌 경쟁자들과 비교했을 때 어떤 평가가 내려졌을까. 도요타나 GM과 비교해 현대ㆍ기아차 투자수익률이 앞으로 어떨 것 같으냐는 질문에 4명이 도요타를 선택했다. 현대ㆍ기아차(2명) 응답자보다 많았다. "도요타가 시장점유율 회복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고 기저효과가 있어 환율만 개선되면 성과가 가장 좋을 것"이라는 평가였다.

 

 

◆ 삼성전자ㆍ현대차보다 더 오를 주식

`IT종목 가운데 삼성전자 주가보다 더 높이 오를 것(아웃퍼폼)으로 예상되는 종목(복수 추천)을 골라 달라`는 요청에 4명이 삼성SDI를 추천했다. 삼성전자 상승에 따른 상대적인 상승 효과가 큰 데다 턴어라운드 기대감이 높다는 분석이다. 펀드마다 삼성전자 비중이 높아 편입 제한이 걸리면 대신 삼성SDI를 사모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왔다. 삼성그룹 IT주 가운데 삼성전자에 부품을 대는 대표적인 종목이 삼성SDI와 삼성전기다. 삼성전기를 추천한 매니저는 한 명. 삼성SDI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반도체 가격 반등 기대감으로 SK하이닉스를 추천한 매니저도 3명이었다.

LG전자에 대한 추천도 3명이 나왔다. 다만 추천 이유를 보면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것보다는 워낙 주가가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데다 조금씩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어 조그마한 호재에도 크게 오를 수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려 있다. 설문 결과를 보면 LG전자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주식을 빌려 공매도를 하는 쇼트 전략을 사용할 만한 종목 중 LG전자를 꼽은 매니저가 4명으로 가장 많았다. LG디스플레이도 4명이 나왔다.

현대ㆍ기아차를 아웃퍼폼할 종목으로는 현대위아(3명)가 꼽혔다. 현대ㆍ기아차 핵심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1명)와 만도(1명)보다 현대위아에 높은 점수를 줬다. "다른 종목과 달리 현대위아는 성장 사이클에 진입했고 매출이나 영업이익 개선률이 완성차 업체들보다 높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대표적인 타이어업체인 한국타이어와 넥센타이어도 각각 2명이 추천했다. 실적 개선 속도를 보면 글로벌 메이커로 성장할 만한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 가장 유망한 중국 수혜주는

향후 1년 내에 중국 수혜주 가운데 가장 유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으로는 화장품 음식료 소비재 등이 꼽혔다. 종목으로는 화장품을 생산하는 한국콜마 제닉 GKL 락앤락이 각각 2표를 얻었다. 코스맥스 CJ제일제당 호텔신라 등도 추천됐다.

증시를 통틀어 가장 저평가된 업종 가운데 투자수익률이 유망한 종목을 두 개씩 추천해 달라는 질문에는 현대건설이 3표를 얻었다. 또 은행지주사인 KB금융지주과 하나금융지주, 정유업체인 GS와 SK이노베이션이 각각 두 표를 얻었다. 또 대우건설 현대중공업 대한항공 포스코 하이마트 코오롱인더스트리 하이마트 CJ오쇼핑 파라다이스 GKL 등이 유망주로 꼽혔다. 

 

※설문에 응한 헤지펀드 운용사
동양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KB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합병 전 미래에셋맵스까지 포함해 2명이 답변) 삼성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하나UBS자산운용 우리자산운용 KDB산은자산운용

 


ETF에 투자하면 무엇을 사겠나?

코스피 등락에 베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는 레버리지ETF(코스피가 상승하면 2배로 이익을 보는 ETF)와 인버스ETF(코스피가 하락하면 이익을 보는 ETF)가 대표적인 상품이다. ETF 중에 압도적으로 거래량이 많을 만큼 인기 상품이다. 두 상품 투자에 관해 헤지펀드 매니저들에게 물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질문 1. 6월 말까지 보유할 계획이면 무엇을 사겠는가?
인버스(5명), 레버리지(3명), 둘 다 사지 않는다(2명).

질문 2. 그럼 12월 말까지 보유한다면 무엇을 사겠는가?
레버리지(8명), 둘 다 사지 않는다(2명), 인버스(0명).

해석은 간명하다.

"올해 말에는 코스피가 지금보다 오를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6월까지는 지지부진한 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답변을 종합하면 펀드매니저들이 여름휴가를 떠나기 직전인 6월 말까지는 코스피가 오를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불안하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일단 코스피 하락에 베팅하라는 의견이 절반으로 다수였다. 중국과 유럽 경기 모멘텀이 불확실하고 미국 경기지표도 부진할 것 같다는 이유를 달았다. 하지만 상승에 베팅하는 헤지펀드 매니저도 3명이나 됐다. 악재가 나올 만큼 나왔으니 6월 말쯤이면 올라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의견이 엇갈리다 보니 "6월 말까지 시장은 크게 오르거나 크게 하락할 것 같지 않으니 시장 방향성에 베팅하는 것은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는 답변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헤지펀드 매니저 두 명이 "둘 다 권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나 올해 말 코스피 전망은 대체로 밝았다. 80%가 레버리지를 살 것이라고 답했다. 인버스를 사겠다는 답변은 없었다. 헤지펀드 매니저 두 명은 "둘 다 사지 않겠다"며 불안한 횡보장세가 연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밝게 보는 이유는 대외 경기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미국ㆍ유럽ㆍ중국 경기 둔화와 악재들이 모두 노출된 상태에서 하나둘씩 악재가 사라지면 코스피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특히 중국이 정권을 교체한 후 긴축 완화에 이어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헤지펀드 매니저들 전망이 정확할지는 가봐야 알겠지만 올해 코스피 상승 여부는 국내보다는 중국ㆍ미국ㆍ유럽 경기지표에 달려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증시에 산재한 위험요인 가운데 스페인 등 유럽 재정위기 확산 여부를 가장 큰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다. 중국 경기 경착륙과 미국 실업률 등 경기 회복 둔화 가능성은 중간 수준 리스크라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반면 북한 리스크와 국내외 대선 등 정치 리스크는 아주 낮은 위험 수준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북한 리스크와 정치 리스크로 주가가 급락한다면 매수 타이밍으로 삼으라는 투자전략이 유효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결과다.

금융자산 가운데 현시점에서 주식 비중은 30~50%(5명) 정도로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절반을 차지했다. 주식 비중은 2분기(4명)나 3분기(3명)에 늘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주식 이외 투자상품 가운데 가장 유망한 것으로는 농산물(4명)이 가장 많았고 채권(2명)이나 금(2명)을 꼽기도 했다. 원유는 단 한 명도 권하지 않았다. 경기 둔화로 인해 원유 가격이 크게 오를 가능성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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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우 기자, 황형규 기자자료제공 매일경제
발행일 2012.05.16기사입력 2012.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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