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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픽사베이

 

얼마 전 대학을 졸업하고 기업에 입사한 지 2년 정도 밖에 되지 않은 젊은이로부터 당혹스러운 메일을 받았다.

단순한 잡(job)이 아니라 소명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조언을 구하는 질문이었다.

아마도 내가 쓴 '세 청소부 이야기:잡, 커리어, 소명의 차이점'(http://goo.gl/BPxVcK )을 읽고 메일을 보내온 거 같았다.

그 글에서 나는 일이 단순 잡이 되면 생계수단에 그치지만 일이 소명이 되면 기쁨의 원천이 되고 자기 정체성의 일부가 된다고 썼다.


그러나 어쩌랴. 나 역시 일상에서 소명을 갖고 일하는 사람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 소명을 갖기를 바랄 뿐이다. 내가 무슨 자격이 있어 그에게 조언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고민 끝에 메일을 보냈을 20대 중반의 젊은이에게  '사실 나도 조언할 위치에 있지 않으며 자격도 없다' 고 무시하기에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자격 있는 자들의 조언 중에서 '내가 좀 더 젊었을 때 알았다면 참 좋았을 걸' 이라고 느꼈던 부분을 소개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내가 몇 년 전 리더십에 대해 인터뷰를 하기도 했던 로버트 카플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사진)는 그의 책 'What You're really Meant to Do(번역서 제목 '나와 마주서는 용기')에서 자신의 열정을 바칠 수 있는 일을 찾는 방법 2가지를 소개한 바 있다.

나는 그의 조언에 '기억하기'와 ' 질문하기'라는 이름을 붙였다.

 

#기억하기

 

인생을 살면서 내가 최고였던 순간을 기억해 보는 것이다.

위대하다 싶을 정도로 탁월하게 일을 해냈고, 그 일을 하는 중에 그 일을 사랑한다 느꼈고, 그 일을 하는 중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던 때를 떠올려 보라는 것이다.

그런 다음 노트를 꺼내 당시 상황을 자세하게 적어보라고 카플란 교수는 조언한다.

내가 그 일을 어떻게 해냈는지, 조직과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당시 내가 어떤 보스를 만나 어떤 환경에서 일했는지를 메모하다 보면 내가 언제, 어떤 조건에서 '최고의 나' 가 되는지 큰 그림을 그려 볼 수 있다.


실제 내 주변의 기자들 중에서도 그런 '최고의 순간'을 기억하고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몸은 사회에 큰 파장을 미친 기사를 쓴 순간을 온전히 기억하는 듯 하다.

그래서 그 순간을 다시 느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에게 일은 어느새 소명의 단계에 이르게 된다. 나는 때때로 그들의 열정이 부럽다.

 

나 역시 지난 3년 이상 '사람이니까 경영이다' 칼럼을 쓸 수 있었던 것도 비슷한 연유에서다.

나는 칼럼을 쓰면서 '최고의 나' 는 아닐지언정 '괜찮은 나'를 느꼈다.

때때로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면 상당수는 '쓰레기' 이며 또 상당수는 '평범'하지만, 때때로 일부 글은 내 자신도 자부심을 느낄 만 했다.

내 몸이 그 순간을 기억하고, 그 순간에 취한 나머지, 내 손가락을 움직여 지금 이 순간에도 다시 글을 쓰게 만드는 것 같다.

내가 칼럼을 계속 써서 미래 언젠가 '이게 내 최고의 순간' 이라는 느낌을 갖는다면 이 일이 내 소명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주변을 둘러보면 안타까운 사람들이 있다.

 

첫째 유형은 권력과 돈에 취한 순간을 '최고의 순간'으로 착각하는 이들이다.

능력을 발휘하고 조직에 기여하면 상사의 인정을 받아 승진하고 더 많은 보수를 받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어느새 돈과 승진이 목적이 된다.

일을 통해 '최고의 나'를 만난 것은 그 일이 나의 성장을 돕고 세상에 의미와 가치를 더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잊게 된다.

결국엔 지위와 돈을 쫓느라 인생을 낭비하게 된다.

 

둘째 유형은 불안과 두려움 탓에 소명을 찾는 일을 포기하는 사람들이다.

비록 그 자신이 어떤 때 '최고의 나' 가 된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지만, 그래서 지금과는 다른 일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느끼지만 차마 용기를 내지 못한다.

이 같은 두 가지 유형의 실수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질문하기' 라고 나는 믿는다.


# 질문하기

 

카플란 교수는 자신의 책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라고 조언한다.

 

"만약 당신에게 살 날이 1년 남았다면,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겠는가?"

"만약 당신이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돈을 갖고 있다면, 당신은 어떤 직업을 추구하겠는가?"

"만약 당신이 커리어 면에서 성공하고 또 성공할 거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다면 당신은 오늘 어떤 직업을 추구하겠는가?"

"나중에 당신의 자식이나 손자에게 당신이 일을 통해 무엇을 성취했다고 말하고 싶은가?" 등등.

 

특히 나는 첫 번째 질문에 주목한다.

나는 앞선 칼럼(http://goo.gl/s5nohz)에서 호스피스 병동의 간호사, 다이너마이트를 개발한 알프레드 노벨의 사례를 들어 죽음의 자리에서 삶을 돌아보면 진실의 순간이 온다고 쓴 적이 있다.

죽음 앞에 서면 진정 내게 중요한 일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그 일이야 말로 당신에게 소명이 되는 일이다.

이제 돈과 권력은 부차적이 된다. 현재의 지위와 높은 보수를 놓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해는 말라. 당장 지금 일이 내 소명이 아니라고 때려 치우라는 것은 아니다. 섣부른 선택은 금물이다. 

일단 지금 일을 하면서 당신이 소명이라고 생각하는 일에 한 발을 담그라.  하루에 잠깐이라도 짬을 내 그 일을 해보라. 

그 일을 사랑하고, 그 일로 가족을 부양할 수 있고,  자신을 책임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면 그때 배팅을 해야 한다.

지금 일이 싫다는 이유로 회사를 뛰쳐나가 후회하는 이들을 나는 여럿 봤다.

 

# 가족과 사랑

 

지금까지 나는 일에서 소명을 찾는 2가지 방법을 간략히 소개했다.

내가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방법을 남에게 소개한다는 게 부끄럽고 이율배반적이기는 하지만, 젊은 이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희망이 있다.

 

다만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소명이 되는 일을 발견했다고 해서 우리 삶의 의미가 완성되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의미있는 삶이란 일, 사랑, 놀이 세 가지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

만약 당신이 소명이 되는 일에 평생 헌신한다고 해도 사랑하는 이들을 방치한다면 당신의 삶은 반쪽 짜리일 뿐이다.

 

사랑의 토대는 가족이다. 가족이 붕괴되면 인생의 허무해진다.

성공한 사람들 중에는 중년이 된 뒤에 이혼을 하거나 자식들과 관계가 멀어져 불행한 삶을 사는 이들이 꽤 있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내가 만약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구하던 20년 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일주일에 최소 세 번은 가족과 저녁을 함께 하고 같이 산책하는 시간을 낼 수 있는 직업을 찾겠다.

그 직업 안에서 '최고의 나'를 느낄 수 있는 소명을 찾겠다. 놀랍게도 미국 대통령이 바로 그런 일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일주일에 최소 세 번 가족과 저녁을 같이 하고 자녀들의 숙제를 도와준다고 한다.

당신의 일이 아무리 중하다 한들 미국 대통령보다 더하랴.

 

 

 

김인수 기자자료제공 매일경제
발행일 2016.07.21기사입력 2016.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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