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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인간의 삶에서 햇빛과 함께 생명을 만드는 유일한 에너지원이다.

말복이 지났는데도 이글거리는 태양으로 더운 요즘 같은 날씨에는 굵은 빗줄기가 그리워진다.

모든 것을 쓸어내려갈 것 같던 장맛비가 그리운 이때, 문득 맹자는 물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맹자의 ‘離婁章 下(이루장 하)’편에 보면 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하루는 서벽(徐辟)이라는 사람이 맹자에게 “공자께서 자주 ‘물이여! 물이여!’ 하셨는데, 물에서 무엇을 취하고자 하셨습니까?”라고 물었다.

공자가 그토록 물을 강조한 이유를 물은 것이다.

 

물이 가진 특별함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공자는 그토록 물을 강조한 것일까?

맹자는 서벽에게 물을 통해 진실로 공자의 깨달음을 얻으려면 물을 두 가지로 나눠서 봐야 한다고 가르친다.

첫 번째 종류의 물은 땅속에 흐르는 샘에서 나오는 물이고 두 번째 종류의 물은 비가 모여서 이루는 물을 의미한다.

이루장에서 맹자는 두 가지 물의 비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徐子曰(서자왈) 仲尼亟稱於水曰(중니기칭어수왈) 水哉水哉(수재수재)여하시니 何取於水也(하취어수야)잇고, 孟子曰(맹자왈) 原泉(원천)이 混混(혼혼)하여 不舍晝夜(불사주야)하여 盈科而後進(영과이후진)하여 方乎四海(방호사해)하나니 有本者如是(유본자여시)라.

 

是之取爾(시지취이)시니라. 七八月之間(칠팔월지간)에 雨集(우집)하여 溝澮皆盈(구회개영)이나 其涸也(기학야)는 可立而待也(가립이대야)라 故(고)로 聲聞過情(성문과정)을 君子恥之(군자치지)라.

 

서자가 물었다. “중니께서 자주 물을 일컬어 말씀하기를 ‘물이여! 물이여!’ 하셨으니 물에서 무엇을 취하셨습니까?” 맹자께서 말씀하시기를 “근원이 있는 샘이 콸콸 솟아나 밤낮을 쉬지 아니하고 구덩이를 채운 뒤에 나아가 사해에 이른다. 근원이 있는 것이면 이와 같으니, 이 점을 취하신 것이다. 7, 8월 사이에 오는 비는 빗물이 모여서 도랑들이 모두 가득할 것이지만, 그것이 마를 때까지는 선 채로 있으면서 기다릴 수도 있다. 그러므로 명성과 소문이 실상보다 과한 것을 군자는 부끄러워한다.” (이루장 하 제18장)

 

맹자는 물을 근원이 있는 것과 근원이 없는 것으로 나눠서 두 가지로 설명했다.

근원이 있는 샘에서 나오는 물은 쉬지 않고 흘러서 도랑과 구덩이를 채우고 바다에 이르지만, 근원이 없는 물은 마치 7~8월의 장맛비와 같아 한때는 도랑과 구덩이를 가득 채우지만 얼마 안 가서 말라버려 사라진다는 것이다.

우리 삶의 모든 일도 마찬가지라는 것이 맹자의 가르침의 핵심이다.

 

맹자의 가르침은 근본(根本)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려는 것이다.

근본이 튼튼하면 결국 그 하는 일이 뜻을 이루게 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져버린다는 것이다.

맹자는 근본에 반대되는 것을 성문과정(聲聞過情)이라고 했다.

 

성문과정이란 ‘명성과 소문이 실상보다 넘치는 것’을 말한다.

성문과정은 장마철 빗물이 잠시 구덩이를 가득 채운 것과 같아 결국은 사라지게 될 것이기에 우리가 하는 일에 성문과정이 있는지를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기업 경영자는 명성과 소문이 실상보다 넘치는 성문과정을 조심해야 한다.

어떤 기업의 성공 스토리가 사람들 사이에 퍼지게 되면 그 기업의 CEO는 신문과 잡지의 인터뷰 요청 쇄도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게 된다.

이럴 때일수록 경영자는 자신의 기업이 근원 있는 물과 같은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혹시라도 명성과 소문이 실상보다 넘치고 있다고 느낀다면 성문과정을 부끄럽게 여기고 기업 경영의 끈을 단단히 조여야 할 것이다.

 

기업 경영에 있어 두 가지의 물을 비유한다면 첫 번째 근원 있는 물의 경영을 하는 기업은 근본적 핵심 역량을 갖고 있고 지속적으로 그 핵심 역량을 쌓아감으로써 거기서 나오는 기술과 제품들이 시장의 구덩이와 도랑들을 가득 채우고 결국은 시장에서 인정받는다.

 

반면 두 번째 7~8월의 장맛비식 경영을 하는 기업은 한때는 시장에서 도랑과 구덩이를 가득 채우는 듯 보이지만 근본적인 핵심 역량이 쌓여 있지 않다.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마치 빗물이 마르듯 시장에서 점차 미약해진다.

 

근원을 탄탄하게 다져 끊임없이 샘물과 같은 경영을 하는 기업의 사례로 ‘듀폰(DuPont)’을 들 수 있다.

1802년에 설립된 화학기업 듀폰은 세계 4위(2007년 매출액 기준)의 종합화학회사로 지금은 인조 대리석에서 방탄조끼 소재, 건축 단열재, 수영장 살균제, 제초제에 이르기까지 무려 1800여개의 제품을 생산하는 200년이 넘은 기업이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많은 기록을 갖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1955년 ‘500대 기업’을 선정하기 시작한 이래 듀폰은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

또한 2016년 7월 듀폰의 주가는 분기 실적이 농산물 부문과 식품 부문의 호조에 힘입어 2분기 순익이 10억2000만달러(주당 1.16달러)를 나타내 1년 전의 9억4000만달러(주당 1.03달러) 순익을 8.4% 웃돌고 있다.

 

듀폰이 생산하는 제품은 시대에 따라 변했지만, 과학은 늘 성장의 밑천이었다.

듀폰에는 이공계 박사만 5000여명이 있고, 고위 경영진의 90%가 이공계 출신이다.

2012년에 듀폰은 2047개의 신제품을 개발했고 그중 935개 제품의 특허를 인정받았다.

 

듀폰은 또한 기술 개발 투자를 통한 위기 극복의 교훈도 잊지 않고 있다.

불황기에도 매출액 대비 5% 이상의 비용을 기술 개발에 투자하는 것을 확고한 원칙으로 유지해오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 4년 이내에 출시된 신제품으로 매출의 30% 이상을 점한다는 ‘30% Rule’을 지켜오고 있음은 물론이다.

듀폰의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기술 개발 투자는 근본의 샘을 만들어냈고 그 샘을 통해 200년 넘는 기간 동안 끊임없이 신제품의 물이 흘러나오고 있다.

 

성문과정으로 흐트러진 기업 경영의 근본을 다시 혁신해서 끊임없는 샘물을 만들어낸 기업의 사례로 애플을 빼놓을 수 없다.

1997년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복귀했을 때, 애플은 십여 종의 매킨토시를 포함한 수많은 컴퓨터와 주변기기들을 닥치는 대로 생산하고 있는 기업에 불과했다.

잡스는 몇 주간의 제품 검토 기간을 거친 뒤 2×2의 매트릭스를 그리고 ‘일반인용’과 ‘전문가용’, ‘데스크톱’과 ‘휴대용’으로 구분했다.

그리고 그 사분면을 가장 잘 설명하는 제품을 한 가지씩 선정해 그 4가지 제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나머지 제품들을 정리했다.

그뿐 아니라 잡스는 ‘최우수 직원 100인’을 선정해 자체 워크숍을 개최하고 워크숍 기간 동안 10가지 아이디어를 모아 그중 가장 좋은 3가지를 추스르는 작업을 계속했다.

 

수년간 진행돼온 기업 내부의 변화 끝에 2001년 10월 애플은 디지털 음악 플레이어 아이팟(iPod)을 출시한다.

스티브 잡스가 직접 무대 위에서 1000곡의 플레이 리스트를 보여주고 주머니에 넣어 보이는 등, 기존의 디지털 음악 플레이어들과 차별화된 점들을 하나하나 시연해 보였다.

그리고 디지털 음원을 안정적으로 공급 가능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iPod은 ‘테크크런치’ 같은 정보기술 매체들로부터 “아이팟은 우리가 음악을 듣는 방식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근본이 있는 샘에서 물이 콸콸 넘쳐나는 경영을 한다는 것은 결국 근원적인 핵심 역량을 통한 경영이며,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새로운 제품이 끊임없이 넘쳐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부연하면, 경영자는 성문과정을 부끄러워하고 근본이 있는 물의 깨달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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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만 성균관대 경영대학장 경영전문대학원장 / 일러스트 : 정윤정자료제공 매경이코노미
발행일 2016.08.29기사입력 2016.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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