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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별똥별 페르세우스 유성우가 쏟아진다는 8월의 어느 날 여의도 한강공원을 찾았다.
공원에 누워서 영화를 보는 ‘한강이불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한강에서 이불 덮고 보는 영화? 맞다.
시원한 강바람과 밤하늘 별이 영화가 상영되는 스크린 앞의 관객들을 이불처럼 덮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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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올까?”라는 걱정은 기우였다

“커플들은 너무 진한 애정행각은 지양 바랍니다. 행사 시작 하루 만에 취소되지 않도록 모두들 질서를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영화 시작은 7시40분이었지만, 선착순 입장을 위해 사람들은 티켓박스가 문을 여는 5시부터 땡볕에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소파 역할을 하는 미니풀장에 누워 영화를 보는 커플관 상영 영화는 1996년 개봉작 <비포 선라이즈 Before Sunrise>.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의 리즈 시절이 스크린에 펼쳐지자 관객들 사이로 탄성이 쏟아진다.
미니풀장 안에 누워 있는 200여 쌍의 커플들은 영화가 시작되자 풀장에 편하게 드러눕는다. 드레스코드는 파자마.
로브형 잠옷을 걸친 직장인부터, 커플잠옷을 맞춰 입고 온 연인들, 머리에 원형 롤을 말고 얼굴에는 수면안대를 착용한 채 영화를 관람하는 여고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영화제 드레스코드는 ‘누드’를 제외한 본인만의 잠자리 패션.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축제 분위기를 위해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한다고 주최 측은 당부했다.
63빌딩과 밤하늘 사이에 놓아진 튜브 재질의 대형 스크린은 100분 동안의 상영을 시작했다.
주최 측에서 나눠준 과자와 야광팔찌, 아이스크림과 생맥주 교환권을 들고 들어서니 땡볕도 사라지고, 시원한 바람이 분다.
쌀쌀해진 날씨에 미처 이불(담요)을 가지고 오지 못한 이들에게는 행사 측에서 담요를 빌려줬다.
어두워지자 밤하늘의 별, 달이 더 선명한 궤적을 그린다.
공원에 누워 밤하늘을 본 것이 대체 언제였던가. 영화가 끝나자 대형 스피커가 내장된 DJ 차량이 비트를 쏘며 관객들 사이를 누빈다.
이불영화제의 공식 드레스코드인 ‘파자마’를 입고 즐기는 파자마 파티 프로그램이 부대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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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공원에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다

‘이불 속에서 꼼지락꼼지락 뒹굴뒹굴. 무더운 여름, 시원한 한강에서 세상 편하게 즐기는 미친 영화제가 왔다.’
영화제를 소개하는 카피도 톡톡 튄다. 여의도 한강공원 멀티플라자광장에 600석의 멀티관, 민속놀이마당에 300석의 커플관이 마련됐다.
소음과 안전 문제로 공포관과 밤샘관은 취소된 상태.
<나우유씨미1>, <비긴어게인>, <꾸빼씨의 행복여행>, <건축학개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 로맨틱코미디, 가족극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상영됐다.
선베드를 연상시키는 침대형 의자에 누워 보는 멀티관 상영작은 <러덜리스 Rudderless>. 일종의 음악 영화로 지난해 개봉작이다.
잘 나가던 광고 기획자 ‘샘’은 뜻하지 않은 사고 이후 과거를 숨긴 채 요트에서 살고 있다.
어느 날 아마추어 뮤지션들이 찾는 클럽에 갔다 노래를 부르고 그에게 반한 청년 ‘쿠엔틴’이 그에게 밴드를 만들자고 제작한다.
우여곡절 끝에 만든 밴드 이름이 바로 ‘러덜리스’.
 
<스타트랙>의 히로인이었으나 최근 사망한 안톤 옐친이 쿠엔틴 역, 빌리 크루덥이 샘 역을 맡았다.
여의도 한강공원 멀티플라자광장에서 열린 한강이불영화제는 한강에서 열린 ‘한강몽땅 여름축제’의 일환으로 이불영화제 외에 달빛서커스, 한강다리밑영화제도 함께 열렸다.
이번 한강이불영화제는 지난해 한 번의 개최 이후 관객들로부터 여러 가지 피드백을 받아 보완된 상태로 진행됐다.
영화제 첫 날이었던 8월12일에는 1000여 명의 관람객이 여의도 한강공원으로 몰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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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밤의 한강에서 즐긴 영화 한 편

멀티관은 1인 1만5000원, 커플관은 2인 4만2000원으로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가격에도 사람들은 영화제를 위해 기꺼이 시간과 돈을 지불했다.
야간에 즐기는 야외 영화 상영이라니, 휴일에 ‘이불 밖은 위험해!’라며 방콕하고 있는 이들에게 혹할 만한 콘셉트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니 생텍쥐페리가 쓴 <어린왕자>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아저씨는 모든 걸 혼동하고 있어. 아저씨는 모든 게 다 뒤죽박죽이야! 그는 꽃 한 송이 향기를 맡은 적도 없고, 별 하나 바라본 적도 없고, 누구 한 사람 사랑해 본 적도 없어요. 덧셈밖에는 다른 일을 한 적이 없는 거야. 그러면서 하루 종일 아저씨 같은 말만 되풀이한다고요. “나는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야~ 나는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야!” 그러고는 으스댄다고요. 하지만 그건 사람이 아니야, 그건 버섯이야!’

우린 어쩌면 그 동안 ‘난 중요한 일을 하고 있어!’라고 생각하며 버섯처럼 고들고들 말라가버린 게 아닐까.
선베드에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자니 ‘언제 이런 여유를 즐겼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가족 단위, 친구들끼리 함께 한강영화제를 찾은 주변 관람객들도 같은 표정이다.

‘공원+야간+영화’라는 소재를 멋지게 버무린 한강이불영화제는 내년에도 열린다. 날씨가 갑작스레 선선해졌다.
하늘 한 번 보지 않았던 사람들은 너도나도 각자가 너무 오랜만에 마주한 청명한 가을하늘을 SNS에 인증하느라 핸드폰을 떨어뜨리기 일쑤다.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

[사진 :박찬은 기자
포스터이미지 : 한강이불영화제 사무국 제공
타이틀이미지 : 한강이불영화제 공식 페이스북

 

박찬은 기자자료제공 Citylife
발행일 2016.09.08기사입력 201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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