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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에 다녀왔다.
8월13, 14일 일박이일 여정으로 당시는 한반도가 마치 가열 중인 프라이팬처럼 뜨거운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끝이 보이지 않는 들녘을 바라보고 섰을 때 그곳은 더 이상 여름이 아니었다.
노란빛이 어른대기 시작하는 논과 가로수길, 그리고 해안선에서 바라보는 서해 낙조의 풍경 속에서 가을을 엿볼 수 있었다.
며칠 후, 계절은 여름에서 가을로 단박에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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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사진 김제시청


김제 여행을 위한 출발지는 KTX 호남선이 출발하는 용산역이었다.
한강대교를 지나 다음 정차역인 영등포역까지 천천히 달리던 기차는 구로역 커브를 지나자 이내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KTX가 처음 등장했을 때 느꼈던 속도감은 이제 심드렁한,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 기차가 논산를 지나자 너른 들판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여행의 목적이 ‘무르익어가는’, 또는 ‘가을을 맞이하고 있는 들녘’이니만큼 내릴 때까지 시선은 온통 창밖을 향할 수밖에 없다.
호남의 상징인 ‘평야와 곡창’은 이렇게 시작되어 남도 끝까지 이어진다. 

낮 12시20분에 출발한 산천659열차가 익산역에 도착한 시각은 정확히 오후 2시30분.
김제역 근처에 공유승용차(쏘카나 그린카 등 이른바 카셰어링)가 있었다면 새마을호나 ITX를 탔겠지만 아직 중소 도시의 공유승용차 주차장은 KTX역과 대학교가 있는 곳까지만 퍼져 있는 형편이다.
익산역 근처에서 올라탄 승용차는 김제 벽골제까지 약 30분만에 도착했다.
도대체 언제 이렇게 많은 도로가 언제 뚫렸는지 놀랄 뿐이다. 


▶김제 들녘 여행을 벽골제에서 시작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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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시의 쌀 브랜드는 ‘지평선’이다.
마트에 가면 만날 수 있는 ‘지평선쌀’이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쌀로 전국 쌀생산량의 1/40 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김제를 지나는 두 줄기 강은 만경강과 동진강이다.
이 강들은 다시 샛강으로 갈라지고 모이며 김제평야의 젖줄이 되고 있다.
김제를 상징하는 문화 키워드는 ‘벽골제’이다.
벽골제의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볏골’, 벼가 생산되는 고장 정도의 의미에 무게를 주는 느낌이다.
김제는 대홍수가 나도 침수되는 일이 거의 없다.
이 지역이 백제였던 시절, 서기 330년에 처음 벽골제라는 이름의 수리시설이 축조된 이래 김제 사람들의 물 관리 노하우는 타 지역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 되었다.
‘만경강’에서의 ‘경頃’은 농지의 단위를 상징하는 뜻이지만 농민들은 그것을 ‘만 개의 논두렁, 둑’ 정도의 뜻으로 불렀다.
그만큼 넓은 들녘이라는 뜻의 이름인 것이다.
김제평야가 ‘김제만경평야’로도 불리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 넓은 농지에 제때 물을 공급하기 위해 설치된 ‘벽골제’는 17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저수지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니, 벽골제 앞에 서서 ‘우와~’ 감탄사를 터트리며 문명과 인간의 지혜에 감탄하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김제여행의 출발은 벽골제 앞 ‘청소년생명농업센터’의 전망대에서 하는 게 진리다.
국립김제청소년농업생명체험센터는 청소년 단체, 학교 등을 대상으로 땅, 유전공학, 종자과학, 농업기계, 특화작물, 생태환경, 세계의 식탁, 농업경영 등 직업으로서의 농업을 가르치고 체험 기회를 주는 곳이다.
과학 농업을 배우고 누룽지샐러드, 치즈, 탄산수 만들기, 농기계 시뮬레이터 조작 등 흥미진진한 과정 체험을 통해 생명에 대한 개념을 높여 아이들의 꿈이 ‘농업인, 농업과학인’이 되기를 바라는 시설이다.
단체 위주이지만 가족캠프 등 개인적인 참여도 가능하다.
마당 한 가운데에 있는 ‘전망대’는 최근 김제 여행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곡창지대 김제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가장 높고 강력한 지점이기 때문이다.
전망대에 올라 360도로 펼쳐진 평야의 모습을 보니 찜통과 짜증 속에 갇혀 산 지난 몇 달의 체증이 한방에 날아나는 기분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지평선, 빛나는 들녘, 푸른 하늘을 바라보노라니 새삼 우리나라가 참 넓은 나라구나, 가슴 뭉클해지기도 한다.
아무리 기계화되었다고는 해도 농사라는 게 매일 농민의 손이 가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생각하며 이 넓은 들판을 가꿔온 농부들에 대한 존경심도 올라온다.
일말의 후회도 밀려왔다. 전망대에 오르는 시각을 낙조 타임에 맞췄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그것이다.
지평선에서 곧장 떨어지는 일몰 광경은 어떤 것일까.
벽골제를 보고 해질녘인 오후 7시쯤 다시 올라와도 됐지만 망해사에서의 낙조를 기약하고 전망대를 내려왔다.
김제청소년농업생명체험센터는 체험 예약을 한 단체만 입장할 수 있다.
개인 여행자의 경우 시설 외부를 둘러보거나 전망대에 오르는 일에 제약을 받지는 않는다. 

▷[김제청소년농업생명체험센터] 
주소 김제시 부량면 벽골제로 421 
체험문의 https://nyac.kywa.or.kr, 063-540-5654 


▶1700년만의 만남 김제 벽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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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를 내려와 길을 건너면 벽골제를 비롯, 문화 시설들이 있다.
벽골제 둑방 아래에 마을을 조성해 농경문화가 세상을 이끌던 시절의 한옥, 초가, 서당, 주막, 공원 등 시설을 조성해 놓은 곳이다.
기록을 보면 벽골제 축조를 위해 동원된 연인원이 32만명에 달한다.
4세기 중반 백제의 총인구가 70만명에 미치지 못한 것을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성인이 이 역사에 참여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그 후로 1700년이 흐른 지금까지 벽골제의 본래 기능은 여전히 저수지이다.
1700년 동안 관리되어 왔다는 말이다.
둑방길을 걸으며 오래된 시간의 흔적을 발견할 기회는 거의 없다.
낡은 수문 정도? 그때도 저수지였고 지금도 저수지로 쓰이고 있어서 그렇다.
벽골제 마을에는 전통 한옥과 공원 마당, 그리고 박물관 등이 있다.
모두 전통 농경사회의 문화를 담고 있는 그릇들이다.
이곳에선 단순한 구경은 물론 연중 지속되는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다.
또한 전통 한옥 숙박 프로그램도 있어서 하루 이틀 머물며 농경사회, 농업에 대한 깨알같은 관람과 체험을 하려는 여행자들도 많다.
가족여행자들이 특히 많이 찾는 벽골제 체험 프로그램들로는 ‘선비문화 체험’(무료), ‘짚풀공예’(3000원~5000원), ‘목공예’(5000원~1만원), ‘멧돌로 전통 두부 만들기’(4000원), 전통한옥다원에서 진행되는 ‘다도’(5000원~1만원), ‘압화’(5000원~1만원) 등이 있다.
모든 프로그램은 단체 중심으로 진행되며 꼭 예약을 해야 참여할 수 있다(
예약 정보는 아래 이용법에). 

벽골제 안에는 체험 시설 외에 벽골제농경문화박물관, 벽천미술관, 농경사주제관및체험관 등 농경 문화의 역사와 유물을 전시해 놓은 곳들도 있다.
‘벽골제농경문화박물관’은 고대 한반도 최대의 수리시설인 벽골제의 관련 유물을 전시하고 그 이야기들을 쉽게 풀어놓는 곳이다.
또한 벽골제 이후 김제의 물관리 노하우가 어떻게 진화했는지도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농경문화 전반을 보여주는 1전시실에서는 농경의 역사, 농경도구 등 당시 문화를 관람할 수 있다.
생활민속을 주제로 하는 2전시실에서는 농경을 통한 의생활, 식생활, 세시풍속, 민간신앙 등을 만날 수 있다.
3전시실에서는 벽골제의 정치, 문화, 경제적 가치를, 그리고 ‘동진관’으로 명명된 4전시실에서는 치수와 관련된 한국의 수리 도구, 역사, 사건 들을 접할 수 있다.
20세기 때만 해도 뉴스에 자주 등장했으나 요새는 보기 어려워진 농업 현장 이야기도 이곳에서 관람할 수 있다.
한때 모내기, 추수철만 되면 신문 화보 페이지에 현장 모습이 단골 메뉴로 등장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제는 ‘농자천하지대본야’를 박물관에서나 만나게 되다니, 불끈 일어나는 이 야릇한 섭섭함을 어찌해야 하나. 


▶김제 지평선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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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여행을 계획한다면 이왕이면 지평선축제 일정에 맞추는 것은 어떨까?
9월29일(목)부터 10월3일(월)까지 열리는 김제 지평선축제에서는 우리 농경 문화의 진수가 펼쳐진다.
벽골제 전설 쌍룡놀이, 풍년기원 입석줄다리기, 농악 공연, 막걸리 페스티벌 등을 구경꾼이 아닌 참여 여행자로 즐길 수 있는 기회다.
2016년 ‘콩의 해’를 맞아 ‘콩 종자’, ‘두부의 종류’ 등을 전시하고 싱싱한 두부 판매도 할 예정이다.
외국인 참여도 증가할 것이라는 게 주최 측의 바람이자 예상이다.
외국인들의 ‘횃불 퍼레이드’, ‘아궁이 쌀밥짓기’, ‘줄다리기’, ‘벼 베기’ 장면은 축제의 즐거움을 더 해주는 좋은 구경거리가 될 것이다. 벽골제를 중심으로 만나볼 수 있다. 


김제를 더 좋아하게 될 주요 여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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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 먹거리 

김제 토박이에게 물었다. ‘김제에서 유명한 맛집들은 어디’냐고.
즉각 거침없는 대답이 나왔다.
김제 시내에 ‘대흥각’(김제시 서낭당길 112-7)이라는 백 년 된 중국음식점이 있다.
이집의 짬뽕을 먹겠다며 전국에서 찾아온다고 한다.
김제에만 있는 소고기도 추천받았다. ‘총체보리한우’라는 브랜드로, 이 한우는 보리의 어린 이삭을 먹고 자랐는데, 일반 한우에 비해 향기가 독특하다.
청보리한우명품관(중앙로 100), 총체보리한우유통센터(백산면 옥석길 2-13) 등의 정육식당에서 맛볼 수 있다.
꼭 총체보리한우가 아니더라도 김제는 일반 한우 육회가 맛있기로도 유명하다.
동김제로컬푸드(금구면 애통길 130-1)의 콩쥐사랑, 벽골제입구 한우명품관(벽골제로 442) 등에서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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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해사 낙조 

김해시 서쪽 끝 진봉산 바다 쪽에 위치한 망해사는 어감이 좀 이상하지만 한자로 풀어보면 말 그대로 ‘바다가 보이는 절’이라는 뜻의 사찰이다.
신라 문무왕 때 부설 스님이 창건했으나 땅이 무너지는 바람에 바다에 잠겼고 지금의 건물들은 조선 선조 때 진묵 스님이 지은 것으로 1977년에 고쳐 오늘에 이른다고 전해진다.
낙서전, 극락전 등 가람의 규모가 몇 개 되지 않는 단촐한 곳이지만 낙조 장면이 워낙 영험해 많은 여행자들이 카메라를 들고 찾아가는 출사 명소다.
이영근 여행작가자료제공 Citylife
발행일 2016.09.08기사입력 2016.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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