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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충무로의 최강자였던 강우석 감독.
그는 관객의 코드를 읽어내는데 능숙했고 그의 작품들은 흥행의 보증수표였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지금은 이준익 감독과 함께 ‘노장 감독’이라는 타이틀이 붙지만 그의 영화에는 여전히 기대감이 앞선다.
그가 김정호라는 ‘지도 덕후’를 그려냈다. 위대한 인물의 역사적 산물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오히려 ‘그는 왜 지도를 만들었나’라는 조금 어려운 길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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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의 시대 조선,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은 부와 귀를 기록으로 가늠했다. 얼굴도 모르는 시조부터 사돈의 팔촌까지 모두 한 권에 담아 족보를 만들었다.
위로는 왕가의 실록부터, 사대부의 일지와 양민의 몇 자 휘휘 적은 글까지, 가히 조선은 기록의 시대였다.
그런데 기록이 없는 인물이 있다. 고산자 김정호.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우기는, 그는 오로지 발품만으로 조선 산하를 수십 번을 돌아다니며 최초로 실측에 가까운 지도를 만든 역대급 인물이다.
그런데 그에 대한 사료는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그래서 ‘그가 양반이 아닌 중인이었을 것이다’, ‘그의 삶과 가족은 어떠했을까’라는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그것은 ‘김정호=대동여지도’라는 등식 이외에 남겨진 여백을 ‘팩트와 팩션’을 버무려 채울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고 그 결과가 바로 이 영화이다. 

조선의 진짜 지도를 만들기 위해 두 발로 전국 팔도를 누빈 김정호(차승원).
하나뿐인 딸 순실(남지현)이 어느새 열여섯이 되었는지조차 잊은 채, 지도에 미친 사람이라는 손가락질에도 아랑곳 않고 오로지 지도에 몰두한다.
그에게 지도는 아버지의 생사를 가른 중요한 기억이다. 김정호의 아버지는 잘못된 지도에 길을 헤매다 결국 목숨을 잃었다.
아버지의 시신 앞에서 눈물을 쏟았던 어린 소년은 지금 조선의 모든 산하를 기록하고 남기려 한다.
나라가 독점한 지도를 백성들과 나누고자 하는 일념 하나로 조각장이 바우(김인권)와 함께 대동여지도의 완성과 목판 제작에 혼신을 다하는 김정호.
하지만 흥선대원군(유준상)은 권력 장악을 위해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를 손에 넣으려 한다. 

김정호가 오로지 발품만으로 대동여지도를 만들었다는 사실은 당시 조선의 무능과 연결된 일제의 식민사관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이런 논점은 중요치 않다. ‘김정호의 발을 움직이고, 그 발을 움직이게 한 신념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정호는 백성에게 길을 알려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어디 난리라도 나면 피난이라도 가지요”라는 그의 말은 지도가 담고자 하는 길의 여러 의미를 생각게 한다.
흥선대원군이 묻는다. “그 지도를 양인이나 왜놈에게 넘겨주면 어떡하려 하느냐?” 김정호가 대답한다.
“우리 백성을 믿지 않으면 그럼 누굴 믿나요?” 그렇다.
그에게 지도는 살아가야 할 목표였고 그가 그린 지도는 백성들이 좀 더 편하게 살 수 있는, 그래서 그의 아버지처럼 억울함 죽음을 피할 수 있는 ‘사는 길’이었다.
영화는 줄기차게 이 주제를 향해 달려간다. 

시작과 동시에 화면에 펼쳐지는 제주에서 백두까지 우리나라의 산하는 정말 아름답다.
강우석 감독의 말처럼 CG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오로지 10만km를 넘나드는 강행군의 산물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그 산하를 차승원이 걸었다. 차승원은 일생을 건 신념과 그런 신념에 찬 인물들이 종종 보여주는 허점의 지점을 정확하게 계산해 연기했다.
모델 출신이라는 그의 이력과 외모의 출발점은 굉장히 현대적이지만 ‘차줌마’를 거치면서, 그리고 자연스럽게 4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차승원은 감성적으로 더 풍부해졌다.
그가 이제 어떤 역할을 한다 해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고 할까. 영화는 전형적이다. 
 
이야기의 흐름은 감정의 폭발을 향해 달리고 예상 가능한 지점에서 폭발한다.
생뚱맞게 등장하는 농담은 ‘강우석표 유머’라고 받아들이기에는 아쉽다.
영화는 사람들에게 ‘당신은 어떤 길을 지금 가고 있는가’라고 묻는다. 대답은 각자의 몫이다. 

[글 블랙뤼미에르(필름스토커)
사진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 CJ엔터테인먼트] 

 

블랙뤼미에르자료제공 Citylife
발행일 2016.09.21기사입력 201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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