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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트렌드가 ‘혼밥’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묘한 이야기다.
혼밥은 혼자 밥먹는 일을 뜻하는 신조어가 아니던가.
우리가 이 행위에 이름 붙이기 한참 전부터 사람들은 혼자 밥을 먹어왔다.
그런데 이제와 새삼스럽게 ‘혼밥족’이니, ‘혼술’이니 하는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뭘까.
그만큼 홀로 먹고, 홀로 마시며, 홀로 즐기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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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의 시대가 왔음을 실감하기 위해 잠시 숫자들을 살펴보자.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한국 1인 가구의 수는 약 520만 명이다. 전체 가구의 약 27.2%를 차지하는 어마어마한 숫자다.
오는 2020년에는 1인 가구의 비율이 30%까지 치솟을 전망이라고 한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소비행태를 일컫어 ‘솔로 이코노미’라 부른다. 이 정도 규모를 갖췄으니 모든 문화와 소비가 1인 가구를 중심으로 재편성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1인용 가구와 가전의 매출이 상승하고, 1인 가구를 겨냥한 소포장 식품의 매출도 늘어나고 있다. 바야흐로 ‘모두가 혼자’인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까. 나와 내가 마주앉는 혼자의 시대를. 

<혼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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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맛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혼자먹는 밥은 외로움과 궁상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촌스러운 발상이다. 유행처럼 번진 혼밥 열풍이 일상의 자연스러운 풍경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우스개소리 삼아 ‘혼밥 레벨 테스트’라는 것이 떠돌 정도다. 내용인즉슨,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혼자 식사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난이도 별 미션을 주는 것이다.
쉬운 순서대로 편의점에서 밥 먹기, 학생식당에서 밥 먹기, 패스트푸드점에서 밥 먹기, 분식집에서 밥 먹기 등이다. 식사 메뉴에 따른 차이라기보다는 혼자 온 손님이 자리를 차지하고 밥을 먹어도 덜 눈치가 보이는 식당 순서라고 보는 게 맞겠다.
혼밥 테스트의 난이도는 패밀리 레스토랑과 고깃집에서 절정을 찍는다.
고깃집의 경우 2인분 이상 주문해야 식사 가능한 경우가 많고, 왁자지껄하게 여러 사람이 모여 친목을 다지는 장소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 고깃집은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대부분의 식당은 혼자 찾아 식사하기에 큰 무리가 없다.
특히 회사 밀집 지역에서 점심 장사를 주로 하는 식당의 경우, 혼자 온 직장인들이 일렬로 앉을 수 있는 좌석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선 모르는 사람과 합석을 하거나 마주볼 필요 없이 편안하게 혼밥을 즐길 수 있는 분위기다. 

우리보다 일찍 1인 가구 시대를 맞이한 옆나라 일본의 경우에는 혼밥 문화가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관광지가 아닌 곳에서도 작은 식당에 들어가보면 주방을 마주보고 일렬로 길게 늘어선 테이블이 대부분이다. 혼자 오는 손님이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 독서실처럼 칸막이가 쳐진 1인 식당이 따로 있을 정도다. 식당 곳곳에 앉은 혼밥족들은 아무 말 없이 신문을 보거나 음악을 들으며 혼자 식사를 한다.
5년 전만 해도 일본의 ‘혼밥 행렬’이 생소하게 느껴졌다. 왜 직장 동료나 친구와 함께 밥을 먹지 않고 혼자 오는 손님이 대부분인지 의문이 들었다. 

일본과 한국은 문화가 다르다.
무엇이든 함께 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우리나라 사람들에 비해 일본인들은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다.
서로 선호하는 메뉴나 식사 패턴이 다른데 굳이 함께 밥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에 반해 우리는 함께 하는 것에 의미를 둔다.
본인이 썩 배고프지 않더라도 직장 동료가 혼자 밥을 먹어야 한다고 하면 배려하는 차원에서 같이 식사하는 게 한국의 문화다.
그런데 혼밥 문화가 횡행하며 직장에서의 점심시간 풍경도 바뀌고 있다. 다들 이미 혼자 먹는 것에 익숙해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예를 들어보자. 직장생활을 할 때 식단 관리 차원에서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다.
동료들은 식사하러 나가며 걱정스런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혼자 밥 먹어도 괜찮겠냐는 의미였다. 나는 텅빈 사무실에서 조용히 도시락을 먹었다.
쓸쓸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반대였다. 혼자 먹는 점심은 느긋한 휴식시간으로 다가왔다.
사무실이 종로 인근이라 12시 즈음이 되면 그 인근의 식당은 허기진 직장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1시간의 점심시간은 밥만 먹고 복귀하기에도 빠듯했다.
그런데 혼자 도시락을 먹고 나니 여유가 넘쳤다. 남는 시간에 낮잠을 자거나 청계천 산책을 했다. 여러 사람의 입맛을 맞추느라 싫어하는 메뉴를 억지로 먹어야 하는 일도 없었다.
잠시라도 업무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쉴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물론 곤란할 때도 있었다. 사장님이 점심 시간에 다 같이 밥이라도 먹자고 하면 혼자 도시락을 싸온 내 존재는 눈엣가시 같았다.
단체 행동에서 비껴나간다는 이유로 눈치를 받았다. 그럴 때면 혼밥의 자유를 박탈 당하고 전 직원이 모이는 식사자리에 참석해야했다. 그 자리는 실로 불편했다.
점심시간부터 술을 마시거나, 불편한 화제가 등장하기 일쑤였다. 혼자 밥을 먹을 땐 경험하지 않아도 되는 거북함이었다. 

나만 이런 일을 겪은 건 아니다. 실제로 직장인들 사이에서 점심시간 혼밥족이 늘어나고 있으니까.
직장 상사가 일 년 내내 돼지국밥만 먹자고 하는 통에, 점심시간마다 약속이 있다고 핑계를 대고 홀로 식당을 찾는다는 에피소드를 들은 적이 있다.
현대인의 혼밥에는 ‘외로움’이 아니라 ‘자유’가 깔려있다. 사회생활에서 관계에 치이고 지친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혼자가 되길 자처한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밥이라도 편하게 먹자는 의미에서다. 

혹자는 이런 혼밥 열풍을 염려의 눈으로 바라본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공감과 소통을 통해 살아가는데, 사람들이 스스로 고립되고 사회성을 잃어가는 과정이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일부 맞는 지적이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혼자 있는 시간’에는 힘이 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벗어나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다시금 사회로 돌아갈 수 있는 힘을 준다.
누군가에게 나를 맞출 필요 없이 오로지 내 취향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혼밥은 처량맞지 않다.
햇반에 참치캔을 뜯는 처량맞은 모습을 상상하지 말자는 이야기다. 

나는 주변에서 ‘혼밥의 달인’을 여럿 목격했다. 잡지사에 다니는 K씨는 맛집에 통달한 타입이다.
먹는 것에 돈을 아끼지 말자는 주의인 그는 허름한 국밥집부터 프렌치 레스토랑의 코스 요리까지 혼자 즐긴다.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평소엔 혼자가 더 편하다고 한다.
누군가와 함께 식사할 경우엔 식사 메뉴나 가격대를 어느 정도 합의해야 하는데, 본인이 가고 싶은 레스토랑이 부담스러운 가격일 땐 상대에게 권유하기 꺼려지는 탓이다.
게다가 상대와 약속 시간을 맞추다보면 원하는 맛집에 예약을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식사를 천천히 하는 편이라 다른 사람 눈치를 보지 않는 혼밥을 선호하기도 하고 말이다. 요즘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혼자 식사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라는 말을 덧붙였다.
K씨는 서울 시내의 온갖 맛집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어 SNS에 공개한다.
굳이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지 않아도, 이런 식으로 맛집을 소개하며 소통하는 일이 훨씬 즐겁다면서.
K씨의 경우를 봤을 때 혼밥은 어쩔 수 없이 혼자 먹는 밥이 아니라 취미에 가깝다. 

이번엔 자취 13년차인 D씨의 경우를 보자. 취직해 서울에 혼자 살기 시작한 뒤로 D씨의 식습관은 롤러코스터 같은 변곡선을 탔다.
처음 몇 년은 라면과 햇반으로 연명했다. 잦은 회식과 외식으로 집에서 밥을 먹을 일도 많지 않았다.
그러다 몇 년 전부터 요리에 눈을 떴다. 그 뒤로 D씨의 저녁 일과는 ‘먹는 재미’로 가득 찼다. 하루는 고기를 비린내 나지 않게 잘 삶아 수육으로 먹고, 또 하루는 마파두부를 볶아 밥에 얹어 먹는다.
중화풍 요리부터 칼칼한 찌개까지 본인이 좋아하는 요리는 대부분 뚝딱 해낼 수 있다고 한다. 퇴근 후 마트에 들러 식재료를 고르는 순간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고.
자취 생활 초반에는 식재료를 사면 못 먹고 버리는 게 대부분이라 요리를 포기했지만, 요즘은 1인 가구에 맞게 작게 포장된 식료품이 많다고 한다.
간단한 조리 과정을 거치면 요리가 완성되는 1인분 반조리 식품이나 특정 요리를 만들 수 있는 레시피와 식재료를 판매하는 ‘레시피 딜리버리’ 서비스도 인기다.
남는 식재료가 없어 깔끔하고 편리하다. 덕분에 요리에 서툰 사람도 좋아하는 메뉴를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다. 

K씨와 D씨의 이야기로 이 시대의 혼밥이 어떤 의미인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혼자 먹어도, 다 같이 먹어도 맛있는 건 똑같이 맛있다. 함께 먹을 사람이 없다고 해서 미각이 주는 즐거움을 포기할 이유는 없다.’
그렇다. 밥맛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혼밥은 일시적인 트렌드가 아니다.
사회문화적인 현상이며, 앞으로도 홀로 밥먹는 사람은 점점 늘어날 것이다.
의도치 않게 외로운 혼밥족이 되었든, 스스로 원해서 혼밥족이 되었든 홀로 차린 밥상도 밥상이다. 모두가 맛있고 즐거운 식사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혼밥을 위한 꿀팁 

-1. 고기도 혼자 먹을 수 있다 

최근엔 1인 화로구이집이 늘어나고 있다. 일반 고깃집보다 단가가 높긴 하지만, 개인용 화로에 1인분만 주문해 먹을 수 있다. 홍대 ‘뱃장’이나 이태원의 ‘우시야’ 같은 곳을 추천한다. 

-2. 편의점 혼밥도 고급스럽다 

혼자 먹는 밥은 간편식의 비중이 높다. 요즘 편의점은 혼밥족을 위한 고급 도시락이 많다. GS25는 호텔 셰프들이 제품 개발에 참여한 ‘셰프의 도시락’을 출시했다. 스페인 빠에야나 프랑스 코코뱅 등 이국적인 요리를 맛볼 수 있다. 

-3. ‘배달 음식’이 아니라 ‘배달 레시피’ 

1인 가구를 위한 레시피 딜리버리 서비스도 추천한다. 집에서 그럴싸한 요리를 하고 싶은데 식재료 쇼핑이 번거롭고 부담스럽다면, 한끼 먹을 양만 파는 레시피 딜리버리 서비스를 이용해보자. 밀푀유 나베나 스테이크, 파스타 같은 요리를 쉽게 해먹을 수 있다. 


<혼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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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술친구는 나예요 

혼밥에 대한 이해가 끝났다면, 다음으로 심화 단계 ‘혼술’에 대해 이야기할 차례다.
혼밥과 혼술은 간혹 결을 같이 하지만, 근본적으로 다르다. 끼니는 한국인의 습관을 기준으로 하면 하루 세 번 챙겨먹어야 하는 필수적인 것이다. 혼자이든 혼자가 아니든 밥을 거를 수는 없다.
하지만 술은 다르다. 꼭 마셔야 할 이유도 없고, 모두가 마시는 것도 아니다. 혼밥이 필수라면, 혼술은 선택의 영역에 있다.
게다가 한국사회에서 ‘술자리’가 갖는 의미를 생각한다면, 혼술은 그야말로 돌연변이 같은 문화다.
대학생활을 시작하면 새내기들은 술부터 배우게 된다.
 
 
회사에 입사해도 술을 마시고, 거래처를 접대할 때도 술을 마시며, 누군가 죽거나 결혼을 했을 때도 술을 마신다.
이처럼 우리는 모든 관계를 시작할 때 술을 마시곤 한다. 마치 사람들과 사람들 사이에 소주잔으로 징검다리를 세우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타인과의 관계라는 목적이 쏙 빠진 상태에서 혼자 술을 마신다니 이상하지 않은가. 

이런 아이러니에도 불구하고 혼술족과 혼술 문화는 날이 다르게 부흥하고 있다.
나 역시 혼술을 즐긴다. 그 누구의 간섭도 없이 혼자 술을 마시는 시간은 혼자 즐길 수 있는 가장 진한 유흥이다.
얼마 전엔 <혼술남녀>라는 드라마가 방영을 시작했다. 제목 그대로 남녀주인공들이 각자의 이유로 혼술을 즐기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등장인물들은 이 치열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일과가 끝나고 밤이 되면 혼자 술을 마신다. 맥주 캔을 따서 시원하게 들이키는 장면이 나오면 시청자들도 침을 꼴깍 삼키게 된다.
여자 주인공은 혼술을 마시는 이유를 이렇게 밝힌다. “힘든 날 진심으로 위로해줄 사람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씁쓸한 이야기지만 드라마 속 눈물 어린 혼술 에피소드는 현실과 다르지 않다.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이유로 바쁘고, 각자의 이유로 지쳐있다.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할 땐 일주일이 술자리의 연속이었다. 대부분 내 주량보다 더 많이 마셔야 했고, 술맛도 못 느끼고 분위기를 맞추느라 떠밀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간혹 친구들과 만나 술잔을 기울이면, 좌절된 꿈과 불합리한 사회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았다. 우리는 모두 지쳐 있었고 각자의 사정을 늘어놓기 바빴다. 서로를 아꼈지만, 서로를 보듬어주기엔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혼술은 다르다. 고된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샤워 후에 마시는 맥주는 누구의 위로도 필요없는 보상 같은 것이다.
나는 애써 오늘 하루가 힘들었다고 불평을 늘어놓을 필요도 없고, 누군가의 말에 억지로 장단을 맞출 필요도 없다.
하경화 리뷰사이트 에디터자료제공 Citylife
발행일 2016.09.28기사입력 201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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