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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차도나 인도 할 것 없이 ‘바퀴를 신은’ 출퇴근족을 심심찮게 접한다.
외발이나 양발(투휠)로 움직이는 전동휠, 손잡이 달린 전동 킥보드 등 종류도 다양하다.
 
나인봇 공식 수입업체인 아이휠에 따르면 퍼스널 모빌리티 제품의 지난해 판매량은 전년 대비 3.6배 이상 늘었다. 구매층 대부분(60%)이 30~40대 어른이란다. 10~20대 구매자도 30%나 된다. 

올해 서른 살 기자도 도전해봤다. 전동휠은 처음 접하는 순간부터 난관이었다.
빠른 외발을 탈지, 안정적인 투휠을 탈지 ‘결정 장애’를 겪었다. 속도보단 안전이다 싶어 투휠 제품인 ‘나인봇미니프로(이하 ‘나인봇’)’를 골랐다.
여름휴가 일주일 동안은 연습 겸 레저용으로, 나머지 2주는 출퇴근(충무로~약수, 약 2.5㎞)용, 외부 취재용으로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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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전동휠과 스마트폰을 연동시키면 주행 속도와 거리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전동휠을 타고 서울 해방촌과 남산도서관을 방문한 날, 가파른 길을 힘들이지 않고 오르내릴 수 있어서 편리했다. <사진 : 윤관식 기자>


굴러가는 두 발, 전동휠 

▶차도주행 원칙이지만…현실은 인도주행 

나인봇은 바퀴가 두 개 달린 발판 위에 몸을 실은 뒤 가운데 있는 무릎바(bar)를 이용해 방향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움직인다.
왼발을 먼저 살짝 올릴 때 다소 기우뚱했지만 계단 오르듯 가볍게 올라서면 이내 중심을 잡을 수 있다.
자이로스코프 센서가 마치 평지에 서 있는 듯 안정감 있게 균형을 잡아줘 기특하다. 5분 정도 타니 몸에 익는다. 신기함에 “풋!” 실소가 터져 나왔다. 두 다리 대신 두 바퀴로 다니며 8월을 보냈다. 

조작법은 간단하다.
몸을 바르게 펴고 서면 투휠도 정지 상태가 된다. 상체를 앞으로 살짝 기울이면 저절로 굴러간다. 그 상태로 가만히 있으면 가속이 붙어 빨라진다.
나인봇은 최고 18.5㎞/h 속도로 달린다. 맞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달리니 체감 속도는 훨씬 빠르게 느껴진다. ‘삐삑’. 제한 속도를 넘어서니 나인봇이 경고음을 울린다.
그러면서 앞으로 기울어져 있던 투휠 발판이 살짝 들리며 스스로 속도를 줄인다.
안전을 챙겨주는 가상비서를 둔 것 같아 흡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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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건대 잠시 우쭐했다. 10분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사용법을 터득했다는 게 자랑스러웠다.
집 앞 공원에 나가 가족들이 번갈아가며 전동휠을 타봤다. 올해 환갑을 맞은 아버지도 투휠에 올라선지 5분 만에 공원과 단지 앞 도로를 능숙히 누비기 시작했다.
잠시 자랑스러워했던 감정이 부끄러움으로 변했다. 그만큼 투휠은 누구나 쉽게 탈 수 있을 정도로 어렵지 않다. 

다음은 출퇴근 도전. 여기서 다시 고백타임. 투휠을 자전거도로나 인도에서만 탔다.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쌩쌩 달리는 차도 위에서 20㎞/h 속력도 못 내는 전동휠을 타려니 덜컥 겁이 났기 때문이다.
도로교통법상 전동휠 운전자는 제2종 운전면허가 있는 만 16세 이상이어야 하고 차도로 다녀야 하며 헬멧도 꼭 써야 한다.
너무 위험하고 비현실적인 규제라는 논란이 있지만 아직은 법이 개정되지 않은 만큼 차도로 다니는 게 맞다.
그런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인도나 자전거도로에서 전동휠을 타고 다닌 3주 내내 제지하는 경찰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인도를 질주하는 전동휠 운전자가 숱하게 많았지만 그들 역시 딱히 제재를 받은 적 없어 보였다. 퍼스널 모빌리티란 기술이 대중화되는 과도기의 일면으로 보인다. 

투휠 출근 첫날, 혹시 몰라 새벽 6시에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자동차가 없어 조금 안심 됐으나 그뿐. 자전거도로나 보도블록으로 이뤄진 인도로 이동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주행 중간에 깊은 요철이나 둔덕이라도 만나면 ‘덜컹’ 하며 넘어질 뻔하기 일쑤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나 사람이 많은 도로에선 전동휠에서 내려 끌고서 길을 건넜다.
전원이 켜져 있는 동안엔 손잡이를 살짝만 당겨도 전동휠이 따라온다. 말 잘 듣는 애완견을 데리고 산보하는 기분 같달까. 길목에 사람이 많아 내렸다 탔다를 반복하느라 번거롭긴 했다.
 
그렇게 진땀 빼며 회사까지 가는 데 걸린 시간은 40분. 평소 걸어서 출퇴근하는 시간과 다를 바 없다. 어느 결에 적응됐는지 퇴근길은 훨씬 수월했다. 출발 20분 만에 집에 도착. 걷는 것보다 절반이나 빨라졌다. 무엇보다 언덕길 두 곳을 무릎 하나 까딱 않고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레저·출퇴근·배달…용도 다양 

▶조작 쉽고 경제적…아찔한 순간도 

투휠은 서울 해방촌 상권을 취재하던 날 빛을 발했다.
퇴계로에서 남산을 끼고 해방촌오거리까지 가는 길 3.5㎞는 경사가 가파른 곳이 많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 9월 초.
걸어 올랐으면 땀 꽤나 흘렸을 텐데 뽀송뽀송하게 해방촌에 도착했다.
경사가 제법 있는 골목 일대도 자유롭게 누빌 수 있으니 다니기가 한결 수월하다. 평소 근거리 외근이나 배달 업무가 많은 사람에게 유용할 것 같다.
이날 이동한 거리는 총 15㎞. 가파른 경사 위주로 다녀 배터리 소모가 많았는데도 배터리 잔량이 두 칸이나 남아 있었다. 

배터리는 퍼스널 모빌리티 대중화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 중 하나다.
문득 떠오른 걱정. ‘주행 중 배터리가 다 닳으면 그대로 넘어지는 것 아닐까.’ 하루 날 잡고 배터리가 다 닳을 때까지 타보기로 했다. 

나인봇은 정속 주행 시 최대 약 30㎞를 이동할 수 있다.
이날은 아침 출근길(2.5㎞)과 취재차 왕복한 거리(5.1㎞)를 합쳐 7.6㎞를 이동한 참이었다.
퇴근길에 서울 필동에서 10㎞ 떨어진 중곡동에 사는 지인을 방문했다.
 
15㎞/h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40분이면 도착해야 할 거리인데 이게 웬걸. 꼬박 1시간20분이나 걸렸다. 붐비는 곳마다 수시로 속도를 줄이거나 안전한 경로로 바꿔 이동했기 때문이다. 지인 집까지의 거리(10㎞)에, 지인과 함께 탄 거리 4.4㎞를 더해 총 22㎞를 주행하고 나니 배터리가 다 떨어졌다.
 
배터리가 얼마 안 남으면 전압이 떨어져 최고 속도가 점차 낮아진다.
잔여 주행거리가 1㎞ 남은 시점부터는 약간의 속력만 내도 전동휠이 ‘삑삑’ 소리를 내고 속도를 줄였다. 조금 있으면 아주 정지할 테니 그만 전동휠에서 내리라는 경고음이다.
즉 고속으로 주행하다 배터리가 떨어져 갑자기 넘어질 위험은 없을 듯하다.
 
그런데 이런. 방전된 전동휠은 끌고 다니기가 수훨하지 않다. 12.8㎏짜리 전동휠을 들고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리다가 함께 방전될 뻔했다. 

전동휠 사용자가 꽤 늘었음에도 아직 대중화는 안됐나 보다.
신기하게 쳐다보는 사람들 시선에서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전기자전거를 탈 때보다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특히 언덕을 유유히 오를 땐 어르신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먼저 말을 걸어 오셨다.
“나도 ‘그것’을 탈 수만 있으면 무릎은 안 아프겠다”고. 안전만 담보된다면 전동휠은 임산부나 어르신 같은 ‘교통 약자’에게 획기적인 보행 수단이 될 듯하다. 

3주간 전동휠을 타고 다녀본 총평. 

일단 전기자전거만큼이나 경제적이다. 나인봇은 방전 상태에서 완충(완전충전)하는 데 2~3시간, 전기요금은 100원 정도 소요된다. 덕분에 출퇴근·취재 다니는 데 들었을 교통비를 대폭 절감했다. 가격도 많이 저렴해졌다.
2001년 미국에서 ‘세그웨이’가 처음 나왔을 때 1000만원 안팎이었지만 지금은 20만~30만원대 보급형도 나왔다. 

둘째, 배우기 쉽고 구입하기에 부담 없다. 전동휠은 종류에 따라 조작 방법을 익히는 데 필요한 시간과 성능에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쉽게 배우고 탈 수 있다. 동력이 전기여서 배기가스가 발생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란 점도 좋다. 

셋째, 레저용뿐 아니라 출퇴근이나 등·하굣길에도 얼마든지 전동휠을 이용할 수 있다. 특
히 걷기도, 차를 타기도 애매한 지하철 1~2정거장 정도 거리일 때 유용하다.
대중교통 대신이라면 기다리는 시간과 교통비를, 자가용 대신이라면 가장 골머리를 썩이는 주차비를 절약할 수 있을 듯하다.
“크기가 작아 휴대가 간편하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까지 환승 거리를 전동휠을 타고 이동하는 사람도 많아지는 추세다.” 한창희 아이휠 마케팅팀 과장의 설명이다. 

전동휠을 타면서 아찔했던 순간도 있었다. 하루는 경사가 가파른 내리막길에서 여느 때와 같이 전동휠에서 내린 후 손잡이를 끌며 걷고 있었다.
그러다 아차 하는 순간 손잡이를 놓쳤다. 전원이 켜져 있고 바퀴가 달린 탓에 전동휠은 가속이 붙은 채로 매우 빠르게 내리막길을 굴러 내려갔다.
지나가던 행인 두 사람이 치일 뻔했는데 가까스로 비켜 갔다. 거듭 사과해야 했다. 피했으니 망정이지 만에 하나 충돌했다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적잖이 놀라 그날 오후엔 전동휠을 타지 않았다. 보험이나 자격증 같은 안전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윤관식 기자] 

 

정다운 기자자료제공 매경이코노미
발행일 2016.10.04기사입력 201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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