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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칼럼에서 3D의 원리에 대해 설명을 했다. 총알이 자신에게 날아오는 것 같은 느낌을 만드는 건 결국 우리 눈의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눈의 초점은 스크린에 고정시키지만 물체를 밀고 당기고 하는 식으로 입체감을 준다.

우리가 3D 영화를 오래 보면 눈이 피곤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나 물체가 가까이 올수록, 즉, 눈의 초점을 당길수록 눈은 피곤하다.

간혹 3D TV 전시관에 가서 홍보 영상을 보신 분들은 눈치 채셨겠지만 오랫동안 보기 힘들게 제작됐다. 그건 3D 효과를 극대화시켰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3D 영화는 그렇게 과하게 제작하지 않는다. 2시간 동안 줄곧 창이 날아들고 물건이 튀어나오고 하는 영상을 보면 얼마나 긴장되겠는가? 

어쨌든 이제 이런 3D 영상을 구현하는 방법을 놓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자신의 방식이 우월하다고 대단한 혈투를 벌이고 있다. 마치 1980년대 비디오테이프 시장에서 VHS방식과 베타방식의 대결 같은 양상이다.

이 두 회사의 3D 영상기술은 기본적으로 안경에서 차이가 난다. 삼성은 안경이 복잡하고 LG는 안경이 단순하다. 아직까지 안경 없이 3D를 보는 방식은 보편화되지 않았다.

먼저 삼성의 방식부터 보자. 셔터안경식이다. 말 그대로 안경에 셔터가 있다. 지금까지 설명한 3D의 원리를 이해한다면 의외로 간단하다.

즉, 우리가 TV를 보는데 왼쪽 눈만 보게 했다가 다시 오른쪽 눈만 보게 하는 것이다. 간단히 실험을 해보면 알 수 있다. 시선을 어느 한 물체에 고정시키고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을 번갈아 감으면 물체의 위치와 거리가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원리와 같다. 즉, 안경을 끼고 있으면 자동적으로 왼쪽만 보이다가 다음엔 오른쪽으로 보이게 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걸 잘 못 느낀다. 왜냐하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깜빡거리기 때문이다. 240분의 1초마다 바뀐다. 즉, 240분의 1초마다 왼쪽 눈 안경이 먹통이 됐다가 다음에는 한번 쉬고 그 다음에는 오른쪽 안경이 먹통이 된다. TV는 그대로인데 얼굴에 쓰고 있는 안경이 변한다. 안경에 순간적으로 검게 변하는 특수 소재를 입히고 전기 장치를 넣어 순간적으로 전원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게 한다. 그래서 안경이 좀 비싸다. 10만원 정도.

LG전자는 편광방식이다. 이것 역시 안경을 쓰고 보기는 하나 안경에 깜빡거리는 기능이 없다. 선글래스 비슷하다. 그 대신 TV 자체에 기술을 걸었다.

이걸 이해하려면 TV에 대해 먼저 설명해야 하는데 흔히 우리가 풀(full) HD TV라고 하면 가로 세로 각각 1920×1080 픽셀(pixel)로 이뤄졌다. 픽셀이 뭐냐 하면 이것 역시 설명이 좀 복잡하다. 카메라를 잘 아시는 분들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일종의 점인데 디지털 이미지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라고 보면 된다. 즉 TV가 1920×1080 픽셀이라고 하면 가로는 1920개의 점이 있고 세로는 1080개의 점이 있다.

즉 TV를 위에서 아래로 보자면 1080개의 가로줄(각각의 가로줄은 1920개의 점으로 구성)이 있는 것인데 이 줄을 한줄 한줄씩 방향을 트는 원리다. 빛에는 진동 방향이 있다. 그런데 빛이 특정한 방향성을 가진 물질을 만나면 그 방향이 바뀐다. 그 물질이 편광판이다. 그리고 진동 방향이 바뀐 빛은 다른 방향성의 편광판을 만나면 통과하지 못한다. 이게 편광 원리다.

그래서 편광식이라 하면 3D TV 내부에 두 방향의 편광판을 넣는다. 1080개의 줄 중 첫 번째는 왼쪽 방향, 두 번째 줄은 오른쪽 방향, 다시 세 번째 줄은 왼쪽 방향, 이런 식이다. 그리고 안경은 왼쪽, 오른쪽이 깜빡거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좌우 각각 다른 방향의 편광판으로 만든다. 이러면 TV에서 편광판을 통과한 영상은 같은 방향의 편광판 안경알만 통과한다. 그러면 어떤 효과가 날까? 오른쪽 눈이 보는 것과 왼쪽 눈이 보는 게 달라지게 된다. 그래서 입체감이 생긴다.

LG는 안경은 싼데 TV가 비싸다. 편광판을 장착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당 100만원 정도 비싼데 LG는 저렴한 편광필름을 개발하면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자 결론. 어디가 나을까?

삼성에서는 편광식은 화질이 나쁘다고 주장한다. 자세히 보면 줄이 가는 것 같은 걸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반면 LG는 삼성TV는 240분의 1초마다 깜빡거리기 때문에 어지럽다고 한다. 물론 안경도 불편하고.

직접 체험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