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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그거 금융기관 좋으라고 하는 거 아닌가요.”

최근 기획취재차 만났던 한 중견기업의 경리 담당자는 볼멘소리부터 했다. 도입 취지도 좋고 정부의 설명도 근사한데 왜 그런 반응이 나올까.

취재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그런 반응이 나올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전 금융권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국민연금 수익률에 비해 훨씬 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같은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이라도 운용 금융기관이나 상품 유형별로 수익률 차이가 컸다.

이런 양상을 본 근로자나 그 돈을 맡기는 기업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근로자들이 은퇴자산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퇴직금엔 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각 금융기관이 금융감독원에 공시한 원리금보장 퇴직연금 수익률에 따르면 지난해 하나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은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 수익률을 4.62%로 공시한 반면에 한국SC은행은 3.16%의 수익률을 올렸다고 밝혔다. 정기예금이나 마찬가지인 상품의 수익률이 1.46%포인트나 차이가 났다.

이런 양상은 다른 금융기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동부생명의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은 5.26% 수익률을 올렸는데 메트라이프의 개인퇴직계좌(IRA) 수익률은 3.28%에 불과했다. 증권업계에선 더 벌어져 NH농협증권의 DC형 수익률이 1.58%에 그친 반면, 삼성증권의 IRA형 퇴직연금 수익률은 6.18%로 나타나 4.5%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여기서 DB형과 DC형은 무엇이며, 또 IRA란 무엇인가. 아울러 같은 원리금보장상품이라는데 왜 이렇게 수익률 차이가 나며 개인이나 기업은 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것일까.

LUXMEN이 그동안 베일에 싸였던 퇴직연금의 세계를 밝힌다.

7년만에 적립금 52조

한국에선 지난 2005년 12월 1일 퇴직연금제도가 처음으로 도입됐다. 그동안 개별 기업별로 퇴직금을 사내에 쌓아두거나 보험사에 넣어 두던 것을 정부가 새로 법을 만들어 금융기관에 예치하도록 한 데 따른 것이다. 취지는 회사가 어려워지더라도 근로자가 퇴직금을 안전하게 받아 은퇴 후 생활의 안정성을 높이자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7년여가 지난 지금 전 금융권에 맡긴 퇴직연금 적립액은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51조8000억원을 넘었다. 지난해 1월 처음으로 30조원을 넘었는데 불과 1년 3개월 만에 다시 21조8000억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가입자는 아직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5인 이상 사업장의 41.5%, 4인 이하 사업장의 13.5%만이 가입했는데도 이 정도이니 퇴직연금 자산은 갈수록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업장이 추가되는 데 따라서 가입자가 늘어날 것이고 거기에 매년 적립액이 또 추가되기 때문이다. 특히 개정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 7월부터 발효되면 중간정산을 해서 인출하는 것마저 어려워지는 데다 고용노동부가 2016년까지 퇴직연금 단일화 비율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어서 적립금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퇴직연금 적립금이 어느 대형 시중은행의 자산 규모를 추월하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 같다. 새로 생긴 제도로 금융기관에 쌓이는 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외환위기나 카드사태 때 회사가 갑자기 도산하면서 근로자들 가운데 갑자기 직장을 잃고 퇴직금조차 받지 못해 곤경에 처한 사람들이 속출했다. 이 때문에 같은 사태가 벌어지더라도 퇴직금만큼은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해 근로자의 은퇴 후 생활 안정성을 높여주자는 취지에서 도입한 게 퇴직연금이다. 그런데 제도를 도입하면서 특별히 의도한 것은 아닌데 퇴직연금 규모가 불어나 금융시스템 내에서 점점 중요성을 띠기 시작했다.

퇴직연금 규모가 커지는 만큼 근로자들의 안정성도 높여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노는 돈의 규모가 커지면 잿밥에 눈독을 들이는 기관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퇴직연금 삼총사

과거 일반 퇴직금이 제도화된 퇴직연금은 국민연금이나 개인연금과 함께 근로자의 은퇴 후 생활을 책임지는 중요한 수단이다. 특히 교육비나 생활비 등으로 평소 저축이 어려운 근로자에겐 최고로 중요한 노후대책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눈앞에 닥친 과제가 아니어서인지 퇴직연금을 제대로 이해하는 근로자들은 의외로 적은 편이다.

퇴직연금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우선 세 가지 유형의 퇴직연금 상품부터 이해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국내에 도입된 퇴직연금은 확정급여형(DB·Defined Benefit)과 확정기여형(DC·Defined Contribution), 개인퇴직계좌(IRA·Individual Retirement Account) 등 세 종류가 있다.

확정급여형은 기업이 직접 퇴직연금에 가입해 운용까지 책임지는 상품. 기업이 처음 지급하기로 약속한 금액을 금융기관에 맡겼다가 지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 근로자로선 운용 방식 등을 생각할 필요조차 없다. 당연히 운용 이익은 기업의 몫이 된다. 임금상승률이 높은 기업이라면 임금이 올라가는 것만큼 나중에 받는 퇴직금도 늘어나기 때문에 근로자에게 유리하다. 대신 근로자는 퇴직금이 얼마가 되든 상관없이 업무를 할 수 있기에 기업으로서도 괜찮은 제도이다.

확정기여형은 기업이 매년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할 금융기관에 납부하면 운용은 개인이 스스로 하는 타입의 상품이다. 이 상품은 개인이 운용방식을 지정할 수 있기 때문에 성과가 높을 경우 자산을 불리는 효과가 있으나 시장급변에 따른 리스크는 직접 부담해야 한다. 임금상승률이 낮은 기업에선 확정기여형이 근로자에게 유리하다. 또 이직이 잦은 단기근속자나 젊은층이 선호하는 제도이기도 하다.

개인퇴직계좌는 퇴직연금을 도입하지 않은 회사에 다니거나 이직으로 퇴직금을 중간정산한 사람이 가입하는 퇴직연금이다. 근로자가 개별적으로 가입할 수 있으며 이직이 잦은 근로자나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유리하다. DC형과 마찬가지로 근로자가 직접 운용을 한다.

비싼 금리를 물어가며 은행 돈을 쓰는 기업의 입장에선 직접 돈을 굴리다 근로자가 퇴직할 때 퇴직금을 주는 쪽을 선호한다. 이 때문에 정부는 세금 인센티브를 주면서 금융기관에 퇴직연금을 맡기도록 유도하고 있다

당국은 만족, 이용자는 ‘글쎄’

금융감독원은 퇴직연금 시행 7년째를 맞아 지난해 연말 가입자 보호와 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목적으로 제도 전반에 걸쳐 만족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근로자의 39%, 사용자의 54.3%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감독원은 ‘불만족’이란 응답이 많지 않다는 점을 내세워 대체로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이는 설문조사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인위적 해석의 냄새가 강하게 난다고도 할 수 있다. 실제 근로자들의 상당수는 아직도 퇴직연금 제도 자체를 확실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직도 퇴직연금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이는 근로자들이 어떤 이유로 퇴직연금에 가입했는지를 묻는 설문 결과만 봐도 당장 드러난다. 근로자측 응답자의 34.3%는 법인세 절감을 위해 가입했다고 밝혔다. 또 31.3%는 경영자가 시키니 했다고 했으며, 노조가 하자고 한 경우는 고작 7.1%에 불과했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운용방법이나 운용회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근로자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 설문에서도 운용회사를 선정할 때 해당 금융기관의 서비스 능력을 보고 결정했다는 응답은 19%에 불과했다. 나머지 응답자 중 31.9%는 기존에 거래하던 금융기관에서 해달라니 해줬다고 했고, 29.4%는 금융회사의 평판을 생각해서 가입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퇴직연금이란 제도가 근로자의 노후생활 안정을 위해 필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아직 홍보가 덜 됐고 금융기관들의 서비스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런 문제는 실제 제도를 운용하는 데서 그대로 드러난다.

수수료 뗀 실질 수익률은 더 낮아


도입 취지는 아주 좋은데 기업에선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중견기업 경리담당자는 퇴직연금 운용과 관련해 “가입하는 회사나 근로자 보다는 금융기관의 입장을 강조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퇴직연금을 연구하는 한 연구원 역시 “가입자 보호보다는 금융기관을 보호하는 데 집중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외형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고 당국에서도 제대로 정착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기업이나 제3자는 왜 다른 입장을 보이는 것일까.

가장 먼저 나오는 불만은 수익률에 관한 것이다. 공식적으로 어느 기업이나 개인의 퇴직연금 수익률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각 금융협회별로 소속 금융기관의 퇴직연금 수익률을 원리금보장형과 비원리금보장형으로 구분해 공시토록 하고 있을 뿐이다.

현재 퇴직연금 수익률은 이를 근거로 추정해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런데 그나마 나오는 수익률도 수준 이하다.

먼저 비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의 지난해 수익률은 거의 대부분 마이너스였고, 다행히 플러스를 유지한다고 해도 0%를 겨우 웃도는 수준이었다. 비교를 해본다는 것 자체가 우스울 정도였다.

이 때문에 LUXMEN은 그나마 성적이 나은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만을 대상으로 수익률을 분석했다.

지난해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의 평균 수익률은 은행권의 경우 확정급여형(DB)이 4.36%, 확정기여형(DC)은 4.01%, 개인퇴직계좌(IRA)는 4.57%로 나타났다. 생명보험사의 수익률도 DB형 4.6%, DC형 4.44%, IRA형 4.63% 등으로 유사했다. 증권업계의 운용 수익률은 DB형이 4.82%, DC형 4.25%(NH농협증권 제외 시 4.45%), IRA형 5.17%였다. 평균적으로는 증권업계의 운용수익률이 미미할 정도로 양호하게 나왔으나 이 정도로 크게 의미를 두기는 어려울 것 같다.

문제는 전체 금융기관의 퇴직연금 운용수익률이 국민연금의 수익률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이 운용하는 자산 가운데 퇴직연금 원리금보장형상품과 유사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채권투자의 수익률은 지난해 5.74%로 나왔다. 이는 모든 금융기관의 퇴직연금 수익률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런 양상은 2010년에도 똑같이 나타난다. 그해 국민연금의 채권투자 수익률은 7.55%였는데 대부분 은행의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 수익률은 2011년과 비슷한 수준인 4%대에 머물렀다. 생보사 중엔 은행권에 비해 조금 높은 수익률을 올린 곳도 있었지만 마찬가지로 국민연금의 채권투자 수익률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해 일부 증권사의 개인퇴직계좌(IRA)만이 국민연금의 채권투자 수익률을 웃도는 성적을 올렸을 뿐이다. 당시 신한투자증권이 9.22% 수익률을 냈고, 현대증권(8.48%)과 한국투자증권(8.34%), 삼성증권(7.89%), 하나대투증권(7.87%) 등이 비교적 양호한 성적을 올렸다.

종합할 때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 수익률은 국민연금에 맡기는 것보다도 못한 결과를 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퇴직연금의 64.7%는 회사가 퇴직금 지급을 책임지는 확정급여형(DB형)인데 이 가운데 96.8%가 원리금보장상품이 가입돼 있다. 나머지 3.2% 중에서도 2%는 현금성 자산이란 점을 감안하면 전체 퇴직연금의 64%는 운용다운 운용을 받지 못한 채 금융기관에 예금하는 방식으로 맡겨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주요기업들의 퇴직연금 담당자들을 면담한 결과 대부분 기업들이 은행이나 보험사에서 제시하는 금리를 보고 1년이나 2년 또는 3년 정기예금 형태로 퇴직연금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퇴직연금을 취급하고 있는 금융기관들은 그래도 정기예금 금리보다 낫지 않느냐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재무구조가 우량한 기업들은 4%대 금리로 대출을 받고 있는데 퇴직연금 수익률이 이와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이어서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점은 금융기관이 제시하는 수익률이 실제 수익률은 아니란 점이다. 각 금융기관이 해당 성과에서 0.6% 상당의 수수료를 떼어내기 때문에 지난해 원리금보장 퇴직연금은 대부분 3%대 또는 4%대 초반의 수익률을 올렸다고 할 수 있다. 현재 각 금융기관이 공시하는 수수료는 운용수수료나 자산관리수수료를 차감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수수료 수준과 관련해 황성관 금융감독원 연금팀장은 “적립금 수준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0.6~0.84% 정도 된다”고 밝혔다.

이는 금리부담이 평균 이상인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에는 더욱 큰 불만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 3월 중 기업대출 평균금리가 5.74%였던 것을 감안하면 많은 기업들이 금리손실을 봐가면서 의무적으로 퇴직금을 금융기관에 예치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정기예금에 맡기고 운용한다고 밝혀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이처럼 낮은 것은 운용이 수준 이하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원리금보장 DC형 퇴직연금 가운데 수익률이 가장 낮았던 NH농협증권에 대해 수익률이 1.58%에 불과한 이유를 물었다. 회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우리은행 정기예금을 가져다 쓰고 있는데 금리가 낮고 자체 운용하는 상품의 RP 금리가 낮아서 그렇게 나왔다. 특히 큰 금액이 빠져나가는 바람에 수익률이 더 낮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왜 이런 문제가 생겼을까.

내막을 잘 알려면 지난해 후반 은행권과 증권업계 사이에 불거졌던 갈등을 보면 될 것 같다. 은행권은 그동안 자신들이 고객에게 직접 파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비싸게 증권업계에 정기예금을 팔아 왔다. 그런 은행권이 더 이상 증권사엔 정기예금 상품을 팔지 않겠다고 하자 증권사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증권사들은 그동안 원리금보장 퇴직연금에 상당 부분 은행 정기예금을 넣어서 팔고 있었는데 은행권이 이를 주지 않아 퇴직연금을 팔수 없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은행들은 그동안 이중가격으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었는데, 감독당국이 동일상품의 값을 이중으로 매기는 게 고금리 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며 금지시키니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이 문제는 원인이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금융기관의 행태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이들이 퇴직연금을 고객의 자산을 맡아 안전하게 운용해주는 ‘상품’으로 이해하지 않고 손쉽게 예금을 유치하는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각 금융기관들은 원금보장형 퇴직연금을 유치할 때 ‘맡긴 자산을 어떤 식으로 운용해 수익을 불려주겠다’고 설명하는 게 아니고 ‘금리가 1년짜리는 4%, 2년짜리는 4.1%, 3년짜리는 4.3%이니 알아서 선택하라’라는 식으로 팔고 있다. ‘퇴직연금’이란 이름이 붙은 정기예금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러니 적극적으로 수익률을 높이려는 국민연금에 비해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 현재 퇴직연금의 대부분은 은행이나 보험사의 예금형상품으로 운용되고 있다. 실적배당형(비원리금보장형)이 있기는 하지만 그 가운데 주식형이나 주식혼합형 규모는 1200억원 남짓한 수준이고 나머지 대부분도 채권형이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강제로 떼어놓도록 한 퇴직연금은 현재 거의가 정기예금이나 금리를 받아먹는 상품으로 굴려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당국 “고금리 주지 말라”

퇴직연금이 이처럼 저리의 금리상품으로 운용되고 있는 데는 감독당국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

감독당국은 현재 퇴직연금에 대해 △근로자 노후생활자금 준비 외에도 △금융시장 발전 등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한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서 두 번째 항목이 퇴직연금의 올바른 정착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감독당국은 그동안 불건전한 영업활동을 규제해 왔고, 또 퇴직연금 가입자 사이에 부당한 금리 차이가 가능한 발생하지 않도록 행정지도를 한다고 밝혔다. 겉으로 보면 그럴듯해 보이는 취지이다. 그러나 내용을 뒤집어 보면 금감원이 이를 명목으로 사실상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퇴직연금 가입자에게 높은 금리를 주지 못하도록 강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질적으로 금융기관의 이익을 늘려주는 데 한몫을 했다는 것이다.

은행은 물론이고 보험사나 증권사 모두 2010년에 비해 금리가 오른 2011년에 원금보장형 상품 수익률이 급감했다는 게 이를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2010년 2~2.5%대 저금리에서 머무르다 2011년엔 2.75~3.25% 수준으로 올랐는데 퇴직연금의 수익률은 오히려 내려간 것이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2011년 6월 확정기여형(DC)과 개인퇴직계좌(IRA)의 적용금리를 단일금리로 하고, 확정급여형(DB) 금리는 기업 간 규모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최저금리가 최고금리의 90% 이상이 되도록 하라는 지침을 각 금융기관에 통보했다. 또 전 퇴직연금사업자를 소집해 고금리 과당경쟁을 자제하도록 했다.

시중 대출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퇴직연금에 적용하는 금리를 내리도록 압력을 가했으니 기업의 담당자나 연구원들이 ‘금융기관을 위한 제도’라고 비판하는 게 당연하다.

궁금증만 더하게 만드는 수익률 공시

감독당국은 수익률 경쟁을 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한편 수익률 공시도 명확하지 않게 해 가입자들이 원하는 기관을 선택할 기회마저 제한하고 있다.

현재 수익률 공시 방법대로라면 어느 누구도 자기가 가입한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기가 어렵다. 운용하는 금융기관들이 개별기업 또는 개인의 퇴직연금 수익률을 정확히 공시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전체 운용 수익률마저 제대로 공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금감원은 퇴직연금을 원리금보장상품과 실적배당형으로 구분해 최근 1년 수익률과 1년 이내 분기 수익률만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가입일이나 설정일이 모두 다양한데도 공시기간은 연초부터 연말까지 천편일률적이다. 이는 감독당국이 퇴직연금을 1년짜리 정기예금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황성관 금융감독원 연금팀장 “퇴직연금은 원리금 보장형 상품이 94%를 차지하고 있기에 1년 기준으로 공시한다. 퇴직연금펀드라면 수익률을 설정일부터 계산할 수도 있겠지만 퇴직연금은 1년짜리 정기예금이기에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7월부터 달라지는 퇴직연금

개정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 7월 26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퇴직연금 제도가 일부 바뀐다.

우선 퇴직금 중간정산이 금지된다. 퇴직금이 당초 취지대로 노후소득 보장에 쓰일 수 있도록 주택구입이나 의료비 등 긴급 자금이 필요할 때만 지급되도록 중간정산을 제한한다.

퇴직금 중간정산은 무주택자가 본인 명의로 주택을 구입할 때나, 본인과 부양가족의 6개월 이상 요양 시, 최근 5년 이내 파산 선고 및 개인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내렸을 때,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사유와 요건을 갖춘 경우 등만 가능하다. 다만 무주택 근로자가 전세자금(당해 사업장 1회)을 필요로 하거나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을 경우엔 중간정산을 할 수 있다. 퇴직연금 운용 및 자산관리 수수료 부담자도 사용자로 분명해 정했다. 종전에는 수수료 부담 주체를 명확히 정하지 않아 노사 간 입장차가 있었다. 다만 DC형이나 10인 미만 특례제도의 근로자 추가부담금에 대한 수수료는 가입자가 부담해야 한다.

외부적립 규정도 강화됐다. DB형 퇴직연금의 의무적립비율은 현행 60%에서 2014년 70%, 2016년 80% 이상으로 상향조정된다. 또 사업자가 100% 사외에 적립해야 하는 DC형 적립금 납부를 지연하면 연 20%의 지연 이자를 내야 한다.

개정법에선 개인퇴직계좌(IRA)가 개인형퇴직연금제도(IRP)로 격상되어 퇴직연금가입자의 추가납입, 자영업자의 퇴직연금 가입 등도 가능하게 됐다. 자영업자의 개인형 퇴직연금 가입은 2017년부터 실현될 전망이다.

 

정진건 기자 자료제공 LUXMEN
발행일 2000.00.00기사입력 2012.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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