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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武林)엔 언제나 동류(同類)가 있다. 주식투자의 무림에도 스스로 동류를 자칭하는 강호(强豪)들이 있다. 가치투자포럼의 멤버들도 그중 하나다.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박경민 한가람투자자문 대표,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그리고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주식투자의 무림에서 이들을 모르는 이는 별로 없다. 누구나 인정하는 가치투자의 강호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검법은 결코 화려하지 않다. 현란한 기교도 없다. 사술(邪術)이 아니라는 얘기다. 오직 `가치`를 화두로 삼아 변화무쌍한 시장을 이겨 나간다. 발굴된 가치는 시간과 함께 숙성되며 수익률로 승화한다.

강 회장의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펀드는 2008년 설정 이후 64% 누적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3년 수익률도 95.4%에 달한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 비해 30%포인트 정도 높은 수익률이다. 박 대표는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이 맡긴 1조원대 자금을 운용하면서 2004년 이후 매년 20%가 넘는 연평균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가 운용하는 중소형주 계좌의 누적수익률은 무려 452.9%에 육박한다. 허 본부장의 신영마라톤펀드도 2002년 설정 이후 누적수익률이 300%가 넘는다. 3년 수익률도 67%대로 양호하다. 이 부사장의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는 2006년 설정 이후 누적수익률이 78%대이고 3년 수익률은 65%대다. 다른 가치주펀드에 비해 상승장에서 큰 수익을 내지 못했지만 하락장에서는 상대적으로 탄탄한 실력을 보여줬다. 국내 증시가 10%가량 하락하면서 대부분의 펀드가 손실을 낸 지난해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는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요즘 주식투자 무림의 분위기가 사뭇 수상하다. 지난해 불었던 유럽 재정위기 광풍이 잦아들었지만 글로벌 저성장의 먹구름은 여전히 투자자들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고수들도 잔뜩 긴장하고 있다.

하지만 가치투자포럼의 강호들은 의외로 평온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 `정중동(靜中動)`이라고 해야 할까. 큰 경기 사이클을 꿰뚫어 보며 미래 가치가 높아질 저평가 기업들을 노리고 있었다. 올해 어떤 투자 전략을 세웠는지 귀띔해 달라고 하자 각자 속에 있는 말을 한마디씩 쏟아냈다.

"알짜 주식은 지갑 속에서 나온다. 정부의 지갑일 수도, 기업의 지갑일 수도, 가계의 지갑일 수도 있다. 주식의 가치나 가격은 기업의 영업이익에서, 영업이익은 매출에서, 매출은 소비에서, 소비는 지갑에서 나온다."(강 회장)
"1등 주식이 아니면 쳐다보지도 않는다. 글로벌 저성장 국면에서는 승자독식의 법칙이 지배하니까."(박 대표)
"내 인생의 최대 실수 중 하나가 오뚜기 카레가 나온 뒤 오뚜기 주식을 사지 않은 것이다. 시장지배력이 확실한 제품을 보유한 기업이 좋다."(이 부사장)
"한국에도 중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올해 선거에서 누가 이기든 화두는 재벌 영향력 해체나 축소, 복지 확대, 균형 성장에 맞춰질 것이다. 공공이익을 위해 사익(私益)을 줄이는 바람이 불 것이란 얘기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포커스를 맞추는 게 좋겠다."(허 본부장)
"중국에서 민주화가 진척되면 소비력도 커질 것이다. 이런 메가 트렌드를 고려하면 오리온, 한국타이어, 현대차 등 중국 소비에서 한류 바람을 일으키는 기업들이 가치를 창출할 가능성이 높다."(조 센터장)  

"군자는 하류(下流)에 거하기를 싫어한다."

논어에 있는 말이다. 한국의 워런 버핏을 꿈꾸는 가치투자포럼 멤버들도 증시의 하류를 피한다. 단타 매매와 테마주 투자 등이 증시의 하류다. 그들은 단기 수익률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더 긴 안목으로 시장과 기업을 본다. 그러다 보니 올해 뜰 유망 종목이나 증시 전망보다는 앞으로 다가올 산업 격변과 삶의 변화에 대해 더 관심이 많다.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그 방향으로 흘렀다. 그래도 서두에서는 올해 증시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허남권 본부장(이하 허)=최근에는 복잡한 대외 환경으로 인해 시장 전망도 제각각이며 수시로 바뀐다. 복잡할수록 과거를 되짚어 보고 상식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올해도 지수는 박스권에서 등락을 반복할 것이다. 하지만 저점은 점차 높여갈 것이다. 하반기 환율이 안정되고 수년간 지속된 대기업 위주의 성장에서 분배와 내수 증진으로 정책 초점이 옮겨지면서 중소형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

▶조용준 센터장(이하 조)=작년에는 시장의 체계적 위험이 커서 주가 상단이 막혀 있었다. 올해는 시장보다는 기업 가치가 주가에 반영되는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박경민 대표(이하 박)=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졌지만 성장동력은 사라지고 있다. 미국이 돈을 찍어내지 않았다면 중국 성장도 없었을 것이다. 지금은 발전 동인이 쇠약해져가고 있는 시기다. 과거 판단 기준으로 시장을 전망하기는 어렵다. 앞으로 10년은 저성장시대가 될 것이다. 올해도 누가 살아남느냐가 이슈가 될 것이다.

 

-가치투자 개념이 확 와닿지 않는데.

▶이채원 부사장(이하 이)=성장주와 가치주를 구분하는 것은 잘못이다. 성장성, 수익성, 안정성이 가치주를 고르는 기준이다. 가치투자와 다른 게 모멘텀 투자다. 오직 가격 흐름만 보고 오를 주식을 매매하는 것을 말한다.

▶강방천 회장(이하 강)=가치투자는 사회과학이다. 가치가 가격을 결정한다는 원칙은 있지만 다양하게 정의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성장에 가중치를 두느냐, 자산가치에 더 밸류를 두느냐, 수익에 더 비교우위를 두느냐에 따라 투자 방식이 달라진다. 가치가 지속될 것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가치투자를 지향한다 해도 스타일이 조금씩 다른 것 같은데.

▶허=시장 예측보다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고민하고 추종 매매보다 소외된 주식의 가치를 평가해 판단한다. 기업 자체 문제로 주가가 하락할 때는 매도하며 목표 주가까지 올라간 종목은 분할 매도한다. 기업이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면 어떤 상황에서도 매수 전략을 취한다. 장기투자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주식 수를 늘리는 방법이다.

▶박=투자 대상을 정할 때 일단 시가총액 3000억원 이상 종목 중 자기자본이익률(ROE)과 투하자본이익률(ROIC) 같은 기업 수익성 지표와 시장점유율, 신상품 개발능력, 순영업현금흐름을 감안한다. 시가총액 3000억원 이하 중소형 종목은 주로 목표가격 대비 30% 이상 떨어진 것을 찾는다.

▶강=풍부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남과 다르게 산업과 종목을 재해석하고 옳다고 생각하면 가급적 빠르게 투자 판단을 내린다. 물론 예측이 너무 빨라 가치가 가격을 반영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미래에 대해 판단하기 때문에 시기 예측과 추정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

▶이=위험회피 성향이 지나치게 강해 크게 잃지는 않지만 반면에 크게 벌지도 못하는 투자스타일이다. 스스로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시장지배력과 과도한 설비투자 없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필수소비재 기업 중에 아직 충분히 평가를 받지 못한 기업을 선호한다.

 

-결국 좋은 기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인데.

▶박=기업 이익은 전 세계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지금은 마이너스섬 게임이다.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덜 잃는다는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그런 주식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앞으로는 무조건 글로벌 1등 기업에 베팅해 위험 변수를 줄일 필요가 있다. 은행주나 건설주의 자산가치가 저평가돼 싸다고 하지만 투자하라고 권하기 어렵다. 스마트폰 부품주도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만약 삼성전자 같은 완성품업체가 채택하지 않으면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없다.

▶강=평가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기존의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주가순이익비율(PER)이 흔들리고 있다. 애플이라는 모델이 생기면서 자산가치 개념이 모호해졌다. 앱스토어는 본질적으로 애플의 자산이 아니다. 기업이 소유하고 있고 계량할 수 있어야 회계학적 기준으로 계량할 수 있다. 하지만 애플이나 페이스북은 이런 평가가 불가능하다. 요즘엔 자본재는 의미가 없다. 상상력이나 통찰력이 더 가치가 크다. 3대 생산요소인 사람, 땅, 자본 외에 제3의 가치인 네트워크가 부상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등장으로 대기업은 더 이상 가치를 독점하지 못한다.

▶조=좋은 기업을 찾기 힘들면 일단 업력이 오래된 회사를 고르는 것이 좋다. 역사가 30~40년 된 기업이 좋다. 이런 기업 중 영업 외적인 이유로 갑자기 주가가 떨어진 곳을 찾아라. 금융위기 때 환율 급변동에 영향을 받아 주가가 10분의 1 토막난 기업이 있다. 가치투자하기 굉장히 좋은 기업이다.

▶허=기업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과거 영업과 재무, 투자활동으로 쌓아온 장부가치와 현재 수익가치, 미래의 성장가치로 평가할 수 있다. 과거 10년의 재무제표와 연혁을 뒤집어 보며 불황과 호황기 사이에서 기업이 헤쳐온 과정을 분석해 기초체력을 측정하고, 장부가치와 현재가치를 비교해본 뒤 오너와 경영자의 통찰력과 추진력을 점검한다.

 

-요즘 관심을 갖고 있는 업종이나 종목은.

▶강=중국의 양적 성장에 힘입어 이익을 냈던 기업들은 더 이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대신 중국 체류 인구나 여행객의 움직임을 봐야 한다. 지난해 중국 여행객들은 미국에서 1인당 8000달러를 썼다. 이런 측면에서 진짜 수출주는 카지노다. 중국 체류형 인구가 증가하면 카지노주의 이익 창출력은 크고 길 것이다. 반면 그동안 중국 성장에 덕을 봤던 소재나 철강 관련주는 전망이 불투명하다. 작년부터 중국 경제가 수출에서 내수, 투자에서 소비로 전환되며 한국 기업들이 수혜자가 아니라 경쟁자로 바뀌고 있다.

▶허=미래 성장가치면에서 중국 내수시장에 진출한 기업을 주목하고 있다. 경기와 상관없이 중국 소비자들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제닉과 한미약품, KT&G 등 소비재 업체가 눈길을 끈다. 또 완성품 비중을 늘려가는 중국 로컬 업체에 납품하는 동양기전도 관심 기업이다.

 

-요즘 증시서 논란이 되고 있는 테마주에 대한 생각은.

▶허=선거철에는 정책과 연관이 있는 기업, 영향력 있는 인물과 관계가 있는 회사의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한다. 전자는 정치적, 사회적 흐름으로 인한 수혜 기대감, 후자는 기업 오너 혹은 경영자 가치에 프리미엄을 준다고 볼 수 있다. 어떤 기업이든 그 기업의 기본체력 대비 저평가돼 있다면 투자가 가능하다. 아가방, 예림당 등 저평가된 기업들이 이슈와 맞물리면서 제 가치를 받는 기회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사회 변화 흐름에 맞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이런 기업들은 누가 선거에서 표를 얻든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인물과 관계 있는 테마주는 조심해야 한다. 인물에 대한 베팅은 도박의 영역이고 실패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

 

-개인들이 주식 투자에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먼저 자신의 상태를 알아야 한다. 재산 상태와 자금 용도, 자신의 투자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조건 잘 아는 분야에 투자해야 한다. 직업이 의사면 바이오, 약사면 의약품 관련 종목에 투자해야 한다. 주부는 백화점이나 슈퍼마켓 다니면서 잘 팔리는 상품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다. 삼성전자에 다니면서 줄기세포주를 사는 것은 난센스다. 개인투자자가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전문가인 펀드매니저도 이기지 못한다.

▶조=오래 기다리는데 힘이 되는 것은 이익 증가와 배당이다. 이 두 가지가 있다면 투자자에게는 힘이 되고 주가도 결국 오르게 돼 있다. 이 두 가지를 기준으로 장기투자를 결정해야 한다.

▶허=삭힐수록 맛있는 홍어도 홍어 자체의 품질이 나쁘면 먹을 수 없다. 투자 대상이 삭힐 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가치투자와 장기투자는 한 배를 타고 있다. 

 

 ★ They are…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외대 경영정보학 △쌍용증권 펀드매니저 △에셋플러스투자자문 운용총괄담당 전무 △에셋플러스투자자문 회장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박경민 한가람투자자문 대표 △서울대 경제학과 △노무라증권 서울지점 △대우투자자문 △세이에셋코리아자산운용 CIO △한가람투자자문 대표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 △중앙대 경영학과 △(전)동원증권 주식운용팀장 △한국투자증권 자산운용본부장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 및 최고운용책임자(CIO)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고려대 행정학과 △신영증권 주식부 △신영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고려대 경영학과 △쌍용그룹 △신영증권 리서치센터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제조팀장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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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박원 기자 / 사진 이승환 기자자료제공 매일경제
발행일 2012.02.17기사입력 2012.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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