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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와이번스는 2006년 프로야구 8개 팀 중 6위였다. 그런데 2007년 시즌부터 갑자기 5시즌 동안 3번 우승하고 2번 준우승을 했다. SK와이번스가 전혀 다른 팀으로 태어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바로 ‘야구의 신’ 김성근 감독(70)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4년 연속 승률 6할, 아시아 최다 19연승 기록 등 위업의 비결은 김성근 감독의 리더십이 바탕이 됐다. 김성근 감독은 매일 저녁 7시쯤 선수들과 미팅을 한다. 이때 김 감독은 선수들이 왜 야구를 하는지, 연습을 할 때는 어떤 목표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얘기하며 선수들의 동기와 의욕을 자극한다. 국내 최초 독립 야구단인 고양원더스 감독으로 자리를 옮긴 김성근 감독을 전주야구장에서 만났다.

감독님 리더십을 얘기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얘기가 선수 육성입니다. 김성근이라는 리더를 만난 이후 기량이 늘었다거나, 한물갔다고 생각됐던 선수들이 부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아무리 못하는 선수도 하나의 장점은 있기 마련이죠. 그렇지만 인간은 대부분 자신의 능력을 모르고 살아요. 잠재능력을 3분의 1도 발휘하지 못하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람이란 본능적으로 편한 것을 추구하기 마련이에요. 자신과 싸우고 벼랑 끝에서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하지만 매일 벼랑 끝으로 자신을 내몰 때 비로소 인생이 절실해집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을 수도 있고 자기 개발을 할 수도 있어요. 새로운 것에 도전하지 않을 수 없도록 환경을 조성해 사람들의 숨겨진 장점을 개발하고 키우는 것이 리더의 역할입니다.

장점을 키워야 한다는 점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문제는 장점을 어떻게 이끌어내느냐인데요, 감독님만의 비결은 무엇인지요.

리더십의 비결은 ‘애정’입니다. 애정이 있는 아버지는 자식의 단점을 개선하고 장점을 키우려고 하겠죠. 감독도 마찬가지예요. 매일 승부를 강요받는 냉혹한 야구의 세계에서 선수가 조금만 부진하면 그 선수를 버릴 것을 강요받습니다. 하지만 애정이 있다면 선수를 방출하기보다는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키워주겠죠.

선수들이 왜 교육이나 훈련을 받아야 하는지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도 리더가 해야 할 역할입니다. 어떤 선수나 모두 본능적으로 성공하고 싶다는 욕망은 있죠. 하지만 그 욕망을 이루기 위해 모두 열심히 훈련을 하지는 않습니다. 우승이나 승리에 대한 본능을 일깨우고 의욕을 고취하면 스스로 최선을 다하게 됩니다.

목표를 제시할 때는 구체적인 수치를 줘야 합니다. 물론 논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수치죠. 예를 들어 저는 선수들에게 막연히 열심히 수비를 하라고 하기보다는 ‘30㎝ 야구’를 하라고 강조합니다. 수비할 때는 상대 주자들이 30㎝를 못 가게 하면 아웃시킬 수 있습니다. 또 수비수는 글러브를 30㎝만 더 내밀 수 있으면 호수비가 나오죠. 구체적인 숫자를 알려주면 선수들이 공 하나를 던질 때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보다 신중해집니다.

야구계에서 감독님만큼 외부 비판을 많이 받는 분도 드뭅니다.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오래, 그리고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내린 결단이라면 결말을 볼 때까지 밀어붙여야 합니다. 대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비판이나 비난 역시 리더가 떠안을 것을 각오해야죠. 절대 선수들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습니다. 비난을 감수하지 못한다면 리더가 될 자격이 없습니다. 결과가 좋지 않다면 모든 잘못은 리더에게 있어요.

사람들은 흔히 남이 잘되거나 탁월하면 박수를 쳐주기보다 비난을 합니다. 하지만 비난하는 사람 본인에게 남는 건 없죠. 그래서 저는 다른 팀이 승리하면 비난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비난을 많이 받으면 외려 ‘내가 새로운 도전을 많이 했구나’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장 싫어하는 것 세 가지가 타협과 만족, 그리고 변명입니다. 그래서 저는 비난이나 구설수가 발생하면 절대 매스컴을 통해 해명하지 않습니다. 해명은 시간 낭비예요. 해명할 시간이 있으면 차라리 새로운 곳으로 한발 더 나아가는 것이 낫죠.

감독님은 한국 프로야구계에 데이터를 정착시킨 주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른 모든 감독들이 갖고 있는 똑같은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기에 다른 구단보다 성적이 좋았는지, 탁월한 데이터 마이닝(데이터에서 주요 정보를 추출해 의사결정에 이용하는 것) 비결이 궁금합니다.

야구라는 스포츠는 확률 게임입니다. 확률이 높은 쪽으로 선택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 그렇지만 데이터 마이닝을 하기 위해서는 기존 데이터를 버려야 합니다. 데이터를 그대로 믿으면 망합니다. 순간순간의 직감에 따라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물론 전제는 모든 데이터가 완벽하게 머릿속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숫자 암기는 기본이고, 여기에 그날 투수의 심리나 상대방 타자의 심리, 컨디션 등을 고려해 직감적으로 어떻게 데이터를 활용할지 결정하죠. 비수치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데이터는 단순한 숫자에 불과합니다.

감독님의 야구를 보면 매일 타자 라인업이 바뀝니다. 4번 타자가 어느 날은 9번 타자가 되고 반대로 9번 타자가 2번 타자가 되기도 합니다.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승부에서 내일은 없습니다. 그날 어떻게 이기고 위기를 어떻게 모면하느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오늘 이겨야 내일이 있죠. 그래서 저는 당장 시합을 이기기 위해서 어떻게 타순을 배치하는 것이 가장 좋은지 고민합니다. 항상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전력투구를 하다 보니 라인업도 매일 바뀌는 거죠. 라인업의 기준은 그날 그 타순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확률적으로 타자는 네다섯 번의 타석에서 한두 번 정도 안타를 칩니다. 그렇다면 가장 절실한 순간에 그 한 번의 안타를 칠 수 있는 타순에 선수를 배치하는 거죠. 쓸데없는 자존심 때문에 특정 선수를 특정 타순으로 고집할 필요는 없어요.

이제 고희(古稀)이신데 언제까지 야구를 하실 건가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합니다. 감독을 하는  데 나이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아요. 나이로 판단하는 사회가 문제겠죠. 나이보다는 하고자 하는 열정과 경험이 더 중요합니다. 다른 젊은 지도자들이 살기 위해 야구를 하는 데 비해, 저는 야구를 하기 위해 삽니다. 살기 위해 일하는 사람과 일하기 위해 사는 사람은 목적 자체가 다르죠. 지금 같은 정열을 갖고 있는 한 언제까지나 그라운드에 있을 겁니다.

 

자서전 ‘김성근이다’로 본 김성근 감독의 용병술
“경쟁의 기본은 공평함”

▶2007년 개막전에서 나는 김재현 선수를 8회 대타로 기용했다. 김재현은 혼자서 씩씩거렸다. 경기 흐름상 승패가 정해져 있었고 주자도 없는 상황에서 대타로 기용됐기 때문이다. 그가 삼진을 당하고 내려오자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너 이따위로 하려면 야구 하지 마라.” 모두가 보고 있는 상황에서 팀의 최고참을 질책한 것이다. 이후로 김재현뿐 아니라 팀 전체의 분위기가 잡혔다. 그날 이후 SK는 6연승을 달렸다.

▶2010년 한국시리즈 운영에서 가장 큰 고민은 선발투수였다. 1차전 김광현을 제외하면 마땅히 정해진 투수가 없었다. 나는 우선 카도쿠라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기록을 정리하면서 이승호의 피안타율이 생각보다 낮다는 것을 발견했다. 사람들은 예상외의 깜짝 선발이라고 했다. 놀랄 일이 아닌 게 기록과 전력 분석에서 나온 선발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예상대로 2차전에서 승리했다.

▶경기 당일 시합 직전에는 보통 무리한 훈련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SK는 달랐다. 연습은 다른 선수들을 각성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정근우 선수가 고되게 훈련을 하면 다른 선수들은 고되게 훈련한 정근우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한 발이라도 더 뛰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경쟁의 기본은 공평함이다. 선수를 이름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안치용이 홈런을 쳤지만 수비가 나빠서 안 쓸지도 모른다. 박재홍도 수비가 약하기 때문에 무조건 쓰지는 않았다. 한순간이라도 소홀하게 야구를 대하거나 한 번쯤 실수할 수 있다는 마음 자세로 야구를 하는 선수는 다음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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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 기자, 문희철 기자자료제공 매경이코노미
발행일 2012.01.20기사입력 2012.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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