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당신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얼마나 투자했는가. 앱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딱히 필요하지도 않지만 재미있어 보여서, 디자인이 예뻐서 등등의 이유로 앱을 쇼핑하기도 한다. 최근에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를 기웃거리다 299달러 짜리 앱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조금 더 찾아보니 1천달러에서 딱 1달러 빠지는 앱도 있었다. 도대체 이런 앱들은 누구를 타깃으로 제작되었으며 실제로 잘 팔리기는 한 걸까?

깜짝 놀랄 가격을 장착한 그 앱은 Final Cut Pro X 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이다. 한때 영상 편집의 강자로 불렸던 ‘프리미어’가 모바일로 들어왔다고 보면 된다. 애플에서 직접 제작한 이 앱은 궁국적으로 아이폰으로 촬영한 동영상을 파이널 컷 프로에서 편집해서 극장 스크린에 올리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예전의 프로그램에 비해 훨씬 쉬워진 메커니즘인 것은 사실이지만 영상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나 마니아 수준의 영상 애호가가 아니면 유용성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영상의 기초를 공부하고 차근차근 배워보면 언젠가 자신의 독립영화를 이 앱을 통해 편집 완료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미래를 생각해 보면 299.99달러가 엄청 비싸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뮤지션을 위한 앱 Logic Pro 9도 199.99달러라는, 만만치 않는 가격의 프로그램이다. 이 앱은 작곡, 녹음, 편집, 믹싱 등의 기능을 갖고 있다. 앱의 타깃은 전문가이지만 사실 음악에 큰 관심이 있거나 독학 데뷔를 목표로 하는 아마추어에게도 이 앱은 매우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Logic Pro 9에는 신디사이저, 빈티지키보드, 드럼 머신, 샘플러 등 마흔 가지의 악기가 내장되어 있고 리버브, 딜레이, EQ, 다이내믹, 앰프, 스톰박스 등 여든 가지의 음향 효과도 가능하다.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199.99달러의 돈이 크게 아까울 일은 아니다.

검색을 좀 더 하다 보니 진짜로 입이 쩍 벌어질 가격의 앱도 눈에 띈다. 애플 앱에서 가장 비싸다고 알려진 ‘바맥스(BarMax)’가 그것. 하버드 대학교 로스쿨 출신들이만들었다는 이 앱은 우리나라로 치면 ‘사법고시 준비를 위한 애플리케이션’으로 풀이할 수 있다. 999.99달러나 하는 이 앱에는 ‘Bar’ 시험을 위한 진도 관리, 바리뷰 강의, MBE문제, MPT, Essay, Flash Card(법률 암기 카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미국은 사법시험 형태가 주 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 앱 역시 BarMax CA, NY 등 지역별로 다른 버전으로 제작되었다. 사법고시 준비생의 전형적인 그림인 ‘산더미 같은 법전 사이에서 열공중인 수염 덮수룩 청년의 모습’은 이 앱이 나옴으로써 완전히 사라지게 생겼다. 미국 사법시험을 대비한 내용이니 우리와 아무 상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게지만, 국제변호사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애기는 달라진다.

이유있는 비싼 가격

단독주택을 갖고 싶은 사람들이 건축의 실무를 경험하고 디자인까지 해 볼 수 있는 앱 ‘HOME DESIGN STUDIO 17’도 목적이 분명한 사람이라면 149.99달러를 투자할만한 프로그램이다. 건축 디자인 하면 떠오르는 소프트웨어는 CAD인데, 그 내용의 일부가 스마트폰으로 들어왔다고 생각하면 된다. 오디오 컨버트를 목적으로 하는 ‘X2Pro Audio Convert’도 149.99 달러를 지불해야 하는 고가의 애플리케이션이다. 오디오컨버트란 음악 파일을 용도에 맞게 변환하는 프로그램인데 장비나 전문 웹사이트에서 변환 받지 않고 아이폰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을 갖고 있다.

구글플레이(전 안드로이트마켓)에서도 고가의 앱은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부자가 되는 비법’을 알려준다는 ‘Millonaire Certificate’은 무려 200달러를 줘야 다운받을 수 있다. 이 앱을 통해 실제로 부자가 된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만든 회사는 짭짤한 재미를 보지 않았을까? ‘G-CORE GreenCaddy Worldwide’는 전세계 주요 골프장의 코스와 GPS 를 만나게 한 애플리케이션이다. 이 앱을 실행시키며 라운드를 할 경우 골퍼가 현재 위치한 곳과 홀컵까지의 거리, 방향 등을 가이드받을 수 있다. 고급 골프클럽에 가면 카트 상단에 모티너를 설치, 현 위치에서 그린까지의 거리, 방향, 풍향 등을 표시해서 경기력에 도움을 주는 시스템이 운영되기도 하는데, 그 기능이 앱으로 정리된것이다. 가격은149달러.

이런 고가 앱들은 기발한 발상으로 꼭 필요한 수요를 찾아내는데 성공, 아무리 비싸도 구입하도록 함으로써 아이폰 한 대 보다 더 비싼 앱을 판매하는 실적으로 올리고 있다. 또한 이런 앱들은 앱개발자들에게 ‘우리도 한번 터트려볼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신저 역할도 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도저히 사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애플리케이션 아이템은 어떤 것들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