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SOUTH CAPE OWNIERS CLUB

지금 골퍼들 사이에서 `핫`한 골프장 중 하나는 단연 남해에 위치한 사우스 케이프 오너스 클럽이다. 리아스식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아름다운 시사이드 코스와 건축물 자체로서도 분명한 가치를 지닌 클럽하우스와 호텔은 골퍼들로 하여금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한다.

[건축가 조민석이 설계한 클럽하우스는 부드러운 곡선을 살린 디자인에 바다와 하늘을 향해 열려 있는 구조로 눈길을 끈다.]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2013년 새로 오픈한 골프장 중 유독 입에 자주 오르내린 골프장들이 있다. 수도권 매립지에 조성돼 접근성이 뛰어나고 그린피가 저렴한 드림파크 CC, 미래에셋금융그룹이 강원도 홍천에 건설한 잭 니클라우스 디자인의 블루마운틴 CC 등이 한 번쯤 라운드 해보고 싶은 골프장으로 회자된 것. 여기에 최근 가장 ‘핫’한 골프장 하나를 더 추가하자면 남해에 오픈한 사우스 케이프 오너스 클럽일 것이다. 4천억원이 투입된 193만여 제곱미터 규모와 주말 그린피 37만원이라는 가격에서부터 궁금증을 불러오기 때문. 또 리아스식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코스는 ‘국내 최고의 시사이드 골프장’이라는 타이틀이 따라 붙고 있으니 골퍼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지난 11월 초 자동차로 5시간을 달려 사우스 케이프 오너스 클럽에 도착했다. 처음 마주한 클럽하우스는 5시간이라는 물리적 피곤함을 단숨에 날려버릴 만큼 인상적이었다. 특히 에디터처럼 독특하고 아름다운 클럽하우스에 마음을 쉽게 뺏기곤 하는 여성 골퍼들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부드러운 곡선을 살린 디자인에 바다와 하늘을 향해 열려 있는 중정(Patio)은 남해의 아름다운 풍경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뻥 뚫린 네모난 천장 위로 높고 푸른 하늘이 맞닿아 있고, 앞으로는 바다가 한눈에 펼쳐져 가슴이 탁 트인다. 이 클럽하우스는 서초구 부띠크모나코 등을 설계해 랜드마크 메이커로 통하는 건축가 조민석이 설계했는데, 사우스 케이프 오너스 클럽의 대표 겸 한섬 부회장인 정재봉 대표는 새로운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 오히려 클럽하우스 설계를 전혀 해보지 않은 건축가를 찾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구조도 보통의 클럽하우스와는 다른 면모를 보인다. 열 십(十)자 모양 노출 콘크리트 방식의 클럽하우스는 옥외 로비를 중심으로 사우나동과 레스토랑 건물이 분리되어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되나 하나의 지붕 밑으로 이어져 있어 외관상 한 건축물로 보여지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건축에만 700억원을 투입해 보이는 곳부터 보이지 않는 곳까지 최고급 자재를 사용했는데 바닥의 타일 한 조각, 클럽하우스의 테이블과 의자, 조명까지 허투루 고른 게 없다. 클럽하우스 입구와 스파의 외벽을 홍동희 작가의 스톤 월로 장식했으며, 클럽하우스 내에는 스파와 피트니스 시설 외에도 LP판 4천여 장과 철학·인문·역사 관련 도서 3천여 권이 비치돼 있는 뮤직 갤러리까지 있다. 이렇게 완성된 클럽하우스는 얼마 전 경남건축대상제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클럽하우스는 옥외 로비를 중심으로 사우나동과 레스토랑 건물이 분리되어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호텔과 빌라의 건축 역시 눈에 띈다. 소설가 이외수의 집과 기념관, 광화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불리는 트윈트리 빌딩을 설계한 건축가 조병수가 맡아 부티크 호텔의 심미성을 리조트에 반영해 7성급 수준의 리니어 스위트 룸을 탄생시켰다. 암각 동산과 클럽하우스를 끼고 돌며, 바다로 돌출해 있는 케이프형을 따라 선과 면, 직선과 곡선의 절묘한 조합으로 7개의 동이 하나의 아름다운 선형을 이루고 있다. 노출 콘크리트 덩어리를 케이크처럼 썰어 놓은 듯한 구조의 건물은 해안선의 흐름을 따라 겹쳐 놓기도 하고 비워 놓기도 해 동과 동 사이와 캔틸레버 아래로 아름다운 리아스식 해안을 엿볼 수 있게 했다. 실내로 들어서서 길고 아늑한 복도를 지나 룸 안으로 들어서면 오션 뷰가 펼쳐지고 인테리어는 덕시아나 침대부터 북유럽 가구, 새턴바스 세면대와 욕조, 토토 네오레스트 비데, 네스카페 에스프레소 머신까지 품격을 갖췄다. 분양을 앞두고 있는 빌라는 200여 평의 3층 대형 주택으로 해안가를 따라 절벽에 위치해 있으며, 리니어 스위트와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오션 뷰와 함께 최고급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다. 현재 10채를 먼저 공사하고 있고, 앞으로 130채를 추가로 지을 예정이라고 한다.

감탄을 부르는 시사이드 코스

[클럽하우스 레스토랑 아래층에 위치한 뮤직 갤러리에는 4천여 장의 음반과 3천여 권의 도서가 비치돼 있다.]

골퍼라면 멋진 클럽하우스와 호텔보다 더 궁금한 것이 코스일 것이다. 코스는 한 마디로 국내 최고의 시사이드 뷰를 선사한다. 18홀 거의 모든 홀에서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바다에는 보석처럼 남해의 크고 작은 섬들이 촘촘하게 박혀 있다. 사우스 케이프 즉, ‘남해안의 곶’이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지형이 아름다운 해안선에 코스가 얹혀졌다고 할 수 있다.

[거의 모든 홀에서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시사이드 골프장 사우스 케이프 오너스 클럽 골프장.]

코스 설계는 카일 필립스에 맡겨 리아스식 해안의 절경을 최대한 살렸다. 2001년 <골프매거진> 선정 세계 50대 골프장에 든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킹스반스 골프링크스 등 전 세계 16개국에서 36곳의 골프장을 건설한 그는 자연을 살린 링크스 코스의 대가로 꼽힌다. 18홀 모두 각자의 특색을 지녀 라운드하는 재미가 있다. 바다를 가로질러 티샷을 하거나 절벽 바로 위에 그린이 위치해 있어 마치 바다 위에서 플레이하는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한다. 특히 12번 홀부터 16번 홀까지 해안선을 따라 라운드하게 되는데, 14번 홀(파3)은 110미터 정도로 거리가 짧지만 해안 끝에 있는 그린을 향해 샷을 날릴 수 있고, 이 골프장의 시그니처홀인 16번 홀(파3)은 바다를 향해 돌출돼 있는 기암절벽 위에 그린이 있어 그림 같은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코스 전장은 7305야드로 긴 편이다. 그린 잔디는 벤트그라스, 페어웨이에는 켄터키블루를 심었다. 러프는 브리티시 오픈에서 볼 수 있는 기다랗고 질긴 페스큐다. 그렇기 때문에 캐디가 조언하기를 볼이 러프에 들어가면 빠져나오기도 힘들고 찾기도 힘들기 때문에 페어웨이 안착률을 높이는 것이 스코어를 잃지 않는 방법이란다. 또 여성 골퍼들이 알아둬야 할 점은 화이트 티보다 레드 티에서의 라운드가 더 어렵다는 것. 특히 지형이 높은 곳에 위치한 화이트 티에서는 드라이버샷이 내리막이 되지만 상대적으로 밑에 위치한 레드 티에서는 오르막 코스여서 평상시보다 보통 5~6타 정도는 더 나온다. 그러니 장타의 여성 골퍼라면 남성과 함께 화이트 티에서 칠 것을 권한다.

티 하우스로 불리는 그늘집은 5번 홀과 15번 홀 그린 다음에 위치해 있다. 뱃머리를 형상화하고 있는 티 하우스는 기암절벽 위 바다 위를 향해 뾰족이 뻗어 나온 모양새다. 실내는 전면이 유리로 되어 있어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느낌마저 든다. 5번 홀 다음에 위치한 티 하우스인 ‘선셋 하우스’에서는 아름다운 낙조를 감상할 수 있고, 15번 홀 다음에 위치한 ‘선라이즈 하우스’에서는 일출의 장엄함을 경험할 수 있다. 골프장 관계자에 따르면 골퍼가 원하면 새벽 일출 때 선라이즈 하우스에서부터 라운드를 시작하도록 하는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사우스 케이프 오너스 클럽의 전체적인 건축과 인테리어, 골프 코스를 보면 오너의 열정과 감각이 얼마나 녹아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사실 건축과 골프장의 코스의 미학은 단순히 돈이 많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많은 돈을 투자해도 오너의 심미안이 없으면 오히려 조악한 흉물이 돼버리곤 한다. 정재봉 대표는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이태백이 호수에 비친 달빛이 좋아 물 속에 뛰어들었다는데 나도 이곳에 처음 왔을 때 경치에 반했다. 패션 업계에 오래 종사하면서 키운 심미적 안목으로 판단했을 때 바다와 섬, 산, 골짜기 등이 어우러진 이곳이야말로 골프장을 만들기에 천혜의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곳에서 ‘한국의 페블비치’라는 수식어를 넘어서 세계 10대 골프 리조트에 이름을 올릴 작품을 남기고 싶었다.” 그의 바람처럼 한국의 골퍼를 넘어 세계의 골퍼들 사이에서 라운드하고 싶은 코스로 꼽히며 세계 10대 골프 리조트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알겠지만, 심미안적인 면에서 보자면 이미 순항의 닻은 올려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