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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부르고 등 따신 찜질방이 그리운 계절이다. 부부는 주말에 주로 가고, 불륜 커플은 평일을 이용한다. 부부끼리 올 땐 아내가 찜질복을 챙겨가고 맨얼굴로 와서 쿠폰을 내지만 불륜녀는 화장하고 오고 찜질복을 돈 주고 빌리는데 그 돈을 다 불륜남이 현찰로 낸다. 탕에서 부부는 때까지 밀고 나오지만 불륜 커플은 샤워만 하고 나온다. 휴식을 취할 때도 부부는 남들과 어울리다 조금 떨어져 코 골고 자지만 불륜은 둘만 한적한 곳에 누워서 남자가 팔베개해주며 소곤거린다. 밥 먹을 때도 아내가 챙기고 미역국만 먹지만 불륜은 남자가 챙기고 통닭도 먹는다.
그런데 돈 주고 빌린 찜질복이 문제다. 다 똑같이 입고 있어 어쩐지 같은 반 친구라도 된 것 같은 친근감이 들지만 이때 반드시, 꼭 팬티를 입어야 한다. 샤워하고 난 후라 그냥 찜질복 바지만 입기 쉽다. 찜질복을 빨기는 하겠지만 별별 사람들이 식구들처럼 돌려가며 입기 때문에 병균이 이사 다니면서 사타구니를 파고들면 가려워 미친다. 찜질방 대여 의류는 땀과 습기로 인해 일반 의류보다 세균이 번식할 가능성이 높다. 부부 관계를 하고 나면 옳다구나 하고 바로 건너뛰어 가 배우자의 아랫도리를 살살 간질인다. 피 나게 긁다가 가려운 털 부분을 유심히 보면 꼬물꼬물 기어 다니는 놈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때부터 서로 외도를 의심하면서 바른대로 불라고 거품 물고 싸운다.
사면발이는 페디큘러스 퓨비스(Pediculus Pubis)라는 이름의 기생충이다. 음모에 기생하는 이(sucking lice)다. 사람의 피를 먹고 살며 인체에서 떨어져도 약 24시간은 살 수 있다. 직접적인 피부 접촉에 의해 전염되기 때문에 성병으로 분류하지만, 성관계가 없더라도 전염되는 질환이다. 살끼리 맞대지 않아도 지저분한 이불이나 옷, 수건을 통해 전염될 수 있다. 드물게는 좌식 양변기를 통한 감염도 있다. 사면발이에 전염되면 대략 5일 정도의 잠복기 후 증상이 나타난다. 음모 주위에서 회색빛 성충을 발견하기도 하고 서캐라고 불리는 타원형 알이 음모 뿌리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대개는 음모에 기생하지만, 방치하면 겨드랑이, 눈썹, 콧수염, 턱수염 심지어 머리카락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서울 시내 찜질방의 위생관리 실태를 점검한 결과 85%의 찜질복에서 일반 세균이 다량 검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구체적인 것은 잘 몰라도 균들이 바글바글한 것이다. 가려워 미칠 지경이라 밤새 음부를 긁다 보니 밤잠도 설치고 피부는 엉망이 되고, 음모를 깎거나 거기다 모기 살충제까지 뿌리는 사람도 있다. 배우자와 같이 치료받아야 하기 때문에 몰래 처리하기란 쉽지 않다.
성관계 안 해도 성병 걸릴 수 있다는 말에 눈이 반짝 뜨여 실컷 딴짓해 놓고도 그저 찜질방 옷이나 헬스장 운동복을 죄인 만들면 벌 받을 것이다. 임질, 매독, 비임균성요도염, 콘딜로마, 연성하감, 트리코모나스질염, 칸디다증 등등도 찜질방에서 옮았다고 빡빡 우기는 빤질빤질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말할 때 95%는 외도에서, 나머지 5%는 더러운 목욕탕이나 수영장 같은 데서도 옮을 수 있다고 하면 그 5%에 목숨 거는 사람도 있다. 그저 바람피울 때는 언제 어디서 뭘 할지 모르니 팬티는 항상 갖고 다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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